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계지도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왼쪽부터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로 전개된다. 중국이나 일본도 한국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의 세계지도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로 표시된다. 이런 시각에서 한국은 근동ㆍ중동ㆍ극동의 연장선에서 동북아시아로 표현된다.
우리는 북동쪽ㆍ북동풍(높새바람)이라고 말하지, 동북쪽ㆍ동북풍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헌데 우리의 지리적 위치는 북동아시아가 아닌 동북아시아로 일컬어진다. 아무래도 서양식 방향감각에 길들여진 탓이리라. 고대 동부 지중해 연안의 헤브라이, 페니키아, 히타이트 같은 국가들도 ‘오리엔트’라고 명명해서 유럽적 사고관을 드러내고 있다. 방향감각으로 표현되는 피아 구분은 자기정체성 확인의 문제다. 하여 자연지리적으로는 북동, 인문지리적으로는 동북이라고 쓰면 대충 맞겠구나 하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본다.
초등 6학년 1학기 사회 과목에는
우리 국토의 위치와 영역이라는 소단원이 있는데,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그려놓고는
대륙을 발판으로 삼아 해양으로 진출하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느니, 이런
위치적 장점을 이용하여 인천 국제공항은 승객 환승과 물류 운송 부문에서 동북아 중심 공항으로 성장했다느니 하는 멘트가 덧붙여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월드 탑 에어포트를 가카께서 그토록 매각하려는 이유는 뭘까.)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정말 시각이 달라진다. 우리는 북쪽을 올려보는 습관에 익숙하지만, 13세기 몽골제국이나 지금의 중국ㆍ러시아 입장에서 남쪽을 내려다보면 왼쪽이 동방, 오른쪽이 서방을 의미하게 된다. 구형의 지구를 평면에 펼쳐놓은 것이 지도이므로 어디를 중앙에 놓고, 어느 쪽을 위로 정하느냐에 절대적 기준이란 없다.
지도만 놓고 보면 교과서의 워딩대로 북쪽은 중국ㆍ러시아를 통해 대륙과 연결되어 있고, 남쪽은 해양으로 열려있다.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세계사의 흐름이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해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반드시 태평성대를 구가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많은만큼 리스크의 세기도 강한 것이 작금 한국의 상황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