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기나긴 밤이었거든

남도에서 Tractor 몰고 상경한 농민과 이에 합세한 응원봉 시민이 혹한의 겨울밤을 새워 차벽을 물러서게 하고, 남태령을 넘어 한남동 레지던스로 향하고 있다.

오랜만에 기타를 꺼내 민중가요를 읊조리며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치른다. 노래는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다. “다시 만날 세계”가 멀지 않았다.

악보는 노찾사 노래모음집(1989·도서출판 새길)에 수록된 「이 산하에」(문승현 사·곡)다.


1.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2.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삼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든 깃발이어든

목메인 그 함성소리 고요히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부는 묘지 위에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


3.기나긴 밤이었거든 투쟁의 밤이었거든

북만주 벌판에 울리던 거역의 밤이었거든

아아 모진 세월 모진 눈보라가 몰아친다 해도

붉은 이 산하에 이 한목숨 묻힌다 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폭정에 폭정에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한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에 횃불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김용월드 세계관 창시한 신필

무협 거장 「김용의 삶과 문학이야기」 학술행사 열려

탄생 100주년, 김용 문학의 평가와 한·중 교류방안 모색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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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웅문」 시리즈로 유명한 김용(金庸·진융·Jin Yong)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중국 저장(浙江)대학교 문학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김용, 그의 삶과 문학 이야기’ 행사가 30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고려대 문과대학(서관) 132호에서 계속됐다.

고려대 이상우 문과대학장의 개회사와 저장대학교 펑궈둥(馮國棟) 문학원장의 축사로 시작한 학술행사는 ‘나와 김용’, ‘김용의 문학세계’라는 2개의 꼭지를 가지고 1부와 2부로 나눠 좌담회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현구 저장대학교 교우회장이 사회를 맡은 1부는 학계와 재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장대학교 출신들이 나와 김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자리에는 김용의 유일한 박사생 제자인 루 둔지(卢敦基, Lu Dunji) 중국 저장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이 학자로서의 김용 선생을 소개했다. 이어서 첸보(陈博·Chen Bo) 네오리진(NEORIGIN) 대표이사가 김용의 문학이 온라인 게임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30일 열린 ‘김용 탄생 100주년 학술행사’에서 저장대학교 관계자들이 김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점복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진행한 2부에는 같은 과 조동매 교수와 유경철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중국학전공 교수가 나왔다. 이들은 △김용 무협소설의 특징과 연구현황 △한국내 인기 원인을 조명하고 △작품에 내재된 장자적 사유 △다양한 장르로의 확산 △한·중간 민간교류에서 차지하는 역할 등을 분석하며 청중의 호기심을 끌어냈다.

학술행사는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김용 무협 커뮤니티 회원은 간본에 따라 상이한 전개에 대한 호불호를, 고려대 중문학과 학생은 국내 인기 웹소설·웹툰의 기저를 장악하는 김용 소설의 경전으로써의 지위에 관해 문의했다. 

이진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대학 시절에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서 읽었고, 소설의 내용과 무공을 가지고 격하게 논박하기도 했다”면서 “백면서생이 비급을 얻어 혼탁한 강호를 평정하는 권선징악형 보편성이 떠올라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용 작가는 1955년 「서검은구록」을 시작으로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천룡팔부」 「소오강호」 「녹정기」를 거쳐 1969년 「월녀검」까지 총 15편의 소설을 연재하며 신필(神筆)로 불렸다. 그는 1959년에 홍콩에서 일간지 명보(明報)를 창간한 언론인이기도 하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저장대학교 인문학원장을 역임한 후, 2018년 10월 30일 향년 94세로 생을 마감했다.

고려대 측은 김준엽 고려대 前 총장이 저장대(당시 항저우대) 한국연구소 설립에 기여한 것을 계기로 저장대와 교류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고려대 문과대와 저장대 문학원은 지속적인 학술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엽 총장과 김용 작가는 각각 1923년(~2011)과 1924년(~2018)생으로 한 살 차이가 난다.


2024년 11월 24일 일요일

2024년 이곳만은 지키자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한 제22회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 함께했다. ⛏️태백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내셔널트러스트 대상을 수상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소중한문화유산상을 받았다. 전쟁과 분단이 빚은 여성들의 아픈 역사는 결코 철거돼야 할 잔재가 아님을 인정받은 것이다. “올겨울 소요산에서 썰매 타며 이기는 싸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수상소감이 인상적이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며 네티즌상을 수상한 산청주민대책위는 “환경부장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일갈했다.

대상지가 처한 훼손위험성과 시급성, 이를 지켜내려 하는 지역 사람들의 자발성과 열정에 연대의 박수를 보내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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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22회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 개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조직적 보전운동 돋보여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55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는 23일(토) 오후 3시,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을 열었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지하1층 모이다홀에서 열린 시상식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회원과 수상팀이 참석한 가운데 조명래 이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7개 수상작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이어서 △낙동강 하구 △동두천 △산청 △세종보 상류 △안양 △제주 함덕 △태백 등 수상팀이 가나다 순으로 나와 이그나이트 방식으로 수상작을 소개했다. 이그나이트(IGNITE)는 5분 동안 20장의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의 발표다. 각 슬라이드는 15초 동안 보이며, 자동으로 넘겨진다.

<>23일(토) 열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서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일원’이 이그나이트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임항 심사위원장이 수상작 선정에 대한 경과를 보고했다. 심사위원회는 1차 누리꾼 평가, 2차 서류심사, 3차 전문가 현장심사 등 엄정하고 꼼꼼한 심사를 통해 총 7개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선정했다.

<>23일(토) 열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서 재즈밴드 솔리트리오가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수상작과 수상단체, 선정취지는 아래와 같다.

수상작① 태백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한국탄광문화유산연구소) : 내셔널트러스트 대상

태백시 장성광업소는 일제강점기인 1935년, ‘삼척탄광’으로 채광을 시작했다. 조선인 강제동원으로 채굴된 석탄이 일제에 의해 전량 수탈되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1950년대 이후, 산업화에 따른 석탄의 수요 급증으로 태백은 ‘불의 도시’로 불리게 되었다.

장성광업소는 2024년 5월 말, 마지막 채굴을 마치고 89년 만에 폐광된 후 한국광업광해공단으로 이양되었다. 광해공단은 수만 여 미터에 이르는 지하 탄광갱도의 배수펌프 가동 중단을 예고했다. 석탄 채굴시설의 수몰과 태백 곳곳 산업유산의 훼손 및 방치가 우려되고 있다. 장성광업소는 자체로서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산업유산임과 동시에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현장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수상작② 제주 함덕 곶자왈 상장머체(제주참여환경연대) : 환경부장관상

‘상장’은 제주 함덕의 위쪽 지명이고, ‘머체’는 돌들이 많은 곶자왈 지대를 의미한다. 상장머체는 조천읍 교래리부터 함덕해수욕장에 이르는 제주도 최대 곶자왈의 일부이다. 곶자왈은 지하수 의존율이 98%에 이르는 제주에서 지하수 저장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상장머체는 경작, 목축 등으로 일부 훼손됐지만 여전히 중요한 지하수 저장고로 기능한다.

현재 제주시는 2030 제주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함덕 곶자왈 상장머체 지역을 ‘보전관리지역’에서 공장 등 각종 개발행위가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토지주들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하수에 의존하는 제주에서 상장머체의 보전과 기능 유지는 제주 전체의 문제다.

수상작③ 안양 (구)농림축산검역본부 본관동(김원영·김한별·이후성) : 근대문화유산상

(구)농림축산검역본부는 1942년 ‘가축위생사업소’라는 이름으로 안양에 터를 잡았다. 훗날 개칭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수입 축산물 검역과 위생검사 등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1962년 건립한 현재의 청사 본관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이광노 교수가 설계한 것이다. 본관은 2003년 ‘안양시 건축문화상’을 수상한 특색있는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검역본부의 김천 이전 후, 행정복합타운이 이곳에 추진되기도 했지만 2023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다.

수상팀은 본관동 동물 부조가 광화문 이순신 장군을 제작한 김세중 조각가의 도안임을 밝혀내었다. 현재 이 부지는 유휴지로 해당 부조들은 정기적 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어 손상이 계속되고 있다.

수상작④ 낙동강 하구 백조의호수와 하늘연못(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 한국환경기자클럽상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교량의 수는 현재까지 무려 27개나 된다. 그런데 부산시는 에코델타시티 개발을 이유로 16개의 신규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대저대교는 멸종위기종 큰고니(백조)와 대모잠자리의 서식지인 국가유산보호구역 핵심지역을 관통한다.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파괴하는 부산시의 거짓 환경영향 평가가 드러나고 2021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안 노선을 고려해 부산시에 재협의를 요구했지만 2024년, 기존 노선을 통과시키면서 대저대교가 착공되었다.

수상작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 소중한문화유산상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여성에 대한 성 착취는 일제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해방 이후, 한국정부는 주한미군을 상대하는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를 허가한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미군기지 주변 성매매를 허가하고 위안부 여성의 성병을 관리해 안정적인 미군 주둔과 달러벌이를 위해 운영되던 기지촌 성병환자 수용시설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쟁유산이자 전쟁과 분단으로 발생한 여성들의 피해와 인권유린 역사의 현장이다. 1973년 건립된 이래, 창살 안에 감금된 여성들의 모습을 빗대 ‘몽키 하우스’로 불렸다.

2022년 대법원은 기지촌 여성들의 불법 성매매와 인권유린은 국가 책임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두천시는 성병관리소가 ‘불행한 역사의 흔적’이라며 소요산 일대 개발사업 추진을 이유로 철거를 밀어붙이고 있다.

<>23일(토) 열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서 동두천성병관리소 철거저지공동대책위원회 최희신 공동집행위원장이 성병관리소의 보존 당위를 설명하고 있다.

수상작⑥ 세종보 상류의 금강(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 심사위원특별상

수상단체인 ‘보철거를위한시민행동’의 200일 넘는 천막농성은, 수문개방에 이은 보 철거가 오염된 강을 되살리는 유일한 대안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4대강 살리기’를 명분으로 2012년 완공된 세종보는 금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다. 오염된 강물에 녹조가 창궐하고 4급수 지표생물인 붉은깔따구 등이 번식했다.

2017년 11월, 결국 정부는 보 가동 6년 만에 담수를 중단하고 세종보와 공주보를 개방했다. 그러자 금강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흰수마자, 미호종개 그리고 겨울 철새들이 돌아왔다. 썩은 강바닥이 모래와 자갈톱으로 회복되고, 시민들이 금강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2021년 정부가 세종보 철거와 재자연화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보 처리방안이 번복되었다. 세종보 철거의 백지화, 댐 추가 건설 등이 추진되고 있다.

수상작⑦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일원(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 : 네티즌상

전국적으로 난립한 케이블카는 수익 감소로 지방재정 악화의 요인이기도 하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건설한 케이블카는 이제 국립공원 지리산까지 침범하고 있다. 산청군이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 예정구간인 지리산 중산리에서 장터목까지 3.15㎞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서식지다.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그리고 구상나무 집단군락지 등이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케이블카 설치 예산은 1,177억으로, 30년 동안 흑자로 운영해야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산청군은 케이블카 설치로 등산객에 의한 탐방로 훼손을 감소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10개의 지주 설치와 헬기야적장, 가설삭도(모노레일) 등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하는 「이곳만은 지키자!」 공모전은 보존가치가 높고 훼손될 위험이 있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지역주민, NGO 단체들이 직접 제안하여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키는 시민공모전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보존 가치가 높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공모해 시상하고 있다.

2024년 올해는 지난 5월 1일(수)부터 6월 15일까지 신청을 받아 각각의 응모작이 처한 ‘훼손 위험성’과 ‘시급성’을 판단하고,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보전 운동의 추진 여부를 고려하여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23일(토) 열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팀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년 11월 19일 화요일

恩光衍世(은광연세)… 은혜의 빛이 온세상에 퍼지다

우리 역사 속 이름을 남긴 여성들 ②김만덕

양인에서 기녀로, 존경받는 만덕할망으로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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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문해 중학과정 사회 3학년 교과서는 ‘Ⅳ-3. 역사 속 여성들의 생활’ 단원에서 우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성 4人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이 단원은 역사를 빛낸 여성들의 삶이 우리와 무엇이 달랐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두번째 인물은 신사임당이다.

김만덕(金萬德, 1739∼1812)은 영조 때 아버지 김응열과 어머니 고씨의 2남1녀 중 막내딸로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양가집 출생이었지만, 12세가 되던 1750년(영조26)에 전국을 휩쓴 기근과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제주목 기녀의 수양딸로 맡겨졌다. 교방에서 노래와 춤, 거문고를 배우고 18세 때 기적에 올라 나중에는 기녀의 우두머리인 행수기녀가 되었다.

이후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김만덕은 22세 무렵 “본래 양가 출신으로 부모를 잃고 가난으로 부득이 기녀가 되었으니 다시 양녀(良女)로 환원시켜 달라”고 탄원하였으나 거부당했다.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고, 제주목사 신광익과 제주판관 한유추를 찾아가 거듭 호소하여 24세(영조38)에 기어코 양인 신분을 회복하였다.

결혼하지 않고 제주목 동문 밖에 객주를 차린 김만덕은 말총·미역·전복·양태·우황 등 제주의 특산물을 육지에 내다 팔고 육지에서는 제주도의 수요품을 사들여 되파는 뛰어난 상술로 50대에 들어서 육지의 대부호 못지않은 거상으로 성장하였다.

