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8일 수요일

혈안



어제 4대강과 관련한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국 불방이 되고 말더군.
그렇게 거리낌없고 정당하고 당당하다면, 대운하를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두려워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조인트 까인 사장과 이사회 압력으로 불방을 만드는 것인지....
이같은 공안정국, 철권통치의 국가를 뉴스위크 또라이 시키들은 턱하니 ‘세계 베스트 국가’ 15위에 올려놨네. 더더구나 이명박이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 10인’ 중에 하나란다. 헐~~ 한국 내에서도 10위권은 어림도 없는 콧방귀인데.... 짜장 어이 없군. 안팎으로 꼴통 천국이네.

당정청은 작금의 상황을 ‘홍보 부족’ 때문으로 결론지었다. 홍보만 잘 되(었다)면 아무 문제 없(었)다는 단순무식한 논리. 그 성격상 보수 성향이 짙은 종교인, 교수 집단 등의 시국선언과 반발이 거세다는 것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더더구나 요즘같은 압제시대에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가져야 가능한 일이니 더욱 그렇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 소수이긴 하지만 개신교도 동참하고 있다.

어떤 목적이 설사 바람직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 또는 수단이 정당하지 못할 때 목적의 가치성이 결코 수단의 정당성을 절대적으로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하물며 목적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경우엔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아름다운 강은 원래 모습을 보전하는 것이 곧 자연보호이며, 국토사랑이고, 후대에 대한 배려이다.

“모든 땅과 물은 나의 옛 몸이고, 모든 불과 바람은 나의 본체이다.”(법망경)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은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키엘 47,9)

아래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수도자 5005인 선언문이다.
지면 관계로 서울대교구 소속 분들만 소개한다. 내게는 낯익은 분들이 상당수다.
(경향신문 2010.5.12.수 9면 전면광고에서 인용)





2010년 8월 5일 목요일

몽염 열전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모두 130권인데, 그 가운데 서(書) 8권과 표(表) 10권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인물 이야기이다. 12본기(本紀)는 제왕들의 이야기이며, 30세가(世家)는 제후·신하들의 이야기이고, 70열전(列傳)은 ‘정의를 북돋우고 재주가 뛰어나서 때를 잃지 않고 공명을 천하에 세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열전은 선과 악, 거짓과 진실이 서로 얽혀 엮어진 인간 드라마이며, 사마천의 세계관이자 역사관이기도 하다.
이릉사건으로 궁형을 당한 사마천이 그 치욕을 이기고 살아 남는 까닭을 이 문장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라 한다.
본기의 ‘기’와 열전의 ‘전’을 따서 이름을 붙인 ‘기전체’라는 역사 서술 형식의 효시가 되었다. 참으로 매력있는 잘 읽히는 책이다.

사기 열전 중 4대강 사업을 몰아붙이는 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대목이 있어 발췌하여 옮겨 적는다. 제 28권 「몽염 열전」이다.

몽염(蒙恬)은 그 조상이 제나라 사람이다. 시황 26년에 몽염은 집안에서 대대로 장군을 지낸 관계로 진나라 장군이 되어, 제나라를 공격하여 크게 격파하고 그 공으로 내사(內史)가 되었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뒤에 몽염에게 명하여 30만 대군을 거느리고 북쪽으로 가서 융적(戎狄)을 내어쫓고, 하남을 점령하여 장성(長城)을 쌓게 했다. 지형에 따라 험난한 곳을 이용하여 성채를 쌓았는데, 임조(临洮)에서 시작하여 요동(辽东)에 이르기까지 연장이 일만여리나 되었다. 시황제는 몽씨 일족을 매우 존중하고 총애했으며, 그들을 신임하고 현명하게 여겼다.

시황제가 천하를 순행하려고 했는데, 구원에서 길에 올라 곧바로 감천까지 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몽염을 시켜 구원에서 감천까지 길을 뚫게 했다. 몽염은 산을 깍아내리고 골짜기를 메워 1,800리를 뚫었지만, 길은 완성되지 않았다. 시황 37년 겨울에 황제가 길을 떠나 회계산에 노닐다가, 바닷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 낭야(琅邪)로 향하였다. 그러나 도중에 병이 나서, 사구에서 붕어했다. 그러나 비밀에 부쳤으므로 다른 신하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때 좌승상 이사(李斯)와 공자 호해(胡亥), 중거부령 조고(趙高)가 늘 황제의 곁을 따라다녔다. 조고는 본래부터 호해의 총애를 받고 있었으므로, 호해를 황제로 세우려 하였다. 그래서 승상 이사, 공자 호해와 음모하고는, 호해를 세워서 태자로 삼았다. 호해는 태자가 되자 공자 부소와 몽염에게 사자를 보내어서 그들에게 죄를 씌워 죽음을 내렸다.

