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2일 목요일

가당한 인권?

… 대략 9시 50분쯤이었을 것이다.
시민청 강의시간에 늦지 않으려 서둘러 들어가는 길에 얼핏 우편을 보니 어떤 사람이 시청역 ⑤번출구 통로벽에 초록색 페인트로 인권 어쩌구 하는 제법 큰 글씨를 쓰고 있었다.
순간 기분이 상했다. “인권도 좋고 자기 주장도 좋지만 공공시설에 낙서나 하고 뭐하는 짓이람!” 짜증이 났다.
… 2시간 후 수강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보니 아까 그 사람이 아직도 낙서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런 멍텅구리… 그리고 비로서 눈치 챘다. 서울시와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가 공동주최한 세계인권선언 65주년 기념 인권캠페인 설치미술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이제석씨의 작품이란다.


“인권을 보호합시다. 인권보호는 말로 하는게 아닙니다. 나부터 행동으로 실천합시다.”
지당한 말이다. 근데 웃기는 말이다. 현병철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는 망가진 지 오래고, 검찰총장 모가지도 단칼에 날아가는 판에 이명박그네 정부를 지내오면서 우리 사회에 무슨 인권이란 말인가.
프랑스 국민의회가 인권선언을 발표한 지 224년 가량이 지났고,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것이 65년이 넘었지만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위한 배려는 미미하기만 하다.
개선개입과 그 은폐나 밀양 송전탑, 철도민영화, 쌍용자동차, 인권 같은 가치를 잘못 얘기했다간 종북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역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올 때는 알아기어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것일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