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1일 토요일

연탄 한 장



연탄 한 장

안도현 시 / 안치환 노래

C G/B F Am
삶이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F Em Am F G Am
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 때까지
G /F C F G Am
해야할 일이 그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
G Em Am F G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C G Am F G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 게 두려워
E Am F G C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F G C G Am F G C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E Am F G C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연탄 한 장

안 도 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스테파노티스 플로리분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일은 12월 25일.
그리스도교 최초의 순교자 성 스테파노의 축일은 12월 26일. 단 하루 차이…
내 세례명과 비슷한 이름의 꽃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번 키워보려고 벼르다가 몇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내년 봄에는 꼭 한번 그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원예식물 - 스테파노티스 플로리분다 (마다가스카르 쟈스민)
Stephanotis floribunda

스테파노티스 플로리분다의 모양과 향기는 쟈스민과 비슷하다. 잎은 크며 다육질이다. 하얀색 꽃이 4~6월에 피며 강한 냄새를 뿜는다. 화분, 코르사주, 부케 등에 이용된다. 배수가 좋은 흙을 사용하고 화분에 재배한다. 겨울에는 온도를 8~10℃로 유지해야 잘 자란다. 번식은 꺾꽂이로 한다. 플로리분다(Flonbunda)는 ‘꽃이 많다’는 의미로 꽃이 지속적으로 아름답게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과    명 : 박주가리과 (Asclepiadaceae)
속    명 : 스테파노티스 (Stephanotis)
영    명 : Madagascar Jasmine, Waxflower, Hawaiian Wedding Flower
원산지 : 마다가스카르, 말레이시아

  특    성

덩굴성으로 지주를 감고 올라간다. 봄부터 여름에 걸쳐 순백색의 꽃이 피며 향기가 좋다. 옛부터 마다가스칼 자스민이란 이름으로 통하지만 이것은 자스민속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박주가리과의 식물이다. 꽃은 절화로서도 사용되고 코사지 등의 용도로도 사용된다. 유럽에서는 신부의 꽃다발로 많이 사용된다.

  재배법

1 _ 광과 온도
햇빛을 잘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8~10℃에서 월동이 가능하지만 겨울철 재배온도는 15℃ 이상을 유지해야 생육을 계속한다.
정확한 개화 생리가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생육이 계속 이루어져야 꽃눈이 생긴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비슷한 예로 호야는 14마디 이상 생장을 계속한 후에 비로소 꽃이 생긴다.

스테파노티스(S. florivunda)의 꽃눈분화와 발달에 대한 최근의 실험 결과를 보면, 꽃눈분화는 주·야 온도 23℃, 18℃에서 촉진되고 33℃, 28℃의 온도에서 억제된다. 분화한 꽃눈의 발달에는 고온(33℃, 28℃)이 촉진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온도가 낮을 때에는 단일에서 꽃눈발달이 매우 늦고 장일에서는 빠르다.
따라서 꽃눈분화 이후는 특히 광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식물의 밑부분까지 빛이 잘 들도록 관리해야 꽃이 잘 핀다. 5월 상순경의 급격한 온도상승에 의해 낙뢰가 일어날 수도 있다.

2 _ 시    비
밑거름은 월 1회 준다.

3 _ 물관리
생육기에는 용토의 표면이 마르면 관수하고, 저온기에는 관수량을 줄인다. 고온건조에는 자주 분무하여 공중습도를 유지하여 준다.

4 _ 번    식
삽목으로 번식하는데 마디 사이가 짧은 덩굴 기부의 마디는 액아(겨드랑이눈)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삽수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뿌리내림도 쉽지 않은 종류에 속하므로 발근 촉진제를 처리한다.
또한 4㎝ × 4㎝ 연결포트에 삽목하면 이식할 때 뿌리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연결포트를 사용할 때의 삽목용토는 [암면(Rock Wool)가루+퍼라이트+피트]가 좋다.
꺾꽂이는 5~7월이 적기이다. 10~4월은 실내의 양지바른 곳에 두며 5~9월은 밖에 내놓아 한여름에는 가볍게 해가림을 해준다. 덩굴은 덩굴자스민만큼 자라지 않으며 모양새가 흐트러지면 5~7월에 바싹 잘라 옮겨 심는다.

5 _ 기타 관리
덩굴성이므로 지주를 세워 유인하는데 유인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주는 직경 1.6㎜, 길이 90㎝ 정도의 철사를 사용한다. 눈이 자라는 쪽에다 철사를 세워 줄기가 철사보다 5㎝ 정도 더 나왔을 때 철사를 반대 방향으로 U자형으로 구부려 꽂는다.
두번째도 첫번째와 같은 방법으로 유인하고 구부리며 첫번째 철사로 줄기가 다시 신장했을 때 눈을 따서 신장을 정지시킨다. 그 밖의 손질은 덩굴 자스민에 준한다.

6 _ 병충해
마다가스카르 자스민은 진딧물이나 깍지벌레가 생기기 쉬우며, 이런 해충이 발생하면 생육이 쇠약해져 벌레의 분비물이 곰팡이가 되어 검댕이 붙은 것 같은 그을음병에 걸린다. 깍지벌레는 한번 제거하면 다시 붙지 않으므로 어느 것이나 빨리 찾아내어 문질러 떨군다.

7 _ 출    하
출하적기는 꽃이 피기 시작할 때이며(개화직전 봉오리 상태), 유통 중에는 밝은 간접광에서 관리한다. 15℃ 이상에서 관수와 분무를 자주 한다(특히 개화기 동안). 겨울에 적당히 관수하면 새로운 꽃눈의 형성에 유리하다.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시험이 끝나면 그뿐

학사일정이 괴상한 한 학교 때문에 이번 주에야 기말고사가 마감됐다.
학교에서는 시험 후 각 과목의 정답과 채점기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다.

한 녀석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술하라는 5점짜리 서술형 문제의 답변에 공통점을 명확히 썼는데도 부분 점수 하나 없이 5점이 다 날라갔다고 하소연하길래, 서술형 채점 기준을 파악해 보려고 M중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헌데, 이럴 수가! 헐~ 3일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정답 파일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 이 학교 정말 게으르다. 늘 이런 식이다.

이번에는 지지난주에 기말시험이 종료된 D중학교에 들어가 봤다.
1학년 전체 학생이 300명이 조금 넘는데 정답 파일 게시물에 대한 조회수가 겨우 50여 회 정도이다.
그러니까 83%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답을 찾아보지 않았고, 따라서 채점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친구와 함께 열어 보았다고 해도 곱하기 2, 곱하기 3하면 100~200명만 확인을 했다는 얘기.
하기사 졸업을 앞두고도 자기 학교 아이디조차 아직 만들지 않은 녀석들도 태반이니… 할 말이 없지.
대한민국 교육의 슬픈 현실 아닌가.

2011년 12월 17일 토요일

(A)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쓰시오. (2점)

서울시가 아닌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에 있는 ‘서울 삼육중학교’…
‘한국 삼육중학교’라는 학교도 있는데, 여긴 서울시 공릉동에 위치해 있다.
그밖에도 광주시와 대전시, 원주시 등에도 동일한 이름의 중학교가 있는거 같다.
삼육이라면 뭔가 3가지를 육성한다는 의미겠지.
하여간 요 며칠 사이… 이 서울삼육중학교의 12월 13일에 치러진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역사 문제를 이슈화한 좃선일보의 출제교사에 대한 신상털기와 그에 호응하는 수구꼴통들의 부창부수가 극성이다.
우선, 문제가 된 문제부터 살펴보자.