김만덕이 50대 초·중반이던 1790년(정조14)부터 1794년(정조18)까지 수년간 계속된 흉년으로 수천 명의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만덕은 제주 관덕정에 큰 솥을 걸고 손수 죽을 쑤어 많은 사람들을 구제했다. 1795년, 조정에서 구호미를 보냈지만, 바다를 건너 오는 도중 수송선이 침몰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만덕은 자신이 모은 전 재산 1천금을 털어 육지에서 쌀과 곡식 500여 석을 사들였다. 이중 십분의 일은 자신의 친족을 살리고, 450여 석은 제주목 관아에 진휼미로 기부하였다. 관아에 쌀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굶주린 사람들이 김만덕을 칭송하며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채제공은 「만덕전」에서 “정조 20년 6월 6일 만덕이 천금을 내어 쌀을 육지에서 사들였다. 모든 고을의 사공들이 때맞춰 이르면 만덕은 그중 십분의 일을 취하여 그의 가족을 살리고 그 나머지는 모두 관가에 실어 날랐다.”고 기록했다. 정부의 공식기록인 「일성록」에도 “노기 만덕은 스스로 원하여 쌀 3백 석을 바쳤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제주목사의 보고로 만덕의 선행이 조정에 알려지자, 정조는 기특하게 여겨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전하였다. 이에 김만덕은 한양에 올라가 궁궐을 보고, 금강산을 유람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아뢰었다. 당시에는 출륙금지령으로 제주 사람은 섬 밖으로 함부로 나갈 수 없었다. 또한 평민 신분의 만덕이 임금을 알현할 수 없었기에 벼슬을 받아야 했다. 만덕은 내명부나 외명부 어디에도 속한 여인이 아니었기에 정조는 내의원의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명예직을 제수하고 예궐을 허락하였다. 1796년 58세의 만덕은 한양으로 올라가 정조에게 직접 벼슬을 받고, 효의왕후에게 상을 받은 뒤 정조의 배려를 받아 이듬해 봄 금강산에 들어가 1만2천봉의 장관을 돌아보았다.

김만덕은 이 과정에서 반년가량 한양에 머물면서 채제공, 이가환, 박제가, 정약용 등 많은 문인을 만나 교류하였는데, 만덕을 송별하며 지은 시문이 한 권의 첩으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금강산 관광 후 만덕은 벼슬을 내놓고 제주도로 돌아갔다. 김만덕은 평생 독신으로 자선사업을 계속하여 온 도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만덕할망”이라 불리다가 1812년(순조12) 73세의 나이로 운명하였다. 김만덕은 고으니모루(현 국립제주박물관 정문 앞 부근)에 묻혔다가, 일주도로 확장에 따라 1977년 정월 제주시 건입동 소재 모충사 경내의 묘탑 아래에 이묘되었다.

1840년(헌종6) 제주에 유배를 온 추사 김정희는 김만덕의 선행에 큰 감명을 받아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지다)’라는 편액을 써서 칭송하였다. 제주도는 1980년부터 매년 김만덕의 기일(10월 22일)에 가까운 일요일, 건입동 사라봉 모충사에서 ‘만덕제’를 봉행하고 ‘김만덕상’을 시상해 오고 있다. 또한, 김만덕의 나눔과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5년 5월, 김만덕기념관을 건립하였다.

김만덕은 2007년 5만원 위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KBS 1TV의 특별기획 드라마 「거상 김만덕」에서 배우 이미연(아역 심은경)이 시대의 한계를 극복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열연했다.


2024년 11월 17일 일요일

처벌의 평등

제가 예전에 이영준 신부님께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어요. “신부님께서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입니까?” 그랬더니 신부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하느님을 찾지 않는 세상이라고요.” 그 속뜻이 뭐냐면 약자들이 약자임을 깨닫지 않고 하느님을 찾지 않는 세상, 결국 세상의 모든 성직자들이 실업자가 되길 바라신 거더라고요. 이런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세상이 되려면 우리 모두가 평등해야겠죠. 평등의 종류는 매우 많은데 그중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등은 바로 ‘처벌의 평등’이에요. 힘이 있는 사람이든 힘이 없는 사람이든 똑같은 죄를 지었으면 똑같이 처벌을 받아야지 왜 힘에 따라 처벌의 양이 다르냐고~!

―김해일(미카엘) 신부 강론, 「열혈사제Ⅱ」 중에서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서울트립: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 공유워크숍

「서울트립: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 공유워크숍 개최

동대문문화재단-종로문화재단, 지역문화자원 교류·연계사업 확장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47


동대문구와 종로구가 협력하여 추진해 온 「서울트립: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이하 서울트립)의 사업결과를 공유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동대문문화재단(대표이사 김경욱)과 종로문화재단(대표이사 김승모)은 서울시자치구문화재단연합회의 ‘교류·연계콘텐츠 특성화사업’에 선정되어 두 지역의 사회적·문화적 자원을 발굴해 지역문화사업으로 연계하는 「서울트립: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를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기획·운영했다.

14일(목) 오후, 서울한방진흥센터 3층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공유워크숍은 1,2,3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동대문문화재단이 「서울트립」 사업을 소개하고 협력과정 및 협력구조와 추진배경, 사업범위 등을 발표했다. 동대문문화재단은 올해 구축한 협력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개발한 콘텐츠를 확장·지속해 나가면서 다양한 연계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14일 오후, 동대문문화재단 사업담당자가 「서울트립」 공유워크숍에서 동대문-종로의 역사적·문화적 연결성 발견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협력 과정을 발표하고 있다.

2부 순서에는 모씨네사회적협동조합(대표 전철원)이 동대문과 종로가 과거부터 교통망과 전통시장 등으로 연결되며 형성된 공동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했다.

이어서 종로문화재단이 「서울트립」 사업을 통해 발견한 동대문과의 교류 콘텐츠를 소개하고, 전차노선을 기반으로 형성된 전통시장(광장시장 및 경동·약령·청량리시장) 상인 10명의 구술채록 내용을 상영했다. 재단은 상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웹스토리북(종로편/동대문편)을 제작할 예정이다.

3부에서는 연극창작집단 아트프로젝트BE가 연극배우를 통해 듣는 시장 이야기 ‘오늘을 담다’를 타이틀로 낭독극을 선보였다.

<> 14일 오후, 종로문화재단의 사업담당자가 「서울트립」 공유워크숍에서 종로-동대문과의 공유콘텐츠 발견과 교류 과정을 발표하고 있다.

1899년, 서울의 동서축을 연결하는 교통망으로 돈의문(서대문)에서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전차 노선이 개통되면서 동대문구와 종로구는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 전차 노선을 중심으로 전통시장이 발전하며 두 지역은 지역적으로 밀접하게 교류하며 근대문화와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

동대문문화재단과 종로문화재단은 「서울트립」 사업을 통해 발굴한 공동의 자료를 축적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는 콘텐츠를 활성화하여 시민들이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사업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

휴일 없는 11월답게 정신없이 바쁘다. 지난주에는 교육청 운영평가를 받았고, 이번 주말에는 서평원 성과공유회와 문해골든벨 일정이 잡혀 있다. 목·토·일 3일은 오전답사도 나간다. 오늘은 남산갤러리에서 9일간 전시한 학습자분들의 작품을 철수하는 날이다.

남산도서관 1층 벽면에 르네상스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의 「아테네학당」(The School of Athens)이 그려져 있다. 아치로 구현한 계산된 원근법은 58명이나 되는 등장인물이 산만하지 않도록 구도를 잡아주는 모습이다. 회화는 물론 철학, 수학, 과학에 아는 바가 미천하지만 9명 정도는 특정할 수 있다.

내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중앙의 헐벗은 사람이 ①디오게네스다. 알렉산더에게 “좀 비켜줄래. 니가 햇빛을 가리고 있거등”이라고 요구했다는 냉소 개선비(⽝儒) 철학자다.

디오게네스 위쪽의 가운데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다. 왼손에 「티마이오스」를 끼고 오른손 검지로 하늘(이상세계)을 가리키고 있는 흰수염이 ②플라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③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른손바닥은 땅(현실세계)을 향하고 있다. 그가 든 책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 두 사람 사이의 허공이 이 벽화의 소실점이다. 왼편 돌기둥 아래에서 산파술 공세를 펼치고 있는 풀색옷의 들창코 ④소크라테스가 보인다.

벽화는 계단을 가로축으로 상단에는 주류 철학자를, 하단에는 주로 수학자, 과학자, 예술가를 배치했다. 좌측 하단에서 두꺼운 책자에 뭔가를 끄적이는 사람은 ⑤피타고라스이고, 그 앞쪽의 얼굴을 괴고 앉은 고독남은 염세철학자 ⑥헤라클레이토스로 본다. 우측 하단의 허리 숙인 붉은옷은 기하학의 아버지 ⑦유클리드다. 콤파스를 들고 무언가를 시연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클리드의 1시 방향에서 얼짱 각도로 빼꼼하니 관객을 쳐다보는 이가 바로 이 프레스코 벽화를 그린 ⑧라파엘로다.

등장인물 중 홍일점이 피타고라스 위쪽의 흰옷 입은 ⑨히파티아(Hypatia)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기에 수많은 청혼을 받았지만, “저는 이미 진리와 결혼했어요”라면서 독신으로 지냈다. 2009년 레이첼 와이즈가 열연한 영화 「아고라(Ágora)」는 치릴로 주교에 의해 종교적 살인을 당한 히파티아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뤘다.

전시 관람을 갔다가 뜻하지 않게 고대 서양 지성들을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남산도서관 출입문 옆 벽면에는 “國之語音이 異乎中國하여 與文字로 不相流通일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해례본 어지 부분과 이를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로 풀이한 언해본이 위아래로 함께 부조돼 있어 공부거리를 더해 주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서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의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는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위정자들이 새기면 좋겠다.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41


남산갤러리에서 평생교육 학습자의 작품 전시

서울중부교육지원청, 다가온 평생교육 작품 전시회 개최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지원청(교육장 강삼구)은 11월 5일(화)부터 13일(수)까지 남산도서관 1층 남산갤러리에서 2024년 「중부 다가온 평생교육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남산갤러리에는 학력인정 문해교육 학습자, 장애성인 네트워크·학습동아리 학습자들의 시화, 그림, 공예품 등이 전시되고, 한 해 동안 운영한 프로그램의 활동사진과 동영상이 송출되었다.

<>6일(수)과 10일(일) 오전, 후암동 남산갤러리를 찾은 학습자들이 양말목을 말아 키링/브로치를 만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갈월종합사회복지관(부채, 원형수틀, 사각액자, 텀블러) △남산골주간보호센터(공돌이워터볼, 압화보름달)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캘리그라피, 부채, 목공시계) △종로장애인복지관(서양화)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목공예품) △신당야학(합죽선) △한국여성생활연구원(청주머니, 모자이크방석, 뜨개나뭇잎, 동양화) 등 7개 기관이 참가하여 구성원들의 솜씨를 뽐냈다.

한편, ‘다(多)·가(加)·온(溫)’은 많은 사람들이(多) 더하는(加) 따뜻함(溫)을 의미하는 중부교육지원청의 평생교육 브랜드이다. 다·가·온은 교육소외계층 및 신문해계층(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사업과 지원프로그램의 통합을 지향한다.

<>6일(수) 오전, 한국여성생활연구원 졸업반 학습자들이 남산도서관 1층에서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년 11월 10일 일요일

사자하 백마강의 슬픔

 △햏자1: 한국사 공부를 하는데, 왕이 사비로 수도를 옮겼다는 게 자기 돈으로 옮겼다는 건가요???

△햏자2: 아니 멍청아. 왕이 지 돈으로 옮겼겠냐? 역사는 기록되는 걸로 기억되는 거야. 유리하게 기록한 거지. 다 백성들한테 세금 걷었을 걸.

△햏자1: 오…

△행인1: 오는 무슨 ㅅㅂ


私費와 泗沘… 지난해 오늘, 부여로 가을소풍을 갔었다. 정림사지 앞마당을 지키고 선 1천4백살 오층석탑을 마주하며 탑멍에 빠져들었다. 부소산에 올라 사비수 굽어보며 애달픈 삼천궁녀의 그날을 떠올렸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2024년 11월 5일 화요일

현모양처의 대명사 신사임당

우리 역사 속 이름을 남긴 여성들 ①신사임당

여성 인물을 화폐에, 그러나 현모양처 이미지에는 거부감 보이기도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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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문해 중학과정 사회 3학년 교과서는 ‘Ⅳ-3. 역사 속 여성들의 생활’ 단원에서 우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성 4人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이 단원은 역사를 빛낸 여성들의 삶이 우리와 무엇이 달랐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첫번째 인물은 신사임당이다.

본명이 신인선(申仁善)이라고 알려진 사임당 신씨(1504~1551)는 평산신씨 신명화와 용인이씨의 둘째딸로 강릉 북평촌 오죽헌에서 태어났다. 주나라의 기틀을 닦은 문왕의 어머니 태임(太任)을 스승으로 본받고자 당호를 사임당(師任堂)으로 삼았다.

18세(1522)에 덕수이씨와 혼인하여 사위가 처가댁에 머무는 전통에 따라 강릉에서 살다가 시댁이 있는 한양과 시댁의 본거지인 파주 율곡리로 이주하고 남편을 따라 평창군 봉평에 거주하기도 했다. 슬하에 4남 3녀를 두었는데, 율곡 이이(1536~1584)가 셋째 아들이다. 넷째 아들 이우(1542~1609)는 금서시화(琴書詩畵)에 능통하여 ‘사절(四絶)’이라 칭송받았다.

맏딸 이매창(1529~1592) 역시 “이 어머니에 이 딸이 있다”고 기록될 만큼 금서시화에 뛰어났다. 선조 때의 부안(扶安) 기생 이매창(李梅窓·계랑, 1573?~1610?)과 동명이인이어서 혼동하기 쉽다.

<>신사임당의 그림 「훤원석죽」(원추리꽃과 패랭이꽃), 지본채색, 25.7×41.0㎝, 간송미술관 소장

신사임당은 어려서부터 시와 글씨, 그림에 재능을 보여 「초충도」 「양귀비꽃과 호랑나비」 등 다수의 그림, 서예작, 수자수 등을 남겼으나, 일부 연구자는 진작(眞作)이 희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들 이율곡이 서인의 종주로 추대되면서 신사임당은 부덕의 상징, 현모양처의 모범으로 추숭되었다.

2009년 5만원 신권이 발행되기 이전인 2007년부터 여성 위인을 화폐의 모델로 삼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여성계 일각에서는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21세기의 상징 인물로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김만덕, 유관순, 허난설헌, 이태영, 윤희순, 임윤지당, 이빙허각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2017년 신씨의 생애를 재해석한 SBS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배우 이영애가 사임당 역으로 출연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임진왜란 개전 초기 충주 탄금대전투의 지휘관 신립(1546~1592) 장군이 신사임당의 친정 조카가 된다. 1956년 이승만에 맞서 제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돌연사한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1892~1956)도 신사임당의 가문이다.

