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릉의 원찰 봉미산 신륵사 경내 여강(驪江)변에 있는 강월헌은 보제존자 나옹(1320~1376)의 처소 이름이자 당호였다. 나옹(懶翁)은 지공(指空)선사에게 법을 받아 무학(無學)대사에게 전해주었다. 세 선승의 영정이 신륵사 조사당에 모셔져 있다. 나옹은 양주 회암사에서 밀양 형원사로 가는 도중 여주 신륵사에서 입적했다. 강월헌은 나옹화상의 다비(茶毘) 장소이며, 그 옆의 자그마한 3층석탑은 나옹화상이 입적한 곳이다.
신륵사 강월헌(江月軒) 현판에서 월인천강(月印千江) 네 글자를 떠올렸다. ‘月’은 석가모니를 ‘千江’은 중생(衆生)을 비유한 것이다. 부처가 백억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 교화를 베푸는 것이 마치 달이 천개의 강에 비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천개의 강물에 천개의 달도장… 부처의 가르침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깃드는 것은 달리 말하면 모든 사람에게 불성(佛性)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세종의 정비 소헌왕후 심씨가 중궁에 책봉된 1418년, 상왕 태종은 며느리 소헌왕후의 아버지 심온을 역모죄로 처형하고 어머니 안씨와 동생들을 관비로 만들어 외척의 발호를 원천 봉쇄했다. 1446년(세종28) 세종은 소헌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이듬해에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에게 명하여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설법, 불교의 전래 과정 등을 담은 책을 펴내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여 한문 불경을 한글로 옮긴 최초의 사례이자 한글로 된 최초의 산문자료인 석보상절(釋譜詳節)이 탄생했다.
1447년(세종29) 세종이 완성된 석보상절을 열람하고 그 내용을 게송처럼 요약해서 찬불가 형식(악장)으로 지은 한글 최초의 시가집이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다. 세종은 숭유의 나라 조선에서 유교경전이 아닌 불교경전부터 한글로 옮긴 셈이다. 세종은 월인천강의 마음을 담아 친정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비극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내명부를 이끌고 왕비의 소임을 다한 소헌왕후의 공덕을 극진히 빌었을 것이다. 천강에 비친 달… 월인(月印)의 종교, 월인의 정치, 월인의 교육이 절실한 요즘이다.
2022년 10월 21일 금요일
천강에 비친 달
2022년 10월 19일 수요일
임금의 밥상
임금은 수라(水剌)를 젓수고, 웃어른은 진지를 잡수며, 상민은 밥을 먹고, 천민은 끼니를 때운다고 한다지. 오늘도 문해반 어머니 몇 분이 선생 대접한다고 거한 양식을 싸 오셨다. 함께 배불리 나누어 먹고도 이만큼이나 남았다.
촉촉한 붕어빵에 검은콩 박은 쑥개떡과 아삭한 단감, 고소한 호두알에 따뜻한 커피까지 더하니 내게는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은 수라, 진지가 됐다. 늘 배우는 게 더 많은데 정말 잘 가르쳐 드리고 싶다.
2022년 10월 3일 월요일
홍암 나철… 잃어버린 역사의 복원자
전남 보성군 벌교읍 칠동리 금곡마을 출신의 홍암(弘巖) 나철(羅喆, 1863~1916.8.15)은 29세에 문과에 장원급제하고 승정원 가주서(假注書), 승문원 권지부정자(權知副正字)를 지냈다. 나철은 1905년 가쓰라 태프트 밀약(7.29) 이후 포츠머스 조약(9.5)을 앞두고 외부대신 이하영을 찾아가 대한제국 대표로 회담에 참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회담 참석이 무산되자 메이지 덴노에게 보내는 격문(대한매일신보 1905.11.4)을 통해 ①동양3국의 평화 ②조선의 주권·영토 보존 약속 ③일본인의 경제적 침탈방지 이행을 요구했다.
을사조약(1905.11.17) 후인 1907년 비밀결사 자신회(自新會)를 조직하고 전국적으로 200여 동지를 규합했다. 사재를 털고 모금을 벌여 권총 50정을 구입해 을사5적의 처단을 결의, 매국대신 암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유배형을 받았다. 나철은 국운이 기울어가는 절망스런 상황에서 간절한 독립의 열망을 담아 1909년 1월15일(양력 2월5일) 단군을 국조로 한 단군교(檀君敎)를 중광(重光)하고 이듬해 대종교(大倧敎)로 개칭했다.
만주 독립군의 상당수가 대종교 출신이며, 대한민국임시정부의 2대 국경일이 ①3월1일 독립선언일(삼일절) ②10월3일 건국기원절(개천절)이었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1962년 1월1일(단기 4294년 12월31일)부로 단기(檀紀) 연호를 폐지하고, 공식적으로 서기 연호를 사용했다. 단 하루 사이에 2333년이란 시간이 사라졌다.
창덕궁과 원서공원 사이 창덕궁길에 들어서 금호문(金虎門)을 지나 50m쯤 가면 「개천절 행사 발상지」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표지판에는 “1909년 대종교에서 음력 10월 3일을 환웅이 지상에 내려왔다 하여 개천절로 정하고 이곳에서 첫 행사를 치렀다. 1949년 대한민국 정부는 양력 10월 3일을 국경일로 정했다.”라는 설명이 쓰여 있다. 개천절(開天節)은 ‘하늘이 열려 세상을 다스리는 질서’를 기념하는 날이다. ①환웅이 처음 신시(神市)를 연 날이자 ②단군이 처음으로 개국한 날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2022년 8월 22일 월요일
거꾸로 석물
①532년에 비잔티움 황제 유스티니아 1세가 건설한 예레바탄 사라이(Yerebatan Sarniscir) 지하궁전의 메두사(Medusa) 머리 기둥 ②청계천 홍수 때 태종 이방원이 계모 신덕왕후 강씨가 묻혔던 정동 정릉에서 가져온 병풍석과 난간석으로 보수한 광통교 석물 ③을사늑약의 장본인 중 하나인 주한공사 하야시 곤스케(林權助) 남작의 동상을 받치던 좌대를 복원한 남산 통감관저 터의 판석…
거꾸로 세운 건조물은 대상에 대한 혐오감, 역겨움, 욕, 반감, 옭아맴, 벽사(辟邪) 등의 낱말과 연결될 터이다. 적어도 축복의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사람이 ‘굥’이나 ‘논’민대를 언급하고 있다.