[서술형 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5점)

(A)은 교회장로입니다.
(A)은 대표적인 친미주의자입니다.
(A)은 친일파와 손잡았습니다.
(A)은 정적을 정치적 타살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A)은 북한을 자극해 결국 도발하도록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A)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니까 경찰을 앞세워서 가혹하게 탄압했습니다.
(A)은 그러다가 권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A)은 해외로 망명하더니 그곳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됩니다.

- 2009.5.31.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프닝 중 -

5-1) 이 글에서 (A)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쓰시오. (2점)

단답형 2점짜리 5-1 문제는 극히 단순하다. 여섯번째 항목까지는 복수의 정답이 나올 수 있겠으나, 일곱번째와 여덟번째 단서 때문에 정답은 분명해진다. 물론 김용민의 표현대로 ‘현재까지는’…이다.
3~4행만 읽고선 독자의 머리속에 꼼꼼하고 완벽하고 도덕적인 가카가 떠올려진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일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투표’ 참여까지 방해하려고 꼼수를 부린 숭악한 세력들인데, 개신교 미션스쿨인 삼육중학교 당국과 구리남양주교육청이 움직이지 않을 수가 있겠나.
자기 일이 아니라고 함부로 “쫄지마, 씨바~!!”를 외친다면 미안한 일이지.
어떤 식으로든 시사적이고 창의적인 문제를 만들어 낸 서른 두살 젊은 선생님 하나 다치게 생겼구나.
그나저나 굵은 글씨로 밑줄쳐진 ‘반정부 시위’에 관한 3점짜리 5-2 문제도 내용이 뭔지 상당히 궁금하네.

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대빵 큰 양파링

빼빼로데이 때 수지렁이한테서 받은 ‘대박 양파링 기획팩’
원래 수능 수험생 응원용으로 출시된 거라서 그런지
뒷면엔 간단한 응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공란도 있더라.
50㎝ 자를 세워놓고 찍어봤는데, 봉투 크기가 가로 세로 40 × 58㎝ 정도 되더군.
안쪽에 오리지널 3봉에 매운맛 2봉이 따로 동봉돼 있던데,
그냥 큰 봉투 안에 바로 양파링이 들어있으면 더 재미있을 거 같다.


● 중량 : 330g(1,540㎉)
● 양파링 Original : 양파분말 3.4%(국산)
● 양파링 Hot & Spicy : 양파분말 3.3%(국산)

우리 동네 마트에서도 파는지 스낵 코너에서 한번 찾아봐야겠군.

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참 쉽게 금뱃지 다는 방법

개콘 시청한지 오래됐다. 블로그질한지도 한달 됐다. 헌데, 강용석이란 인간 땜시 다시 관심을 갖게 됐네.
우선 ‘사마귀 유치원’이란 코너에서 공개한 참 쉽게 국회의원 되는 방법을 살펴보자.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번에 먹으면 돼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 역을 개통해 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구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

구구절절이 옳은 말인데, 이 개그를 문제 삼아 해당 개그맨을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 모욕죄로 형사고소했단다.
일각에서는 강뭐시기 본인이 성희롱 발언으로 1·2심에서 아나운서에 대한 집단 모욕죄가 인정된 점을 물타기하려는 꼼수로 해석하기도 하던데. 가카를 롤 모델로 하는 꼼수 학습능력이 정말 탁월하네. 역시 ‘국개의원’답다.
김미화가 한마디 했더군.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했다고? 우리도 맞고소하자. 국회의원들…뻑하면 ‘코미디하고 있네’라고 코미디언 모욕했으니!!”

마포 갑인지 을인지 지역 사람들은 이런 황당한 애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해놓다니… 입다물고 머리박고 닥치고 반성 좀 하시길…
비도 오고 기분 드러운 날이네.

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아방궁은 도덕적으로 완벽

 “누가 봐도 좋은 땅이 하나가 있어요. 그린벨트 내에 집을 짓기도 어려운데 고급 한정식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이 얼마 전에 팔립니다. 지난 5월 우리 가카의 아드님에게./ 얼마짜리예요?/ 50억가량 됩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신 우리 가카가./ 근데 가카 아드님입니다./ 아드님은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으신가?”
요즘 장안의 화제인 <나는 꼼수다>의 한 토막.

퇴임 후 봉하에 사저를 지어 입주한 노무현을 두고 당시 딴나라 홍준표는 “누구처럼 고향에 아방궁을 지어놓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비난했었지.
요즘 서울시장 후보에 뻔뻔 나서고 있는 딴나라 나경원 역시 “재임기간 내내 온갖 자리를 만들어 국민혈세를 낭비하더니 이제 퇴임 후를 위해서 국민 혈세를 물 쓰듯 하고 있다.”며 억지를 부렸지. 그러나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며 그때그때 달라지는 나경원스러운 예측가능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걔네들이 좋아하는 수치로 얘기해 볼까.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는 대지 4262㎡(1289평), 1층 단독주택인 건물 372㎡(112평)로 공사비까지 총 12억원 가량이 들어갔지. 그에 반해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는 건물 부지 463㎡(140평), 경호관들이 활용할 경호시설용 부지 2143㎡(650평) 총 9필지 2606㎡(788평) 매입에 54억원을 써부렀네. 부지 매입에만 이미 봉하 사저 총 비용의 4배가 넘는 금액. 특히 경호시설 부지는 봉하마을 경호시설 부지(1155㎡ㆍ350평) 매입비 2억5900만원의 16배가 넘네그려.
역시 토건 출신이라 다르군. 내곡동 사저건립에는 다운계약서 작성, 불법증여,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갖은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봉하마을을 다녀간 수십만 국민들 중 누구도 ‘아방궁’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지. 혹자의 말처럼 취임 전에는 도곡동, 임기 말에는 내곡동 파문… 정말 퇴임 후에 ‘곡’소리 날지도 모르겄네.

야후에서 베트트 폴(Best Poll)로 11월 6일까지 진행 중인 ‘네티즌 한표’ 코너
 
어처구니 없게도 “현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가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또라이들이 40%나 되는군. 열에 네명 정도는 해마가 없다는 무서운 야그. 날씨도 쌀쌀한데 집밖에 나가서는 더욱 몸을 사려야 하겠음.

2011년 10월 12일 수요일

남원기행2

두번째 남원 여행… 10.7(금)~8(토) 1박 2일


남원 도통동 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그 이름도 찬란한 중화요리 전문 ‘당나라’
중국집 이름이 ‘당나라’네. 절대 잊어먹지 못할듯.



운봉초등학교 내 수령 410년 됐다는 웅장한 느티나무. 19m 높이에 둘레는 6.5m… 보호수로 지정된 1982년을 기준으로 410년 전이면 1572년 경이니까 선조 연간으로 대략 임진왜란 발발 20년 전이 될 터이니, 이 나라 조선의 모진 역사를 모두 목도했겠군. 그나저나 운봉초등학교 교정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박선생님 댁 오른편을 찍은 모습. 사진의 가운데 부분이 백두대간이라고 함. 때문에 이 경계를 기준으로 사진 위쪽으로는 섬진강으로, 아래쪽으로는 낙동강으로 물길이 뻗어있다고 한다.
원래는 지세가 말의 허리를 닮았다하여 馬騕(마요)라 칭했는데 , 임란후 사명대사가 마을에 매화향이 감도니 바꿔 부름이 좋겠다고 하여 그후부터 매요(梅騕)마을이 되었다는 썰이 전해오는 곳.



