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8일 월요일

한울연대 환경교육사 1일차, 소귀천길 탐방

지난달 천도교 종학대학원 이문상 兄의 소개로 천도교 한울연대에서 진행하는 한울환경교육지도사 양성교육과정에 등록했었다. 4주간(매주 토요일) 4일 총30시간 교육에 교육비는 단돈 2만원, 여기다 맛난 점심에 교재까지 제공받으니 시간만 맞춘다면 아이들 말로 이른바 ‘개꿀’인 셈이다.

6일(土) 1일차 교육은 생태탐방 현장실습이다. 집결지는 우이동 봉황각.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2번출구에서 대략 665m, 10분 거리다.

9시 좀 넘어 경내에 들어서니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과 분위기가 비슷한 붉은 벽돌 건물이 보인다. 1921년에 지어진 ‘천도교중앙총부’ 건물을 1969년에 옮겨왔다고 한다. 목조건물도 아닌 것을 어떻게 옮겨왔을지 그저 궁금할 따름…

봉황각 별관

봉황각 별관 로비에서 접수를 마치고 뒤편 봉황각을 둘러봤다. 봉황각(鳳凰閣)은 의암 손병희 성사가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천도교 지도자를 수련시킬 목적으로 1921년 세운 정면5칸, 측면2칸의 전체적으로 ‘弓乙(궁을)’자형 목조건물이다. 봉황각 기와지붕 너머로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봉이 보인다.
봉황각 현판의 봉(鳳)자, 황(凰)자, 각(閣)자는 각각 중국 명필 안진경(顔眞卿), 회소(懷素), 미불(米芾)의 필적을 당대의 명필이며 문장가인 위창 오세창 선생이 모사한 글씨라 한다. 그런데 문외한 입장에서는 그저 같은 필체로 보인다.
봉황각 담장에서 동쪽으로 100m 임도를 걸으면 손병희 선생 묘소로 이어진다.

봉황각과 봉황각 현판

본격적인 환경실습 시간… 이광호 숲해설가가 24人의 환경탐방을 리딩했다. 22년째 자연과 벗삼아 생활하며, 현재 보령 무궁화수목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한다.
봉황각을 출발하여 오른편 백운천 길을 따라 올라간다. 백운천 물 속의 쓰러진 나무 조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개울물가에 쓰러진 나무들은 ‘산’이라는 역사의 파편이자 차곡차곡 쌓여진 일종의 ‘도서관’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죽은 나무는 분해되고 흙으로 돌아가 생태계의 경이로운 순환에 일조할 터이다.

봉황각에서 800m쯤 올라간 지점에 ‘마가교회’란 팻말이 보였다. 이광호 해설사 말로는 유명 요정집 ‘만고강산’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카카오맵으로 검색해봤더니 ‘선운각’이라고 뜬다. 그렇다면 성북동 대원각, 삼청각과 더불어 70~80년대 VVIP급 3대 요정으로 알려진 그곳이란 말인가.
만고강산(萬古江山)… 오랜 세월을 통하여 변함이 없는 산천이라더니, 지금은 교회가 들어섰나 보다. 산에서 마가를 따왔는지, 마가(마르코)복음의 성경 이름에서 따왔는지, 아니면 음이 난한 사람에서 인용한 것인지 모르겠군. 송현동 덕성여중·여고가 연상되는 동서를 잇는 구름다리도 그림 같은 정취가 있다.

마가교회

선운각 영빈관 출입구 앞에서 왼쪽 대동문 방향(2.3㎞) 옥류교를 건너 등산로 초입에 들어섰다. 정진숙 쌤은 이때부터 맨발 산행에 돌입했다.
삼을 캐는 심메마니(蔘+山+큰사람) 얘기가 나왔다. 심마니가 삼을 발견했을 때 3번 외치는 “심봤다”… 심은 부사어 또는 목적어로 해석이 가능할 듯하다. ‘마음(心)으로 봤다(아뢴다)’와 ‘신(神)의 마음(心)을 보았다’ 이렇게 중의적으로…
천도교인들은 등산 때 “품에 듭니다”, 하산 때 “산에 납니다”를 읊조린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정확한 워딩은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 역시나 숲 초입에서 국수나무가 반갑게 맞아준다.

매미나방 애벌레

소귀천 자연관찰로 따라 등산길… 매미나방 유충에 대한 주의와 방제를 알리는 펼침막이 보인다. 매미나방 애벌레의 길고 뾰족한 가시에 찔릴 경우 피부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미나방(Gypsy Moth)은 나비목 독나방과에 속한 해충이다. 요즘 전국 임야에 매미나방 애벌레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식해 방제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겨울이 비교적 따뜻하고 강설량이 적었던 탓에 더 극성이라는데 활엽수는 물론 침엽수까지 갉아먹는 바람에 감당하기가 벅찬 형편이라고. 실제로도 징그러울 정도로 눈에 많이 띄었다. 한 종(種)의 갑작스런 개체수 급증은 분명 원인이 있을 터이다.

북한산 용천수샘터

10시50분경, 용천수 약수터에 도착. 왼편 상단에 ‘壬戊陽春 三日立石(임무양춘 삼일입석)’ 각자가 보인다.
천도교인의 야외행사 때 항상 나오는 활동이 탁족(濯足)이란다. 오늘도 대략 여남은 명이 샘터 옆 개울물에 발을 담갔다. 생각해보면 해월신사도 산상유수(山上有水), 산 위에 물이 있음을 언급하셨다지. 수운대신사는 아예 호가 수운(水雲)으로 물 수(水)자가 들어가고.


하산길에 발견한 작은 벌집. 크기를 가늠하려고 일부러 옆에 14.5㎝짜리 볼펜을 대고 사진을 박았다. 벌의 자취는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자그마한 벌집이라니…

이광호 해설사가 은백색 빛깔로 자태를 뽐내는 은사시나무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시나무와 은백양나무 사이에서 생긴 자연잡종이 은사시나무라는 설명을 들었다. 상당히 빠르게 자라는 속성수(速成樹)여서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녹화사업 때 아카시나무와 함께 많이 심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수피(樹皮)가 아름다운 나무다.
사시나무는 잎자루가 길어서 미풍에도 잎이 많이 흔들리므로 멀리서 보면 나무가 떠는 것처럼 보여서 “사시나무 떨듯”이라는 비유까지 생긴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나무다. 영어로도 트램블 트리(tremble tree)라 하여 ‘떠는 나무’의 의미로 사용한다.

하산 후 봉황각 뒤편 숲속에서 생태 만다라(曼茶羅, Mandala)를 꾸미는 모둠작업이 이어졌다. 4~5명으로 구성된 4개 모둠이 주변의 자연물을 이용해 독창적인 문양의 만다라를 설계하고 그 의미를 나누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모둠, 2모둠, 3모둠, 4모둠의 생태 만다라

아래에 한울연대 두정희 사무처장님이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도 곁들인다. 산행전 단체사진 촬영부터 산행중 숲해설, 산행후 모둠활동 모습까지 5장만 등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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