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 금요일

쿼드? 오커스? 5아이즈? 그게 뭐지.

2015년 개봉한 007 시리즈의 24번째 영화 「스펙터 Spectre」(2015)의 한 장면. C(맥스 덴비)라 불리는 영국의 신임 합동정보국장이 도쿄에서 개최된 세계통합안보회의에서 주요 9개국의 첩보를 무제한으로 쓰기 위해 9개국 첩보기관을 잇는 실시간 정보공유 네트워크인 나인아이즈를 개설하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8, 반대 1(남아공)로 부결된다. 영화에서는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프랑스가 나인아이즈(Nine Eyes) 9개국이다. 2015년 당시 각본이나 제작 측에서 내세운 이 국가들은 서방세계가 생각하는 일반적 중견국을 포함한다. 여기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인도 정도가 빠져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영미권 5개국 간의 군사동맹 및 정보네트워크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가 존재한다. 이는 상호 첩보동맹을 맺고 있는 앵글로색슨系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나, 뉴질랜드, 영국, 미국 5개국(AUS/CAN/NZ/UK/US EYES ONLY)을 이르는 말이다. 미국(NSA)은 영국(GCHQ), 오스트레일리아(ASD), 캐나다(CSE), 뉴질랜드(GCSB)를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완전한 우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의 신호정보 수집 및 분석 네트워크를 통틀어 에셜론(ECHELON)이라 한다.

007 시리즈 「Spectre」(2015)의 한 장면. “나인아이즈(Nine Eyes)의 회원국들은 공유된 정보 데이터를 통해 세계를 장악할 수 있을 겁니다.” 현실에서는 미영캐호뉴 5개의 눈(Five Eyes)이 전세계의 사적 통신망까지 들여다보는 에셜론(Echelon)을 운용하고 있다.

아메리칸 국뽕영화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2021)은 전작 「탑건 Top Gun」(1986)에 이어 자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용납하지 않는 슈퍼파워로서의 의지를 표출한다.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6년 「탑건」이 개봉하자 예년보다 2만명 많은 하이틴과 이대남이 군에 자원입대했고, 이중 1만6천명이 해군에 지원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1964~1975) 초반 해군 전투기조종사의 저숙련으로 공대공 전투에서 많은 피해를 입은 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해군 전투기조종사 학교(US Navy Fighter Weapons School)를 설립(1969)하고 ‘탑건’으로 불리는 SFTI 프로그램(Navy Strike Fighter Tactics Instructor Program, 미해군 타격 전투기 전술 강사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엄호와 유인 등 윙맨(Wingman)의 역할을 강조한 팀플레이 전술을 중시한 결과 SFTI 프로그램 전 북베트남의 미그(MiG)機에 대한 미 해군의 살상률은 2.42대1에서 12.5대1로 증가했다.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 MIC: Military–Industrial Complex)라고 하지 않던가. 최고의 국뽕 항공액션 엔터테인먼트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부으면서 펜타곤과 해군성은 다시 한번 젋은이들의 군입대 러시를 기대하고 있다.

톰 크루즈는 「Top Gun」(1986)에서 입었던 재킷을 35년이 지난 「Top Gun: Maverick」(2021)에서도 그대로 입고 등장한다. 톰 크루즈가 걸친 항공점퍼 등짝에 미국기와 일본기, 타이완기가 선명하게 패치로 부착돼 있다.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서 3개국만 추린 미·영·호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Australia, the United Kingdom and the United States), 미·일·인·호 4자 안보대화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舊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창설한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带一路, OBOR: One Belt One Road)에 대항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등 미국이 주도하는 對중국, 對러시아 포위·압박체는 화려하고 폭넓은 스쿼드를 자랑한다.

주요 플레이어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 Route(길)와 Resouce(자원)를 확보하려 부단히 움직인다. 길과 거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장악·연결하고 있는가, 얼마나 전략자원이 있는 곳에 접근·통제하는가에 따라 국가가 취하는 행동은 달라진다. 우리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한미 실무협의체(ROK-US Working Group)에도 지정학과 국익에 입각해 주요 현안을 분석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미국에 끌려다니며 독자적인 대응권을 상실한 상태로는 다시금 우리 강토를 주전장(主戰場, The Main Battleground)으로 내주는 최악의 디스토피아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패권국가 미국의 우리땅 군사기지화를 90여년 전 일제의 병참기지화로 연결지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여전히 지평‘線’에 심취해 안주하면서 입체‘面’을 보지 못하는 굥本夫丈에게는 바이 기대할 바가 없다는 것이 답답한 한계상황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