첫날엔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5시간 가까이 양이쁜네 고구마밭에서 호박고구마를 캐며 땀 깨나 흘림. 제초작업이 제대로 안되어 이랑의 비닐을 뜯어내는 일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음. 결국 여덟 이랑 중에 두 이랑은 날이 어두워져 마치지 못함. 간만의 괭이질·호미질에 손바닥엔 물집 뽕뽕, 허리는 에고에고 끙끙. 마을 이름을 다시 마요(馬騕)로 바꾸어야 할 듯.



이튿날 회덕에서 시작한 둘레길 산행 중에 들른 덕치리 샛집.
억새풀로 이은 지붕의 재질이 마치 일본 기후현 시라카와고 마을의 ‘갓쇼즈쿠리’(합장가옥)를 연상케 한다.





사진에서는 색깔 구분이 힘들지만, 아래쪽 연보라색 꽃이 ‘쑥부쟁이’, 위쪽 하양색 꽃이 ‘구절초’다.



양이쁜 숲해설가에 의하면 ‘사무락 다무락’은 사망(事望) 다무락(담벼락의 남원말)이 운율에 맞춰 변천된 것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하면 ‘오늘도 무사히’가 되지 않을까.
길손들이 액운을 막아 화를 없애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날 때 마다 돌을 쌓아 올렸다는 것인데, 나도 일신과 가족·지인들의 평안을 기원하며 제일 위쪽에 자그마한 조약돌을 하나 올려 놓았지.



10월 초순의 차가운 개울가에서 발견한 큼직한 가재 녀석. 겨울잠을 자려면 부지런히 먹어 두어야겠구나.



산행 중에 만난 희한한 포즈의 나무들. 안내판에는 연리지 어쩌구 저쩌구 적혀 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건 아닌듯…



옛시대에 사약(死藥)의 재료로 쓰였던 독초 ‘천남성’
가을이라 색이 발갛게 변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이런 말이 절대 통하지 않으니 입에 대서는 절대절대 안됩니다.



‘골쇄보’라고도 하는 양치식물 ‘넉줄 고사리’ 무리. 예뻐서 카메라에 담아봤다.



둘레길이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호젓한 산길이 갈수록 망가지면서 넓어지고 있단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일찌기 노자가 말하지 않았나. 무소속 산우회… 정말 아니러니 하군.



정금 열매. 버찌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알맹이는 조금 작다. 썰에 의하면 블루베리와 유사한 효능을 갖춘 토종 열매라고 한다. 산행 중에 몇 번 열매 맛을 봄.



산행 중에 눈맞춤한 연보라빛의 ‘산비장이’. ‘추억’이라는 꽃말과 잘 어울리는 예쁜 빛깔이네. 언뜻보면 엉겅퀴랑 비슷하지만 가시는 없다. 어린순을 나물로도 먹는다고.
이렇게 해서 회덕에서부터 주천까지 대략 7㎞ 가을산을 걸었네.



서로 다른 양조장 세곳에서 제조된 남원골 춘향이 막걸리. 남원에서도 막걸이 열풍은 대단한가 보네. 가격도 착해서 한병에 단돈 1천원이더군. 내 입맛엔 서울 지역 막걸리에 비해 조금 더 사이다향이 나는 듯 하다. 귀경길에 종류별로 한병씩  3병을 사가지고 왔지.



남원터미널에서 찍은 제19회 흥부제의 홍보 포스터. ‘만복사저포기’는 알고 있으면서 ‘흥부전’의 공간적 배경이 남원인 건 잊고 있었군.
올해 안에 다시한번 발걸음할 기회가 있을랑가 모르겄네.
양이쁜 누님, 고구마 잘 먹겄시유~

2011년 10월 8일 토요일

원자력 발전

중3 사회 ‘자원의 이용과 자원 문제’ 소단원에 나오는 괄호넣기 문제다.

“최근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구조에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두 가지는 (                )과(와) (                )(이)다.”

정답을 넣어 문장을 완성하면

“최근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구조에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두 가지는 ( 원자력 )과(와) ( 천연가스 )(이)다.”

가 된다.

천연가스는 고갈자원임에도 불구하고(자원의 유한성) 신재생 에너지로 잘못 알고 있는 아이들이 소수 있다.

석유의 가채연수는 40년, 천연가스와 우라늄은 각각 60년씩이다. 헌데, 이것들의 가채연수는 어찌 된 영문인지 10년 전과 변함없이 똑같다.

원자력발전소는 한국에 21기, 일본에 54기, 중국에 13기가 있는데, 중국은 현재 30기를 짓고 있으며 추가로 23기 건설이 계획돼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각가 10기와 33기가 동해를 감싸고 있다. 이 43기 중 꼭 자연재해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동해와 그 연안은 죽음의 바다, 죽음의 땅이 되고 말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일본 국민의 의식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원전신화가 말 그대로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죽음과 파멸이라는 공포로 체험했기 때문이리라. 유럽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이미 탈원전을 결정했다. 원전 발전비중이 전체의 34%나 되는 세계 5위의 원전국가인 우리로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텐데도 어어 하는 사이에 수명을 다한 고리 1호기는 재가동에 들어가 버렸으니, 정부와 전문가집단의 에너지 의식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은 가히 낙제라 할만 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로 포장된 원자력산업…
역시나 피해자는 발생해도 가해자, 책임자는 없는 형국을 만드려고 하는가.
왜 위기인지 모르는 게 위기다. 미스터리다. 어찌 공생이 아닌 공멸을 선택하는가.

2011년 9월 12일 월요일

지역마다 달리 불려지는 태풍의 이름

1st _ 중심최대풍속이 17 m/s 이상인,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저기압.
지역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이유로 태풍도 지역마다 달리 불려진다.
아시아권에서는 타이푼(Typhoon 颱風),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북태평양 동부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으로,
인도양, 아라비아해,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연안에서 발생하는 태풍을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윌리윌리(Willy Willy)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윌리윌리는 원주민이 회오리바람을 일컫던 말이며 태풍을 뜻하는 것은 아니란 것. 호주에서는 태풍을 단지 Tropical cyclone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2nd _ 16세기 장로교를 창시한 프랑스의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가 장 칼뱅(1509~64)은 유럽 각 나라의 언어마다 조금씩 다르게 불린다.

프랑스어: Jean Calvin(장 깔뱅)
영어: John Calvin(존 캘빈, 존 칼빈)독일어:Johann Calvin(요한 칼빈)
라틴어: Ioanis Calvinus(요아니스 칼비누스, 칼뱅을 칼빈이라고 부르는 것은 칼뱅의 라틴이름에 기인한다.)
네덜란드어: Johannes Calvijn(요하네스 깔페인)


3rd _ 에스키모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말로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여름에는 가죽으로 된 천막에 살고 겨울에는 뗏장으로 만든 집에서 산다. 이글루가 그들의 삶터는 아니고 겨울 사냥을 나갔을 때 잠시 머무르는 숙소라고 한다.
에스키모족은 절대로 자신을 ‘에스키모’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신들은 ‘이누이트’(인간)라 부른다. 이누이트족은 왜 우리를 에스키모라고 부르느냐고 세계를 향해 항의를 하지만 아직도 세계에서 통하는 이름은 이누이트가 아니라 에스키모다.