2024년 11월 4일 월요일

남양주에서 교차한 조선후기 사람들

「남양주에서 교차한 조선후기 사람들」 학술대회 성료

2024년 남양주시 지원 ‘다산 정약용 학술연구 및 인문학 사업’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36


2일(토)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 다목적홀에서 「남양주에서 교차한 조선후기 사람들」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2024년 다산 정약용 학술연구 및 인문학 사업’의 일환으로 동국대학교 문화학술원과 남양주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는 정약용을 비롯한 김창협·남병철·홍만선 등 남양주를 거쳐간 인물들을 재조명하고, 남양주에서 시작된 다양한 문화유산을 폭넓게 이해하고자 기획됐다.

노대환 동국대 문화학술원장의 개회사로 문을 연 이번 대회는 총 2부, 8건의 주제발표와 조합토론으로 나눠 진행됐다.

<>2일 열린 「남양주에서 교차한 조선후기 사람들」 학술대회에서 김충현 연구원(한국국학진흥원)이 ‘정순왕후의 복위와 왕릉 조영’을 발표하고 있다.

1부 ‘남양주의 길’은 김인경 교수(선문대학교)의 사회로 △정순왕후 사릉의 조성과 운영(김충현, 한국국학진흥원) △남양주의 사찰과 왕실 발원 불화(유경희,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양주 도로 체계의 재현연구(양정현, 순천대학교 지리산권문화연구원) △농암 김창협의 석실서원 강학 활동(김자운, 공주대학교)으로 구성됐다.

이어 2부 ‘남양주의 사람들’에서는 윤승희 동국대학교 HK연구교수가 사회를 맡아 △정약용과 마재: 정체성의 상호 형성 과정을 중심으로(윤석호, 부산대학교) △조선 후기 장동김문의 남양주 세거와 그 의미(김세호, 경상국립대학교) △19세기 천문학자 남병철: 「의기집설」을 중심으로(남경욱, 국립과천과학관) △18세기 산림처사의 향촌생활 지침서: 홍만선의 「산림경제」(염정섭, 한림대학교) 등 발표가 이어졌다.

<>2일 열린 「남양주에서 교차한 조선후기 사람들」 학술대회에서 유경희 연구원(국립중앙박물관)이 ‘남양주 불암사의 불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다산학 관련 전문가 등 20명의 연구자가 모여 남양주의 역사문화유산을 연구한 결과물을 공유하며 심도 있는 발표와 열띤 토론을 펼쳤다.


2024년 11월 3일 일요일

힘차게 울리어라. 평화의 종을

김포시와 (사)우리민족교류협회는 2019년 12월 31일, 한강하구와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는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 정상에 ‘남북평화의 종’을 설치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놀드 슈왈츠만(Arnold Schwartzman)이 디자인한 김포 평화의 종은 비무장지대(DMZ)의 녹슨 철조망과 6·25전쟁 희생자 발굴 현장에서 수집된 낡은 탄피와 함께 성탄 트리 철탑을 녹여 원광식 주철장이 전통적인 범종 제작기법으로 주조했다.

2m 높이의 남북평화의 종은 유엔(UN)을 상징하는 알파벳 철자 U자와 N자 모양을 위·아래로 연결한 9m 높이의 청동구조물에 달려 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평화의 종을 타종한다.

♬ 힘차게 울리어라. 평화의 종을. 우리는 백의민족 단군의 자손 ♩

2024년 11월 1일 금요일

노란 복수초 인생

10월 하순에 필동 남산골한옥마을로 가을소풍을 나갔다.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이 마련한 소풍에 관내 4개 문해교육기관에서 100여 명의 학습자와 교·강사가 함께했다.

치수에 맞춰 교복을 꾸어오면서 늦깎이 학습자분들의 설렘이 커져 갔다. 남들한테는 관광지에서 체험하는 한낱 복고문화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에게는 어려웠던 그 시절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교복 입고 등교하는 옆집 아이가 매양 부럽기만 하던 설움이 깃든 나들이다. 마음에 새겨진 생채기가 조금이나마 사그라들었기를…

우중에도 검정교복을 차려입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하하호호 분주한 모습에 보는이의 마음도 흐뭇해진다. “시들어 갈 줄만 알았는데 배움이라는 물을 주니 축 처졌던 어깨의 이파리가 싱싱하게 살아나더라(이신자)”는 감회… “거센 눈보라 속에서 피어나는 노란 복수초 인생(심순기)”들의 앞날에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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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입어 보지 못한 교복 입고 한옥마을 거닐어

서울 중부교육지원청, 문해학습자 가을소풍 나서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33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지원청(교육장 강삼구)은 지난 10월22일(화) 남산골한옥마을(중구 필동)에서 관내 문해교육 학습자와 함께하는 가을소풍을 개최했다.

이번 소풍은 늦깎이 학습자들이 학령기에 미처 입어 보지 못한 교복을 입고 소풍을 떠나면서 심리적 보상을 받고, 가을날의 정취를 만끽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오전 9시30분, 남산골한옥마을 내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은 학습자들은 천우각에 모여 개회식과 함께 학교별 단체촬영을 마쳤다.

옛 교복을 입고 80분 간의 자유산책에 나선 학습자들은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는 중에도 삼삼오오 짝을 이뤄 청학지, 복원된 한옥 다섯 채, 전통공예관, 전통정원, 새천년타임캡슐 광장 등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추억을 만들어갔다.

<>10월22일(화)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이 마련한 문해교육기관 가을소풍에서 학습자들이 교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10월22일(화) 문해교육기관 가을소풍에서 학습자들이 새천년타임캡슐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폐회식 순서에는 포토제닉 시상이 있었다. 공동 3등상은 효창종합사회복지관과 서울어머니학교, 2등상은 신당야학, 1등상은 한국여성생활연구원이 수상했다.

소풍에 참여한 한 학습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했다. 교복 입고 학교에 가는 친구가 너무 부러웠는데, 오늘 이렇게 늦게나마 소원을 풀었다”며 기뻐했다.

<>10월22일(화) 문해교육기관 가을소풍에서 한국여성생활연구원 학습자들이 포토제닉상을 수상했다.

이날 소풍에는 관내 4개 문해교육기관에서 100여 명의 학습자와 교·강사가 함께하며 유대감을 느끼고 학습 도반으로서 서로 존중하며 격려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은 11월 5일(화)부터 13일(수)까지 남산도서관(후암동) 1층 남산갤러리에서 문해학습자들의 시화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2024년 10월 31일 목요일

단풍의 이유

시월의 첫날, 임시공휴일에 소요산 자재암에 올랐었다. 원효와 요석공주의 옛일을 떠올리거나, 국가 보물로 지정된 「반야심경」 언해본을 만나거나, 한가로이 슬슬 거닐며 소요(逍遙)할 생각으로 산행에 나선 것이 아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를 보존하고자 애쓰는 분들과 잠시나마 함께하기 위해 몇몇 지인과 미리 날을 잡았었다.

그동안 동두천시는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에 궤도굴삭기를 동원하여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쪽으로 돌아서 진입을 시도하다가 발각되어 철수했고, 철거를 지지하는 관제데모를 동원하기도 한 모양이다. “미국이 도와줘서 한국이 10대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그래서 성병관리소는 철거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다(공대위 전언)는 시의장의 속내는 차라리 솔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옛 성병관리소의 평화적 전환과 활용을 지지하는 이들의 “당시엔 달러벌이 애국이고, 지금은 감추고픈 수치인가”란 피켓문구가 상황을 요약해 준다.

지난 구월에 만난 남악의 金선생은 공무원=禁治産者로 규정해서 나를 놀래켰었다. 저 선홍색 조끼 입은 사람들의 무지하고 막지한 죄과를 어이해야 할까. 홉스의 말대로 국가는 거대한 폭력, 리바이어던이다.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폭설이 내려 온몸이 얼고 얼다가 축축이 젖을 때까지, 합장의 뼈마디에 번쩍 혼불이 일 때까지. ―이원규, 「단풍의 이유」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사난살주 (live, alive and life)

다큐공연 「사난살주」를 관람하고 있다. 극의 제목 ‘사난살주’는 “살아 있으니 살아간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라고 했다.

1부의 타이틀(국가는 우리에게)이 ‘억장’이다. 3m짜리 장(丈, 10척)이 1억개나 쌓인 높다란 억장지성(億丈之城, 30만㎞)이 무너지는 슬픔과 아픔이라니… 참척의 비통을 겪은/겪고 있는 남겨진 사람에게는 그냥 죽지 못해 산다, 마지못해 행한다로 다가올 법하다.

객석 곳곳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연극도 아니고 안연극도 아닌 이상한 것이 보는이의 가슴을 후빈다. 4·3의 따님, 5·18의 동생, 4·16의 아버지, 10·29의 어머니와 그 이웃들이 이렇듯 지성(至誠)을 드리니, 너그러이 받으사 이제 고만 감천(感天)하시고 정의를 세워 눈물을 닦아 주시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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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참사의 아픔 보듬은 연극 「사난살주」
아픔 딛고 무대 오른 유족, 뜨거운 마음으로 연대한 이웃

제주 4·3과 광주 5·18, 4·16 세월호와 10·29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 연극 「사난살주(live, alive and life)」가 28일(월)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 성당에서 막을 올렸다.
극의 제목 ‘사난살주’는 “살아 있으니 살아간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1부 억장(億丈)은 김은숙 배우가 4개의 에피소드를 이어주는 역할을 맡아 극을 인도해 나갔다.
제주 4·3은 현애란 배우가 고영일·강순옥(부모) 희생자의 애달픈 이야기를, 광주 5·18민주화운동은 김호준 배우가 국민학교 4학년 전재수(형) 희생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4·16 세월호 참사 이야기는 단원고 2학년 문지성 학생의 아버지 문종택氏가, 10·29 이태원 참사 이야기는 문효균氏의 어머니 이기자氏를 대신하여 성가소비녀회 조진선(안나) 수녀가 자식을 잃은 참척의 고통을 들려주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파하는 유족들의 울음 섞인 하소연에 객석에서는 흐느낌과 함께 뜨거운 연대의 박수가 쏟아졌다.

<>29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 성당에서 제주4·3, 광주5·18, 4·16세월호, 10·29이태원 참사를 다룬 연극 「사난살주」가 상연되었다. 왼쪽부터 김호준 배우, 문종택 아버지, 김은숙 배우, 조진선 수녀, 현애란 배우

2부 감천(感天)은 하늘을 감동시켜 이땅에 정의와 평화가 넘치게 만들고픈 소망을 담아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연극을 기획하고 연출한 방은미(요한네스)氏는 “주님만을 섬기고 사람을 도우라 하신 기도가 이 연극을 만들게 했다”면서 “연극을 통해 바치는 기도가 학살과 참사로 별이 되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연 후에는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첫 구조요청 시간인 오후 6시 34분에 맞춰 묵주기도가 이어졌고, 7시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관하는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 중에는 참사 희생자 159명의 이름이 불려졌다.

<>29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 성당에서 「사난살주」 공연이 끝난후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수녀, 배우, 유족, 청중이 연대의 마음으로 사진 촬영하고 있다.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파주삼릉 탐방

지난 9월말 파주 홍원연수원으로 워크숍을 갔었다. 200m 거리에 파주삼릉(坡州三陵)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가 아니면 교통 등의 여건상 다시 찾아오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욕심을 내어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 살짝 빠져나와 50분 정도 나홀로 탐방을 나갔다.


파주 삼릉은 능역 왼편부터 공릉, 순릉, 영릉이 있는 곳이다.

공릉(恭陵)은 8대 예종의 세자빈이었던 장순왕후 한씨의 묘로 조성되었다. 무석인이 없고, 지형 문제로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이어진 참도는 ㄱ자로 꺾여 있다.

순릉(順陵)은 9대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 한씨의 단릉이다. 공혜왕후는 세조의 장자방 한명회의 넷째딸로 셋째딸인 장순황후와 자매지간이다.

영릉(永陵)은 21대 영조의 맏아들인 효장세자(진종)와 며느리 효순현빈(효순황후) 조씨의 묘로 조성되었다. 이후 양자인 정조가 효장세자를 진종으로 추존하고 순종이 다시 진종소황제·효순소황후로 추존하였다. 세자묘로 조성된 이후 추존될 때마다 표석을 세웠기 때문에 영릉에는 비각 2동에 3기의 표석이 남아있다. 각 표석 전면에는 △조선국 효장세자묘 효순현빈 부좌 △조선국 진종대왕 영릉 효순왕후 부좌 △대한 진종소황제 영릉 효순소황후 부좌… 글자가 새겨져 있다.

전체적으로 파주삼릉은 크게 눈여겨볼 것은 없었다. 다만 당대의 척신 한명회가 수양대군을 왕위에 올리고, 정희왕후 윤씨와 결탁하며 예종과 성종의 장인으로 국정을 농단하다가 마침내 탄핵당한 옛일을 떠올리며 현 시국과 겹쳐본다. 한명회가 갈매기(鷗)를 길들이며(狎) 소일했던 한강 남쪽의 압구정(狎鷗亭)은 오간 데 없고 지금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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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순릉·영릉이 모인 파주삼릉 걸어보자.

추존 진종의 영릉은 비각 2동에 표석 3기 세워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25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에 있는 파주삼릉(坡州三陵)은 공릉·순릉·영릉이 모여 있어 ‘공순영릉’이라고도 부른다.

가장 왼편의 공릉(恭陵)은 조선 8대 예종이 세자(해양대군)였을 때 세자빈이었던 장순왕후 한씨의 단릉이다. 장순왕후는 세조의 장자방 ‘한명회’의 셋째딸이다. 1461년(세조7)에 원손 인성대군을 낳았으나 얼마 후 숨을 거둬 묘소를 장순빈묘(章順嬪墓)라 불렀다. 이후 1470년(성종1) 장순왕후로 추존하고 능의 이름을 공릉이라 하였다.

공릉은 세자빈의 묘로 조성되었기에 능침 봉분은 병풍석과 난간석을 생략하였고 문석인, 석마, 장명등, 석상(혼유석), 석양과 석호 각 1쌍만 배치하여 간소한 모습이다.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이어진 향로와 어로는 지형에 맞게 조성하여 한 번 꺾여있다.

