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1일 금요일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문해교실에 들어서면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데 시를 우째 쓰노!”라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대면하곤 한다. 하지만 늦깎이분들은 받아쓰기 신공을 꼭꼭 눌러 10성까지 익히고, 마침내는 80년 가까이 김치 담그고 손주 본 손이 벌벌 떨리며 진솔한 시구를 펼쳐낸다. 일갑자 반의 내공이 실린 심금의 출수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궁벽한 시골, 여성노인 문해학습자의 모습을 익살스러우면서도 실감나고 뭉클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좀 안다고 하는 이들은 때때로 배움의 설렘을 잊고 무감각에 빠진다. 성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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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팔십줄, 사는기 와이리 재민노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상연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82


19일(수)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 상연되었다. 

김하진 극본의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2019)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는 나이듦」(2020)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팔복리’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설움과 창피함 속에 평생을 살아온 70~80대 시골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지금도 소녀 감성을 간직한 채 푸시킨의 시구를 읊조리는 김인순(75), 글을 몰라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지원조차 하지 못했던 양춘심(88), 한글을 배워 손주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 소원인 반장 이영란(89), 문해학교의 귀염둥이 막내 이분한(72) 할머니가 문해학교 이가을 선생님의 가르침과 챙김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여정이 서울에서 내려온 프로듀서 지석구의 카메라에 담겨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19일 저녁,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상연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관객들이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이날 공연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24년에 시행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과 연계하여 문해교육의 의미와 배움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22개 문해교육기관에서 10명씩 참석한 총 220명의 학습자와 관계자가 하늘극장 좌석을 가득 메우며 무대 위 배우들의 가슴 뭉클한 사연에 공감하였다.

한편, 뮤지컬의 실제 모델인 칠곡 할머니들이 쓴 시와 그림이 천재교과서의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 2025년 신학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2025년 2월 20일 목요일

2024학년도 서울시교육청 학력인정 문해교육 합동졸업식

학력인정 문해 만학도 570명, 초등·중학 졸업장 받아

서울시교육청, 2024학년도 학력인정 문해교육 합동졸업식 열어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74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정근식)은 12일 오후 교육청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성인 문해교육 이수자를 위한 합동 졸업식을 열었다.

이번 졸업식은 시교육감이 설치·지정한 초·중학과정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 67곳에서 해당 과정을 마친 초등 427명, 중학 143명 등 총 570명이 함께하며 만학의 기쁨을 나누었다.

퓨전 국악밴드 ‘케이소리’의 흥겨운 우리가락으로 막을 올린 행사는 학력인정서 수여와 우수학습자 표창(26명)으로 이어졌다.

<>2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교육청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열린 ‘2024학년도 초등·중학 학력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 참석한 학습자들이 국민의례를 준비하고 있다.

정근식 교육감은 격려사에서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오늘 학위를 받은 분들은 아직도 기회를 받지 못한 분들에게 도전과 희망의 본보기가 된다”면서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박상혁 위원장(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은 “가정과 자식을 위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이 어려운 과정을 용기 있게 겪어내셨으니, 이제 손자 손녀에게 책 읽어주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란다”고 전하며 무대 위에서 객석의 만학도에게 큰절을 올려 박수를 받았다.

올해 졸업생 중 최고령인 93세의 김옥순(늘푸름학교) 학습자는 답사를 통해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용기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3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뇌병변과 언어장애를 가진 김홍자(56세, 누리평생교육원) 학습자는 중증장애를 딛고 성실하게 학업을 이어가 모범학생상을 받았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지 5년 만에 4살 아들의 교육을 위해 초등학력을 취득한 네팔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세르파 낭디키(30세, 이주민학교) 학습자가 자작시 「초보 엄마 탈출!」을 낭송해 문해학습의 감동을 더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학년도부터 운영한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2024학년도까지 8,745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2025학년도에는 1,900여 학습자를 대상으로 69개 기관에서 초등·중학 과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 2월12일, 한국여생생활연구원 학습자들이 학력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여성생활연구원(교장 정찬남)은 이날 졸업식에서 초등 10명, 중학 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1978년 설립된 한국여성생활연구원은 초기부터 정규 학교 교육 기회를 놓친 성인을 대상으로 평생교육과 문해교육, 여성교육 등의 맞춤형 학력 취득 기회를 제공해 오고 있다.

