2022년 1월 3일 월요일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초사(楚辭)와 더불어 중국 고전시의 원천으로 존중받는 시경(詩經)은 약 3천년 전부터 주(周) 왕실의 관리들이 기록을 시작하고 서기전 5세기경 공자가 정리·편집하여 전해지는 시가집이자 유고의 경전이다. 그런데 내겐 고대 그리스人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과 비교하면 오히려 아는 바가 없다.

그제 밤 「옷소매 붉은 끝동」 종영(17화) 때 의빈 성덕임(이세영 분)이 정조 이산(이준호 분)에게 시경 구절을 읊어주는 장면이 5화에 이어 다시 등장했다. 시경 중 국풍(國風) 패풍(邶風)편에 실린 시구가 죽음 후에야 완성되는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겹치어 마음을 흔든다. 동짓달, 섣달에 연이어 효창공원을 돌아봤다. 날이 해사해질 때면 서삼릉에 가봐야겠다.


북풍기량(北風其涼)이며 우설기방(雨雪其雱)이로다
혜이호아(惠而好我 )로 휴수동행(攜手同行)호리라
기허기사(其虛其邪)아 기극지차(旣亟只且)로다

북풍은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떠나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북풍기개(北風其喈)며 우설기비(雨雪其霏 )로다
혜이호아(惠而好我)로 휴수동귀(攜手同歸)호리라
기허기사(其虛其邪)아 기극지차(旣亟只且)로다

북풍은 차갑게 휘몰아치고, 눈비는 훨훨 휘날리네.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함께 돌아가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막적비호(莫赤匪狐)며 막흑비오(莫黑匪烏)아
혜이호아(惠而好我)로 휴수동거(攜手同車)호리라
기허기사(其虛其邪)아 기극지차(旣亟只且)로다

붉지 않다고 여우가 아니며, 검지 않다고 까마귀 아니런가.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수레에 오르리.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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