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0일 토요일

연천 탐방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진행한 민통선 생명평화여행에 참가했다.
아침 9시 30분… 일산동구청에서 집결 후 왼편으로 장항습지를 두고 자유로를 달려서 찾아간 곳은 동이대교 아랫쪽의 주상절리(柱狀節理, columnar joint).
동이리 주상절리는 27만~10만년 전 북한 평강지역 오리산과 부근 680고지에서 흘러온 용암이 임진강을 만나 역류해 생성된 주상절리대의 일부분인데, 2015년에 환경부에서 우리나라 7번째 지질공원으로 등록한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의 한 축인 곳이다. 지질공원은 국립공원 등 여타 자연공원에 비해 재산권 제약이 까다롭지 않다고 한다.
교각 주변엔 갈대밭도 있었는데, 보통 갈대는 물이 있는 습지에서 자라는 반면 억새는 산과 들에서 많이 자란다. 하지만 물가에 사는 물억새도 있어서 헷갈리기 쉬운데, 이럴 경우엔 잎사귀로 구분해야 한다. 꽃도 갈대꽃 쪽이 좀더 복슬복슬한 느낌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11시 방향으로 이동하여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에 도착했다.
1952년 6·25전쟁 당시 영국군과 벨기에군이 연천 금굴산 전투에 투입되었는데, 이때 희생된 유엔군의 유해를 화장하여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영국군이 막돌 허튼층 쌓기로 마련한 7m 높이의 굴뚝과 부속 화장시설이다.
1993년에 지역의 향토사학자가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2008년에 등록문화재 제408호로 지정되었고 현재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이기도 하다.


UN군 화장장에서 500m쯤 서쪽에 당포성(堂浦城)이 있다.
원래는 백제의 성이었겠지만 5세기 경에는 남진에 성공한 고구려의 요새가 되었을 것이다. 다시 6세기 이후에는 나제연합군에 밀리면서 북퇴한 후 100년 넘게 신라와 마주한 고구려의 임진강 방어선이 되었을 것이다. 1992년 발견된 당포성은 해자만 해도 폭 6m에 깊이 3m가 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기다란 이등변삼각형 형태의 절벽 위에 축조했는데, 수직벽이 아닌 동쪽에는 현무암을 가지고 다듬돌 바른층 쌓기로 축성하였다. 안내판에는 6m 높이라고 쓰여있지만 그보다는 낮아 보였다. 당포성은 2006년에 사적 제468호로 지정되었다. 1500여년의 풍상을 헤쳐온 고구려의 요새를 문화상품화하면 좋은 줄거리가 나올 법도 하다.


다시 서쪽으로 1㎞쯤 이동하니 고려왕조의 종묘랄 수 있는 숭의전이다.
정문인 천수문(天授門) 앞쪽으로 수령 550년이 넘은 20m짜리 느티나무 2그루가 서있다. 그러고보니 왕건이 사용한 연호가 천수(天授)였네.


정전인 숭의전(崇義殿)은 고려 태조, 8대 현종, 11대 문종, 24대 원종 등 4황제의 위패와 왕건의 어진을 모시고 있다. 배신청(陪臣廳)은 고려 16공신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복지겸·홍유·신숭겸·유금필·배현경·서희·강감찬·윤관·김부식·김취려·조충·김방경·안우·이방실·김득배·정몽주가 배향돼 있다.
6·25전쟁 때 전각이 소실되었는데, 연천 숭의전지는 1971년에 사적 제223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매년 봄가을에 한 차례씩 개성왕씨종친회 주관으로 춘계대제와 추계대제가 봉행되고 있다.
600m 길이의 숭의전 둘레길은 평화누리길 11코스와도 연계되어 있다. 잠두봉에서 참나무 6형제(졸참나무·갈참나무·굴참나무·신갈나무·떡갈나무·상수리나무)를 확인해 보았다.
숭의전으로 올라가는 하마비와 홍살문 아래쪽에 어수정(御水井)이 있다. 태봉국의 신하로 녹을 먹던 시절의 왕건이 마시던 물이라고 한다.
길 맞은편으로 식당 2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우리는 왼편의 왕자회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버섯전골 맛이 좋았고, 밑반찬이 맛깔났으며 무엇보다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서비스해 주셨다.


