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 일요일

‘거꾸로 읽는 동두천사’ 전시연계 역사유적탐방

어제는 동두천시 지행동, 광암동, 보산동, 상봉암동 일대를 탐방했다.

지행역 인근 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에서 파견작가들의 동두천역사문화공원추진을 위한 기금마련展 작품을 감상했다. 「숲은 어린 짐승들을 기른다」라는 전시 표제에서 얼마전 읽은 유키코 노리다케의 키큰이 책 「형제의 숲(Forêt des frères)」을 떠올렸다.

광암로17번길을 달려 턱거리마을로 이동했다. 캠프 호비 정문 왼편의 담벼락길에서 1971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여성의 묘 앞에 섰다. 비문은 글자가 흐릿하고 띄어쓰기도 이상한데 대략 이런 내용이다.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마침표를 넣어 보았다. “SOONJA REYNOLDS DIED 7 FEB 1971. MY LOVE REST IN PEACE AND THINK OF ME FOR. I AM THINKING OF YOU FOREVER. AND OUR HEARTS ARE JOINED TO GET HER. 박순자 가지 말아주오. 1971年 2月 9日.”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겨운 기지촌을 떠나 미군병사 레이놀즈와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던 순자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한 군인의 애달픈 순애보가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마음을 적신다.

단일 궁궐로 보면 경복궁이 가장 규모가 크지만, 창덕궁과 창경궁을 합한 동궐의 면적은 북궐을 넘어선다. 순자묘소 앞 담장 너머는 430만평을 자랑하는 캠프호비(Camp Hovey)다. 인근의 캠프케이시(Camp Casey) 역시 430만평 규모로 이 둘을 합치면 무려 860만평이 된다. 미군의 해외 단일기지 가운데 세계 최대규모로 알려진 평택 캠프험프리스(Camp Humphreys)의 450만평 규모를 가뿐히 압도한다. 동두천시는 현재 시 전체 면적의 42%인 40.63㎢(1천2백3십만평)를 미군측에 공여하고 있다.

캠프호비 동편의 순자묘(광암동 산 92-8). 50여년 전의 사부곡(思婦曲) “순자 레이놀드 1971년 2월7일 사망하다. 내 사랑 평화롭게 쉬기를, 그리고 날 기억해 주오. 우리의 마음은 결합돼 있고 나는 영원히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니, 박순자 가지 말아주오. 1971年 2月 9日.”

길을 돌아 나와 쇠목교4거리에서 쇠목계곡으로 향했다. 산촌농원으로 들어가는 작은 삼거리에 ‘주한미군 공여지 반환운동 기념비’가 있다(광암동 87-7). 1996년 3월에 주한미군이 사유지에 어떤 협의나 동의도 없이 미8군 탱크사격장으로 사용하겠다며 과녁용 구형탱크를 밭에 가져다 놓았다. 이에 쇠목마을 주민과 동두천민주시민회의 격렬한 저항을 초래했고 결국 1998년 우리나라 최초로 600만평의 공여지를 반환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전국의 주한미군기지가 있는 지역마다 공여지 반환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쇠목길을 따라 ‘쇠목마을 미군공여지 반환운동’ 당시 미군탱크의 마을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쌓아 만든 몇 기의 돌탑(해원비)이 주욱 서 있다.

쇠목 공여지 반환기념비(동두천시 광암동 87-7). 이곳은 1996년 우리나라 주한미군공여지 반환운동의 시발점이다. 2005년 7월16일 세워진 기념비는 새의 등에 촛불이 올려진 형상이다. 불꽃의 세로글씨는 故신영복 교수의 쇠귀체.

1992년 10월28일, 26세의 기지촌 여성이 미육군 제2보병사단 케네스 마클(Kenneth Lee Markle Ⅲ) 의무이병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윤금이의 죽음으로 미군범죄와 불평등한 사법처리 문제가 불거지며 사회일반의 인식전환을 가져오고 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동력을 얻게 되었다. 2001년 4월, 결코 충분하지 않지만 살인, 강간, 유괴, 마약거래, 마약생산, 방화, 흉기휴대 강도, 폭행·상해 치사, 음주운전 치사, 뺑소니 등 12개 중대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점이 재판종료 후에서 기소시점으로 앞당겨진다는 내용을 포함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이루어졌다.

