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2일 일요일

압구정동, 청담동 역사문화트레킹

치맥과 함께 불같은 탄금을 보내고 난 어제 아침, 속은 쓰렸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압구정역으로 향했다. 명례방협동조합의 일곱 번째 야행을 겸하였기에 참가 인원이 열네 명으로 늘었다. 혜금 조합원님이 정성껏 부쳐온 김치전과 따뜻한 커피로 속을 달래면서 스물여섯 번째 역사문화트레킹을 시작했다. 멕시코의 한 시민단체가 만든 부패 투어(Corruptour)를 벤치마킹하여 최순실 관련 부패 명소를 돌아보기 위함이니 뷔페 투어(Buffet tour)가 아니다.
압구정역 1번출구를 뒤로 돌아 압구정로29길로 들어서면 왼편에 하얀색 교회건물이 보인다. 한때 최순실이 출석했던 것으로 보도된 예장 압구정교회는 여타의 강남 대형 교회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보인다. 1970년 창립되어 이듬해 합동에서 고신총회로 소속이 바뀌었다고 한다. 예배에 참석하면서 최순실은 정재계의 주요 인사들과 안면을 트려는 시도를 했을지도 모른다. 최순실의 기도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관련기사1 : http://www.sedaily.com/NewsView/1L3VMM7682
관련기사2 :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6916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 공화국>에서 주로 노동자를 위한 국민주택으로 건축된 서구의 아파트와 달리 한국의 아파트는 독재정권과 재벌 간 정경유착의 압축적 표상이라고 썼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효시는 1961년 마포구 도화동에 건설된 마포아파트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강 조망권이 좋은 영등포와 강남 일대에 성냥갑 형태의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특히 강남 한강변의 아파트는 전통적인 풍수와는 반대로 배수임산(背水臨山)의 지형에 건축되었다. 옛 한양이 청계천을 축으로 북촌과 남촌으로 나뉜 것처럼, 강남지역도 테헤란로를 기준으로 테북과 테남으로 구분된다. 압구정동은 테북의 대표 동네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그 처가 식구들이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몰려살고 있다는 것은 여러 차례 보도된 내용인데, 압구정교회 건너편에 자리한 6차 80동 가운데층 60평대의 시세는 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국회청문회나 특검조사에서 우병우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일관했고,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관련기사3 : http://superich.heraldcorp.com/superich/view.php?ud=20161110000003&sec=01-74-02&jeh=0&pos=
관련기사4 : http://www.focus.kr/view.php?key=2016111000175508056

71동 앞 SC제일은행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20동과 201동 사이의 논현로190길에 위치한 여성전용 사우나 앞까지 가봤다. 최순실은 소설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이른바 팔선녀로 불리는 유력 여성인사들과의 사교모임을 막후에서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팔선녀의 면면이 궁금하다. 아마도 최순실이 양소유 역할이었나 보다.
관련기사5 :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7/2016102790187.html
관련기사6 : http://www.kgdm.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6237


압구정 현대아파트 1단지 11동 뒷편에는 수양대군의 장자방 압구 한명회(1415~1487)가 건립한 압구정(狎鷗亭)이 있었다고 한다. 절경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파주 임진강에는 반구정(伴鷗亭)이 있다. 세종 대의 명재상 방촌 황희(1363~1452)가 영의정을 사임하고 87세에 내려가 죽을 때까지 3년간 갈매기를 벗삼아 노년을 보낸 곳이다. 똑같은 갈매기(鷗)인데 황희는 짝(伴)을 삼아 반겼고, 한명회는 길들여(狎) 가깝게 지냈다는 차이점이 있다. 옥수역은 강북, 압구정역은 동호대교 건너편 남쪽 강남이다. 참고로 7호선에는 서거정(1420~1488)과 관련된 사가정(四佳亭)역이 있다.

논현로190길을 따라 51동 앞에서 우측으로 돌면 압구정로 33길이다. 압구정초등학교를 지나고 압구정파출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압구정고등학교, 압구정중학교까지 걸은 후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했다. 성수대교남단교차로에서 횡단보도 2개를 건너는 지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유라는 이화여대 1학년이던 2015년 평창 땅을 담보로 KEB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서 외국거주자 신분으로 보증신용장을 발급받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38만5000유로(약 4억8000만원)를 0.8%의 저금리로 대출받았다. 하나은행이 대출규정을 위반하는 엉터리 심사로 정유라의 돈 세탁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독일법인장이었던 이상화는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후 유재경을 미얀마 대사로 최순실에게 추천했다. 넘사벽인 대출문턱으로 애가 타는 서민들만 곤욕이다.
관련기사7 :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1031603001&code=920100
관련기사8 :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b/159945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의 언주로174길은 이른바 최순실 나와바리라고 할 수 있다. 언론에서 정윤회와 십상시의 회합 장소로 지목됐던 중식당이 JS가든 압구정점이다.
관련기사9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502699

1985년 신사동의 한 건물을 임차해 종합학원을 운영하다가 32살이던 1988년경 학원 앞 부지 107평(353㎡)을 취득하여 초이유치원을 열었다는 게 최순실의 주장이다. ‘최’를 해자하면 ‘초이’가 된다. 몬테소리 교육으로 유명했다던 유치원 건물은 현재 동부저축은행 압구정지점이다. 2008년 초 동부 측에 85억원에 판 것으로 보도되었다.
관련기사10 : http://news.joins.com/article/21128511
관련기사11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039050&code=61121111&cp=du