<>공릉(恭陵)은 조선 8대 예종의 원비인 장순왕후(1445∼1461)의 무덤이다. 장순왕후는 한명회의 딸로 1460년에 세자빈에 책봉되었으나 이듬해 죽었다. 처음에 왕후릉이 아닌 세자빈 무덤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병풍석, 난간석, 망주석은 없다. 다만 양석과 둘레돌을 둘러 무덤을 보호하게 하였다.

가운데의 순릉(順陵)은 9대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 한씨의 단릉이다. 공혜왕후는 ‘한명회’의 넷째딸로 공릉에 안장된 장순왕후의 동생이다. 1467년(세조13) 잘산군(성종)과 혼인하여 천안군부인에 올랐고, 성종이 왕위에 오르자 왕비로 책봉되었다. 공혜왕후는 1474년(성종5) 소생 없이 창덕궁 구현전에서 19세로 세상을 떠났다. 중전의 신분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능침이 왕릉의 형식으로 조성되었다.

우편의 영릉(永陵)은 21대 영조의 장자인 효장세자(진종)와 효순현빈(효순황후) 조씨의 쌍릉이다. 효장세자는 1728년(영조4) 창경궁 진수당에서 10세로 세상을 떠났다. 훗날 이복동생인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가 효장세자의 양자로 들어가 왕위를 이으면서 진종(眞宗)으로 추존되었다. 이어서 대한제국 시기인 1908년(융희2)에 다시 진종소황제(眞宗昭皇帝)로 추존되었다.

영릉에는 두 비각에 3기의 표석이 남아있다. 이는 진종이 왕과 황제로 추존될 때마다 표석을 새로 세웠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효장세자묘, 두 번째는 진종대왕 영릉, 세 번째는 진종소황제 영릉의 표석이다.

파수삼릉은 숲길을 따라 산책하듯 둘러보면 60분 정도 소요된다.

<>파주 영릉(永陵)에는 비각 2동에 3기의 표석이 남아있다. 이는 세자 시절에 세상을 떠난 진종이 왕과 황제로 추존될 때마다 표석을 새로 세웠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효장세자묘, 두 번째는 진종대왕 영릉, 세 번째는 진종소황제 영릉의 표석이다.

2024년 10월 7일 월요일

장미꽃 없는 장미동

 2019년 가을, “장미꽃 없는 장미동”이란 타이틀로 군산 원도심 답사를 진행했었다. 지난 토요일에 가보니 그사이 장미동(藏米洞)에 장미꽃(薔薇花)을 심어놨더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짜놓은 대로 ①뜬다리 부두 ②조선은행 군산지점 ③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④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⑤군산세관 본관·창고를 둘러보았다. 빠듯한 일정상 장미동의 △舊18은행 군산지점 △舊미즈상사는 둘러보지 못해 아쉽다. 조선은행의 함석지붕은 녹이 슬었는데,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호명되고 이런저런 건축적 기법과 복원의 과정이 소개되었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건물이었다. 외벽의 색채부터 하늘색에서 노란 계통으로 바뀌어 있었다.


건축을 주제로 한 답사여서 째보선창이나 짬뽕, 화교, 적산 이야기는 물을 수 없었다. 채만식의 장편 「탁류(濁流)」의 배경이 군산 원도심이다. 90여 년 전 소설 속 정초봉과 고태수가 걸었을 해망로는 차들이 제법 통행한다. 원도심에선 아직도 멍멍이 4종을 캐릭터로 밀고 있는 모습이다. ‘쌀(수탈)’이나 ‘월명(月明)’ 등을 내세운 군산만의 독특한 지역브랜드를 보고 싶다. 일제의 (쌀)수탈의 현장과 우리의 전통문화를 삭제하고 일본제국의 왜색문화를 이식하려 한 흔적을 겉핥기라도 들여다보려면 적어도 1박2일은 돌아봐야 한다.


<>군산 나포면 서포리 ‘옹고집쌈밥’에서 점심을 먹었다. 폐교된 서포초등학교를 개조한 식당이다. 교사 앞에 옥색 동상이 있는데, 하단에 “반공소년 이승복”이라 음각돼 있다.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인문학창고 정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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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셔널트러스트… 군산 원도심 현장답사

‘헤리티지 오픈하우스’로 건축 시간여행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24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는 10월5일(토),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건축 복원 기술 현장답사 ‘헤리티지 오픈 하우스(Heritage Open house)’ 군산편을 진행했다.

이날 답사는 송석기 교수(군산대 건축공학부)와 이창배 소장(제이엠 건축사사무소)이 맡아 안내했다. 군산 원도심의 몇몇 답사지를 좇아본다.


①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부잔교)

‘뜬다리 부두’라는 별명을 가진 부잔교는 물에 뜰 수 있는 부체를 길게 연결하여 배가 정박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이다. 간조와 만조의 수위 변화와 무관하게 대형 선박을 접안시키기 위해 조성하였다. 군산항의 제3차(1926~1932)와 제4차(1936~1938) 축항공사를 통해 6개의 부잔교가 설치되었는데, 현재는 3개만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해마다 쌀수확량의 절반가량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그중 25%인 220만석 정도가 군상항을 통해 나갔다고 한다.

부잔교는 영화 「타짜」(2006)에서 고니(조승우 扮)가 아귀(김윤석 扮)와 한판을 벌이기 위해 건넜던 다리로 등장한다.


②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경제수탈을 지휘했던 조선은행의 군산지점이 있던 곳이다. 1909년 대한제국의 국책은행인 舊 한국은행이 병합 이후 조선은행으로 개칭되어 조선총독부의 직속 금융기관 역할을 담당했다.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與資平)가 설계하여 1922년 준공한 건물은 외벽에 붉은 벽돌과 대리석을 사용하였다. 정면에 돌출 현관을 중심으로 평아치를 5개 세우고, 양쪽에 각각 1개씩 반원형 아치를 두었으며, 외벽 중간 보머리를 상징하는 화강석을 끼워 장식하였다.

광복 후에는 한일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때는 민간으로 넘겨져 나이트클럽 등으로 변용되어 내부 구조가 많이 바뀌고 화재를 겪기도 했다. 2008년 보수·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채만식의 장편 「탁류(濁流)」(1937~38)에서 정초봉의 남편 고태수가 근무했던 ××은행이 이곳 조선은행 군산지점이다.


③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과거 무역항으로 해상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근대문화 자원을 전시하는 곳이다. 박물관 건물은 1920년대 근대도시 이미지를 형상화해 설계한 것으로, 2010년 공공디자인 부문 우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1912년 어청도에 축조된 하얀색 등대 모형을 볼 수 있다. 1층은 해양물류역사관, 2층은 옥구농민항일항쟁 기념전시실, 3층은 근대생활관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④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중일전쟁 이후 일제가 종합적인 식량관리통제 시스템으로 설립한 조선식량영단의 군산출장소 건물이다. L자형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초기 양식주의에서 모더니즘 경향을 일부 보여주는 과도기적 특징을 나타낸다. 미곡수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물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영화 「화려한 외출」(2007)에서 강민우(김상경 扮), 박신애(이요원 扮), 강진우(이준기 扮)가 함께 영화를 보던 문화극장으로 등장했다.


<>5일 낮, 2024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군산편 참가자들이 ‘舊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건물을 돌아보고 있다.(사진=김금호)


⑤ 구 군산세관 본관, 창고

수출입 세관업무를 보도록 설치한 군산세관의 청사 건물로 순종 때인 1908년에 완성되었다. 설계자는 독일인 건축가로 알려졌는데, 물고기 비늘모양의 슬레이트 지붕 위에 3개의 첨탑이 솟아 있다. 현재 호남관세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창고 건물은 2018년 ‘인문학창고 정담’ 카페로 재탄생하였다.


<>10월5일, 2024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군산편 참가자들이 ‘인문학창고 정담’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김금호)


이날 답사 참가자들은 카페 정담에서 차와 커피를 나누며 △우리 곁에서 생생한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은 과거로부터 수리와 복원을 거친 시대적 산물이며 △복원이란 단순히 과거의 건축물을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는 과정이 돼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건축답사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2024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위탁주관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프란치스코(아씨시)와 토마스 아퀴나스

작가 G.K. 체스터튼(Chesterton)은 전기에서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 of Assisi, 1182~1274)와 성 토마스 아퀴나스(Saint Thomas Aquinas, 1225~1274)를 이렇게 비교하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는 여위고, 날씬하며, 실같이 가냘프고 활의 줄같이 진동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일평생은 돌진과 질주의 연속이었다. 거지를 뒤쫓아가고, 벌거벗고, 수풀 속으로 뛰어들고, 낯선 배에 올라타는가 하면, 회교군주의 천막 속에 덤벼들었고, 불 속에 투신할 것을 자청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줄기만 앙상한 나무에 매달려 바람 앞에서 끝없이 춤추는 가을잎 같았다. 그러나 사실은 바로 그 자신이 바람이었다.

반면에 성 토마스는 비대하고 육중한 황소같은 사람이었다. 비만하고 동작이 느리고 과묵했다. 지극히 온화하고 관대하였으나, 별로 사교적은 아니었다. 때때로 경험하지만 깊이 숨겨온 황홀상태나 무아지경은 그만두고라도, 그는 뭔지 모호해 보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그가 나타났을 때는 성직자들까지도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성 토마스는 그가 늘 다니던 학교의 학자들까지도 저능아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둔했다. 참으로 그는 자기의 꿈을 적극적이고 활발한 사람들에게 침해당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기가 저능아로 알려지기를 원하는 학생같았다.

성 프란치스코의 패러독스가 시에 대해서는 흥미를 가지면서도 서적에 대해서는 불신했던 것이라면, 성 토마스가 책을 사랑하고 책으로 살았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캔터베리 이야기」 속에 있는 성직자 혹은 학자들과 똑같은 생활을 했으며, 이 세상의 어떤한 재물보다도 아리스토텔레스의 1백권의 책과 그 철학을 소유하기를 원했다. 신에게 무엇에 대해 가장 많이 감사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한 마디로 “내가 지금까지 독서한 모든 페이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를 오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절대적인 것과 우연적인 것에 대한 모든 세세한 구분과 연역(演繹)을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 폴 데이비스 저, 류시화 역,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 정신세계사, 1989

2024년 9월 30일 월요일

2024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위한 워크숍 참가

경기평교협, 2024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위한 워크숍 열어

평화통일교육 사례 공유, 활성화 방안 모색


경기도평화통일교육단체협의회(회장 이바다)는 9월 28일(토), 29일(일) 양일간 파주시 홍원연수원에서 「2024년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28일(토) 첫날에는 1, 2, 3부로 나눠 평화통일교육과 관련한 최근 동향을 전달하고 공유했다.


1부 1섹션에서 강연에 나선 김성우 교수(한림대 미래융합스쿨)는 ‘AI기반의 통일교육 사례분석’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식상한 소재의 사용을 배제하고 △개인이 아닌 팀의 협업을 중시하며 △이미지 생성형 AI를 활용한 참신한 통일 포스터를 제작한 대학생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당분간 아날로그식 물리적 통일이 어렵다면, 가상세계에 디지털 통일 한반도 국가부터 먼저 건국해 본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본다면서 “AI와 같은 혁신적인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교안을 잘 설계하면 젊은 세대도 통일문제에 흥미를 느끼고 과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28일(토) 오후, 「2024년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김성우 교수가 ‘평화통일 포스터 디자인 공모전’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2섹션에서는 변학문 소장(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이 ‘기후위기 시대의 평화통일교육’에 대해 들려주었다. 변 소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북의 국정기조와 △기후위기에 대한 남북 공동대응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짚으면서 △전쟁을 종결하고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 곧 기후정의의 실현임을 강조했다.


2부 순서에서 참여자들은 지역참여형, 토론형 평화교육 사례를 나누었다.


1섹션에서 김학규 소장(동작역사문화연구소)은 1950년 8월 ‘포항여중전투’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포화 속으로」(2010)의 실제 주인공인 동성중 출신의 ‘이우근 학도병’과 관련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학도의용병현충비가 6·25전쟁 때 전사한 학도의용병을 전쟁영웅으로만 부각하고 있는 것에 지역의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가졌다. 경문고를 주축으로 한 학생들이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조형물’ 설치를 결의하고 1천여 학생·지역주민의 서명을 받아 2022년 11월, 서울시교육감(조희연)에게 청원서를 전달하고 모금운동을 벌였다. 1년 뒤인 2023년 11월 3일, 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하지만 행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여태껏 정식으로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동일한 학도의용병 이슈지만,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강조점이 바뀔 수 있다”고 소개한 김 소장의 사례발표에 워크숍 참여자들은 “청소년들이 이루어낸 의미 있는 성과”라며 박수를 보냈다.


<>28일(토) 오후, 「2024년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김학규 소장이 ‘이우근의 부치지 못한 편지 조형물 제작’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같은 시간, 2섹션에서는 이지혜 교사(미동초)가 ‘공존형 토론을 활용한 평화통일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내가 받은 통일수업(학창시절)과 △내가 가르쳐야 하는 통일수업(6학년)으로 서두를 연 이 교사는 △기존 통일수업의 미비점을 꺼내고 △초등학생들의 통일인식을 전해주며 맥락 없는 활동은 공감과 필요를 불러오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사는 2022년 서울시교육청의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사례를 통해 △교실이라는 문화에서 △배울 것으로 기대되는 것 △토론상황에서 경험하는 것을 고려하여 수업 구성의 방향을 설정하고 수업 기반을 조성하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현상과 학습 주체들을 의미 있게 연결할 수 있다고 풀어나가 참여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3부 시간에는 ‘앞으로의 평화통일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박미자 연구교수(성공회대)가 발제하였다. 박 교수는 미래교육의 본질을 언급하며 평화통일교육에서 우리가 △계속해야 할 일 △버려야 할 일 △새롭게 해야 할 일을 꼽으며 역상정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 전국의 평화통일교육단체를 연결하는 평화통일교육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를 겸하고 있다.


계속해서 8개 소모둠으로 나누어 배정된 참여자들의 원탁토론회가 이어졌다.

