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이수역 7번출구, 골든시네마타워 12층 아트나인 0관.
어제저녁엔 한국다큐멘터리네트워크(KDN)가 준비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를 관람했다. 1인칭 관찰자인 ‘나’는 2002년 금강산 관광길에서 처음 재일조선인을 만나면서 호감이 발동하여 그로부터 18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60만 在日朝鮮人 76년의 역사를 충실하게 그려낸다.
2차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자국에 남은 한국인들의 일본국적을 박탈하고, 강점 이전의 국호를 따와 ‘조선적’을 부여했다. 재일동포의 국적은 1990년대 이후 일본적>한국적>조선적 순으로 고정됐다. ‘북한적’이라는 행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적은 일본 귀화인을 말하고, 한국적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뜻이다. 朝鮮籍은 국적이라기보다는 민족적 귀속을 나타내는 기호다. 제국주의 일본에 병탄당한 옛 조선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이유는 조국의 분단을 인정하지 않고 그렇다고 조국을 침략한 일본 국민이 되는 것도 거부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항일운동 전력이 있는 지도자가 통치하는 북녘과 관동군 장교 출신이 군림하는 남녘의 상황도 조선적 유지에 한몫 했다. 조선적 동포들은 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 소속이 많다. 이들은 특별영주권을 부여받아 일본땅에 거주하지만 일종의 ‘난민’ 취급을 당하면서 참정권, 교육권 등 여러 면에서 사회적 제약이 심하다.
영화는 “1945년 광복 이후 7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재일조선인 그들이 받는 차별의 고통은 과연 끝났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일본 유학생을 엮은 간첩조작사건과 그 피해자들의 사례를 담아 극단적인 남북대립의 상황에서 이용당해 온 재일조선인의 기구한 사연을 드러내고자 기획한 「간첩의 탄생」 프로젝트가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과 차별 문제로 확대되어 인간 존엄에 대한 울림으로 재탄생했다.
엔딩 크레딧까지 약 100분 소요. 상영 후에는 김철민 감독(게스트), 나바루 감독(모더레이터)이 대담하는 GV시간이 이어졌다. 10시까지 약 50분 동안 12월16일자 KDN응원시사회 오픈채팅방을 통해 10여 개의 질문이 쏟아져 관객들의 높은 관심과 열기가 표출됐다.
1990년대 보통의 국가(普通の国)를 지향하며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떳떳하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개헌론이 다시 등판하고, 넷우익의 번식과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의 결성 등 가해자들의 뒤틀린 죄책감과 열등감이 폭주하면서 우파로 급격히 회귀하는 일본 내 정치경제적 변동과 ‘혐한’의 총체적 백래시의 혐오타깃은 재일조선인과 위안부 피해자, 일본인 납치문제, 역사교과서, 독도 문제, 반일 시위 등으로 모아졌다. 재일조선인 6세까지 나오는 시대이건만 차별과 불관용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한편, 지난 10년 새 조선학교(유치부·초·중·고)의 학생수는 40%나 줄었다.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무상교육에서 배제하면서 하락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재일조선인이 유지해 온 민족 정체성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자이니치(ざいにち·在日), 조센징, 범죄자, 김치놈, 야생동물, 고키부리(ゴキブリ·바퀴벌레)라는 일본(인)의 혐오에 더해 어느 편인지를 분명히 하라는 남한과 북조선 2개 조국의 양자택일 강요 속에 여전히 ‘조선사람’이란 정체성을 지켜내면서 조국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으로 부조리에 저항하는 동포에게 깊이 공감하며 특별한 응원을 전한다. 그러나 응원만 하고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남한과 북조선, 38선 이남과 이북이 모두 달라져야 한다. 이국땅에서 차별당하고 박해받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가장 큰 위로와 선물은 조국의 평화롭고 자주적인 통일일 테니까. 남녘과 북녘은 서로 도우며 힘이 돼주어야 한다. 마치 조선학교 운동회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강륭세 학생을 동무들이 도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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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12월9일 개봉했는데, 15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하면서 상영관 확보(특히 평일 저녁시간)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스러운 표몰이에 힘을 보태야겠다. 초대해준 김철민 감독님, 애쓰셨고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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