예전엔 장군교가 지나던 장군여울 위쪽에 설치된 임진강 두루미 생태관찰대에서 탐조망원경으로 철새를 탐조했다.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red-crowned crane)는 울음소리에 따라 명명되었는데, 정수리에 붉은 점이 있다. 두루미·학·단정학(丹頂鶴)은 같은 새의 다른 이름이다.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white-naped crane)는 눈 주변이 붉은 색이다. 길 잃은 새(迷鳥, stray bird)로 추정되는 시베리아 흰두루미(Siberian white crane) 2마리도 관찰하는 행운이 따랐다. 망원경 렌즈에 스마트폰을 대고 철새 사진을 박아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나온 듯하다.
아름다웠다. 오늘 일정 중에서 초등생 등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활동이 아니었나 싶다. 스완구스(swan goose)… 기러기의 일종으로 거위의 조상쯤 된다는 개리(또는 게리) 얘기도 재미있었다. 성삼이와 덕재의 ‘단정학’이 생각났다. 폴 사이먼의 ‘철새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도 생각났다.


빙애여울을 지나 민통선(민간인통제선) 내 제28보병사단 태풍부대로 들어갔다.
중서부전선 264m 비슬산 정상의 태풍전망대는 155마일 휴전선에 설치된 크고 작은 12개 전망대 중 북한과 가장 근접한 전망대다. 남쪽으로 흐르는 임진강 사이로 배티고지, 노리고지 등이 보였다. 흐린 날씨임에도 1600m 전방의 북한 초소와 북한군 병사가 총을 맨 모습까지 렌즈 너머로 볼 수 있었다.


오늘 함께 탐방길에 오른 명례방협동조합 여섯 식구들과 태풍전망대 앞에서 포즈 잡고 한 컷~


태풍전망대에서 4시 방향으로 5㎞ 직선거리에 군남홍수조절지가 있다. 북한 황강댐의 무단방류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된 댐이라고 한다. 안내를 맡은 박평수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홍수조절 역할을 하는 댐은 소양강댐과 충주댐 2개소라고 한다. 오늘 본 군남댐은 26m까지 채워져 있었다.
연강나룻길 두루미 테마파크가 있는 곳인데, 조형물만 있을 뿐 실제 두루미는 볼 수가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판알 튕기면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표리부동한 정치인을 빗대 ‘철새족’이라 하는 것은 철새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자 명예훼손이다.


37번 국도를 타고 7시 방향으로 30㎞쯤 달리면 도로변에 적군묘지(敵軍墓地)가 있다. 왼편 1묘역에는 북한군이, 오른편 2묘역에는 북한군 일부와 중공군이 묻혀 있다.
원래는 1968년 1·21사태를 도발하여 사살된 김신조의 124군부대 무장공비들의 가묘가 있던 곳인데 제네바 협약 제120조 등에 따라 YS 시절인 1996년 7월, 전국에 산재한 적군묘를 모아 지금처럼 조성하여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적군(enemy)의 묘지가 탄생하였다.
‘무명인’이란 이름이 새겨진 30×25㎝의 화강암 비석에는 ‘○○지구 전투’라는 지역명도 적혀 있다. 벌초 등 깔금하게 관리된 모습이었다.
재임 초기인 2013년 베이징을 방문한 박근혜는 중국군의 유해를 송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2014년 3월 27일 중국으로 인도된 437구의 유해는 선양에 있는 항미원조열사릉에 안치됐다고 한다. 사진의 빈 공간은 중공군들의 유해가 묻혀있던 곳이다.
태풍전망대, 유엔군 화장장 시설, 적군묘지는 전쟁의 비극과 아물지 못한 상처를 일깨워주고 있어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당일치기 짧은 한 번의 여행에 생명, 평화, 안보, 생태라는 거대담론을 조금씩 담아낸 보람있는 일정이었다.