Feed back _ 윌리윌리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해상에서 연간 4회 정도 발생하며, 태풍이나 허리케인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 윌리란 원주민 말로 ‘우울’ 또는 ‘공포’라는 뜻이다. ‘윌리윌리’라고 거듭해서 부르는 것은 그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최근에는 ‘윌리윌리’라는 용어 대신 ‘사이클론’으로 부르고 있는데, 호주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우리는 원주민들의 용어를 존중하여 그냥 ‘윌리윌리’라고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2011년 9월 6일 화요일

우리 강아지를 찾습니다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의 약 5분의 1에 달하며 이 중 90% 이상이 개다. 하지만 해마다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고 헤매는 반려동물은 8만마리를 넘어선다. 한때 사랑받던 견공들은 싫증이 나서, 병에 걸려서, 털이 많이 빠져서… 등의 이유로 버려지고 있다. 이 녀석들은 거리의 개가 되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신세가 되고, 결국 차에 치여 죽거나 보호소로 들어가게 된다. 법정 의무보호기간인 10일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입양 대상이 되고, 이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함으로써 생을 마감한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버려지는 동물들은 개 만이 아니다. 화장품 회사들은 신제품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토끼 눈에 3000번이나 마스카라를 바르고, 토끼는 고통 속에 눈이 멀고 결국 죽음을 맞는다. 개·토끼·쥐·돼지 등 실험대에 오른 동물의 수는 한 해에 500만마리에 이른다.

애완(愛玩·pet)은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른다’는 뜻이지만, 반려(伴侶·company)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의미다. 개를 키우는 건 가족이 하나 더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일을 너무 쉽게 결정한다. 입양이 쉬우니 버리는 것도 쉬운 거다.


“우리 강아지를 찾습니다”… 아침 나절에 당현천 길을 산책하다가 보게 된 유인물.
‘우리 강아지’라는 단어에서 주인의 애절함이 배어난다. 나 역시 몇년 전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 애틋한 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대비해서 평소에 정면·옆면 해서 다각도로 사진도 제대로 잘 찍어두어야 한다.
뽀삐가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11년 9월 4일 일요일

손큰 피자

어제 중1 아이들 보충이 있어 출근하는 길에 롯데마트에 들러 ‘손큰 피자’를 사갔지. 놀토가 아닌데다 1시 30분부터 오라고 했으니 혹시라도 점심을 못먹고 오는 녀석들이 있으면 함께 먹으려고 샀는데, 가격이 11,500원으로 1.5ℓ 콜라 페트병 하나 추가해서 12,430원. 정말 무지 싸더군.


이마트 피자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대기표를 받고 몇시간씩 기다려야 했다는데, 이건 뭐 매장에서 말만 하면 바로 내주더군. 이렇게 큰 사이즈는 몇년 전 코스트코에서 처음 접해봤지만, 이제는 일상 풍경. 그만큼 대형마트 주변 동네 피자가게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터. 50㎝ 자를 놓고 찍은 사진인데, 대략 지름이 45~46㎝는 되어 보임. 손큰 피자… 정말 브랜드 네이밍 하나는 잘도 뽑아냈군.


‘대기업의 중소 영세사업자 사업영역 침범’이란 곱지 않는 시선은 많이 희석됐지.
대다수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 간의 가격전쟁을 즐겁게 관전하고 있는 가운데, 너무 저렴하게 팔아서 마진이 줄어든 힘센 ‘갑’은 구입 원가 절감으로 보충하려 할 것이고, 납품업체인 여러 마이너 ‘을’들은 그만큼 고통과 압박을 감내해야 하는 시스템이 전지구적으로 퍼져있는 형국. 피자나 햄버거가 사회 구조적인 면이나 생태, 건강 측면에서 그리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싸고 맛있고 빠르기 때문에 먹게 되는 것도 사실. 길들여진 식습관, 마비된 밈(meme)이란 역시 무서운 것이여.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남원기행

마르타 누나, 랄프 형과 함께 처음 걸어본 남원 지리산 둘레길 여정에 대한 간단 후기 메모.



최초 행선지는 교룡산성. 백제시대에 축조되었고, 조선조에 몇번의 증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며, 동학농민군의 은신처이기도 했다고.



선국사는 7세기 후반 신문왕 때 최초로 지어졌다고. 대웅전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데, 내부에 큰 북이 하나 걸려있더군. 대웅전 옆의 배롱나무 몸통을 간지럽혔더니 꽃잎과 이파리가 하늘거린다.



교룡산성 둘레길을 걷다 만나게 된 물까치. 부상을 당했는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제대로 날지를 못했다.



길 한가운데서 맞닥뜨린 두꺼비. 대략 12㎝ 정도 되는 놈인데, 이렇게 큰 두꺼비는 처음 본다. 황소개구리도 조르기 한판으로 물리친다는 녀석의 포스는 과연 「두껍전」의 상좌를 꿰찰만 하더군. 혹시나 로드킬을 당할까보아 길 한쪽으로 몰았더니 볼과 몸에 잔뜩 공기를 불어넣고 마뜩잖해 한다. 전설 속 은혜를 갚는 신령스런 동물.



갈림길에서의 선택… 길을 가다가 갈림길을 만났을 때, 어느 길로 갈 것인가의 선택은 피할 수 없다. 선택을 회피하고자 할 때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지만, 그 또한 하나의 선택일 터. 삶의 과정은 어차피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문제는 어떤 이유와 근거 위에서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선택을 해 나갈 것이냐이겠지.



만복사는 전라도 남원부에 있었던 절. 때문에 ‘만복사’가 아닌 ‘만복사지’이다. 김시습의 전기소설(傳奇小說) 『금오신화』 속 「만복사저포기」는 주인공인 노총각 양생(梁生)이 만복사에서 부처님에게 아름다운 배필을 점지해 달라고 발원하여 3년전에 죽은 최낭자를 만나 로맨스를 나누는 줄거리의 명혼소설(冥婚小說)이다.
萬福이라 이름했건만, 이제는 함께 저포를 놀아줄 부처님이 보이질 않는구나.



당랑권의 대가 맨티스. 8㎝ 쯤 되어 보이는 사마귀가 시식하는 모습을 포착. 장수말벌 정도는 돼야 이놈을 상대할 수 있을듯.



가운데 잠자리처럼 생긴 놈이 ‘동충하초’란다. 무슨 동방불패도 아니고 어떻게 식물과 동물의 경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을까나.



배넘이재…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알겠더군.



예뻐서 찍어본 버섯 무리. 실제는 더 노랗다. DSLR은 아니지만 그래도 촬영기술이 너무 아쉽군.



흔히 볼 수 없는 무슨 꽃이라고 들었는데 그새 잊어먹었군. 이눔의 기억력이란…



속리산 정이품송을 연상시키는 당산 소나무의 멋진 자태.
첫날은 남원 위주로 11㎞, 이튿날엔 인월 근교로 7㎞ 해서 지리산 북서쪽 방면을 대략 20㎞ 가까이 걸었네. 시월엔 광한루, 혼불문학관, 실상사, 뱀사골 쪽으로도 한번 도전해 봐야지.
멀쩡한 근무시간에 벌건 얼굴에다 술냄새까지 풍기는 관리사무소 공무원 아저씨나, 공공재인 휴식공간마다 좌판을 벌여놓고 거침없이 장삿속을 드러내는 아줌씨들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지.
마르타 누나 고마워요~잉

2011년 8월 21일 일요일

나쁜 주민투표, 착한 투표거부

우리집에도 주민투표 안내문이 날아왔다. 내 참… 정말 주민투표라는 건 처음 접해 보는군.

