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5일 화요일

신라 황룡사, 익산 미륵사 복원한다는데…

경주 황룡사는 신라시대의 대표 사찰이다. 24대 진흥왕 14년(553), 월성 동쪽의 늪지를 메우고 새로 왕궁을 짓는 도중 황룡(黃龍)이 나타나 하늘로 올라가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후 궁전 대신 왕즉불(王卽佛) 사상에 따라 용보다 초월적인 존재인 부처님을 모시는 방대한 절로 바꿔 세운 것이 황룡사(皇龍寺)다. 1탑 3금당 가람의 중심인 정면 9칸 측면 4칸의 (중앙)금당은 화가 솔거가 그린 진짜 같은 소나무 벽화에 새들이 날아와 부딪혀 죽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경내에 역대급 높이(60~80m)를 자랑하는 9층 목탑이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27대 선덕여왕이 “여왕이 통치하므로 위엄이 없어서 타국이 침략한다.”라는 자장율사가 전하는 신인의 말에 따라 백제의 장인 아비지(阿非知)를 초빙해 완공한 황룡사 9층 목탑은 황룡사 장륙삼존불상(丈六三尊佛像), 진평왕 천사옥대(天賜玉帶)와 함께 신라의 삼보(三寶)로 꼽힌다. 장대한 목조건축물이었기에 낙뢰와 강풍의 피해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중수를 반복했다. 몽골군의 고려 3차 침략(1235~1239) 시기인 23대 고종 25년(1238)에 전소되었다. 절터만 남은 황룡사지는 1963년에 사적 제6호로 지정되었다.

익산 미륵사는 백제 최대 규모의 호국사찰이다. 30대 무왕이 용화산(龍華山) 아래에 거둥했을 때 큰 연못 속에서 미륵삼존불(彌勒三尊佛)이 출현하자 왕비가 이곳에 절을 세우기를 소원하여 못을 메우고 미륵삼회전(會殿), 탑(塔), 낭무(회랑)의 건물을 건립하고 미륵사(彌勒寺)라 이름했다(639). 서(西)탑에서 나온 사리봉영기에 따르면 설화의 왕비는 진평왕의 3녀 선화공주가 아니라 좌평 사택적덕의 딸 사택氏다.

미륵삼상은 석가모니가 열반하고 56억7천만 년 뒤 사바세계에 현신한 미륵불이 용화수(龍華樹) 나무 아래에서 3번 설법하여 미래의 중생을 모두 제도한다는 용화삼회설에 입각한 것이다. 절의 배치는 1탑 1금당의 형태이면서 서-중-동으로 배치하여 ‘3탑 3금당의 3원 병렬식 가람’의 구조다. 조선 중기인 17세기경 승려가 없는 절이 된 후로 서탑(국보 제11호)과 당간지주(보물 제236호) 등 일부의 석물만 절터(사적 제150호)에 남았다. 현존 최고, 최대(14.24m)인 서탑은 1915년 일제가 붕괴를 막는다고 콘크리트를 발랐는데, 2001년부터 시작한 보수공사 끝에 6층 형태(9층 추정)로 2019년 복원되었다.

절은 없고 절터만 남았기에 황룡사址, 미륵사址와 같이 址(터 지)자를 쓴다. 절은 황룡사가 앞서지만, 목탑은 미륵사가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찰스인수위가 문화재청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황룡사와 미륵사의 복원 공약을 검토했다는 소식이다. 60m 이상으로 추정되는 황룡사 목탑, 미륵사 (중앙)목탑은 공히 낙뢰 등에 의한 화재와 강풍, 지진 대비 설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두 사찰 전역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기본이다.

아울러 문화재 복원에 특정인의 이해(利害)를 위한 유사종교 행위나 방법(謗法), 기문둔갑이 개입하는 걸 배척한다. 모두를 위한 대역사(大役事)가 생소 가죽 벗겨내기나 마른 대구포 퍼포먼스의 매크로 버전으로 흑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후보 시절부터 장왕신통(掌王, 손바닥왕)이나 백호신공(白毫, 흰털)을 시전한 바 있기에 하는 말이다. 설마 굥본부장 일가가 1천1백년 전 태봉국의 궁왕(弓王)마냥 스스로를 용족이나 미륵불의 화신으로 여기는 건 아닐 터이다.

2022년 4월 3일 일요일

너븐숭이 옴탕밭의 유예된 죽음

「순이삼촌」은 1949년 1월16일(48년 음력 섣달 열여드레)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옴탕밭(옴팡팥)에서 남녀노소 600여 명의 주민이 ‘도피자 가족’ 또는 ‘입산자 가족’이라는 죄목으로 군인들에게 학살된 ‘북촌리 사건’을 주요 배경으로 작가의 체험을 섞어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실주의 기법의 중편 액자소설이다. 1949년 겨울과 30년이 지난 1978년 현재(소설上)를 교차하면서 제주 4·3사건의 참상에 얽힌 민중의 수난사를 조명한다.