2018년 1월 29일 월요일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보안분실 탐방

13일 토요일 오전 11시, 지인들과 함께 번개 투어를 갔다. <1987> 영화를 관람한 뒤 급조한 탐방 일정임에도 모두 16명이 함께 했다. 37번째 역사문화트레킹이자 명례방협동조합의 2번째 번개야행이기도 하다.


고 박종철 군이 참고인 신분으로 연행된 1987년 1월 14일 수요일의 최저기온은 영하 15.1℃… 당시 이곳 용산구 갈월동 88번지의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서 고문치사(拷問致死)가 벌어졌고 이후 은폐조작이 자행됐다.


‘○○해양연구소’라는 위장 간판을 달았던 이 음습하고 음침한 건물은 1976년 당시 내무부의 발주에 따라 김수근이 설계하였다. 그나마 참여정부 때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현판을 바꿔달면서 ‘인권’을 표방하였으나, 용산·쌍용·밀양·강정·백남기의 사례에서 보듯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인권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박종철이 물고문을 당하고 숨져간 509호실에 대비되어 김근태가 고문기술자 이근안으로부터 전기고문을 당했던 515호실은 원형 보존이 되어 있지 않아 아쉽다.




1987년 4월 13일 대통령 전두환의 호헌선언에 부역했던 영혼없는 공직자들의 뿌리는 깊다. 현재까지도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청산 없이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따위는 요원한 허상일 뿐이다.

2018년 1월 6일 토요일

1987… 마음이 너무 아파서

1987… 조조관람
영화는 대한뉴스의 대통령 동정으로 시작한다.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
물고문 과정에서 욕조 턱에 목이 눌리면서 억하고 쓰러져간 박종철
치안본부 대공수사처 치안감 박처장
존의(尊意) “받들겠습니다”로 부복하는 하수인들
형사소송법 제196조 수사지휘권
슬기롭지 못한 감빵생활의 교도관들
체육관 선거와 4·13 호헌선언
향린교회와 명동성당, 문익환과 함세웅과 김승훈
호헌철폐, 독재타도
청자켓·청바지의 백골단
연희네 슈퍼
연희와 한열이의 하얀색 타이거 운동화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그날 같은거 안와요. 꿈꾸지 말고 정신 차려요.”
“그러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마음이 너무 아파서…”

아~ 짧았던 젊음도 피맺힌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2017년 12월 28일 목요일

ㄹㄹ의 로마자 표기법 ll

로마자 표기법은 외국인이 국어의 고유명사를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표기 원칙이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국어의 표준 발음법에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ㄹ’은 모음 앞에서는 ‘r’로,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l’로 적는다. 단, ‘ㄹㄹ’은 ‘ll’로 적는다.
구체적인 예는 아래와 같다.

울릉도 Ulleungdo
헌릉(獻陵) Heolleung ⇒ 제3대 태종(1367~1422)과 원비 원경왕후(1365~1420) 민 씨의 쌍릉
인릉(仁陵) Illeung ⇒ 제23대 순조(1790~1834)와 순원왕후(1789~1857) 김 씨의 합장릉
선릉(宣陵) Seolleung ⇒ 제9대 성종(1457~1494)과 계비 정현왕후(1462~1530) 윤 씨의 동원이강릉
원릉(元陵) Wolleung ⇒ 제21대 영조(1694~1776)와 계비 정순왕후 김 씨(1745~1805)의 쌍릉