최순실은 1988년에 신사동 토지를 매입한 후 2003년에 미승빌딩을 신축했다. 지하 2층, 지상 7층의 미승빌딩은 6~7층이 복층형 펜트하우스로 되어있고, 월 임대수익 7200만원이라고 한다. 시세는 2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6년 4월 250억원에 급매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현재는 220억 정도로 내린 상황이라고 한다.
관련기사12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10718335021875
관련기사13 :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6/12/25/20161225001562.html?OutUrl=daum


스타벅스를 끼고 왼편으로 돌아나가면 압구정로이다. 신사동의 KB국민은행 압구정동지점 건물에는 최순실의 단골 마사지센터로 알려진 숍이 있다. 최순실의 소개로 K스포츠재단의 2대 이사장을 지낸 정동춘 씨가 운영하던 CRC운동기능회복센터가 그곳이다. 정동춘은 국회청문회에서 자기는 마사지사 출신이 아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반탄집회에 나와서도 억울함을 드러낸 바 있다. K스포츠재단은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을 출연받고 신청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허가증을 발급받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관련기사14 : http://www.seoultopnews.kr/?r=home&m=news&mod=view&uid=7095
관련기사15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20713140808974

압구정로를 건너 압구정로데오역 2번출구와 갤러리아백화점 이스트점을 지나 왼편 압구정로61길을 걸어 올라가면 청담고등학교이다. 페이스북에 “돈도 실력이야, 돈 없는 네 부모를 탓해”라고 써서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의 공분을 야기한 네가지 정유라. 2014년 당시 3학년 소정출석일수 129일 중 단 17일만 출석한 정유라에게 온갖 특혜를 주어 졸업시킨 청담고와 일부 교직원들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징계는 '경고' 처분에 그치는 솜방망이 수준으로 비난받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가장 엄밀하고 공정하게 검토된 소득결정요인은 교육이었다. 교육은 노동시장, 결혼시장, 신용시장 등에서 개인의 이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방패이다. 1990년에 개교한 청담고등학교의 교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상(理想)과 창조(創造)이다. 21세기의 주역이 될 인재육성이 교육목표란다. 사교육을 무슨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지들은 썩을대로 썩어빠진 이 나라 공교육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준 교육농단의 현장에 어이가 없음이다.
관련기사16 :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html?no=437762
관련기사17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70120000080


청담고에서 내려와 압구정로를 건너서 SK갤러리아주유소 옆의 THE TRINITY PLACE와 GIVENCHY 사이의 압구정로60길로 들어서면 토니앤가이 청담본점이다. 박ㄹ혜의 올림머리를 전담했다는 정송주 원장의 고급미용실이다. 정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올림머리를 손질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박근혜 올림머리 체험기’라는 기사를 보면 9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3월 10일 탄핵선고 당시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핑크 헤어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기사18 :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424235
관련기사19 : http://hooc.heraldcorp.com/view.php?ud=20161209000758


2016년 10월 24일 JTBC의 최순실 국정개입 보도가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되어 일파만파 번져나가 개헌꼼수가 소멸되고 거대한 촛불로 타오르게 되면서 결국 탄핵으로 귀결났다. 더블루K 사무실에는 첫번째 태블릿PC가 발견된 책상이 아직 놓여 있었다. 고영태는 최순실이 더블루K 사무실에 있다가 청와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낙원상가 앞에 이영선 행정관이 대기하고 있다가 최순실을 데리고 들어갔다고 증언한 바 있다. K스포츠재단과 연계된 더블루K는 최순실이 한국과 독일에 세운 회사로, K스포츠재단 자금을 독일로 빼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아시안게임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고영태가 이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20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120821355563453&outlink=1


부원빌딩에서 도산대로를 건너서 박ㄹ혜를 위해 최순실이 대리처방을 받았던 병원으로 알려진 차움의원으로 향했다. 한때 김기춘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본인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차병원 제대혈은행은 불법으로 제대혈을 공급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관련기사21 : http://www.etnews.com/20161227000401
관련기사22 :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6112012588036557&outlink=1
관련기사23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79734

차움의원 건물의 주상복합오피스텔 '피엔폴루스' 1001호는 최순실이 독일로 가기 전까지 거주하던 최고급 레지던스이다. 라틴어로 '천국'을 뜻하며 호당 매매가가 20억~3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한 2번째 태블릿PC 때문에 결국 이재용이 구속되기에 이른다.
관련기사24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70307000047
관련기사25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117003007&wlog_tag3=daum#csidx7d2bae709ab35d6bab12544b57dcac9


약 2시간에 걸쳐 최순실이 다녔던 교회와 사우나하던 쑥탕과 거래하던 은행과 운영하던 유치원과 기거했던 빌딩집과 오피스텔, 우병우의 아파트, 정윤회가 밥먹던 음식점, 정유라가 다니던 학교, 올림머리 미용실, 태블릿PC가 발견됐던 사무실 등 최순실과 관련된 국정농단의 현장을 답사하며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제시한 악의 일상성과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을 성찰해 보았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탄핵선고가 있던 3월 10일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순국 79주기이기도 했다. 중국에까지 소문났던 압구정의 풍광과 맑은 물이 깊었던 청담동 땅을 온통 헤집어놓은 최순실을 아는 것은 곧 박ㄹ혜를 사정하기 위한 도구가 된다. ‘지인’ 최순실과 한몸으로 대통령 박ㄹ혜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헌재의 파면사유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26 : http://www.hankookilbo.com/v/681bdf95ccce469b9462cfbb24615a03
관련기사27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31&newsid=01400566615862992&DCD=A403&OutLnkChk=Y
관련기사28 :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42694
관련기사29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3/10/0200000000AKR20170310071100004.HTML?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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