작가 현기영(81)은 서슬 퍼런 유신 시절인 1978년,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군대의 대양민 학살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그 참혹상을 고발함과 동시에, 이 학살의 와중에 극적으로 생존한 순이 삼촌이 평생을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면서 황폐해지고 결국 자살(향년 56세)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4·3사건의 여파가 지금도 제주 사람들에게 어떠한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짓밟히면서도 왜 짓밟히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아픔을 작가가 대신 아파하며 울분의 목소리로 항변해 준다.

소설에서 마을 사람들은 밤에는 폭도(공비)들에게 “입산하지 않는 자는 반동”이라며 대창에 찔려 죽고, 낮에는 “약탈당하지 않은 집은 좌익 동조자”라고 취조를 당했다. 이런 좌우 이데올로기의 흑백 논리 속에 마을 소각이라는 참상이 놓여 있다. 「순이삼촌」은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폭로한 최초의 기록이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무고한 양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학살의 원인을 섬사람과 뭍사람 간의 감정·지역 대립으로 규명하는 듯한 설정이 한계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 죽음은 한 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30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당신(순이삼촌)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만 30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30년의 우여곡절한 유예를 보내고 오늘에야 당신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을 뿐이었다.”는 상수(1인칭 관찰자)의 인식은 소설의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한편, 삼촌(三寸) 호칭은 일반적으로 남성을 지칭하기에 순이(順伊)삼촌을 남성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의 해당 인물은 여성이다. “고향(제주)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별 없이 흔히 삼촌이라 불러 가까이 지내는 풍습이 있다.”고 작품에서 설명하고 있다.

2022년 4월 2일 토요일

부자의 소망은 더 큰 부자가 되는 것…

故 채현국(1935.3.16~2021.4.2) 양산 효암학원 이사장. 잘 몰랐던 옹인데, 1년이 지난 오늘 보니 참으로 맞는 얘기를 하셨네.

“아비들도 처음부터 썩지는 않았다.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노인세대를) 봐주면 안 된다.”

“권력하고 돈이란 게 다 마약이라. 지식도 마찬가지고. 지식이 많으면 돈하고 권력을 만들어 내니까…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건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박정희 이전엔 ‘정답’이란 말을 안 썼다. 모든 ‘옳다’는 소리에는 반드시 잘못이 있다. 햇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이, 옳은 소리에는 반드시 오류가 있는 법이다.”

“사업을 해보니까… 돈 버는 게 정말 위험한 일이더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돈 쓰는 재미’보다 몇천 배 강한 게 ‘돈 버는 재미’다. 돈 버는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돈이 더 벌릴지 자꾸 보인다. 그 매력이 어찌나 강한지, 아무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사업을 하게 되면 자꾸 끌려드는 거지. 정의고 나발이고, 삶의 목적도 다 부수적이 된다. 중독이라고 하면, 나쁜 거라는 의식이라도 있지. 이건 중독도 아니고 그냥 ‘신앙’이 된다. 돈 버는 게 신앙이 되고 권력이, 명예가 신앙이 된다.”(2014.1.3. 한겨레 이진순의 열림)

“돈이란…다른 존재하고는 좀 달라요. 밥은 한 그릇 먹으면 두 그릇째는 영 맛이 없어요. 잘 못 먹고 깨작깨작해요. 더구나 세 그릇째 되면 더하겠죠. 그런데 돈은 하나 덩어리에서 두 덩어리가 되고 두 덩어리가 세 덩어리 되면 점점 더 재미있어요. 대단한 마약이에요. 권력도 그럴 겁니다. 돈하고 권력이 대단히 닮아 있는데요. 이것들은 암만 많아도 물리지를 않아요. 많을수록 더 매력이 있고 더 마력이 생깁니다. 돈은…필요할 뿐이지 그게 좋은 것일 수는 없어요. 왜? 내가 가지면 남은 못 갖는 성질이라서 남과 함께하지 못해. 내가 가지면 남은 없어. 그런 성질을 어떻게든지 함께 공유로 가야지 이걸 혼자 벌기 시작한 게 자본주의 아닙니까? 그 경쟁에 이기는 거고 그 교육을 하고 있고. 똑똑해져라, 똑똑해져라, 공부 잘해라 하는 부모님의 말씀이 ‘남한테 나 찍어누르고 너 다 가져라’ 소리거든. 권력이나 돈이나 똑같지.”(2019.1.4.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2년 4월 1일 금요일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국가총동원법(國家總動員法, National Mobilization Law)은 1938년 4월1일에 공포하고 5월5일부터 시행한 일본제국의 전시통제법이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도발한 일제가 제국을 전시 총동원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법제적 뒷받침으로 제정한 이 법은 일제의 식민지였던 조선(5월10일), 대만, 만주국에도 적용되었다.