지금까지 서울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투표율은 대략 20% 후반에서 30% 초반 정도였다고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찍을 후보가 있어서 찍으러 가는 것인데, 이번 주민투표는 무상급식 지지자들은 불참운동으로 아예 안 가고 오세훈이 지지세력들만 갈 것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훨씬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법에서 정한 33.3%는 굉장히 높은 목표치가 된다. 보통의 보궐선거 투표율로 환산하면 60%를 훌쩍 넘겨야 되는 상황인 거다. 오세훈이의 패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고, 또 반드시 그리 되어야 한다. 이번 한판으로 역시 오세훈이는 강남 3구의 수석구청장일 뿐이었음이 시원하게 증명되기를 바란다.

이런 위기상황을 돌파해 보려고 오늘 오세훈이가 시장직을 걸겠다는 급박한 발표를 해버린 거다. 참으로 안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이제 걸핏하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기 자리를 걸게 생겼으니 말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하고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를 무시하고…

그나저나 딴나라 당내에서도 오세훈이의 사퇴 발표가 탐탁지 않은 듯한 분위기네.
일이 잘못 진행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지들 모가지까지 도매금으로 날아가게 생겼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오세훈이에 대한 확실한 지지 액션이 없는 거고.

내 경우엔 지금까지 한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투표했다.
공교롭게도 2002년 지방선거일이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신 친구 어머님의 상중이었기 때문에 충북 진천 시골동네에서 이명박이의 서울시장 당선을 울분으로 지켜봐야만 했었지.


며칠 전엔 한 서울시민이 주민소환 서명을 추진했더군.
설사 하늘이 무심하여 오세훈이가 이긴다 해도 필히 이 서명에 동참해서 끌어내리고 싶다.
참고로,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공무원을 임기전 주민발의에 의해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자치단체장의 경우 유권자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소환투표가 실시되며 유권자의 3분의 1이상이 투표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소환이 확정된다.

복지 때문에 나라가 거덜난다? 웃기지도 않네. 그럼 100조에 달하는 부자감세는 뭐냐??
“나쁜 투표! 착한 거부!”
간만에 착한 일 한번 하련다.
주어진 투표권을 거부함으로써 보다 더 큰 참정권을 성실히 행사하고자 함이다.

2011년 8월 19일 금요일

이랑과 고랑, 농종법과 견종법

초등 역사 5학년 2학기 1단원 중 ‘달라지는 경제생활과 신분질서’ 중단원, ‘농촌의 변화’ 소단원에 나오는 내용…

조선후기 논농사의 변화는 종래의 직파법에서 이앙법(모내기법)이 널리 퍼졌다는 것이 요점이고, 밭농사의 경우 고구마(감저)·감자로 대표되는 구황작물과 인삼·담배·채소 등 상품작물을 새로이 재배하여 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요컨대 논농사는 모내기법(이앙법), 밭농사는 골뿌림법(견종법)이 성행하였다는 것.

헌데, 아이들 왈 “고랑은 뭐고 이랑은 뭐에요?”라며 질문해 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밭을 평편하게 고른 다음 두둑하게 쌓아올린 것이 이랑(높은 부분)이고, 이랑을 쌓기 위해 파낸 골이 고랑(낮은 혹은 깊은 부분)이다. 그리고 만종법은 밭이 평평한 상태에서 씨를 뿌리는 것을 말하고, 농종법·견종법은 밭에 파도 모양의 줄(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랑에 심는 것이 농종법, 고랑에 재배하는 것이 견종법이다.

초등학생의 질문이지만, 중·고생들 중에도 모르는 녀석들이 많을 것이다. 하여 아래처럼 따로 정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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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부터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견종법(고랑에 씨를 뿌려 가꾸는 것)이 등장했다. 파종법은 기본적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고려하거나 노력을 절감하는 처지에서 선택되므로 어떤 파종법이 좋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고대에는 만종법(밭을 평평하게 고른뒤 그대로 씨를 흩어 뿌리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어 오다가 말과 소를 부려 밭갈이를 하는 쟁기 사용법이 발달되면서 농종법과 견종법이 발전해 왔다. 겨울 북서풍의 찬바람을 피하려면 바람 방향에 직각을 이루는 방향으로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견종법의 관점에서 봤을 때 농사를 지으려면 땅에 바로 씨를 뿌리는 게 아니라,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물이 잘 빠지고, 식물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다. 그래서 땅을 파서 두둑하게 쌓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좀 파인 곳이 있게 된다. 그런 일을 간다고 한다. 논을 갈다, 밭을 갈다 할 때의 갈다가 그 뜻이다.

‘고랑’은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으로 이 고랑이 바뀌어 ‘골’이 되었다. 그 골이 산에 있으면 산골(산골짜기)이 되는 것이다. 고랑은 바람의 통로와 배수로 역할을 하며, 사람이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이랑’은 씨앗을 넣거나 모종을 옮겨서 작물을 키우는 곳으로 햇볕을 잘 받아 작물의 성장이 빠르고, 비가 많이 와도 고랑으로 물이 빠져서 썩지 않게 해준다.
헌데, 국어 사전에는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 ‘이랑’이라고 풀이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랑도 이랑될 날이 있다”, “이랑이 고랑되고 고랑이 이랑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고랑과 이랑은 서로의 짝이 되는 상반된 의미의 단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두둑’은 밭과 밭 사이에 길을 내려고 골을 파서 흙으로 쌓아 올린 두두룩한 바닥을 뜻한다. 이랑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랑보다 좀더 폭이 넓은 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두렁’은 좀 다르다. 고랑이나 이랑, 두둑은 논이나 밭 안에 있지만, 두렁은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로 작게 쌓은 둑이나 언덕을 가리킨다. 논두렁, 밭두렁 할 때 그 두렁이다.

밭에 고랑을 파고 둔덕(이랑)을 만들어 물이 잘 빠지게 만든 뒤 이랑에 모종을 심는 것을 농종법이라고 한다.
이랑에서 자라는 모종의 뿌리는 고랑에 스며 있는 물기를 빨아들인다.
지나친 습기를 싫어하는 콩·팥·수수·옥수수·기장·고추 등 여름 작물은 이 농법에 잘 맞는데, 이러한 종류의 작물을 이른 봄에 심었다가 거두고 나서 늦여름에 김장에 쓸 무나 배추, 혹은 보리를 심는다.
경우에 따라 밭농사는 1년에 이모작 또는 삼모작까지 가능하다.
농종법의 이점은  배수처리 및 채광과 통풍이 좋고, 이랑 사이의 골에 난 잡초를 제거하는 노력도 적게 든다는 것이다.