몽염이 길게 한숨쉬고 말했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잘못도 없이 죽어야 한단 말인가?”

한참 있다가 천천히 말했다.
“나의 죄는 참으로 죽어 마땅하다. 임조에서 공사를 일으켜 요동에 이르기까지 장성을 만여리나 쌓았으니, 그 가운데 어찌 지맥을 끊어놓지 않았겠는가? 이게 바로 나의 죄이다.”

그리고는 약을 삼키고 죽었다.

요컨대 진시황의 충복으로 만리장성 축조를 진두지휘한 장군 몽염이 2세 황제 호해에게 죽임을 당함에 1만여리 장성을 쌓는 동안 지맥을 끊어놓은 자신의 죄과가 크다고 통탄했다는 줄거리다.
그러나 사마천은 태사공의 입을 빌어 몽염의 비극적 말로의 본질이 그 반시대적ㆍ반시민적 행보에 있음을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북쪽 변경지방에 갔다가 직도(直道)를 통해 돌아왔다.
길을 가면서 몽염이 진나라를 위해 쌓은 만리장성의 요새를 보니, 산을 깍아내리고 골짜기를 메워 직도를 통하게 했다. 참으로 백성들의 노고를 가볍게 여긴 짓이다.
진나라가 제후들을 멸망시킨 초기에는 천하의 민심이 아직 안정되지 못했고, 상처를 입은 자들도 아직 낫지 않았다. 그런데 몽염은 명장이면서도 이러한 때를 당해 강력히 간언하여 말리지 못했다. 백성의 궁핍을 구제하고 노인과 고아를 부양하여, 모든 백성들에게 평화를 주려고 힘쓰지 않았다. 시황제의 야심에 추종하여 커다란 공사를 일으켰다. 그들 형제(몽염·몽의)가 사형당한 것도 또한 마땅하지 않은가? 어찌 지맥 끊은 것에다 죄를 돌리려 하는가?

몽염의 망상은 22세기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작금의 한반도 남쪽에 재현되고 있다.
강물은 흐르는 것이 자연의 순리일진대, 오늘도 쇠 귀에 경 읽은 기분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일당들에게는 배워지는 것이 없겠으니 말이다.

 

2010년 7월 20일 화요일

휴가 때 읽을만한 책

매년 ‘CEO가 휴가 때 읽을 책’을 선정해 온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14권의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를 발표했다. ‘삼성’이라는 존재감으로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집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뭐니뭐니해도 눈에 띄는 것은 인문서적 「정의란 무엇인가」 이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실제 강의를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라고 하는데,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라는 트라시마코스의 논리가 득세하는 현실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정의’라는 키워드로 김영사가 대박을 치고 있다.

샌델 교수의 소크라테스식 토론수업의 해제을 보면.... 대학이 경매로 입학생을 뽑는다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에서 생수를 평소보다 10배 높이 부르며 폭리를 취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인가, 소수 인종이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혜택을 받는 것은 정의로운가, 조상의 죄를 후손이 속죄해야 하는가 등 껄끄러운 문제에 대해 생생한 사례연구로 해답을 찾는 과정과 교훈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같은 SERI의 추천도서에 대해 다소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 알라딘 인문분야 MD들이 딴지를 걸고 나섰는데, 제목부터가 ‘Sorry CEO 추천도서’라고 패러디하여 3개 범주 15종을 권하고 있다.