국가총동원법 제1조에서 “국가총동원이란 전시(전시에 준할 경우도 포함)에 국방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전력을 가장 유효하게 발휘하도록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밝혔듯이 본토와 식민지에서 모든 물자·산업·인원·단체·근로조건·생산·유통구조·출판·문화·교육에 이르기까지 통제·징발·징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4조에서 “정부는 전시에 국가총동원상 필요할 때는 칙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국신민을 징용하여 총동원 업무에 종사하게 할 수 있다.”라고 하여 인력수탈과 강제동원의 근거를 마련했다. 1938년 총독부의 종용 하에 동아일보 김성수, 조선일보 방응모, 이화여전의 김활란(아마기 가츠) 등이 1938년 7월7일 결성한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은 1939년 7월에 공포된 국민징용령에 맞춰 조선인 강제징용과 위안부 모집 등에 앞장섰다. 이렇게 식민지 조선은 일제의 병참기지가 되고, 황국신민의 일원으로 강제징용, 징병, 강제연행 위안부 등의 인적 수탈을 당하면서 본격적으로 민족말살과 전시체제의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유사시 일본군을 한반도에 들일 수도 있다(2022.2.25 중앙선관위 주관 2차 대선 후보 TV 토론)는 역사인식에도 투표자 다수가 굥본부장에 표를 줘버렸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우리는 우리의 일을 수행할 테지만 이래저래 앞으로의 5년이 소름 끼친다.

[위]故 김순덕(1921∼2004) 할머니 그림 「끌겨감」.  [아래]강제징용(强制徵用)은 강제노역(Forced labour)이다.


2022년 3월 29일 화요일

창조의 놀람 소리 들었네

제40기 생태영성학교의 2번째 과제로 환경사목위원회 백종연 위원장 신부의 유튜브 강의를 들었다. 1편은 ‘피조물에 관한 복음’, 2편은 ‘창조의 복음’이 주제인데, 둘다 「찬미받으소서」 회칙 제2장 창조의 복음(62~100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는 이유는 ‘하느님 본성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하느님 본성에 다가가기 위해서’다. 가톨릭교회는 구약 46권과 신약 27권의 성경을 하느님이 주신 계시의 책으로 받아들이고 받든다. 그런데 하느님의 또 다른 계시의 책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창조세계(피조세계)’ 자연이다.

하느님은 당신과 비슷하게 창조하신 인간으로 하여금 “보시니 좋았”던 온갖 피조물과 세상이라는 정원을 지배하고 다스리게 하셨는데, 이는 착취자나 파괴자로 자연을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보살피고 보호하며 감독하고 보존하라는 지침이었다. 그런데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무시하면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파괴되었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잘못을 떠넘기면서 인간 사이의 관계도 파괴되었다. 카인이 아우 아벨에게 행한 것처럼 인간 사이에 불의가 저질러졌을 때 하느님과의 관계도 땅과의 관계도 파괴되었다. ①하느님과 인간 ②인간과 인간 ③인간과 피조물의 관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계를 파괴하는 것이 바로 “죄”다.

자연을 단지 이윤과 이익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은 통치자들이 백성 위에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는 것과 연결된다. 피조물은 저마다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각 피조물의 고유한 선을 존중해야 한다. 왜곡된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사물의 무질서한 이용을 거부하면서 인간과 피조물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이웃 사랑의 대상을 모든 피조물로 확장해야 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구원되기를 바라고 있고, 그 구원을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다.

「찬미받으소서」는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으로, 모든 피조물을 인간 존중하듯이 존중하라고 가르친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를 불러본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두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며 모든 피조물의 가치와 의미를 묵상한다.

2022년 3월 28일 월요일

롸잇나우~ 기후대응, 기후정의

환경사목위원회의 2022년 제40기 생태영성학교의 과제로 대기과학자 조천호 교수의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유튜브 강의 2개를 연달아 들었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대처방안을 탐구해 보는 내용이다. 인상적인 장면 몇 가지를 기록하자면…

먼저 1강 초반부에서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가 기후변화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唐나라부터 淸나라까지 전란을 분석한 결과, 온난한 기후 때는 식량의 확보로 인구가 증가하고 안정된 체제가 유지됐다. 하지만 기온 냉각기에는 흉작이 이어지면서 식량과 경작지, 노동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과 농민봉기를 촉발하여 왕조의 몰락과 교체를 가져왔다. 결국 중국 대륙의 지배자는 특정 왕조가 아닌 기후변화였던 셈이다.