고랑에 작물을 심으면 비가 계속내리는 경우 작물이 섞여버린다. 고랑에 물이 차지 않게 관심을 많이 기울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또 고랑은  햇볓을 가리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에도 고랑에 작물을 재배한 이유는 제때 원하는 만큼 물을 주기가 어려워 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말라 죽는 것보다는 수확량이 적어도 고랑에 심는게 더 나아서 이랑보다는 고랑에 많이 심었다. 우리 나라의 파종양식은 농종법으로 관행되어 오다가 17~18세기에 수확이 많은 견종법으로 발전했으나, 모든 밭작물 혹은 같은 작물이라도 어느 곳에서나 다 견종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견종법을 대표적으로 쓰고 있는 작물은 보리·밀·호밀·귀리 등 겨울작물인 맥류(麥類)들이다. 겨울작물은 가을에 파종하며, 우기가 닥치기 전인 6월에 수확하게 되므로 봄에 파종하여 가을에 거두는 여름작물과 같이 우기의 배수처리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과습(過濕)을 꺼리는 여름작물은 이랑 위에 파종해야 하나, 생육기가 겨울과 봄 등 건조기에 해당하는 겨울작물은 과습의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겨울철 건조한 혹한기에 작물이 얼어 죽거나 말라 죽을 염려가 있어 이랑 위보다 방한(防寒)이나 보습(保濕) 효과가 있는 견종법을 써야 한다.

이로 보아 보리는 농종법으로 재배되어 오다가 17세기에 접어들면서 견종법으로 파종법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겨울 보리는 밭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데 높은 이랑보다는 낮은 고랑에 있어야 바람을 피할 수 있고, 높은 부분보다는 낮은 골에 있어야 습도가 높아 가뭄에도 잘 버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리의 경우라도 파종기나 발아기의 과습이 우려되는 논보리 재배의 경우에는 그 이랑 위에 다시 작은 이랑을 지어 견종법을 쓰게 되므로, 이 경우에는 배수를 고려한 농종법과 방한과 보습을 고려한 견종법을 다 같이 갖춘 절충식 파종방식이 된다.

또, 농종법을 쓰는 여름작물이라도 올조[早生粟]나 올기장[早生黍]과 같이 건조한 이른봄에 파종할 경우, 가뭄을 잘 타는 지대나 모래질 땅에서는 여름철 우기의 과습이나 배수처리보다는 발아기의 토양 수분이 더 생산의 제한요소가 되므로, 《임원경제십육지 林園經濟十六志》 본리지(本利志)에서 지적한 대로 여름작물이라도 이랑 사이에 파종하는 견종법을 써야 한다.
보리의 경우, 견종법으로의 발전은 농종법으로 파종하던 시대보다 농업 경영상 보다 많은 수량을 올렸다는 면에서 이 파종방식의 역사적·농업적 의미는 크다.

“고랑도 이랑될 날이 있다”에서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이 연상된다. 성경 말씀처럼 앞선 자가 뒷 서고 뒷선 자가 앞설 수 있다.
고랑이 오목한 부분이라면, 이랑은 볼록한 부분이므로 고랑과 이랑은 서로 맞서는 그러나 상생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이랑이 고랑되고 고랑이 이랑된다.

2011년 8월 14일 일요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정부와 대기업의 로우함

사상 최악의 보안사고로 요즘 네이트에 접속하면 사과문부터 팝업으로 뜬다.


이번에 유출된 3,500만개의 개인정보는 수치상으로 전체 누리꾼의 95% 수준.
대부분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와 싸이월드 가입자들이다.
네이트나 싸이월드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개인 PC에 알집이 설치됐다면 얼마든지 ‘좀비PC’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PC들을 ‘좀비 PC로’ 만드는 데 이용된 것이 이스트소프트의 공개용 알집 업데이트 프로그램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SK컴즈의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담당한 곳은 세계적인 백신 업체인 시만텍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에 할당된 IP로 유출된 개인정보는 ID, 암호화된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성명, 생년월일, 성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주소, 닉네임 등이다.
때문에 네이트나 싸이월드와 동일한 패스워드를 사용하는 모든 사이트의 패스워드를 변경해야만 제2, 제3의 추가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
다행히도 몇달전부터 알약을 삭제하고 V3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부턴 압축프로그램도 알집이 아닌 V3집을 사용해야할 듯.
어찌됐든 이스트소프트의 알툴즈 제품들은 한동안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대개 국민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특히 네이버는 애초 기업용 알툴즈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설픈 보안의식과 헤픈 도덕성이 정말 “꽝~”. 역시 네이버스럽다.
내 정보가 중국 포탈에 돌아다니며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실제로 바이두
(baidu.com)에서 ‘韓國實名 576’라고 검색하니까 rar로 압축된 파일들이 뜨는 걸 확인했는데, 한국인의 인적정보는 중국인들이 한국 게임 사이트나 한류 스타의 팬카페 등에 가입할 때, 또는 피싱 사이트 등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 들어 유난히 민심진압용 전기통신법이 활개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 자국 국민에 대한 감시와 인터넷 옥죄기에는 혈안인 주제에 타국의 해커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이눔의 정부는 도대체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이냐.

2011년 8월 10일 수요일

[영화] 최종병기 활

중3 아이들 몇몇과 오전에 영화 한편 관람. 조조는 근 20년만에 처음이군.
최종병기 활(Final Weapon Bow). 오늘이 개봉일이다. 10시 상영작이라 조조할인으로 5천원.
악당에게 납치당한 딸을 구출해내는 용감무쌍한 아빠라든가, 비명해 간 부모의 유언을 지켜 동생을 보호하는 큰형·큰오빠의 얘기는 미국 영화에 흔히 나오는 뻔한 줄거리지만, 17세기 초중반 조선이라는 배경을 입히고 나니 새롭게 느껴지더군.

늘 그렇듯이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다면 더욱 흥미있게 볼 수 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부왕 선조로부터 세자로 봉해진 광해군은 무난하게 분조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중종의 서자였던 선조는 32살 연하의 인목왕후와 재혼하여 뒤늦게 얻은 늦둥이 적자 영창대군으로 하여금 후사를 잇게 하는 것으로 방계 승통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임란 후 서인은 국정에서 배제되고 동인이 정권을 잡게 되는데, 동인에게 해꼬지했던 서인들을 처벌하는 문제로 온건파 남인(유성룡)과 강경파 북인(이산해)으로 대립한다.
먼저 집권했던 서인과 남인은 왜란의 발발과 초반 패배에 책임이 있던 반면, 상대적으로 북인은 의병활동으로 공을 세워 명분을 가져하게 된다. 이처럼 북인은 임란 중의 정책 실패와 왜군과의 화의가 정유재란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들어 유성룡 중심의 남인정권을 퇴진시키고 집권하지만, 선조의 후계 문제로 인하여 광해군을 지지하는 대북(정인홍)과 영창대군을 받드는 소북(유연경)으로 갈라선다.
우여곡절 끝에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고 대북이 중심이 된 북인정권은 지지부진하던 양전을 실시하고, 대동법을 시행하는 등 전후 복구사업을 주도해간다.

