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렬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의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입니다.
지난해 3월 ‘묵주기도의 기적’ 이후 김 신부님의 두 번째 글을 인용합니다.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습니다.
김 신부님은 현재 천주교청주교구 상당지구 서운동 성당(예수 성심)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계십니다.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지금은 전국의 나병 환자 마을이 많이 없어졌지만, 제일 유명한 곳이 소록도이죠?
저는 신학교 두 방학을 소록도에서 보냈어요.
큰 가방 하나를 들고 소록도의 비탈진 길을 오르는데,
처음에는 정말 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팔다리가 하나도 없는 나병 환자였어요.
배에 타이어 반으로 자른 것 대고, 팔꿈치로 기어가고 있는 거였어요.
“아저씨 어디 가세요?” 하며 얼굴을 보니 더 흉칙했어요.
구멍만 뻥뻥! 코도 없어진 지가 오래되었죠.
저 위에 성당에 기도하러 가신대요.
목에는 묵주를 감고 계셨죠.
그래서 “아저씨,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안아드리면 안 될까요?
전 신학생입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오늘 천사를 만났다고 고마워하셨어요.
다른 사람은 5분이면 갈 거리를 이분은 지렁이처럼 기어가니 3~40분이 걸렸죠.
게다가 비탈길에 눈이 오면 열심히 올라가다 배에 있는 타이어가 죽 미끄러지고….
그분 성함이 스테파노셨어요.
산 중턱에 공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어느 날 저도 기도하러 그 공소를 들어가려는데,
공소 밖에서 스테파노 할아버지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도하고 계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왜 못 들어가셨어요?”
세상에, 문고리를 열 손이 있어야 문고리를 열죠.
다른 때 같으면 머리로 몇 번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문을 열어 주었대요.
그런데 그날은 너무 추워서 기도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그 닫힌 문을 머리로 열려고 하다 머리가 터져 얼어붙은 거예요.
그래서 밖에서 여기가 1처겠다, 2처겠다 하면서
혼자 배로 기면서 14처를 하고 계셨어요.
“아이구, 아저씨 저랑 같이해요.”
정말 아기 몸뿐이 안 되는 아저씨를 품에 안고 함께 14처를 했지요.
나중에 제가 신부가 되고
어느 날 소록도에 계시는 수녀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스테파노 할아버지 아시죠?”
“네, 잘 알죠.”
“지금 위독하신데 자꾸 신부님을 찾으시는데 오실 수 있으실까요?”
밤에 차를 몰아 소록도까지 갔어요.
“할아버지 눈 떠보세요. 저 왔어요.
왜 빨리 천당 못 가시고 힘들게 계세요. 이제 가셔도 돼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대요.
“신부님, 저는 평생 이 몸뚱아리 가지고 살았어요.
소록도 바위에서 자살도 5번이나 시도했는데
모진 목숨이라 하느님이 살려주셨지.
난 주님을 안 후 몸 성한 사람이 부럽지 않았어.
그런데 부러운 것이 손가락 두 개만 있어서,
내 손으로 묵주 한 번 굴려보았으면!”
그분은 팔꿈치에 고무줄을 걸고 거기에 나무를 입으로 끼어,
땅바닥에 묵주를 펼쳐 놓고 하나하나 집어가면서 기도하셨죠.
자기는 손가락 5개도 필요 없대요,
하나는 걸고 하나는 돌리는 손가락 2개만 있으면 족하대요.
그러면서 “신부님, 나 죽으면 청년 시절처럼 부활시켜 주실까요?
천국에서는 내 손가락으로 묵주기도 할 수 있을까요?
신부님 입을 통해 확인받고 싶어 못 죽고 있어요.”
“암, 그럼요, 깨끗한 몸으로 바꿔 주실 거예요.”
언제가 그분의 빛바랜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잘생기고 준수한 청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럼, 안심하고 가겠습니다.”
마지막 강복을 받고 스테파노 할아버지는
제 품 안에서 아이가 잠자듯 숨을 거두셨죠.
일주일이 지났을까?
제가 꿈을 꾸는데 꽃밭 한가운데 있었어요.
순간적으로 여기가 천국이구나 생각했죠.
별의별 꽃이 다 있었어요.
그런데 저쪽에서 누가 막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는 거예요.
가까이 올수록 어디서 뵌 분인데?
다시 보니 그 흑백사진에 스테파노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인 거예요.
손가락마다 묵주를 칭칭 감고 나를 끌어안으면서
“신부님, 손가락이 10개 생겼어요.”
여러분들 꿈에서 울어본 적이 있으세요?
그 양반을 끌어안고
정말 “성모님 우리 아저씨에게 손가락을 10개나 주셨네!
이제는 아저씨 손가락으로 묵주기도 드릴 수 있겠네!”
그분은 하느님을 체험하고 난 다음 숨이 끊어질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그 별만을 바라보면서 한눈팔지 않고,
비록 몸뚱이는 짐승 같고 배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처참한 몰골이었지만,
그분은 성인이셨어요.
제가 이 세상 살면서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
바로 스테파노 할아버지예요.
나도 저분의 신앙 백 분의 일이라도 닮자,
그러면 나도 성인 사제가 될 수 있다!
여러분들, 묵주 알을 굴릴 수 있는 손이 없으십니까?
성당 문턱을 넘어설 수 있는 발이 없으십니까?
†얼마나 여러분들이 은총 가운데 부자인지 모릅니다.
†우리들이 짊어진 등의 짐은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습니다.
끝까지 용기 잃지 마시고
희망을 갖고 정진하시면 언젠가는 밝은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즐건 마음으로 작은 일이라도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도록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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