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1일 월요일

낙마(落馬)

며칠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진 마광수(1951∼2017) 전 교수. 삶이 부정당하는 현실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견디기 힘든 생채기를 내었을 것이다.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2년 10월, 고인은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 1992년 8월 출간한 장편 <즐거운 사라>(청하) 때문이었다. 1998년 복직되었으나 2000년에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마 교수가 주장하는 성담론엔 동의하지 않지만, ‘들 야(野)’자에서 ‘야하다’의 어원을 찾는 그의 재능이 헨리 밀러보다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클럽댄서 사라로 등마(登馬)하고 여대생 사라로 낙마(落馬)한 자유주의자 마광수는 <운명>(사회평론, 1995)을 통해 주역(周易)에 대한 나름의 독창적인 해석을 선보이기도 했다.


수많은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맹목적으로 억압된다면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존 스튜어트 밀의 말처럼 ‘우리가 어떤 의견을 반박하고 반증할 수 있는 자유를 완전하게 지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의견이 진리라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는 조건’이 된다.

아직 금서(禁書)의 딱지를 떼지 못한 <즐거운 사라>의 중고거래가가 20만원을 넘었다는 뉴스다. 뒤늦은 위안이 될까. 마 교수의 영면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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