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9일 월요일

부담스러운 쿠션 언어

우리말의 주체 높임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격조사 ‘-이, -가’ 대신 ‘-께서’를 붙이고 용언의 어간에 주체높임 선어말어미 ‘-(으)시-’를 결합해야 한다.

“저희 가게에는 다양한 화장품이 있으십니다.”
“이 화장품은 얼마예요?”
“네, 1만원이세요.”

매장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대화이다. ‘있으십니다’란 높임 표현의 주체는 화장품인데, 무생물인 화장품은 높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어법에 맞지 않을뿐더러 듣기에도 거북하다. 각각 ‘(화장품이) 있습니다’, ‘(1만원)입니다’로 고쳐야 한다.
서비스업계 직원들이 흔히 사용하는 이른바 ‘쿠션 언어’는 고객 갑질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형용사 ‘있다’의 주체 높임 표현은 ‘-(으)시-’가 붙은 ‘있으시다’와 특수어휘 ‘계시다’의 2가지가 있다.
화자가 주어를 직접 높일 경우에는 ‘교장 선생님께서 교무실에 계신다.’와 같이 ‘계시다’를 쓴다. 반면에 주어와 관련된 대상(신체, 소유물, 생각)을 통하여 주어를 간접적으로 높일 때는 ‘교장 선생님께서는 걱정거리가 있으시다.’와 같이 ‘있으시다’를 쓴다. ‘-(으)시-’가 쓰인 ‘있으시다’가 높이는 것은 안긴문장의 주어인 ‘걱정거리’가 아니라 안은문장의 주어인 ‘교장 선생님’이다.
‘지금부터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주체와 관련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높이고 있으므로 주어를 직접 높일 때 사용하는 ‘계시다’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있으시겠습니다’로 고쳐야 한다.
요컨대 간접 높임의 경우에는 서술어에서 ‘계시다, 편찮으시다’와 같은 특수 어휘를 쓰지 않고 ‘-(으)시-’를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트는 크와뉴스(http://kwa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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