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실에 들어서면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데 시를 우째 쓰노!”라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대면하곤 한다. 하지만 늦깎이분들은 받아쓰기 신공을 꼭꼭 눌러 10성까지 익히고, 마침내는 80년 가까이 김치 담그고 손주 본 손이 벌벌 떨리며 진솔한 시구를 펼쳐낸다. 일갑자 반의 내공이 실린 심금의 출수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궁벽한 시골, 여성노인 문해학습자의 모습을 익살스러우면서도 실감나고 뭉클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좀 안다고 하는 이들은 때때로 배움의 설렘을 잊고 무감각에 빠진다. 성찰할 일이다.
------------------------------------------
인생 팔십줄, 사는기 와이리 재민노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상연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82
19일(수)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상연되었다.
김하진 극본의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2019)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는 나이듦」(2020)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팔복리’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설움과 창피함 속에 평생을 살아온 70~80대 시골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지금도 소녀 감성을 간직한 채 푸시킨의 시구를 읊조리는 김인순(75), 글을 몰라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지원조차 하지 못했던 양춘심(88), 한글을 배워 손주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 소원인 반장 이영란(89), 문해학교의 귀염둥이 막내 이분한(72) 할머니가 문해학교 이가을 선생님의 가르침과 챙김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여정이 서울에서 내려온 프로듀서 지석구의 카메라에 담겨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19일 저녁,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상연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관객들이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이날 공연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24년에 시행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과 연계하여 문해교육의 의미와 배움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22개 문해교육기관에서 10명씩 참석한 총 220명의 학습자와 관계자가 하늘극장 좌석을 가득 메우며 무대 위 배우들의 가슴 뭉클한 사연에 공감하였다.
한편, 뮤지컬의 실제 모델인 칠곡 할머니들이 쓴 시와 그림이 천재교과서의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 2025년 신학기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