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3일 목요일

동백꽃 지다

김유정의 단편 농촌소설 「동백꽃」(1936)의 공간적 배경은 강원도 산골마을입니다. 소설에서 묘사된 ‘동백꽃’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산동백’이라고 부르는 생강나무 꽃입니다. 생강나무는 이른 봄에 노란 꽃을 피우는데 이것을 강원도 방언으로 ‘동백꽃’이라고 합니다. 소설에서 향토적 서정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 ‘노란 동백꽃’은 1인칭 주인공 ‘나’와 점순이 사이에 생겨난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소재입니다. ‘나’가 아찔해진 것은 동백꽃 내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사춘기에 접어든 ‘나’가 점순이에게 느낀 어떤 미묘한 감정 때문입니다.

4.3사건을 최초로 전면에 제기한 현기영의 중편 액자소설 「순이삼촌」(1978)에서는 멀구슬나무, 청미래덩굴, 실거리나무, 음나무가 희생자들의 한과 억울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순이삼촌」 이후 오랫동안 잠겨있던 제주 4.3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예술작품이 강요배 화백의 4.3항쟁 기록화 연작 「동백꽃 지다」(1992)였습니다.

쉬는 시간에 색종이로 붉은 동백꽃을 몇 송이 접어보았습니다. 소복한 하얀 눈밭에 피어난 듯한 빨간 꽃송이의 극적인 색채 대비가 어두웠던 지난날, 비극의 서사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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