임진왜란 이후 중국 대륙에서는 무리한 조선 출병으로 국력이 쇠퇴한 명과 그 틈을 타 부족을 통일하고 후금을 건국한 여진족(만주족)이 대립하고 있었는데, 후금의 공세에 고전하던 명은 조선에 원군을 요청해온다. 이에 조선은 명의 요청을 받아들였을 때 후금과의 전쟁을 불사해야 하는 부담과, 임란 때 조선에 출병했던 명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 사이에서 곤란에 빠진다. 결국 광해군은 새롭게 성장하는 후금과 적대 관계를 가지는 것이 현명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강홍립으로 하여금 출병한 후 정세를 보아 향배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조·명 연합군이 후금군에 패하자 강홍립은 후금에 항복하였다.
이와 같이 광해군은 쇠퇴해가는 명과 강성해지는 후금 사이에서 중립적인 실리외교 정책을 전개하여 후금의 외침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리와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서인들은 이를 명에 대한 배신행위로 간주하고, 여기에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를 서궁에 유폐시키는 광해군의 도덕성 문제까지 얹어, 인조반정을 일으켜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북인정권을 몰아내었다.
이쯤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아마도 광해군을 지지했던 대북파였을 아버지가 서인 세력에게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맞이하는 처참한 상황을 목격한 남이(박해일 분)와 자인(문채원 분) 오누이는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하여 아버지의 절친(이경영 분)에게 서러운 삶을 의탁하게 된다.
다시 역사로 돌아가서…

1623년 인조반정을 주도한 서인은 광해군의 중립외교 정책을 비판하고, 친명배금 정책을 추진하여 후금을 자극하여 1627년 호란을 초래하고 만다. 이때에는 형제관계의 화의를 맺고 돌아갔지만, 이후 국호를 후금에서 청으로 바꾼 청태종은 군신관계를 요구하며 1636년 재차 침입해 왔다.
여기가 바로 ‘최종병기 활’의 두번째 시대 배경이다.

역적의 자손이기에 문과나 무과를 통한 입신양명은 꿈도 꾸지 못하는 남이는 무공도 보잘 것 없고 사냥이나 다니면서 세월을 죽이고 있다. 남이의 유일한 삶의 목적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하나뿐인 누이인 자인을 지켜내는 것이다.
세월은 흐르고 하필이면 혼례일에 호란을 당하여 청으로 끌려가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청나라 정예 나루들을 하나씩 처치해 가면서 운명의 대결을 시작한다. 남이의 활솜씨를 알아챈 쥬신타(류승룡 분)는 조카인 왕자를 지키기 위해 남이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신궁… 주몽 동명성왕, 궁복 장보고, 그리고 ‘최종병기 활’의 남이… ‘반지의 제왕’의 활쏘는 요정 레골라스 그린리프처럼 허황되지도 않다. ‘나니아 연대기’의 수잔 여왕처럼 어설프지도 않다. ‘원티드’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구사한 곡사와도 다르다. 남이의 활은 휘어 날아가 상대방에게 예측 불가능한 일격이 되지만, 죽이기 위한 활이 아니다.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써 여동생의 삶을 지켜낸 남이는 안도한 얼굴이다. 오빠의 헌식적인 돌봄으로 삶의 기회를 얻게 된 자인은 역경이 없지는 않겠으나 오빠 몫까지 열심히 살아나갈 것이다.

“두려움은 그저 직시하면 그 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멋진 대사도 나온다. 백두산 호랑이도 등장한다.

남이와 쥬신타의 긴장감있는 대결과 만주어나 활에 대한 나름의 고증, 뜨거운 가족애 모두 볼 만한 요소지만 단 하나,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지배층의 작태에는 신물이 난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은 광해군의 등거리 외교를 폐기시켜 버린 당시 조선의 서인 집권층이 자초한 국난이었으며, 대륙의 침입에 분연히 맞선 것은 임금도 국가도 아닌 일반 백성들이었다.


영화 관람 후…
아이들에게 극장의 조조할인은 1학기 때 배운 ‘시간에 따른 가격변동’에 해당한다는 것과, 1575년 동서분당 이후 조선의 상황 및 두 차례의 전란에 대해 다시한번 얘기해 주었다. 중국과 일본의 동북공정과 독도 침탈에 대한 야욕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이 때, 대한민국 중·고생들의 일람을 권하고 싶은 영화다.

2011년 8월 8일 월요일

반바지 출근

한 달에 절반 정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비가 많이 오는 요며칠 사이엔 반바지에 검정 고무신발 차림으로 출근.
넘치는 빗물로 구두와 양말, 정장바지 아랫단까지 흠뻑 적셔지고 나서야 버스에 오를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인데…
아이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으로 대략 두 패로 나누어진다.
여학생들은 “패션이 그게 뭐냐? 후지다, 구리다!”며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재미있다는 표정.
반면 남학생 녀석들은 선생님이 자기들과 같이 반바지를 입었다는 것에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는 거 같다.
앞으로 여름철에는 언제든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생활이 편해진다. 서랍 속엔 새 양말과 우산을 상비해 둔 지 오래. 하여간 비가 좀 잦아드는 상황이 됐다 싶을 때까지는 이런 차림으로 출근을 해야 할듯…

2011년 8월 1일 월요일

내년을 위한 강원도 휴가 메모

이번 여름엔 지리산에 가보고 싶었는데, 여론에 밀려 2박3일 간의 강원도 여행을 마치고 어제 복귀. 순전히 개인적으로 숙소나 해수욕장 등 다음 여행을 위한 기록 차원에서 몇가지 적어 둔다.

031-635-7190, 단골민박. 1박에 큰방은 5만원 작은방은 4만원… 우리가 묶었던 숙소다. 강원도 여행포탈(http://kangwondo.net/) 사이트를 통해 찾았는데, 시설이 깔끔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2층을 거의 독채로 쓰다시피 했고, 비교적 넓은 시멘트 공구리 마당에 지붕이 있는 평상이 있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밥해 먹기 안성맞춤.
숙소에서 나와 7번 국도를 건너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대포항에서 회를 맛볼 수 있고, 우측으로 솔찮이 내려가면 물치항이 나온다. 군복무 시절 작개지역이었기 때문에 모두 익숙한 곳들.


짐을 풀어놓고 햇반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 가장 가까운 속초 해수욕장으로 향함.
헐~ 시설 이용 요금이 장난이 아니다. 파라솔 대여에 1만3천원, 데크가 있는 파라솔은 무려 3만원.
파랑의 퇴적작용으로 형성되어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곳이 사빈(모래사장)인데, 송림도 적고 몇년 전보다 백사장의 폭이 조금은 줄어든 느낌. 바닷물 속에서도 자갈이 많이 밟히고, 해안 침식 때문인지 바닥이 갑자기 낮아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기에는 상당한 주의가 요구됨. 때문에 안전띠도 지나치게 많이 해변 쪽으로 가까이 설치돼 있다.
속초 해수욕장은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지 않음. 나 역시 이후부터는 굿바이~!

해수욕을 마치고 6시 무렵 들른 대포 어시장에서 흥정, 여름 한철 대박 시즌이라고는 하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더군. 결국 3만원에 우럭과 광어, 오징어, 멍게를 사옴. 숙소에서 풀어보니 우럭과 광어가 1팩씩인데 양이 생각보다 많이 적고, 오징어만 2팩에 멍게는 반토막… 헐~ 완전히 당했다. 이것이 강원도의 힘? 우리가 지정한 횟감에 사시미 칼질하는 걸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필시 작은 사이즈 놈들로 바꿔치기 했으리라. 미리 준비해 간 삼겹살이 아니었다면 안주가 한참 모자랄 뻔 했지.