한라산 [할라산] Hallasan
대관령 [대괄령] Daegwallyeong
마천령 [마철령] Macheollyeong
한려수도(閑麗水道) Hallyeosudo
신륵사(神勒寺) [실륵싸] Silleuksa
곤리도(昆里島) [골리도] Gollido
불로봉 Bullobong
빌레못 Billemot ⇒ 단일동굴로서 세계최장(11,749m)
전라북도 Jeollabuk-do
신라 [실라] Silla
신림 [실림] Sillim
한림 Hallim
산림청(山林廳) sallimcheong
천룡(天龍) Cheollyong
천리포(千里脯) Cheollipo
물약 [물냑→물략] mullyak
알약 [알략] allyak

월내(月乃) [월래] Wollae ⇒ 여성머리장식용품
별내 [별래] Byeollae ⇒ 별비면 + 내동면
문래동(文來洞) [물래동] Mullaedong
물레방아 mullebanga
올레길 ollegil
진달래 jindallae
갈래 gallae
걸레 geolle
벌레 beolle
빨래판 ppallaepan
실례 sillye
판례((判例) [팔례] pallye
판로(販路) [팔로] pallo
결로(結露) gyeollo

고질라 Godzilla

2017년 11월 29일 수요일

어리석다 말하더라

97년 전 오늘(11월 29일)은 왈우(曰愚) 강우규(姜宇奎) 의사의 순국일이다. 어려서 한의학을 공부한 강우규는 55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성재(誠齋) 이동휘(1873~1935)를 만나면서 민족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3·1 운동 후 블라디보스토크로 건너가 대한국민노인동맹단에 입회하고, 1919년 9월 2일 제3대 조선총독으로 부임하던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을 향해 폭탄을 투척하였다. 이는 의사(醫師)가 의사(義士)로 변모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요사이 성조기 흔들어대면서 박ㄹ혜 무죄 따위나 지껄이며 태극기를 욕보이는 일그러진 노년들과는 비교불가 큰어른이시다. 누가 있어 감히 이 어른을 어리석다 말할(曰愚) 수 있을까.
당시 66세였던 강 의사는 의거실패 이후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이듬해인 1920년 11월 29일 서대문형무소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하셨다.


강 의사는 1962년 3월에 건국공로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받고 1967년에는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하단 우측에 유해가 안장되었으며, 2011년에 문화역서울 284 앞에 동상 및 표지석이 세워졌다.
“내가 죽어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다.”
강우규 의사의 유언… 서울역광장을 오고가는 무심한 발길 속에 그분의 의거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2017년 11월 10일 금요일

건축왕 정세권의 디벨로핑

어제 저녁, 오랜만에 연건동 이화사거리행… 정림건축 지하2층 정림홀 착석.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하는 2017 공동건축학교 청강.
주제도서인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는 김경민 교수가 썼지만, 이날 강연엔 이지은 해리티지프로젝트 대표가 나섰다.


1920년대 일본인들의 청계천 북쪽 침투에 맞서 기농(基農) 정세권(1888~1965)은 최초의 종합 부동산회사인 건양사(建陽社)를 설립하고 대규모 필지를 사들여 잘게 쪼개 중소형 개량한옥을 건축하여 경제력이 약한 조선인들이 구입해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로부터 익선동·가회동·삼청동·성북동·혜화동·창신동·왕십리 등지에 대단위 한옥단지가 조성되었다. 또한 민족운동에도 참여하여 조선물산장려회와 조선어학회에 재정 지원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건축왕 정세권이 유통왕 박흥식이나 광산왕 최창학과 차별되는 요인이 된다.
역사와 문화 분야에 치우쳐 인식하고 있던 기존 시각에 도시와 건축이라는 새로운 안목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된 유익한 북토크였다.
정림건축이 진행하는 공동건축학교(共同建築學校)는 교수와 학생과 건축가와 연구자와 타 분야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숙성해가는 교류의 장을 지향한다고 한다. 공동건축학교 웹사이트(gdarchischool.com)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