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8일 화요일

하는 말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말은 크고 높았다. …말은 기름진 뱀과 같았고, 흐린 날의 산맥과 같았다. …말은…똬리 틈새로 대가리를 치켜들어 혀를 내밀었다. 혀(=말)들은 맹렬한 불꽃으로 편전의 밤을 밝혔다. …말들은…보이지 않는 산맥으로 치솟아 시야를 가로막고 출렁거렸다.

오랜만에 「남한산성」을 펼쳐 보았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를 잇는 역사소설의 첫 단락 처음 6개 문장의 주어가 ‘말’이다. 가히 「말의 노래」라 할 만하다. 작가는 ‘하는 말’을 통해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라고 적었다. “말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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