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6일 화요일

무어의 불필요한 침공

DDP 맞은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3·14번 출구, 굿모닝시티 9층… 메가박스 동대문점은 처음이다. 오전에 2시간에 걸쳐 마이클 무어의 신작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 시사회를 관람했다. 서울, 강원, 세종, 충북, 광주 교육감들이 늦게 입장하는 바람에 10분 넘게 지연 상영됐다.

1월 2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결코 이겨본 적이 없는 미군을 대신하여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가 성조기를 둘러메고 유럽 정복의 길에 나선다.
8주 유급휴가와 13번 월급이 보장된 이탈리아, 최고급 학교급식이 제공되는 프랑스, 숙제와 표준화된 시험이 없는 핀란드, 무상 대학교육의 슬로베니아, 침략의 과거사를 반성하는 독일, 마약에 대한 처벌 없는 무상의료 시스템의 포르투갈,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지원하여 최저 재범률을 기록 중인 노르웨이를 총성 없이 차례로 접수해 나간다.
스웨덴, 덴마크, 이란, 브라질, 르완다를 건너뛴 다음…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무료 여성보건소와 낙태수술을 운영하는 여권신장의 튀니지,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고 이사회·의회의 절반이 여성인 양성평등의 나라 아이슬란드까지 수월하게 점령해 나가던 무어는 자신이 뺏었다고 생각하는 유럽 9개국의 이 모든 장점들의 발상과 원조는 기실 조국인 미국이었음을 문득 깨닫는다. 침공은 불필요했던 것이다. 미국은 이제라도 유실물센터에 들러 잃어버린 가치들을 찾아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성별·인종·종교를 떠나 교육·의료 등의 분야에서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 자기만이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가 리먼 시스터즈였다면 어찌 됐을까 등등…
기본적으로 미국과 미국인을 위한 영화지만, 생각해봐야 할 화두가 깊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모든 면에서 과거로 회귀하며,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작금의 늙어버린 대한민국 현실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어 한숨이 나왔다. 부조리한 상황에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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