각 모둠은 △전쟁반대, 평화감수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전국(지역)의 평화통일 기행장소 소개 △통일 관련 가짜뉴스의 사례 소개 △전국 또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반평화, 반통일교육 사례 소개 △대전환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평화통일교육 이슈 제안 등 4개 주제로 모둠토의를 갖고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무관심이 늘어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통일인식을 제고할 새로운 교육콘텐츠를 탐구하였다.


<>28일(토) 저녁, 「2024년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참여자들이 4개 주제에 대한 원탁토론에 임하고 있다.


29일(일) 둘째 날에는 해병대 2사단이 관할하는 김포시 하성면의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견학하며 분단의 아픔과 불편함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분단의 폐해를 인지하게 할 새로운 교육콘텐츠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29일(일) 오전, 「2024년 평화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참여자들이 북한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조강전망대에서 단체 촬영하고 있다.


부천대학교 평생교육원(원장 김형렬)과 함께 이번 워크숍을 주관한 경기도평화통일교육단체협의회 이바다 회장은 마무리 인사말을 통해 “어려워진 평화통일교육의 주·객관적 상황을 공유하고, 평화통일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일에 계속해서 매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북촌닥종이인형연구회 「열매를 맺다 Ⅶ」展

개원 46주년 부대행사로 닥종이인형 전시회를 연다. 원내 동아리 ‘북촌닥종이인형연구회’원들의 작품을 뽐내는 시간이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닥종이를 한 겹 또 한 겹… 수백 번 덧입히고 채색하는 작업은 상당한 집중력과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격년마다 개최하니 비엔날레인 셈이다. 종로구 관훈동 인사동길을 거니는 분들은 한 번쯤 찾아주셔도 좋겠다.

북촌닥종이인형연구회 회원전 ―열매를 맺다 Ⅶ “사브작사브작 아름다운 마음소리”

이 작품은 수트의 완성도를 좀 더 높여야 한다.


2024년 9월 17일 화요일

원서동길 걸어보기

연휴 사흘째인 어제는 원서동길을 걸었다. 창덕궁 서궁장을 따라 송학선 의사와 인현왕후의 그날을 떠올려 보고, 창덕궁길 건너편으로는 나철, 김태준, 이종훈, 김연수, 노무현, 송진우, 고희동, 백홍범, 조창걸의 자취를 살펴보았다.

북촌창우극장 들어가는 골목 왼쪽에 ‘개천절 행사 발상지’ 푯말이 있다. 1909년 대종교에서 음력 10월 3일을 환웅이 지상에 내려왔다 하여 개천절로 정하고 이곳에서 첫 행사를 치른 것을 알리는 내용이다. 일제는 1920년 관제를 모신 동묘를 불하받아 일본의 건국시조인 아마테라스 오오카미(天照皇大神)와 조선건국주 단군(檀君)을 합사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런 일제가 남긴 경성부 제2기 휘장(1925.11)이 오목한 채수구 덮개(맨홀 뚜껑)가 경추문 맞은편에 있다.

만남을 위해 종삼으로 남향하는 서피마골에서 조선형평사 총본부터와 홍명희 선생 집터를 확인하는 수고는 소소한 기쁨이다.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대은시조(大隱始祖) 묘소 참배

수년 만에 시조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었다. 남양주시 지세사거리에서 2시 방향으로 진건오남로를 200m가량 이동하다가 왼편 사릉로620번길의 지새(芝沙)에 들어서면 창고와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사이로 멀리 봉분이 보인다. 홍살문 우편으로 불굴가 시비와 함께 황패강 학술기념비가 있다. 일영 황패강 교수가 김천택의 청구영언에 실린 불굴가(不屈歌)가 변안열의 단가라고 밝힌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홍살문 좌편에는 대제학 정경세가 문장을 지은 신도비, 박정희가 고유(告由)한 고유비가 세워져 있다.


1334년 심양에서 아버지 변량(邊諒)과 어머니 곽씨 사이에서 차남으로 출생한 변안열은 1351년 원의 무과에 장원급제하고 형부상서에 올랐다. 1352년 노국공주를 따라 귀국하였다. 공민왕은 추밀원사 원의(元顗)의 딸과 혼인케 하고 원주를 관향으로 하사하니 이로부터 원주변씨의 시조가 되었다.


고려 원천부원군(原川府院君) 대은(大隱) 변공안열(邊公安烈), 진한국부인(辰韓國夫人) 원주원씨가 잠들어 있는 이곳은 원주변씨의 성소라 할 수 있다. 묘비, 상석과 고석, 장명등과 망주석, 석양, 문석인 등이 쌍분 형식의 묘소에 배치돼 있다. 홍살문 뒤편의 장방형 연지(15×17m)는 몇 년 전보다 좌측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비각 안에는 1580년에 세운 3.25m의 묘표비가 있다. 이수 전면 상부에 방아 찧는 달(月) 속 토끼, 후면 상부에 해(日) 속 삼족오 문양이 새겨져 있어 차별성을 보인다.


나의 직계 할아버지인 별좌공(別坐公)묘에도 참배했다. 진건읍 용정리 지사산 기슭은 시조와 아들(二世) 3형제(판사공·총제공·훈련공)와 손자(三世)까지 3대가 한 경내에 모셔진 흔치 않은 묘역이다. 포은 정몽주는 단심가를, 대은 변안열은 불굴가를 지어 고려에 대한 충절을 보였다고 전한다. 변안열은 신정왕후 강씨 소생 이방번(무안대군)의 장인이기도 했다.

오늘은 진건읍, 다음엔 진접읍이다. 조선 태종의 별궁인 풍양궁(豐壤宮) 터로 길을 잡는다.

2024년 9월 4일 수요일

한국여성생활연구원 46주년 기념 노래발표회 열어

한국여성생활연구원 46주년 기념 노래발표회 열어

1978년 개원해 3만여 동문 배출하며 교육 열정 이어가


한국여성생활연구원(교장 정찬남)이 지난 8월31일(토), 개원 46주년을 기념하는 시낭송 및 노래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에는 한국여성생활연구원과 인연을 맺어온 다양한 분야의 내빈과 구성원들이 참석해 46년간의 노력과 성과를 함께 기리고 축하했다.

개원 46주년 발표회는 ▲문해학습자의 노래 ▲문해학습자의 시낭송 ▲졸업생 독창 ▲원내 기타동아리의 중창 ▲신작 대중가요 발표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문해학습자의 노래는 서울중부교육지원청 파견 강사진과 재학생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음악치료를 담당했던 이윤경·오유정 강사가 문해학습자들의 문장을 모아 각각 작곡한 「우리들의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학습자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펼쳐보였다.


<> 8월31일 오후, 한국여성생활연구원 학습자들이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우리들의 노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합창하고 있다.


시낭송 순서에는 5인의 학습자가 배움에의 한과 열망을 담아 써내려간 자작시를 낭송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40년 전 한국여성생활연구원을 졸업한 박종숙 동문은 가곡 「세월」을 열창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순서는 다년간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성호 이사가 작사하고, 남성듀엣 사월과오월의 멤버였던 김지일 가수가 작곡한 대중가요 「괜찮아 가족」, 「다 때가 있는 거야」가 첫선을 보이며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정찬남 교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46년 동안 헌신적으로 함께해 주신 모든 구성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46년의 역사와 노하우, 새로운 열정을 바탕으로 배움을 갈망하는 성인학습자분들이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도록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 8월31일 오후, 한국여성생활연구원 개원 46주년 기념 노래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시낭송을 감상하고 있다.


한편, 개원 46주년을 기념하는 별도의 전시회도 이어진다. 수년째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북촌닥종이인형연구회는 오는 9월25일(수)부터 10월1일(화)까지 종로구 인사동길 경인미술관 아뜰리에에서 7일간 ‘열매를 맺다’ 展을 개최한다.


<> 한국여성생활연구원 개원 46주년 기념 노래발표회 웹자보

2024년 9월 3일 화요일

다르게 想상하고 변화를 상像하는 민주주의 토크콘서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2024년 세계 민주주의의 날 기념 ‘1+7 민주주의 토크콘서트’에 함께했다. 수업에 활용할 영감과 아이디어를 좀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신청했다.

상임이사가 대독한 개회사를 통해 이재오 이사장은 “세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으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인용했다. 민주주의 최상급 파괴자 굥本夫丈 빌런에게 임명장을 받은 수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어서 의외다.

△작은 모임들의 민주주의 △공화주의의 가치와 불가능성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상력 △아웃사이더가 본 한국언론 △내 안의 부족본능 다스리기 △1.5℃ 라이프 스타일 △민주주의 사회에서 활동가의 역할 △ 새로운 성장과 보호를 키워드로 여덟 사람이 각 17분씩 발표한다. 다들 예상보다 비판적 어조로 말하고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Rop van Bavel의 반주에 맞춰 권진원이 「아침이슬」을 열창하는데,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부터는 사람들이 따라 부른다. 칼 포퍼는 ‘나쁜 지도자를 어떻게 평화롭게 쫓아낼 수 있는가’가 민주주의의 요체라면서 당파적 편향은 이 과정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우리편 편향(Myside bias)에 빠져 있음을 안다. 다만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목소리를 내며 끝까지 함께 있어주는 사람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2024년 8월 24일 토요일

태양을 향해 던져라

내 이름은 독고탁 「태양을 향해 던져라」의 역경극복 모티브가 떠올랐다.

간코쿠징이냐 죠센징이냐 가르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너의 마음을 던져”서 야마토(大和) 땅에 고시엔(甲子園) 우승기를 휘날렸다는 것이 먼저이고 축하할 일이지.

이 와중에도 NHK는 교토국제고 교가 스크립트에서 동해를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한국의 학원을 ‘한일의 학원’(韓日の学び舎)으로 스리슬쩍 바꾸어 놓았다.

훌륭한 선수, 훌륭한 관중, 훌륭한 기자가 되기 이전에 우선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올바로 배워야 하고.

동대문의 서울운동장 야구장 시절을 어슴푸레 기억한다. TV 중계로 본 경북고와 선린상고의 결승전은 그야말로 명승부였지. 글러브가 어디 있더라. 캐치볼을 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2024년 8월 21일 수요일

울분으로 관람한 「1923 간토대학살」

오후에 「1923 간토대학살」을 울분과 애상으로 관람했다.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관동대지진 직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 폭동을 일으켰다, 방화하였다, 강간하였다 등등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일본군경과 자경단 등이 조선인 6,661명을 무참하게 학살하였다. 100년 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일본 정관계 인사들은 진정성 있는 추도 의사가 전혀 없다.

늘 그렇듯 폐륜범죄에 이은 은폐조작… 식민지배의 가해자인 일본인들은 스스로 가해를 긍정하기 위해 피해자인 척한 지 오래다. 이들은 피해자로서의 우위성을 내세우기 때문에 그 보복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허황된 욕구는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자들 사이에 공유되며 언동에 기세를 올리고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잊히고 지워진다.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다짐하기 위해서다. 학살 희생자들이 묻혔던 도쿄 아라카와 강변의 넋전사위가 영령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 영화 막바지에 몇몇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추모사업단 함인숙 대표님, AOK 정연진 대표님, 참으로 좋은 일 하셨다.

2024년 8월 15일 목요일

당신의 Main Battleground는 어디인가?

 어제 오후엔 정동 기림일 미사에 참례하고, 저녁엔 서린동 김남주 30주기 추모제에 함께하려고 했으나… 31일에 합창하는 어머니들 악보를 큰 글씨로 바꾸는 작업이 길어지는 바람에 모두 어긋남.

결국 교장선생님께 포획되어 충무로 래일하제 펍시네마바에서 흑맥주 넉 잔 흡입. 다시 관람한 「주전장(主戰場)」은 NR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처럼 2019년 첫 관람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름.

“한국은 시끄럽게 구는, 버릇없는 꼬마처럼 귀여운 나라”라며 내지르는 기름기 좔좔 倭인의 능글맞은 면상을 냅다 후려치고 싶은 울분이 솟구침.

박인희 사회자가 소감을 물어오기에 故백기완 선생님의 어록으로 갈음.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나니.”

당신의 Main Battleground는 어디인가?

―인(원인)과 연(조건)이 날 손짓하는 종삼행 전철 안에서

2024년 7월 28일 일요일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여신으로 의인화된 자유(Liberté)가 오른손에 프랑스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삼색기와 왼손에 총을 들고, 뒤따르는 민중을 뒤돌아보며 전진을 독려하는 유명한 그림…

많은 사람이 프랑스혁명을 얘기하면서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Liberty Leading the People)을 삽입하곤 한다. 하지만 이 그림은 1789년 바스티유감옥 습격(7.14)으로 촉발된 프랑스혁명이 아니라 1830년 7월혁명(7.27~29)을 그린 것이다.

1814년, 루이16세의 동생인 루이18세가 빈 회의를 통해 부르봉 왕가의 통치를 재건한다. 1824년, 뒤를 이은 또다른 동생 샤를10세가 보수적 반동정치를 실시(의회 해산, 언론과 출판의 자유 억압 등)하자 파리에서는 41년만에 다시 혁명이 일어나게 되었다. 1830년 7월 27일,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국왕군과 시가전을 벌였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혁명 이틀째인 7월 28일의 파리 거리를 묘사하고 있다. 29일에는 시민들이 왕궁으로 진입하며 영광의 3일(Trois Glorieuses)로 불리는 혁명이 성공한다. 1884년 조선의 三日天下(12.4~6)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혁명은 불합리한 세상을 바라보는 정신의 각성이다.

2024년 6월 23일 일요일

‘거꾸로 읽는 동두천사’ 전시연계 역사유적탐방

어제는 동두천시 지행동, 광암동, 보산동, 상봉암동 일대를 탐방했다.

지행역 인근 동두천생태평화갤러리 더꿈에서 파견작가들의 동두천역사문화공원추진을 위한 기금마련展 작품을 감상했다. 「숲은 어린 짐승들을 기른다」라는 전시 표제에서 얼마전 읽은 유키코 노리다케의 키큰이 책 「형제의 숲(Forêt des frères)」을 떠올렸다.