왕조의 위기는 다른 왕조로 대체 가능했지만, 기후대응에 손을 놓으면 6번째 대멸종으로 가게 된다. 대멸종의 가장 큰 신호는 지구온난화이다.

기후변화와 욕조 모델에서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대기라는 욕조에 받은 물이라고 간주한다. 산업화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수도꼭지에서 배출되는 물은 욕조에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에 욕조의 물이 넘치지 않도록 수도꼭지를 조금씩 잠가보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꼭지를 완전히 잠근다 해도 이미 채워진 욕조의 물은 단기간에 없어지지 않는다. COVID-19 확산으로 인간 활동이 위축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잠시 감소했다지만 팬데믹의 치명률이 정점을 지나면서 배출량은 물론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기후변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단시간에 배출이 줄어든 것으로 평균 농도를 떨어뜨리긴 어렵다. 빙하기 이후 1만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4℃ 상승해 지금과 같은 기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인류는 불과 100년만에 1℃를 높여버렸다. 자연 스스로 일어나는 변화 속도보다 25배 빠른 페이스다. 인간은 기후에 영향을 끼치지만 통제할 순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잠시 줄었으나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는 것을 멈추려면 배출량이 절반은 감소해야 한다. 온실가스는 아주 오랫동안 대기에 머물기 때문에 추가적 배출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배출된 양은 그대로 공기 중에 머물면서 지구를 덥히고 있다.

이어본 2강은 2015년 버락 오바마가 코네티컷주 뉴런던에 소재한 해안경비사관학교에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한 졸업식 연설이 인상 깊었다. 2010년 러시아를 강타한 폭염이 가뭄을 야기해 러시아 정부는 밀 수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식량가격이 폭등하고, 민주주의 기반이 약한 중동지역에서는 폭동과 시위로 정권이 흔들리는 사태가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시리아에서도 수년간 가뭄이 지속되면서 수백만 농민이 도시로 밀려들었고 정부의 폭압에 맞선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이른바 ‘아랍의 봄’의 연장선으로 2011년부터 정부군과 반군이 격돌하는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 지금도 진행중이다. 기후변화가 경제·사회·정치적 요인과 결합하여 기존 갈등 요인을 증폭시키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수공통 감염병, 곤충에 의한 감염병의 확산, 동토지대에서 출현한 세균과 바이러스에 관한 얘기에도 관심이 갔다. 19세기가 되기 전까지 약 1800년 동안 역사에 기록된 대규모의 전염병은 수백 년에 한 번씩 발생했다. 그러던 것이 1800년대와 1900년대에 각각 4차례씩 발생해 대략 25년에 한 번꼴로 좁혀졌다. 2000년대엔 불과 20년 만에 벌써 5회나 발생한 상태다.

당연한 얘기로 기후변화는 가난한 사람, 가난한 국가에 더 가혹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기존 약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약자도 만든다. 기후변화는 재난을 만들고 그 영향은 불평등하다. 불평등한 사회구조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 자체이기도 하다. 전세계 소득 상위 10%가 온실가스의 49%를 배출한다. 하지만 그 피해는 온실가스의 10%만 배출하는 소득 하위 50%에 집중된다. 기후변화는 현세대가 만든 문제지만 미래세대가 더 많은 피해를 보는 불공평한 문제다.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전체가 넘쳐흘러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되는 티핑 요소(tipping point)는 활성화된 지 오래다. 재생가능에너지 전환과 보급 확대, 산림 생태계 복구, 지속가능한 농업 추구,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는 기후정의 실현에 힘써야 한다. 롸잇 나우~ 우리는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교차하는 세로 줄무늬는 특정 지역의 연간 온도 상승분과 연동돼 기후위기 심각성을 나타내는 가열화 줄무늬(Warming Stripes)다. 어두운 파란색으로 표시된 해는 시원했고,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된 해는 뜨거웠다. 누적된 변화는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거의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최근 수년간 줄무늬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특히 북극 지역 가열화는 전 세계 평균과 비교해 2배 빠르다. 쇼 유어 스트라이프(https://showyourstripes.info/s/globe/) 사이트에서 자기 지역의 가열화 줄무늬를 내려받을 수 있다.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조천호 박사 유튜브 강의
1강 - https://youtu.be/VgKZgRDq_ys
2강 - https://youtu.be/pzgclCNo7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