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3일 일요일

제국의 비애

지난주에는 하계 창의체험 활동으로 대한제국의 흔적을 쫓아보았다. 경운궁은 월산대군의 사저로 시작하여, 환도한 선조의 시어소(정릉동행궁), 인목왕후의 유폐지(서궁), 인조의 즉위지(즉조당)를 거쳐 고종이 자주 독립국임을 대외에 선포하면서 제국의 정궁이 되었던 곳이다.

인화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중화문을 바라보며…

단청 없는 2층집 석어당의 소박함과 다양한 동식물 문양으로 꾸며 놓은 정관헌의 이국적 풍광 사이로 야영지에 있어야 할 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나다녔다. 덕홍전, 정관헌, 석조전의 오얏꽃문양을 확인하면서 조동탁의 「봉황수」 시구를 떠올리는데 망국의 설움이 전이되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광장 건너 Westin Josun호텔의 정원 조경물쯤으로 전락한 환구단 터를 걷다 보니 목은 선생이 부벽루에 올라 돌계단에 기대어 휘파람 불던 심정을 헤아릴 것도 같다.

1946년 석조전에서 열렸던 미소공동위원회와 남북분단의 고착화를 되새겨보았다.

이러매도 중립외교, 국권침탈, 자주독립 주제어 학습에 열중했다. 제국의 법궁인 경운궁은 1904년의 대화재와 일제의 의도적인 훼철로 뭔가 많이 허전하고 텅 빈 느낌이 든다. 태풍 카눈이 몰고 온 장대비 속에서도 공부에 대한 열정을 실천한 고령의 어머님들이 참 고맙다. 이번주 창체수업엔 명동성당과 명동일대를 답사한다. 

광무황제는 1899년 환구단의 북쪽에 3층 팔각정 황궁우(皇穹宇)를 건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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