30여 년 전 사건현장(보산동 431-50)은 현재 철공방이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사찰 아래에는 사하촌(寺下村)이나 절골, 사동(寺洞), 탑동(塔洞) 등이 번창하고, 향교나 서원 소재지에는 향교촌(鄕校村), 서원촌(書院村)이 들어서는 것이라면 軍기지 주변에 기지촌(基地村, military camp town)이 생활권을 형성하는 것은 지극히 기계적인 물리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미군뿐만 아니라 문무 신라와 연합했다는 정방 당군이나 선조 조선을 원조왔다는 天兵 명군처럼 어쩌면 이 땅에 외국군대가 주둔한 자리는 대개 그러했을 터. 일본군위안부만 생각해 오다가 대뜸 미군위안부라는 개념을 맞닥뜨린 충격이 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동두천시 상봉암동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쪽에서 바라본 옛 성병관리소. 본관 앞쪽에 감시용 초소가 보인다.

소요산역 1번출구를 나와 ‘홍덕문 추모비’가 있는 5거리를 지나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으로 향하는 우측(남쪽) 도로를 올라가기 전에 철망 등으로 통행을 봉쇄한 곳을 만나게 된다. 구역 안쪽으로는 천막과 차양막 등으로 덮어놓은 건물이 보이는데 얼핏 봐서는 용도를 짐작할 수 없다. 이 수상한 건물의 이름은 옛 성병관리소다. 멀리서나마 정면으로 보기 위해선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데크길을 이용해야 한다.

1965년 양주군 조례에 따라 동두천에 처음으로 설치된 성병관리소가 1973년 2,000평 부지의 현 위치로 이전하며 2층 막사가 세워졌다. 이 ‘언덕 위의 하얀 집’의 성격은 성병검진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기지촌 여성들을 끌고와 감금하고 학대했던 ‘낙검자수용소’다. 미군들은 ‘Monkey House’로 불렀다는데, 다분히 동양인 폄하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페니실린 투여량으로 사망한 여성이 많았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1996년 3월 폐쇄된 이곳은 동두천시가 신한대학(구 신흥대학)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하면서 현재 철거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옛 성병관리소의 평화적 전환과 활용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학계·문화계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근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거꾸로 읽는 동두천사’ 전시연계 역사유적탐방 참가자들(2024.6.24. 오후 2~5시). 참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김대용 대표님은 學자나 勝자, 官이 아닌 저항하고 기억하는 民에 의해서 역사가 진보한다고 믿고 있다. 기억되지 않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과 같으며 다시 반복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우중에도 차량 운전을 해주신 고경환 선생님과 연대의 힘을 보여준 여러 작가분들께 고마움 전한다. 역사의 필연은 종종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러하다.

2024년 6월 16일 일요일

금곡홍유릉상점가상인회… 제3회 상상더이상 금곡 페스티벌 개최

제3회 상상더이상 금곡 페스티벌 개최
남양주시 금곡홍유릉상점가 상인회 주최, 지역 상권 활성화에 이바지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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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홍유릉상점가상인회(회장 이희문)가 ‘2024 제3회 상상더이상 금곡 FESTIVAL’을 개최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이날 페스티벌은 다양한 체험 부스, 먹거리 부스, 상인회 부스, 지역공동체 홍보부스와 각종 공연, 경품 등을 마련해 풍성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선보였다.

오후 5시 무렵부터는 취타대를 앞세운 어가행렬이 이석영광장을 출발하여 금곡로를 행진하며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금곡 페스티벌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시장경영패키지 지원사업’ 및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에서 추진하는 ‘경기도 작은축제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추진되었다.

15일 오후, 종로와룡대취타보존회(단장 이춘화) 단원들이 금곡홍유릉상점가 일원을 행진하며 전통 취타대 공연을 펼쳐 주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15일, 금곡 FESTIVAL 취타대 공연을 마친 종로와룡대취타보존회원들이 리멤버1910 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동아시아의 선종사원과 양주 회암사지」 학술대회

월말에 원내 학술동아리에서 사찰건축에 대해 발표를 한다.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을 듯하여 「동아시아의 선종사원과 양주 회암사지」 학술대회를 청강했다. 회암사는 12세기 이전부터 고려 유력 사찰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나말여초를 거치면서 경사진 지형조건에 맞춘 배치상의 변화와 13~14세기에 온난한 기후에서 한랭해진 기후에 대응하여 온돌이 확산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15~16세기에는 상왕(이성계)의 행궁 영역이 조성되고, 보우는 문정왕후의 후원으로 대대적인 중수를 이뤄냈다. 250쪽에 달하는 두툼한 컬러 자료집이 양주 회암사지 현장답사에 대한 욕구를 불러온다. 여주 신륵사 조사당의 지공-나옹-무학으로 이어지는 선승의 진영과 계보도 다시 살펴보고 싶다.