2022년 8월 12일 금요일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요사이 화제가 되고 있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법무법인 한바다의 인턴 변호사이자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쓰는 문장이다. 이 문장에 쓰인 단어들처럼 앞뒤 어느 쪽에서 읽어도 같은 어구·문장·숫자를 돌림문, 회문(回文), 영어로는 팰린드롬(palindrome)이라고 한다. 보통 낱말 사이에 있는 공백은 무시한다.
성인문해 중학 3단계 국어… 지난주에 내드린 ‘거꾸로 읽어도 제대로 읽어도 같은 낱말’을 써오는 창의학습 과제물을 걷었다. 올해 82세(좌·1941), 86세(우·1937년) 되신 어머님 두 분도 훌륭하게 숙제해오셨다.
2022년 8월 11일 목요일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
“디아스포라, 떠도는 자들의 이야기”를 수강신청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관련해 (다시)봐야 할 혹은 (앞으로)보고 싶은 시, 소설, 에세이, 희곡과 연극, 영화, 다큐가 한가득이다.
▲이카이노시집(김시종)
▲떠도는 땅(김숨) ▲내 어머니 이야기(김은성) ▲바람 목소리(김창생) ▲우토로 여기 살아왔고, 여기서 죽으리라(나카무라 일성) ▲이슬람 정육점(손홍규) ▲파친코(이민진) ▲단순한 진심(조해진) ▲로기완을 만났다(조해진)
▲야끼니꾸 드래곤(용길이네 곱창집)(정의신)
▲차별(김지운) ▲항로 - 제주, 조선, 오사카(김지운) ▲우키시마호(김진홍) ▲나는 조선사람입니다(김철민) ▲제주해녀 양씨(신기수→마사키 하라무라) ▲감춰진 손톱자국(오충공)
▲코리안 디아스포라(김지연) ▲연변으로 간 아이들(김지연) ▲일본의 조선학교(김지연) ▲사할린의 한인들(김지연) ▲경계인의 사색(송두율)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송두율) ▲서간도 시종기(이은숙) ▲최운산 봉오동의 기억(최성주)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허은)
이중 페친이 넷… 대단한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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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ongno-mn.com/news/articleView.html?idxno=2894
문학으로 바라보는 디아스포라의 삶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우리의 시선’
종로구는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문학으로 바라보는 이방인들의 삶과 우리의 시선」 2부 “디아스포라, 떠도는 자들의 이야기”의 수강자를 모집한다.
다섯 꼭지의 온라인 ZOOM 강연은 8월23일부터 9월20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이방인의 이야기’를 주제로 이어진다. 6회차 종강연은 오프라인 강연이다.
1회차(8.23) 강연은 문학비평가 이숙이 “고려인 디아스포라, 떠도는 자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고려인 강제이주를 다룬 소설 「떠도는 땅」(김숨)을 통해 역사적 재난과 디아스포라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2회차(8.30) 강연에는 영상문학 연구자 최은영이 나선다. 영화 「암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서사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만주·상해로 추방당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궤적을 탐구하는 “항거하는 여성, 총을 들어라”를 이야기한다.
3회차 강연은 김시종 시인의 「이카이노시집(猪飼野詩集)」(1978), 「계기음상(季期陰象)」(1992), 「화석의 여름(化石の夏)」(1998)에 주목하여 일본과 2개의 조선 사이에 포위된 경계인의 윤곽을 살펴보는 “혐오와 연대 사이에서―경계를 넘어” 시간이 꾸려졌다. 유인실 시인이 진행한다.
4회차(9.13)는 만화연구자 김은혜의 안내로 6·25전쟁 이후 실향민이 된 엄마 이복동녀氏의 생애사를 그린 「내 어머니 이야기」(김은성)를 통해 “엄마가 구술하는 전쟁과 분단의 기억”을 살펴본다.
5회차(9.20) 강연은 재일동포 작가 정의신의 희곡 「야끼니꾸 드래곤」의 줄거리를 내용으로 “부유하는 경계인의 삶, 재일한인 극작가의 역사 쓰기”를 탐구한다. 극작가 최정이 고향은 있지만 갈 수가 없어 일본땅에서 살고 있는 재일교포의 삶과 목소리를 보여준다.
작가와의 만남&후속모임으로 마련된 6회차(9.27) 강연 “우리 안의 디아스포라, 공존하는 우리를 위하여”는 오프라인(선착순 20명)과 온라인(ZOOM) 강연을 병행한다. 「이슬람 정육점」 「저녁의 선동가」의 손홍규 소설가가 우리 안의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이야기를 들려주고, 오윤호 교수가 독서모임에 적용할 수 있는 디아스포라 문학작품 활용 노하우를 전해준다.
오프라인 강연 장소는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종로구 명륜길 26 와룡문화센터 5층)이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수강을 희망하는 사람은 구글폼(https://forms.gle/tAHDjUZ81LKzq6HV9)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문의: ☎02-747-833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