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이화 선생의 기일인 3월18일, 3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다. 선생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별호가 ‘역사 할아버지’였다고 한다.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 이야기」 시리즈. ○○○ 안에는 집 그릇 발효 명절 관혼상제 뒷간 지킴이 도깨비 인쇄 천문학이 있다.
폭폭하다.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추모영상 속 몇 구절로 기리는 마음을 대신한다.
…그를 키운 건 학교와 연구실이 아닌 민중과 함께 부대낀 거리였다. 그의 발길은 우리 민족이 걸어온 숱한 고난과 역경의 현장에 닿아 있었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역사에, 왕의 역사가 아닌 백정과 노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건 그가 바로 민초였고 민중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한국통사 22권은 왕조사와 정치사가 아닌 백성의 이야기이자 민중의 역사, 새로운 한국사였다. 역적의 누명을 벗겨내고 억울한 죽음의 한을 풀어내고 그들의 명예와 인권을 되찾고 귀 막은 권력자들에 맞서 민중의 역사를 기록한 그는 맨손의 투사이자 역사운동가였다.
생활력은 빵점인 남편이지만 다정한 아버지였고 어린이들에겐 유쾌한 역사할아버지로 살아온 그는 길 위의 역사가이자 진정한 민중사학자였다. 이이화 선생님, 편히 쉬십시오.
――――――――――――――
이이화 선생 3주기 추모식 열려
민중과 함께 부대낀 진정한 길 위의 역사가 추모
변자형 기자 | 승인 2023.03.19 19:58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229
재야 역사학계의 거목 이이화(李離和, 1936~2020) 선생 3주기 추모식이 18일(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추모식은 역사 학술단체와 동학 관련 단체, 고교 동문, 유가족, 일반 시민 등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사, 추모공연, 헌화와 유고집 증정, 감사인사 순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전봉준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두관 국회의원은 개회사에서 “역사 대중화에 큰 업적을 남긴 선생은 어려운 시기마다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일에 앞장서 왔다”며 “선생이 남긴 정신을 실천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18일(토) 오후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이이화 선생 3주기 추모식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추모영상(4:13)이 상영되고 있다.
주영채 회장(동학농민혁명유족회)은 “선생은 혁명 100주년인 1994년을 전후하여 동학정신 현양에 매진해 재단과 유족회 창립에 헌신했다”면서 “진정한 명예혁명으로 자리매김하는 날까지 척양척왜(斥洋斥倭)의 동학사상과 민족통일 완성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추모사를 전했다.
조희연 교육감(서울시)은 “이 땅의 변방, 약자와 함께 부대껴온 삶에서 벼려진 날카로운 시각은 늘 귀감이 되었다”며 “어느 때보다 역사의식이 중요한 시점에 선생의 빈 자리를 채우는 일은 후학의 몫이 되었으니 더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모식에서는 선생을 기리는 추모공연도 이어졌다. 김연 명창은 “조상님들이 광명천지에 공명정대한 세상을 이미 소리 속에 넣어놓았더라”며 「사철가」와 「심청가」 中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열창했다.
노관우 밴드(보컬 박상훈)는 항일음악 330곡집(노동은 著)에 수록된 「새야새야 파랑새야」 「광복군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편곡해 선보였다.
▲故 이이화 선생의 기일이기도 한 3월18일 오후,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3주기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아래는 교유서가에서 발간(2020)한 선생의 유고집 「동학농민혁명사」 3권 세트(사진=성남역사문화답사회 손병주 회장 제공).
짧은 추모강연에 나선 배항섭 교수(성균관대)는 “선생이 바라본 민중사는 단순히 억압과 저항·투쟁으로만 양분하지 않은 결이 다른 민중사였다”고 추억하며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시점에 선생의 민중을 바라보는 남다른 감각을 조명하는 제대로 된 자리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氏(이이화 선생의 부인)는 “남편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없는 사람을 불리하게 만드는데 머리가 돌아간다”고 말해 왔다면서 “좀 더 친절하지 못하고 돈 많이 안 갖다준다고 투덜댔던 것이 참 미안하다”며 담담하게 속마음을 전했다.
감사인사에 나선 임헌영 소장(민족문제연구소)은 “지금 故 박현채 선생 등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계실 듯하다”면서 “일본의 악독함을 정부에 제대로 알리고 더욱 힘차게 촛불을 들어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중석 前이사장(역사문제연구소)은 “세상 좋은 인간미와 어린애 같은 웃음으로 기억되는 선생이지만 최근의 한일관계를 아시면 관에서 벌떡 일어나실 듯하다”며 “두렵고 험악한 시대에 선생의 유지를 이어나가자”고 독려했다.
단체 기념촬영으로 추모식을 마친 참석자들은 이이화 선생이 건립위원회 이사장으로 제막을 주도했던 전봉준 장군 동상 앞(서울 지하철 종각역 사거리)까지 이동해 민속문화연구회 탈(성공회대 학내 동아리)의 풍물공연과 함께하며 추모행사를 마무리했다.
2023년 3월 27일 월요일
이이화를 키운 건 민중과 함께 부대낀 거리였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