둘째날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북쪽 화진포로 고고씽.
역시, 현명한 선택. 운좋게도 제 1선 사구에 그늘막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냄.
돌아오는 길에 속초수산물시장에서 조개와 새우 구입, 숙소 마당에서 숯불에 조개구이 파티.
바지락은 화진포에서 우리가 직접 발꼬락으로 잡은 조개들이다. 이놈들 중 일부는 모래가 덜 빠져 지금지금 거렸지만, 맛은 일품.
바다향 가득한 해걷이바람과 청량한 소주와 지글지글 익어가는 가리비와 추억 속의 이문세 노래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멀리 깜깜한 바다를 비춰 보이는 오징어잡이 배와 불안한 현재와 그보다는 낙관적인 미래와 가슴 속 대화가 함께 어우러진 흐뭇한 밤시간…


셋째날, 상경하기 전에 잠시 들른 아야진 해수욕장.
북쪽 끄트머리 암석 해안 쪽에서 헤엄쳐 다니는 7~8㎝ 졸복 몇 놈을 건드렸더니, 빵빵하게 바람을 넣은 채 수면 위로 하얀 배를 드러내고 죽은 체를 하더군.


양양 쪽으로 내려가다가 ‘장산리’ 이정표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영광정’이라고 유명한 메밀국수 집이 나옴.
혹시, 원조 할머니가 돌아가신 걸까. 막국수와 만두 맛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반면, 옥수수로 만들었다는 농주 맛은 좋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출발. 중부지방에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가 발령된 상황. 한계령 휴게소에서 잠시 화장실에 들른 것을 빼면 44번 국도를 5시간 10분만에 주파하여 집에 도착했으니, 선방한 셈.
이로써 또 한번의 짧은 여름날이 저물었네.

2011년 7월 25일 월요일

아껴야 잘 사는 건 맞는데…

3.75g 금반지 한돈이 25만원이란다.
삼겹살ㆍ채소ㆍ과일값은 폭등하고, 기름값도 통제수위를 벗어났고, 전기ㆍ도시가스ㆍ우편ㆍTV수신료ㆍ철도ㆍ지하철ㆍ버스 등 공공요금도 줄인상 예정이고, 생활비에 보태려고 알바 뛰는 주부들은 늘어나고, 등록금이 버거운 대학생들은 휴학하기 일쑤고, 관공서 구내식당에서 3,5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은 넘쳐나고, 주말여행이나 외식은 최대한 자제하게 되고, 우리집 엥겔계수는 올라만 가고,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나의 막걸리 소비량은 늘어만 가고… 이리도 삶이 빡빡해서야…


빗자루질을 하다가 가끔씩 발견하는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만드는데 32.7원이 소요된다지. 하지만 아무도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찬밥 신세.
피천득이 상하이에서 목격했다는 늙은 거지도 한푼 한푼 여섯달 동안 구걸하여 모아 은전 한 닢을 만들어냈었지.
그래, 적은 돈이라도 아껴야 부자가 된다는 말을 신봉하는 편이지만,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 상속이나 증여 없이 워킹 푸어 신세를 벗어나기는 아무래도 버거운 얘기일 듯…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임재범 신드롬…

사실 그의 가창력은 10년 전에 비해 살짝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직장인, 주부는 물론 초등학생들까지도 그의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파괴적인 폭발력을 이어가고 있다.

헌데 ‘로커로서 자유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었다는 나치 장교 복장의 임재범 사진을 보는 순간, 2004년 종군위안부를 주제로 누드 화보를 찍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할머니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눈물로 용서를 빌었던 이승연이 오버랩되었다.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도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공인(公人)의 분류에 포함된다.
이들에게 ‘개념’있는 언행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은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비록 그것이 미학의 범주에 속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나가수 대기실에 앉아 화면에 잡힌 그의 얼굴.
전쟁같은 삶을 헤쳐와서일까. 「너를 위해」 가사말처럼 ‘거칠고’, ‘불안하고’, ‘위험해’ 보였다. 솔직히 내가 그려왔던 지천명(知天命)에 어울리는 얼굴은 아니다.

결국 노래라는 것도 테크닉 보다는 자신의 삶을 통해 듣는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일 터.
그러나 기표가 어긋난 기의는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좀 다른 관점이지만, 임재범에게서 ‘소셜테이너’나 ‘에이드 셀러브리티’를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일까.

2011년 7월 22일 금요일

국가별 행복지수ㆍ행복지도

국가별 행복 지수

2009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143개국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평가 지표인 기대수명과 행복, 생태학적 환경을 측정해 국가별 행복 지수(HPI)를 산출한 결과 코스타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혔다. 코스타리카는 1인당 국민소득 6,580달러에 인구는 5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난 삶의 만족도는 세계 최고였고, 기대수명도 2번째로 높았다. 한국은 중간 정도인 68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114위로 콩고(112위), 나이지리아(115위)와 비슷했고, 프랑스와 영국 등 선진국 대부분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상위 10위권은 코스타리카와 도미니카 공화국, 자메이카, 과테말라, 콜롬비아, 쿠바, 엘살바도르, 브라질, 온두라스 등 남미 국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구에서는 빈곤과 불평등으로 알려진 이들 국가가 지구촌에서 가장 행복한 청정지대로 평가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서구 선진국들이 기대수명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과도한 수준의 소비 탓에 자원 분배량이 턱없이 부족하여 생태학적 환경 부분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또한 선진국에 만연한 폭력과 사회 불평등 문제가 국민들은 ‘덜’ 행복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선진국들이 소득 증대가 아니라 의미있는 삶과 사회적 유대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순위
국가
행복지수
1
코스타리카
76.12
10
온두라스
60.99
20
중국
57.11
51
독일
48.07
68
한국
44.43
69
이탈리아
44.02
71
프랑스
43.86
74
영국
43.31
75
일본
43.25
114
미국
30.73
143
짐바브웨
16.59


국가별 행복 지도

2006년 영국의 레스터 대학(Leicester University)의 심리학자 애드리안 화이트(Adrian White) 교수는 178개 국가를 대상으로 건강ㆍ경제ㆍ교육 등 3가지 요소를 토대로 ‘세계 행복 지도’를 발표했다. 신경제학재단(NEF)이 발표한 행복지수에 건강(평균수명), 부(1인당 국내총생산), 교육(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등 3가지 요소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수치화했다.

이 지도에서는 ecological footprint를 중요하게 다뤘다. 이는 한 국가가 국민 건강과 생활 만족을 위해 자원을 얼마나 적절하게 쓰고 있는지를 가리킨다. 또 국민이 자국 문화나 전통에 대해 얼마나 만족스러워하는지도 행복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덴마크가 1위, 스위스가 2위, 오스트리아 3위를 차지하는 등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국은 23위, 한국은 연두색으로 분류되어 102위에 그쳤다. 최하위인 178위는 콩고민주공화국이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1,500달러에 달하는 경제대국 일본의 행복 순위가 90위인 반면 1인당 GDP가 1,400달러밖에 안 되는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은 8위에 올랐다.


국가별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국가와 개인의 행복 사이에 깊은 연관성을 말해 준다. 즉, 어느 국가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개인의 행복이 달라질 수 있으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 수준만을 높이는 데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인 셈이다. 국가가 추구해야 할 최상위의 가치는 경쟁력이나 선진화 보다는 제대로 된 법치와 공정사회다. 그러다보면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니 세계경제포럼(WEF)이니 해서 지나치게 국가경쟁력 상승 항목에만 집착하여 정권의 홍보물로 선전하는 MB정부의 관료들이 느끼는 바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