아래 두 기관(업체)의 도서목록을 비교해 보시라. 그 지향점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간 난 이미 두권을 찜해 놓았다. 1만5천원이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색으로 전혀 비싼 비용이 아닐 터다. 책꽂이에 묵혀두고 있는 존 롤스의 「정의론」과 묶어 읽어봐야겠다.
또 한권은 한겨레21 사회팀 기자들이 한 달간 노동현장에 위장취업하며 기록한 「4천원 인생」으로 낙점.. 이래저래 올 여름 키워드는 ‘정의’와 ‘인권’으로 모아진다.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선 (by 삼성경제연구소)
[경제경영 7選]
⑴ 구글노믹스
⑵ 마켓 3.0
⑶ 메가트렌드 차이나
⑷ 슈퍼 괴짜경제학
⑸ 일본 재발견
⑹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 / 논어와 주판
⑺ 혼창통


[인문교양 7選]
⑻ 간송 전형필
⑼ 물리와 함께하는 50일
⑽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⑾ 스웨이(Sway)
⑿ 정의란 무엇인가
⒀ 조선 왕을 말하다
⒁ 행복의 조건


Sorry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 (by 알라딘 인문MD)
[노동자와 입장 바꿔 생각하기 - 만국의 노동자는 이렇게 삽니다!]
⑴ 4천원 인생
⑵ 누가 사장 시켜달래?
⑶ 울지 말고 당당하게
⑷ 밥과 장미
⑸ 위건 부두로 가는 길


[기업의 생존본능 다스리기 - 앞만 보고 가다가 큰코다칩니다!]
⑹ 착한 기업 이야기
⑺ 한국의 보노보들
⑻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⑼ 생활용품이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
⑽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


[진짜배기 교양 쌓기 - 당신의 격조 높은 CEO 생활을 위해!]
⑾ 인문 고전 강의
⑿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⒀ 인간생태보고서
⒁ 불가능은 없다
⒂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

2010년 7월 17일 토요일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을 위하여


업체와 지자체, 중앙정부를 포함하여 지리산, 설악산 등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불순하고 어설픈 시도가 있다.
자의든 타의든 해당 지역에서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멍충이들....
이곳들은 서울 남산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편하게 빨리빨리 단번에 산턱을 횡단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느리더라도 한발한발 오르는 과정에서의 느낌을 중요시할 것인가.
결국은 철학의 문제로 환원된다.

어제자 경향신문(2010년 7월 16일 목) 11면에 실린 지리산을 비롯한 국립공원 내의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광고다.
작은 액수지만 후원계좌에 입금했으니 내 이름도 저 명단에 들어있다.
(클릭하면 조금 더 상세하게 볼 수 있다.)
근래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이지 싶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편한 말이나 행동을 한다 싶으면 거리낌없이 ‘좌파’라는 주홍글씨를 새겨버리는 개발독재 당·정·청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도 좌빨이 되겠지.
사람들이 스스로 왼쪽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공안정국에 떠밀려 좌빨로 낙인찍혀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
또 어떤 은밀한 뒷조사와 살벌한 인권침해가 남발될른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2010년 7월 10일 토요일

퇴임 사또 송덕비

요즘 동작구에서 때아닌 현대판 ‘원님 공덕비’ 논쟁이 일고 있단다. 이유인즉슨 지난달 30일로 임기가 끝난 김우중 전 구청장의 공적이 동작문화원 앞에 세워진 높이 1.5m 비석에 상세히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고인도 아니고, 공공기관 앞에 세워진 전직 구청장의 비석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는데....
그러고보면 ‘김우중’이라는 이름을 쓰는 공인들에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혹자의 말처럼, 공직자 필독서 1위에 꼽히는 「목민심서」를 보유한 대한민국의 국가청렴도가 오랫동안 세계 40위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되지 않는다.

2010년 7월 8일 목요일

벽돌용 맥주병… 하이네켄 월드 병

하이네켄 맥주 사의 CEO는 파도에 떠밀려 온 해변의 넘쳐나는 폐 맥주병을 보면서
허술한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는 네덜란드령 엔틸리스 열도 주민들을 위해 색다른 병을 생각해 냈다고 한다.
흔히 ‘월드 보틀’(World Bottle, 세계의 병)이라고 불리는 그 병들은 둥근 형태가 아닌 사각형태로, 맥주를 마시고 난 후에는 건물 벽돌로 사용할 수 있다.

실행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하이네켄의 쌓을 수 있는 맥주병의 디자인은 놀랍게도 이미 1960년대에 설계를 마쳤다고 하더라.

하인네켄의 놀라운 시도는 유리 벽돌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건축자재로
가난한 나라에서 빈곤한 사람들이 손쉽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참으로 멋진 아이디어다.
정말 대단한 생각~~!!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이디어만큼은 진정한 사회적 기업, 진정한 녹색혁명의 포스가 느껴진다.



환경오염과 공해는 국경을 넘어가는데 법과 제도는 왜 국경에서 멈춰서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