광암로17번길을 달려 턱거리마을로 이동했다. 캠프 호비 정문 왼편의 담벼락길에서 1971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여성의 묘 앞에 섰다. 비문은 글자가 흐릿하고 띄어쓰기도 이상한데 대략 이런 내용이다. 가독성을 위해 임의로 마침표를 넣어 보았다. “SOONJA REYNOLDS DIED 7 FEB 1971. MY LOVE REST IN PEACE AND THINK OF ME FOR. I AM THINKING OF YOU FOREVER. AND OUR HEARTS ARE JOINED TO GET HER. 박순자 가지 말아주오. 1971年 2月 9日.”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겨운 기지촌을 떠나 미군병사 레이놀즈와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던 순자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한 군인의 애달픈 순애보가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마음을 적신다.

단일 궁궐로 보면 경복궁이 가장 규모가 크지만, 창덕궁과 창경궁을 합한 동궐의 면적은 북궐을 넘어선다. 순자묘소 앞 담장 너머는 430만평을 자랑하는 캠프호비(Camp Hovey)다. 인근의 캠프케이시(Camp Casey) 역시 430만평 규모로 이 둘을 합치면 무려 860만평이 된다. 미군의 해외 단일기지 가운데 세계 최대규모로 알려진 평택 캠프험프리스(Camp Humphreys)의 450만평 규모를 가뿐히 압도한다. 동두천시는 현재 시 전체 면적의 42%인 40.63㎢(1천2백3십만평)를 미군측에 공여하고 있다.

캠프호비 동편의 순자묘(광암동 산 92-8). 50여년 전의 사부곡(思婦曲) “순자 레이놀드 1971년 2월7일 사망하다. 내 사랑 평화롭게 쉬기를, 그리고 날 기억해 주오. 우리의 마음은 결합돼 있고 나는 영원히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니, 박순자 가지 말아주오. 1971年 2月 9日.”

길을 돌아 나와 쇠목교4거리에서 쇠목계곡으로 향했다. 산촌농원으로 들어가는 작은 삼거리에 ‘주한미군 공여지 반환운동 기념비’가 있다(광암동 87-7). 1996년 3월에 주한미군이 사유지에 어떤 협의나 동의도 없이 미8군 탱크사격장으로 사용하겠다며 과녁용 구형탱크를 밭에 가져다 놓았다. 이에 쇠목마을 주민과 동두천민주시민회의 격렬한 저항을 초래했고 결국 1998년 우리나라 최초로 600만평의 공여지를 반환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전국의 주한미군기지가 있는 지역마다 공여지 반환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쇠목길을 따라 ‘쇠목마을 미군공여지 반환운동’ 당시 미군탱크의 마을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쌓아 만든 몇 기의 돌탑(해원비)이 주욱 서 있다.

쇠목 공여지 반환기념비(동두천시 광암동 87-7). 이곳은 1996년 우리나라 주한미군공여지 반환운동의 시발점이다. 2005년 7월16일 세워진 기념비는 새의 등에 촛불이 올려진 형상이다. 불꽃의 세로글씨는 故신영복 교수의 쇠귀체.

1992년 10월28일, 26세의 기지촌 여성이 미육군 제2보병사단 케네스 마클(Kenneth Lee Markle Ⅲ) 의무이병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윤금이의 죽음으로 미군범죄와 불평등한 사법처리 문제가 불거지며 사회일반의 인식전환을 가져오고 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동력을 얻게 되었다. 2001년 4월, 결코 충분하지 않지만 살인, 강간, 유괴, 마약거래, 마약생산, 방화, 흉기휴대 강도, 폭행·상해 치사, 음주운전 치사, 뺑소니 등 12개 중대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점이 재판종료 후에서 기소시점으로 앞당겨진다는 내용을 포함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이루어졌다.

30여 년 전 사건현장(보산동 431-50)은 현재 철공방이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사찰 아래에는 사하촌(寺下村)이나 절골, 사동(寺洞), 탑동(塔洞) 등이 번창하고, 향교나 서원 소재지에는 향교촌(鄕校村), 서원촌(書院村)이 들어서는 것이라면 軍기지 주변에 기지촌(基地村, military camp town)이 생활권을 형성하는 것은 지극히 기계적인 물리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미군뿐만 아니라 문무 신라와 연합했다는 정방 당군이나 선조 조선을 원조왔다는 天兵 명군처럼 어쩌면 이 땅에 외국군대가 주둔한 자리는 대개 그러했을 터. 일본군위안부만 생각해 오다가 대뜸 미군위안부라는 개념을 맞닥뜨린 충격이 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동두천시 상봉암동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쪽에서 바라본 옛 성병관리소. 본관 앞쪽에 감시용 초소가 보인다.

소요산역 1번출구를 나와 ‘홍덕문 추모비’가 있는 5거리를 지나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으로 향하는 우측(남쪽) 도로를 올라가기 전에 철망 등으로 통행을 봉쇄한 곳을 만나게 된다. 구역 안쪽으로는 천막과 차양막 등으로 덮어놓은 건물이 보이는데 얼핏 봐서는 용도를 짐작할 수 없다. 이 수상한 건물의 이름은 옛 성병관리소다. 멀리서나마 정면으로 보기 위해선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데크길을 이용해야 한다.

1965년 양주군 조례에 따라 동두천에 처음으로 설치된 성병관리소가 1973년 2,000평 부지의 현 위치로 이전하며 2층 막사가 세워졌다. 이 ‘언덕 위의 하얀 집’의 성격은 성병검진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기지촌 여성들을 끌고와 감금하고 학대했던 ‘낙검자수용소’다. 미군들은 ‘Monkey House’로 불렀다는데, 다분히 동양인 폄하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페니실린 투여량으로 사망한 여성이 많았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1996년 3월 폐쇄된 이곳은 동두천시가 신한대학(구 신흥대학)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하면서 현재 철거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옛 성병관리소의 평화적 전환과 활용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학계·문화계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근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거꾸로 읽는 동두천사’ 전시연계 역사유적탐방 참가자들(2024.6.24. 오후 2~5시). 참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김대용 대표님은 學자나 勝자, 官이 아닌 저항하고 기억하는 民에 의해서 역사가 진보한다고 믿고 있다. 기억되지 않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과 같으며 다시 반복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우중에도 차량 운전을 해주신 고경환 선생님과 연대의 힘을 보여준 여러 작가분들께 고마움 전한다. 역사의 필연은 종종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러하다.

2024년 6월 16일 일요일

금곡홍유릉상점가상인회… 제3회 상상더이상 금곡 페스티벌 개최

제3회 상상더이상 금곡 페스티벌 개최
남양주시 금곡홍유릉상점가 상인회 주최, 지역 상권 활성화에 이바지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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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홍유릉상점가상인회(회장 이희문)가 ‘2024 제3회 상상더이상 금곡 FESTIVAL’을 개최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이날 페스티벌은 다양한 체험 부스, 먹거리 부스, 상인회 부스, 지역공동체 홍보부스와 각종 공연, 경품 등을 마련해 풍성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선보였다.

오후 5시 무렵부터는 취타대를 앞세운 어가행렬이 이석영광장을 출발하여 금곡로를 행진하며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금곡 페스티벌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시장경영패키지 지원사업’ 및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에서 추진하는 ‘경기도 작은축제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추진되었다.

15일 오후, 종로와룡대취타보존회(단장 이춘화) 단원들이 금곡홍유릉상점가 일원을 행진하며 전통 취타대 공연을 펼쳐 주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15일, 금곡 FESTIVAL 취타대 공연을 마친 종로와룡대취타보존회원들이 리멤버1910 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동아시아의 선종사원과 양주 회암사지」 학술대회

월말에 원내 학술동아리에서 사찰건축에 대해 발표를 한다.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을 듯하여 「동아시아의 선종사원과 양주 회암사지」 학술대회를 청강했다. 회암사는 12세기 이전부터 고려 유력 사찰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나말여초를 거치면서 경사진 지형조건에 맞춘 배치상의 변화와 13~14세기에 온난한 기후에서 한랭해진 기후에 대응하여 온돌이 확산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15~16세기에는 상왕(이성계)의 행궁 영역이 조성되고, 보우는 문정왕후의 후원으로 대대적인 중수를 이뤄냈다. 250쪽에 달하는 두툼한 컬러 자료집이 양주 회암사지 현장답사에 대한 욕구를 불러온다. 여주 신륵사 조사당의 지공-나옹-무학으로 이어지는 선승의 진영과 계보도 다시 살펴보고 싶다.


절집은 전통건축물 가운데 살림집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신중단-보살단-불단으로 위계화된 사찰 전각의 의미와 다양한 불교미술품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HZ로 인한 왼팔뚝의 통증으로 낮동안 잠깐씩 앉아 휴식하는 꾸벅거림이 밤시간에는 어김없이 긴 불면으로 교환되면서 처리해야 할 업무와 작성해야 할 기사문이 밀려 있다. 그럴듯한 PPT를 생산해야 하는 과제까지 더해졌다. 오늘밤도 너튜브 수면유도 빗소리 스탠바이~ 외줄에 매달린 악착보살의 일념으로 용맹정진~


2024년 6월 13일 목요일

「한국문학통사」, 「실사구시의 한국학」

지난 5월21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제5회 한국학저술상 선정도서 2종을 무료로 나눔(선착순 50명)한다는 공지를 냈었다. 혹시나 하고 신청했었는데, 오늘 택배로 수령했다.
한중연의 ‘한국학 저술상’은 고서점 통문관(通文館)의 창업주인 산기(山氣) 이겸로(1909~2006) 선생의 유지를 이어 설립된 ‘재단법인 산기’의 후원으로 2020년 처음 제정됐다.
임형택 교수의 「실사구시의 한국학」(지식산업사, 2005), 특히 조동일 교수의 「한국문학통사」(지식산업사, 2005) 시리즈는 오랫동안 탐내왔었는데, 소비지출에서 책값이 점유하는 비율을 대폭 낮춰야 하는 처지에서 보면 대단한 횡재라 할 수 있다. 인사동 나갈 때 통문관에 들러봐야겠다. 감사한 마음으로 탐독하겠습니다.



2024년 6월 10일 월요일

김광섭 vs. 김광균 vs. 김광림 vs. 김광규

김광섭, 김광균, 김광림, 김광규… 이 시인들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로 유명한 이산(怡山) 김광섭(金珖燮, 1905.9.22~1977.5.23)은 「생의 감각」에서 고협압으로 쓰러졌다가 소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삶의 의지를 노래했다.

우사(雨社) 김광균(金光均, 1914.1.19~1993.11.23)은 「와사등」에서 도시문명의 쓸쓸함과 방향감각 상실을 그리고 있다. 납북된 동생을 대신해 무역회사 ‘건설상회(건설실업)’를 경영한 기업가이기도 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추일서정),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외인촌),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설야) 같은 시구가 떠오른다.

독문학자 김광규(金光圭, 1941.1.7~ )는 「대장간의 유혹」에서 플라스틱과 같은 무가치하고 몰개성적인 삶을 반성하고, 시퍼런 무쇠 낫과 같은 진정성 있는 삶의 회복을 열망하고 있다. 「작은 사내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널리 알려져 있다.

김광림(金光林, 1929.9.21~2024.6.9)의 본명은 김충남(忠男)이다. 김광균의 ‘光’과 김기림의 ‘林’에서 필명 ‘光林’을 지었다고 한다. 1950년대 장교 복무시절 외출을 나올 때마다 보급품 박스 속에 있던 양담배(럭키스트라이크) 은박지를 모아 화가 이중섭에게 전해줬다. 그래서인지 「이중섭 생각」 연작시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시인은 국내에서 가장 평균소득이 낮은 직업군으로 꼽히곤 한다.
슬픈 천명(天命)…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역시나 쉽게 씌어지는 시는 부끄러운 것인가 보다.


2024년 6월 5일 수요일

영유만(迎油灣) 정관예우(精管禮遇)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가 합계출산율(TFR, Total Fertility Rate)이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돼 또 한 번 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서울은 0.59명으로 가장 낮았다.

성인문해 사회 과목에서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은 주요한 학습과제가 된다.
정·난관 복원시술비 지원(서울시), 케겔운동 캠페인(서울시의원), 스마트 자가정자진단기 배포(대구시), 여아 조기입학(한국조세재정연구원), 노인 은퇴이민(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타개하는 국가기관의 대책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2학기엔 ‘자원의 이동과 가치 변화’ 단원도 다루어야 하는데, 이삼일 사이에 영일만(迎日灣)이 영유만(迎油灣)이 되었네. 나라가 요지경 속이다. 까스!까스!

