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4일 화요일

페르귄트

인천은 크고 산만한 도시였다. 산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고, 숲은 빈약했다. 도시 전체가 뿌리를 드러내고 출렁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끊임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듯한 신도시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특구들은 사막처럼 황폐해 보였다.(p97)

모든 장례는 아침에 치러진다. 산 사람들은 죽은 사람과 함께 이틀 밤을 지새운다. 그리고 동이 트길 기다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길을 함께 떠난다. 이틀 동안의 밤과 새벽. 그것으로 끝이다. 산 자들은 이곳을 떠나고, 죽은 자만이 남는다. 이곳은 죽은 자들의 땅인 것이다.(p92)

설 명절을 앞두고 들려온 부음. 꺼이꺼이 서럽게 울어대는 친구 녀석의 꺽어진 등허리를 들여다보며 연거푸 소주잔을 비워냈다. 돌아와선 김영래의 「떠나기 좋은 시간이야 페르귄트」를 읽었다.

우리들의 삶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보냐만 우리에게 내려진 재앙이 축복은 아니라 해도, 그래도 삶이 가져다 주는 은혜로움의 일종이라는 것을 깨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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