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사업차 열흘동안 일본을 방문하고 온 선배를 만났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선배는 “향후 몇년 내로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했다.
몇가지 반례를 들어가며 시니컬함을 내보인 나의 반응에 한순간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선배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아래는 한국과 일본 사회를 보여주는 조어들로 경향신문 기사 ‘한국, 일본 전철 밟나’에서 인용했다.
일본 | 프리터 | 프리+아르바이터(free+arbeiter)의 약어. 고도성장기인 1980년대 등장. 당초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정규사원의 길을 포기한 이들을 의미. 거품이 꺼진 뒤에는 빈곤층이란 뜻이 가미됨. |
니트족 | 진학이나 취직, 직업훈련 등을 모두 포기한 젊은이. 영국서 만들어진 용어지만,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등장 | |
격차사회 | 계층간, 세대간, 정규·비정규직간 소득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진 사회 | |
프레카리아트 | 이탈리아의 ‘불안정성’과 ‘프롤레타리아트’의 합성어로 일자리가 불안정한 노동자를 가리킴 | |
한국 | 88만원 세대 | 취업난으로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세대를 가리키는 조어 |
스펙 | 학력과 학점, 토익점수와 취업관련 자격증을 총칭하는 용어 | |
공시족 |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 취업난에 불안정 일자리가 늘면서 공시족이 급속 확산중 | |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 청년고용난과 해고나 명예퇴직을 세대별로 빗댄 용어 |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저하와 소득양극화, 국가와 가계의 부채급증 등 일본이 먼저 밟아간 궤도에 올라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의 재정 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1997년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은 게 불과 얼마전 일이다.
도요타 사태 등에서 보듯이 요즘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본은 원칙과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나라다.
일본의 어떤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일본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지켜봤으면서도 그 길을 간다면 말이 되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불안하다. 균열....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좌우로 나뉘어 으르릉대고 있다.
무엇보다도 MB의 불도저식 성과주의와 권위주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사회갈등지수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얼 가지고 일본을 따라잡고 넘어서겠는가?
막대한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대기업은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웃고 있는 반면, 서민층은 일자리를 잃고 임금이 잘려지고 신음하며 팍팍하게 살고 있다. 부유층이 잘 살아야 빈곤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 정말 대단한 ‘경제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