2024년 5월 28일 화요일

‘독립’ 위해 하나된 종교 화합의 장을 돌아보다

‘독립’ 위해 하나된 종교 화합의 장을 돌아보다
공원이 된 학교와 신문사 자리엔 표석만 남아


(협)마을대학종로는 「2024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에 선정된 ‘종로, 역사의 라이벌’ 프로그램을 5월부터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운영한다. 그 첫 순서로 지난 5월 18일(토) 수송동, 견지동, 인사동, 경운동 등을 탐방하며 천도교를 중심으로 선조들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이날 탐방은 증조할아버지(김승학)와 아버지(김계업)에 이어 3대째 독립운동사의 가학을 잇고 있는 김병기 선생이 해설을 맡아주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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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ngno-mn.com/news/articleView.html?idxno=3569

①수송공원(壽松公園)

명종의 며느리이자 순회세자의 세자빈인 공회빈 윤씨가 머물던 종로구 수송동 옛 용동궁 자리에 천도교 인쇄소인 보성사(普成社) 표석이 있다. 1919년 2월27일 밤, 보성사에서 최남선이 쓴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던 중 종로경찰서 소속의 조선인 형사 신승희(일명 신철)가 들이닥쳤다. 이종일 사장으로부터 상황의 심각함을 전해들은 손병희 교조가 급히 거금 5천원을 준비했고, 이를 건네받은 신철은 만주로 떠났다. 이렇게 하여 독립선언서 3만5천부 인쇄가 무사히 완료됐다.
1914년 4월1일, 일제는 중부 수진방(壽進坊)의 수동(壽洞)과 송현(松峴·솔고개) 등을 병합해 새로이 수송동 이름을 작명했다. 1980년대 초 숙명여고(1981)와 중동고(1984)가 강남으로 이전한 공간에 빌딩들이 들어서고 자투리에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어 공원을 조성했다.
보성사 표석은 현재 수송공원 안에 있지만, 보성사는 원래 지금의 조계사 대웅전 앞 회화나무 언저리에 보성전문학교와 함께 있었다. 공원 내에는 보성사 터 표석과 기념탑, 옥파 이종일 동상, 중동학교 옛터, 숙명여학교 옛터, 신흥대학 터를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또한 대한매일신보 창간사옥 터, 화가 심전 안중식과 고희동 등의 활동지임을 알리는 표석이 좁은 공간에 산재해 있다. 시간적 배경을 달리해 여러 학교와 인쇄시설이 있던 곳임을 알리는 종합 안내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월18일(토) 오전, 종로구 수송공원 내 이종일 동상 앞에서 ‘종로, 역사의 라이벌’ 참여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②우정총국(郵政總局)

금석 홍영식은 1881년 신사유람단, 1883년 보빙사의 일원으로 일본과 미국을 방문하고 고종에게 근대 우편제도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고종은 건의를 받아들여 1884년 3월27일, 우정총국을 설치하고 홍영식을 초대 우정총판으로 임명했다. 1884년 12월4일 밤 우정총국 낙성식에서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 등 개화파는 정변을 일으키고 왕과 왕후의 신변을 확보해 경우궁으로 모셨다. 그러나 12월5일, 고종 내외가 창덕궁으로 환궁하면서 수구파의 반격이 본격화됐다. 12월6일, 위안스카이가 지휘하는 청군이 창덕궁으로 들어가면서 개화파를 지원하던 일본군이 철수했고, 개화당의 갑신년(1884) 정변은 3일 만에 종말을 고했다.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등은 일본 망명길에 오르고 홍영식은 고종을 수행해 북묘(北廟)까지 갔다가 청군에 살해되었다.
본채를 제외한 건물이 소실된 우정총국은 개국 20일만에 폐쇄되고 1893년에야 전우총국(電郵總局)이란 이름으로 우편업무를 재개했다. 1905년 이후에는 한어학교, 중동야학교, 경성 중앙우체국장 관사 등으로 사용되었다. 광복 이후엔 개인주택이었다가 1956년 체신부에서 매입해 1972년부터 ‘우정총국체신기념관’으로 사용했다. ‘14개조 개혁정강’에서 보듯이 갑신정변은 자주적 근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최초의 정치개혁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③태화관(泰和館)

우정국로 건너편 인사동5길로 나아간다. 헌종 임금이 총애한 후궁 경빈김씨가 거처하던 순화궁(順和宮)은 1907년 8월, 경빈 사후 궁내부대신 이윤용이 차지하였다. 나중엔 이복동생 이완용이 별장으로 쓰다가 1915년 1월, 대규모 호텔 ‘태화관’이 들어섰다. 이후 1918년 대한제국 전선사(궁중음식 담당부서) 장선 출신의 안순환이 인수해 명월관 분점을 개점했다.
이곳 조선요리옥 자리에선 1905년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의 을사늑약 밀의, 1907년 7월 고종 강제퇴위 음모, 1910년 병탄조약 논의가 진행됐다. 3·1만세운동 당시 민족지도자들은 이러한 모의가 벌어진 장소에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하여 모든 매국적인 조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화관은 1921년 미국 남감리교 여자선교부가 매입해 국내최초 사회복지기관인 ‘태화여자관’을 설치하고 태화여학교를 운영했다. 1936년 화가 이숙종이 태화여학교를 인수해 성신여대로 발전했다. 지금 태화관 자리엔 감리회 태화복지재단의 태화빌딩이 들어서 ‘크게 화합함’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1919년 3월 1일 태화관의 독립선언에는 민족대표 33명 중 29명이 참석했다.
 


④승동교회(勝洞敎會)

인사동 실내포장마차 거리를 따라 인사동3길을 지난다.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인 새뮤얼 무어(한국명 모삼열)가 1893년 지금의 소공동 롯데호텔 자리인 옛 곤당골에 세운 작은 한옥에서 승동교회가 출발했다. 동네에 고운 담(곤담)이 둘러쳐져 있어 고운담길·곤당골이라고 부르던 것이 그대로 교회 이름(곤당골교회)이 됐다. 무어 선교사가 양인(良人) 교인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근의 백정(白丁)들을 받아들여 ‘백정교회’로도 알려졌다. 2대 당회장인 이눌서(W.D. Reynolds) 목사 때인 1904년 10월, 인사동에 한옥을 사들여 이사하고 1912년 지금의 본당 골격을 갖췄다. 박공 지붕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붉은 벽돌건물은 1959년 증축공사로 초기의 모습을 잃었다.
인근 인사동·종로2가 일대를 가리키던 승동(承洞)이 1907년 연합부흥회(길선주 목사) 때 “인근 절골(寺洞)과의 영적인 싸움에서 이기는 교회가 되자”는 의미의 승동(勝洞)으로 교회이름을 바꾸어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3·1운동 학생단 대표인 연희전문학교의 김원벽 등이 다니면서 승동교회는 하층 기도실에 모여 학생들이 비밀회합을 갖고 학생동원을 점검하는 등 독립선언서 배포에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⑤탑골공원

세조가 고려의 흥복사 절터에 건립한 원각사 자리에 1897년(광무1) 대한제국 최초의 도시공원인 파고다(pagoda·塔婆)공원이 조성되었다. 광장이 없던 황도에 근대 공(public·公)적 공간이 들어선 것이다.
1919년 3월1일 오후 2시, 탑골공원에 모인 청년·학생들은 “집결할 파고다공원에서 선언식을 가질 경우, 자칫 폭동으로 비화할 수 있다”면서 타이르는 태화관의 민족대표들과 행동을 달리하기로 결정했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라며 경신학당 출신의 해주 사람 정재용이 팔각정에 올라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탑골공원에서 민족대표를 대신해 독립선언서를 처음 낭독한 인물이 경성의학전문학교 모 학생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원에 모인 5천여 명이 일시에 내지르는 “대한독립만세” 외침에 수만의 군중이 호응하면서 만세운동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요사이엔 3·1운동 성지인 탑골공원(사적 제354호)의 역사적 위상에 걸맞도록 이름을 바꾸고 담장을 없애 보다 개방적인 구조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⑥천도교 중앙대교당(天道敎 中央大敎堂)

중앙대교당이 자리한 종로구 경운동 88번지 입구 우편에 ‘독립선언문 배부터’라는 표석이 있다. 보성사 이종일 사장의 집이 있던 곳이다. 좌편의 ‘개벽사(開闢社) 터’ 표석과 ‘세계 어린이운동 발상지’ 표석엔 소춘 김기전과 소파 방정환의 흔적이 담겨있다.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천도교의 총본산이다. 교세가 확장하면서 송현동에 있던 중앙총부를 이전하고 300만 교도의 성금을 모아 1921년 준공했다. 건평 212평의 화강석 기초에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단층건물로 식민지 시기에는 명동성당, 조선총독부와 함께 서울의 3대 건축물로 꼽혔다. 기둥을 두지 않은 내부는 아치형 천장을 철근 앵글로 엮은 뒤 바로크풍 지붕을 덮었다.
대교당 우편에 자리한 15층의 수운회관은 1971년 건축됐다. 박정희 군사독재에 협력한 최덕신이 1967년 천도교 교령 자리에 오르고 한국종교협의회장을 맡은 이후의 일이다.

1,0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천도교 중앙대교당은 종교행사는 물론 지금도 노동자, 여성, 참사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국강연회, 음악회,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105년 전 3·1만세운동은 우리나라 천도교, 개신교, 불교 세 종단이 주도하여 ‘독립’이라는 단일한 대의를 위해 하나로 뭉쳤던 민족의 소중한 경험이다.
해설자 김병기 선생이 용인땅 우봉이씨 선산 자락에서 기어코 두계 이병도의 무덤을 찾은 사연, 무장투쟁을 주장한 묵암 이종일과 비폭력주의자 의암 손병희의 논쟁, 변절자 여암 최린의 회한 이야기는 참가자들에게 약이 되고 밥이 되는 훌륭한 약밥이었다.
이날 탐방이 일본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바른 역사를 왜곡하는 부류가 우리 사회의 주류인양 힘을 과시하는 이 시점에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역사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기를 소망한다.

2024년 5월 15일 수요일

줄탁동시(啐啄同時)

레드와 핑크 카네이션에 꽃화분과 달콤한 산머루주, 색종이로 손수 접은 카네이션에 자작 시집까지… 세종 임금님 덕에 말단 후학도 축하받고 호사를 누렸다.
모진 세월 거치며 오라버니와 남편, 자녀들 뒷바라지 마치고 이제사 늦사리하는 열정으로 힘겹게 줄(啐)하는 망팔 망구 늦깎이분들이다. 배움의 수준이 높고 가르침의 수준도 높은데 더하여 부추김과 나눔, 본보기의 수준까지 높은 탁(啄)을 꿈꾼다.



2024년 5월 11일 토요일

노나메는 「장산곶매 이야기」

“나는 통일꾼이요.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나니
옛날 겟적 꼬꼬지 옛날 겟적 한거리 벅적 달구름에
우리말은 인류문화의 어먹한 다락이다.”

그저께 목요일(5.9) 오후, 공모사업 협약식을 마치고 명륜4가 ‘백기완마당집’을 방문했다. 선생의 옛살라비에서 옮겨온 짧은 문장은 흔히 접할 수 없는 낱말로 꾸려져 있다.
새로 나온 「장산곶매 이야기」 두 권이 후학의 우리말 공부를 노나(나누어) 메기(먹이다)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조만간 모란공원 묘소로 찾아봬야겠다. 불쌈꾼의 영면에 삼가 고개를 숙인다.

백기완, 「장산곶매 이야기」, 노나메기, 1·2권 각 1만5천원

2024년 5월 1일 134주년 노동절에 공식 개관한 ‘백기완마당집’




2024년 5월 10일 금요일

2024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 협약식

서울은 한성백제 위례성과 고려의 남경, 조선의 도읍을 거치면서 시·공간의 층위가 켜켜이 쌓인 역사도시이다. 그런 만큼 당대를 살아간 인물이 만들어 간 사회·역사적 경험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는데 그 중심 층위에 종로가 있다. 번영의 시기이건 혼란의 시기이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물들의 역할이 컸고, 그 속에서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이 겯고틀기를 반복했다. 종로라는 배경에서도 어김없이 많은 인물이 부침을 거듭했다. 이러한 ‘인물’을 알면 우리 ‘역사’와 ‘종로’를 더 잘 볼 수 있다.

이번에 우리 조합은 조선시대와 근대시기까지 라이벌 관계에 있던 몇몇 인물을 통해 역사의 중심무대였던 종로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양자의 입장을 비교함으로써, 각 인물의 다른 시작과 말로, 삶의 여정은 물론 각 시대를 뜨겁게 달궜던 갈등과 쟁점을 돌아볼 예정이다.






2024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 협약식 성료
11월까지 이웃소통 17팀, 지역문제해결 13팀 사업수행

http://www.jongno-mn.com/news/articleView.html?idxno=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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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구청장 정문헌)는 9일 오전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동숭동)에서 ‘2024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 협약식’을 가졌다.

주민소통 공모사업은 종로구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3인 이상의 주민모임 및 단체가 지역문제를 스스로 찾아내 해결하고 이웃 간, 세대 간 소통을 증진할 수 있도록 구에서 지원하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이다.

행정자치과 강현영 과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협약식은 △국민의례 △내빈소개 △추진경과 및 사업소개 △협약서 전달 △구청장 인사말 △구의회의장 축사 △기념촬영 △우수사례발표 △향후일정 안내 △소통지원가 상견례 순으로 이어졌다.

정문헌 구청장은 “많지 않은 지원금액에 새로 바뀐 회계처리(보탬e)까지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면서 “종로를 향한 애향심으로 의미 있는 결실을 맺는 길을 함께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모사업은 초기 단계의 이웃소통사업과 발전 단계의 지역문제해결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주민소통 공모사업은 지난 2월 사업공고(2.1) 이후 총 42개 팀이 응모했다. 심사단은 1차 서류 및 현장심사(3.14), 2차 면접심사(4.2)를 거쳐 최종 30개 팀(이웃소통 17, 지역문제해결 13)을 선정(4.4)했다. 예산집행지침 및 보탬e시스템 교육(4.26)까지 마친 선정 단체는 10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지원받아 5월부터 11월까지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한편, 종로마을N을 발행하고 있는 (협)마을대학종로는 2022년 「사라진 싱아를 찾아서」, 2023년 「소설 속 종로 걸어보기」에 이어 올해에도 「종로, 역사의 라이벌」을 주제로 3년 연속 지역문제해결사업을 운영한다.

※ 신청링크 - https://forms.gle/WEDAYEzeFM9LPySSA

2024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 「종로, 역사의 라이벌」 by (협)마을대학종로


2024년 5월 6일 월요일

당신 때문에 우리가 문맹이 되었잖아!

석기시대, 한 사람이 돌 위에 무엇인가 긁적거리고 있다.
이것을 본 다른 사람들이 신기한 듯이 묻는다.
“당신, 무얼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지금 글자를 발명했어!”
“그래? 글자를 발명했다고? 대단한 일을 했구나.”

잠시 뒤에,
“그런데 당신 때문에 우리가 문맹이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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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교육, 본질과 현장의 접점 찾기」 보수교육 진행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문해교육관계자 역량강화 통한 문해교육 질 향상 모색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87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원장 직무대행 구종원, 이하 서평원)이 ‘문해교육, 본질과 현장의 접점 찾기’를 주제로 2024년 상반기 문해교육 관계자 보수교육을 개최했다. 서울특별시문해교육센터(팀장 최종성)가 마련한 이번 보수교육에는 관내 문해교육 관계자 및 교·강사 60여 명이 참석했다.

교육은 지난 4월27일(토) 오전 1시부터 5시까지 그레이프 라운지 을지로점(중구 청계천로 100) 세미나룸에서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 「문해교육에 빙의되다」는 이희수 교수(중앙대학교)의 기조강연 ‘평생교육 원류로서의 문해교육’과 ‘평생교육 물줄기로서의 문해교육’으로 이뤄졌다.