절집은 전통건축물 가운데 살림집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신중단-보살단-불단으로 위계화된 사찰 전각의 의미와 다양한 불교미술품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HZ로 인한 왼팔뚝의 통증으로 낮동안 잠깐씩 앉아 휴식하는 꾸벅거림이 밤시간에는 어김없이 긴 불면으로 교환되면서 처리해야 할 업무와 작성해야 할 기사문이 밀려 있다. 그럴듯한 PPT를 생산해야 하는 과제까지 더해졌다. 오늘밤도 너튜브 수면유도 빗소리 스탠바이~ 외줄에 매달린 악착보살의 일념으로 용맹정진~


2024년 6월 13일 목요일

「한국문학통사」, 「실사구시의 한국학」

지난 5월21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제5회 한국학저술상 선정도서 2종을 무료로 나눔(선착순 50명)한다는 공지를 냈었다. 혹시나 하고 신청했었는데, 오늘 택배로 수령했다.
한중연의 ‘한국학 저술상’은 고서점 통문관(通文館)의 창업주인 산기(山氣) 이겸로(1909~2006) 선생의 유지를 이어 설립된 ‘재단법인 산기’의 후원으로 2020년 처음 제정됐다.
임형택 교수의 「실사구시의 한국학」(지식산업사, 2005), 특히 조동일 교수의 「한국문학통사」(지식산업사, 2005) 시리즈는 오랫동안 탐내왔었는데, 소비지출에서 책값이 점유하는 비율을 대폭 낮춰야 하는 처지에서 보면 대단한 횡재라 할 수 있다. 인사동 나갈 때 통문관에 들러봐야겠다. 감사한 마음으로 탐독하겠습니다.



2024년 6월 10일 월요일

김광섭 vs. 김광균 vs. 김광림 vs. 김광규

김광섭, 김광균, 김광림, 김광규… 이 시인들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로 유명한 이산(怡山) 김광섭(金珖燮, 1905.9.22~1977.5.23)은 「생의 감각」에서 고협압으로 쓰러졌다가 소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삶의 의지를 노래했다.

우사(雨社) 김광균(金光均, 1914.1.19~1993.11.23)은 「와사등」에서 도시문명의 쓸쓸함과 방향감각 상실을 그리고 있다. 납북된 동생을 대신해 무역회사 ‘건설상회(건설실업)’를 경영한 기업가이기도 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추일서정),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외인촌),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설야) 같은 시구가 떠오른다.

독문학자 김광규(金光圭, 1941.1.7~ )는 「대장간의 유혹」에서 플라스틱과 같은 무가치하고 몰개성적인 삶을 반성하고, 시퍼런 무쇠 낫과 같은 진정성 있는 삶의 회복을 열망하고 있다. 「작은 사내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널리 알려져 있다.

김광림(金光林, 1929.9.21~2024.6.9)의 본명은 김충남(忠男)이다. 김광균의 ‘光’과 김기림의 ‘林’에서 필명 ‘光林’을 지었다고 한다. 1950년대 장교 복무시절 외출을 나올 때마다 보급품 박스 속에 있던 양담배(럭키스트라이크) 은박지를 모아 화가 이중섭에게 전해줬다. 그래서인지 「이중섭 생각」 연작시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시인은 국내에서 가장 평균소득이 낮은 직업군으로 꼽히곤 한다.
슬픈 천명(天命)…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역시나 쉽게 씌어지는 시는 부끄러운 것인가 보다.


2024년 6월 5일 수요일

영유만(迎油灣) 정관예우(精管禮遇)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가 합계출산율(TFR, Total Fertility Rate)이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돼 또 한 번 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서울은 0.59명으로 가장 낮았다.

성인문해 사회 과목에서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은 주요한 학습과제가 된다.
정·난관 복원시술비 지원(서울시), 케겔운동 캠페인(서울시의원), 스마트 자가정자진단기 배포(대구시), 여아 조기입학(한국조세재정연구원), 노인 은퇴이민(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타개하는 국가기관의 대책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2학기엔 ‘자원의 이동과 가치 변화’ 단원도 다루어야 하는데, 이삼일 사이에 영일만(迎日灣)이 영유만(迎油灣)이 되었네. 나라가 요지경 속이다. 까스!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