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없는 11월답게 정신없이 바쁘다. 지난주에는 교육청 운영평가를 받았고, 이번 주말에는 서평원 성과공유회와 문해골든벨 일정이 잡혀 있다. 목·토·일 3일은 오전답사도 나간다. 오늘은 남산갤러리에서 9일간 전시한 학습자분들의 작품을 철수하는 날이다.
남산도서관 1층 벽면에 르네상스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의 「아테네학당」(The School of Athens)이 그려져 있다. 아치로 구현한 계산된 원근법은 58명이나 되는 등장인물이 산만하지 않도록 구도를 잡아주는 모습이다. 회화는 물론 철학, 수학, 과학에 아는 바가 미천하지만 9명 정도는 특정할 수 있다.
내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중앙의 헐벗은 사람이 ①디오게네스다. 알렉산더에게 “좀 비켜줄래. 니가 햇빛을 가리고 있거등”이라고 요구했다는 냉소 개선비(⽝儒) 철학자다.
디오게네스 위쪽의 가운데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다. 왼손에 「티마이오스」를 끼고 오른손 검지로 하늘(이상세계)을 가리키고 있는 흰수염이 ②플라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③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른손바닥은 땅(현실세계)을 향하고 있다. 그가 든 책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다. 두 사람 사이의 허공이 이 벽화의 소실점이다. 왼편 돌기둥 아래에서 산파술 공세를 펼치고 있는 풀색옷의 들창코 ④소크라테스가 보인다.
벽화는 계단을 가로축으로 상단에는 주류 철학자를, 하단에는 주로 수학자, 과학자, 예술가를 배치했다. 좌측 하단에서 두꺼운 책자에 뭔가를 끄적이는 사람은 ⑤피타고라스이고, 그 앞쪽의 얼굴을 괴고 앉은 고독남은 염세철학자 ⑥헤라클레이토스로 본다. 우측 하단의 허리 숙인 붉은옷은 기하학의 아버지 ⑦유클리드다. 콤파스를 들고 무언가를 시연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클리드의 1시 방향에서 얼짱 각도로 빼꼼하니 관객을 쳐다보는 이가 바로 이 프레스코 벽화를 그린 ⑧라파엘로다.
등장인물 중 홍일점이 피타고라스 위쪽의 흰옷 입은 ⑨히파티아(Hypatia)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기에 수많은 청혼을 받았지만, “저는 이미 진리와 결혼했어요”라면서 독신으로 지냈다. 2009년 레이첼 와이즈가 열연한 영화 「아고라(Ágora)」는 치릴로 주교에 의해 종교적 살인을 당한 히파티아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뤘다.
전시 관람을 갔다가 뜻하지 않게 고대 서양 지성들을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남산도서관 출입문 옆 벽면에는 “國之語音이 異乎中國하여 與文字로 不相流通일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해례본 어지 부분과 이를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로 풀이한 언해본이 위아래로 함께 부조돼 있어 공부거리를 더해 주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서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의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는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위정자들이 새기면 좋겠다.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41
남산갤러리에서 평생교육 학습자의 작품 전시
서울중부교육지원청, 다가온 평생교육 작품 전시회 개최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지원청(교육장 강삼구)은 11월 5일(화)부터 13일(수)까지 남산도서관 1층 남산갤러리에서 2024년 「중부 다가온 평생교육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남산갤러리에는 학력인정 문해교육 학습자, 장애성인 네트워크·학습동아리 학습자들의 시화, 그림, 공예품 등이 전시되고, 한 해 동안 운영한 프로그램의 활동사진과 동영상이 송출되었다.
<>6일(수)과 10일(일) 오전, 후암동 남산갤러리를 찾은 학습자들이 양말목을 말아 키링/브로치를 만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갈월종합사회복지관(부채, 원형수틀, 사각액자, 텀블러) △남산골주간보호센터(공돌이워터볼, 압화보름달)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캘리그라피, 부채, 목공시계) △종로장애인복지관(서양화)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목공예품) △신당야학(합죽선) △한국여성생활연구원(청주머니, 모자이크방석, 뜨개나뭇잎, 동양화) 등 7개 기관이 참가하여 구성원들의 솜씨를 뽐냈다.
한편, ‘다(多)·가(加)·온(溫)’은 많은 사람들이(多) 더하는(加) 따뜻함(溫)을 의미하는 중부교육지원청의 평생교육 브랜드이다. 다·가·온은 교육소외계층 및 신문해계층(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사업과 지원프로그램의 통합을 지향한다.
<>6일(수) 오전, 한국여성생활연구원 졸업반 학습자들이 남산도서관 1층에서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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