4월27일 열린 ‘2024년 상반기 서울시 문해교육관계자 보수교육’에서 이희수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현장 맞춤형 그룹 네트워크 교육으로 꾸려진 2부 「문해교육에 빠져들다」는 정찬남 교장(한국여성생활연구원), 서화진 교감(푸른어머니학교), 이미애 센터장(YDP성인문해교육센터)이 각각 세션의 강좌를 맡았다.

△학습자 상담 및 중도 탈락 예방법 △문해교육 교재(교구) 구성 및 활용법 △문해교육 포트폴리오 구성 및 제작을 주제로 강의와 토의가 이어졌다.

4월27일 열린 ‘2024년 상반기 서울시 문해교육관계자 보수교육’에서 푸른어머니학교 서화진 교감이 세션2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3부는 ‘서울형 문해교육 콘텐츠 맛보기’ 순서로 진행됐다. 최지혜(지역평생교육사업팀) 담당이 술술 이야기 읽기 교재의 추가 배포 및 활용 계획, 신규 문해교육 콘텐츠 개발 계획을 안내했다.

이날 보수교육 참석자들에게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기획한 △문해교육과 평생교육(이희수 著) △성인문해와 성인문해능력조사(허준 著) △성인문해학습자(이지혜 著) 등 문해교육개론서 3종 중 선택하는 1종 책자가 제공됐다.

4월27일 열린 ‘2024년 상반기 서울시 문해교육관계자 보수교육’에서 최지혜 담당이 신규 문해교육 콘텐츠 개발 계획을 안내하고 있다.


2024년 4월 21일 일요일

용산 도시산책

Part 1.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 다크투어

지난 4월13일,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이 진행한 용산미군기지 담벼락을 따라 걷는 다크투어에 동행했다. 첫 포스트는 이태원광장에 있는 지하수 집수정이다. 상단부를 높인 철제 구조물에 알록달록 그라피티 작업을 해놓았는데, 뒤로 돌아가보니 기름냄새가 풍겨나왔다. 겉으로 보아서는 이것이 인근의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지하수를 모아놓는 시설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녹사평역 1번출구에서 전쟁기념관으로 향하는 철조망 담장길을 “라일락 꽃향기 맡으며(이문세)” 걸었다. 미군정청 자문관으로 근무하던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1948년 북한산 백운대에서 털개회나무 씨앗을 채집해 미국으로 돌아가 개량하였다. 그리곤 자문관 시절 자신의 사무보조원이었던 한국 여성의 성을 따 ‘미스킴 라일락(Miss Kim Lilac)’으로 이름 지었다. 구상나무처럼 우리나라 토종식물이 외국에서 교배되어 역수입된 안타까운 사례다.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를 잇는 구름다리 밑을 지나 전쟁기념관으로 향한다. 한강로1가 삼각지파출소 옆 골목부터는 적산가옥이 수십 미터 이어져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한진중공업 건물로 향하는 왼편 공사부지에서 또하나의 ‘킴(Kim)’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조선육군창고’로 조성한 곳에 2019년까지 캠프 킴(Camp Kim)이 자리했다.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한국노무단(KSC)에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미군이 운용한 지하저장탱크에서 기름이 새 지하수를 타고 퍼졌다. 토양에서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된 바 있다. 그런데 정화작업은 서울시가, 정화비용은 중앙정부가 떠맡고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구속력 없는 관련 규정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평택의 캠프 험프리(Camp Humphrey)로 이전해 간 후 미군위문협회(USO) 건물을 2020년 12월까지 ‘용산공원 갤러리’로 운영했었다. 이제 땅값만 4조원인 이곳 한강로1가 1-1번지 금싸라기 터에 초고층 빌딩숲이 들어설 전망이다.

투어팀은 완공 시한을 넘겨 아직도 공사중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확인하고 삼각지역으로 선회했다. 1939년 일제가 설치한 삼각지 로터리는 한강, 서울역, 이태원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배호의 히트곡 「돌아가는 삼각지」의 “삼각지 로터리를 헤매 도는 이 발길” 노랫말처럼 1967년 용산 방면이 추가되어 4방향의 타원형식 입체교차로 역할을 하다가 1994년 오히려 급증한 교통체증과 노후화로 철거되었다.

마무리 포스트는 2023년 5월4일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이다. 이곳은 각자가 웹사이트에서 예약한 후 직접 방문해보길 권한다. 百聞不如一見. 직접 겪어봐야 한다. 왜군(임진왜란)과 청군(병자호란·임오군란)이 주둔했던 땅을 다시 일본군(청일전쟁·러일전쟁)이 장악하고 이어서 미군(해방·한국전쟁)이 들어와 차지했다. 용산의 중첩된 시·공간을 생각하매 가슴이 답답해온다.




Part 2. 미군기지와 도시산책

4월20일 어제는 아임스토리가 마련한 ‘저자와 함께 떠나는 용산 역사문화 산책길 투어’에 함께했다. 용산도시기억전시관 2층 세미나실에서 저자의 사전강의를 들은 후 아세아아파트 예정지(부영건설)부터 용산가족공원 태극기광장 북쪽까지 3㎞ 빗길을 걸었다.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지배와 대륙침략의 핵심 인프라로 건설한 용산역은 경의선(경성~신의주)과 경원선(경성~원산)의 출발지이자 경부선·경인선이 경유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용산역 주변에 일본군 사령부(1907), 통감부 철도관리국(1906), 철도관사, 철도병원, 철도학교 등이 설치된 이후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용산은 경성부의 일부로 편입하고 신흥도시로 변모했다. 원래의 용산을 밀어낸 신용산의 탄생이다.

공사장 높은 펜스가 늘어선 골목을 지나 용산세무소 마당에 섰다. 남쪽 뚝방선로 위로 이촌역을 향하는 경의중앙선 전동차가 마치 한 세기전 화륜거마냥 기묘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서빙고로 건너편 파크타워 아파트 106동 뒤편 벤치에서 10시 방향 1.2㎞ 전방까지 뻗은 서빙고근린공원 산책로를 조망할 수 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북면에서 미8군도로를 따라 좌우로 늘어선 사우스포스트와 메인포스트의 주요 건물과 멀리 남산서울타워까지 바라보았다.

「용산 미군기지와 도시산책」은 △용산기지 △한강대로 △남산자락 △독립의지 △시대전환 △마을부군 △서빙고로 등 7개 꼭지로 구성돼 있다. 김홍렬 저자는 ‘조선통신사 사행길’이 빠져있다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2018년 3월, 서울시 주무관 시절의 저자가 안내하는 팀에 합류하여 숭례문에서 이태원부군당까지 걸었었다. 그리고 2019년 6월에는 캠프 킴(Camp Kim) 자리의 ‘용산공원 갤러리’에서 대면했던 기억도 있다. 자칭 ‘용산김씨 시조’ 김홍렬 저자의 쉼 없는 열정과 다년간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과 지도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첫 투어를 마련해준 아임스토리 분들도 수고 많으셨다. 이번 신간이 대중에게 용산 공간을 바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용산 미군기지와 도시산책」 안쪽면에 ‘용산산책지도’가 인쇄돼 있다. 책 띠지가 이렇게나 유용하게 활용된다.

아임스토리 남정인 대표와 용산김씨 김홍렬 저자.

4월20일 오후, ‘저자와 함께 떠나는 용산 역사문화 산책길 투어’ 사전강의에서 김홍렬 저자가 자료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동편, 용산가족공원 내 태극기광장 북쪽에서 우중 단체촬영(사진=아임스토리 밴드)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5번의 독립

어제 낭독음악극 「통인동 128번지」는 30분으로 줄인 약식 공연으로 연행되었다. 참여연대 건물 뒤편, 우당이 국내로 잠입했을 때 묵었던 통인동 128번지는 안타깝게도 지난해 철거되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건석철회시호 6형제… 존 레논의 아나키즘적 가사가 인상적인 「Imagine」을 떠올린다.

박건호 역사컬렉터가 제시한 키워드 ‘다섯 가지 독립’이 강렬했다. 저 ○○이 구체화되는 그날은 요원하기만 하다.
1st 독립. 1896년 11월 21일 → 淸(중국)으로부터의 독립
2nd 독립. 1919년 3월 1일 → 독립(선언)기념일, ‘민국’수립, 독립선언서≠독립청원서
3rd 독립. 1945년 8월 15일 → 일본으로부터의 독립, 독립일, liberation, emancipation, 불완전한 독립, 대한민국 27년
4th 독립. 1948년 8월 15일 → 미군정으로부터의 독립, ‘자주’독립, 정부수립, 대한민국 30년
5th 독립. ○○○○년 ○○월 ○○일 → 통일, 자주독립 완전달성


이은숙「서간도 시종기」 정정화「장강일기」 허은「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한도신「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 등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책을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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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기념관, 임시정부사 이야기 공연 개최
의정원홀서 첫 공연 「역사의 조각을 줍는 사람들」 진행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81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1919.4.11) 105주년을 맞아 임시정부의 역사를 활용한 이야기공연(토크콘서트)이 열렸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관장 김희곤)은 14일 오후 2시, 기념관 지하1층 의정원홀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를 만나는 첫 번째 이야기 공연 「역사의 조각을 줍는 사람들」을 개최했다.

먼저, 오프닝 공연으로 우당 이회영, 영구 이은숙 부부의 치열했던 삶을 그린 낭독음악극 「통인동 128번지」가 박형준, 신이현, 이동학 배우, 공혜원 연주가의 열연으로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통인동 128번지」의 연출자인 정대경 감독이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두번째 패널로 나선 박건호 역사컬렉터는 자신의 역사자료 수집품에 담긴 ‘독립’의 의미를 풀어내어 참여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임시정부기념관은 올해 광복절을 맞아 두 번째 이야기 공연(8.11)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광복군 이야기」, 순국선열의 날을 계기로 개최되는 세 번째 이야기 공연(11.16)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임시정부 사람들을 알아보는 「비하인드 씬: 무대 뒤의 사람들」을 내용으로 관객과 호흡할 계획이다.

14일 오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의정원홀에서 열린 임시정부사 이야기 공연 「역사의 조각을 줍는 사람들」에서 정대경 감독(위), 박건호 역사컬렉터가 이야기하고 있다.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제1회 전국 4·19 합창대회

‘정의의 불꽃’ 앞 무대에서 제1회 전국 4·19 합창대회 본선에 오른 12개 합창팀이 경연 중이다. 「그날이 오면」 「상록수」 「내 나라 내 겨레」 「홀로아리랑」 같은 익숙한 노래가 퍼지면 관객들이 따라 부른다.

10개 팀이 여성합창단이고, 인천지역 공무원동호회 ‘코러스판타지’와 ‘성동구립시니어합창단’만 유이한 혼성팀이다. 광주시여성합창단과 코러스판타지, 성동구립시니어합창단이 똑같은 「나 하나 꽃 피어」를 선보였다. 주최자인 강북구의 강북시니어합창단이 축하공연으로 「홀로아리랑」 「뭉게구름」을 부르며 본선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심사 결과 칸타타 ‘동방의 빛’ 중 「희(希)」를 부른 용산구립합창단이 첫 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구태여 송현동 부지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우리 헌법 전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반대여론에 직면해 있다.

저 강물은 흐르는데 우리 어찌 죽었다 말하리.
밀려오는 사월의 그날을, 진달래 향기는 이리도 붉은데.
굽이치는 물결 위로 그날의 그 함성 되살아 솟구쳐.
일어서는 사월 오늘은, 진달래 그 향기 파도쳐 오리라.





강북구, 제1회 전국 4.19 합창대회 개최
자유·민주·정의 4.19혁명 정신 계승·발전하고 공유하는 마당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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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금) 오후 2시, 서울 강북구가 주최한 제1회 전국 4·19 합창대회가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이번 전국 4·19 합창대회는 자유, 민주, 정의의 역사인 4·19혁명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하여 강북구가 진행하고 있는 4·19혁명 국민문화제의 하나로 올해 처음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예선을 거쳐 이날 본선에 오른 전국의 성인합창단 12개 팀은 ‘정의의 불꽃’ 조각상 앞 특설무대에서 4·19혁명 정신의 자유, 민주, 정의를 주제로 한 자유곡으로 경연을 펼쳤다.

12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1회 전국 4·19 합창대회에서 12개 참가팀이 본선 경연을 펼치고 있다.

첫 순서는 안양 동안구여성합창단이 권진원의 「그대와 꽃피운다」를 들고 무대에 섰다. 이어서 △노원구립여성합창단(그날이 오면) △강동구립여성합창단(상록수) △대전 유성구여성합창단(문을 열어라) △광진구립여성합창단(내 나라 내 겨레) △용산구립합창단(칸타타 ‘동방의 빛’ 중 희希) △경기 광주시여성합창단(나 하나 꽃 피어) △인천 코러스판타지(나 하나 꽃 피어) △관악구립여성합창단(Ain't No Grave Can Hold My Body Down) △도봉구립여성합창단(홀로아리랑) △양천구립합창단(새 날이 오면)이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마지막 12번째 무대는 성동구립시니어합창단이 「나 하나 꽃 피어」를 불러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심사 결과가 집계되는 동안 경연에 참가한 모든 합창단원이 「4·19의 노래」를 합창하는 장관을 연출하여 큰 감동을 선사했다.

12일 오후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1회 전국 4·19 합창대회에서 성동구립시니어합창단이 「나 하나 꽃 피어」를 열창하고 있다.

12일 오후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1회 전국 4·19 합창대회에 참가한 합창단원들이 함께 모여 「4·19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대상(국가보훈부장관상)은 용산구립합창단이 수상하며 상금 500만원을 차지했다. 이어서 △최우수상(서울시장상·300만원)은 광진구립여성합창단 △우수상(강북구청장상, 200만원)은 유성구여성합창단과 도봉구립여성합창단 △장려상(4.19혁명국민문화제위원장상·100만원)은 광주시여성합창단과 성동구립시니어합창단이 각각 수상했다.

12일 오후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1회 전국 4·19 합창대회 경연을 마친 유성구여성합창단이 응원 나온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편, 4월 12일 전국 4·19 합창대회와 함께 개막한 4·19혁명국민문화제는 오는 19일(금)까지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강북구 곳곳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