한국여성생활연구원은 3월 6일(목)부터 운영하는 2025학년도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에서 공부할 18세 이상 성인 비문해 학습자를 모집하고 있다. 교육문의: ☎ 02-727-2471

2025년 1월 21일 화요일

스트롱맨의 귀환

막무가내 독불장군 스트롱맨이 복귀했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첫날부터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명명하고, 파나마운하에 대한 운영권과 그린란드의 통제권을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와 파리기후협약에서 재탈퇴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인정하면서, 북으로부터 남한의 안보를 책임져주고 있다는 논리로 주한미군의 방위비 인상을 예고하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엄청난 관세 부과도 예정돼 있다.
4년 전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며 지지자들의 자국 국회의사당 난입·점거를 촉발했던 트럼프는 19일 새벽, 법원을 습격한 폭민(暴民)들에게 롤모델로 작용할 수 있다.
거대한 트럼프 스톰을 맞닥뜨려야 하는 우리는 내란세력의 셀프쿠를 진압하느라 상대하기가 벅찬 상태다. 이 험난한 파고를 어찌 넘어가야 하나.

2025년 1월 12일 일요일

저팔계 저오능 저강렵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나는 나는 저팔계 도대체 모르겠네
나의 심술 때문에 나를 그렇게 싫어하나
나도 알고 보면은 너무나 착한 사람(?)이야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나는 나는 저팔계 도대체 모르겠네

당나라 삼장법사인 현장의 세 제자 손행자, 저팔계, 사화상의 법명은 각각 손오공(孫悟空), 저오능(猪悟能), 사오정(沙悟淨)이다. 둘째 제자 저팔계는 본명이 저강렵(豬剛鬣)으로 9발 쇠스랑인 3,000㎏짜리 상보심금파(上寶沁金耙)를 병기로 사용하며, 36가지 둔갑술을 시전한다.
본래 천계의 은하수를 다스리던 천봉원수였는데, 월궁 항아를 희롱했다가 인간계로 추방당하여 암퇘지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출생 후 어미와 형제를 물어 죽이고, 복릉산 운잔동에 기거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그러다가 관세음보살과 혜안행자를 만나 저오능(돼지 저, 깨달을 오, 능할 능) 법명을 받고, 천축국 뇌음사의 불경을 구하러 가는 일행에 합류한다. 본명처럼 알려진 저팔계(猪八戒)란 별명은 불자에게 금지된 5가지 음식과 도가에서 금하는 3가지 음식에서 유래했다.
먹을 것을 밝히는 식탐을 끝까지 버리지 못해서인지 마침내 여정을 끝내고 서천에 도착한 이후 손오공은 투전승‘불(佛)’, 사오정은 금신‘나한(羅漢)’으로 봉해지는 반면 저오능은 부처가 되지 못하고 정단‘사자(使者)’에 그치게 된다.

기질은 미련하고 게으르고 겁이 많다. 상황파악에 어둡고 눈치없이 말을 함부로 내뱉거나 무례한 행동으로 시끄러운 민폐 캐릭터가 허영만 원작의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1990)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만화에서도 식욕, 색욕, 물욕을 보인다. 무기는 바주카포로 강화됐다. “안녕하셔, 나는 저팔계셔, 한잔하셔.”와 같은 특유의 ‘하셔체’로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인 Mr. SON조차도 갖지 못한 테마송(저팔계송)을 보유하고 있다.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초/ 나쁜짓을 하면은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초/ 우리에게 들키지

2024년 12월 31일 화요일

독립기념관에서 아우내 거쳐 청남대로

지난 11월에 연구원 12월 소풍지로 청남대를 선정했었다. 그런데 12월 3일(火) 밤, 야저가 돌연 GR발광을 시전했다. 다행+자랑스러운 시민들의 도움을 받은 국회가 무도한 계엄을 해제시키고 탄핵소추를 가결한 후여서 20일(金)에 예정대로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었다.

독립기념관 ‘겨레의 시련관’에서 독립만세를 외치고, 아우내(병천)장터에서 순대국으로 점심을 나누었다. 청남대 산책길에서는 사무라이 조직에서 건너온 ‘大統領’ 직함과, 폐하-전하-저하-합하 아래의 ‘가카閣下’ 용어에 대해 얘기하며 민주제의 3권분립을 되새겼다.

送(보낼 송) 故(옛 고) 迎(맞이할 영) 新(새 신)…

송구영신은 송고영신에서 유래했다. 이전의 관리(舊官·전임자)를 보내고 새로 부임하는 관리(新官·후임자)를 맞이한다는 뜻이니 오늘같이 해넘이 수세(守歲)하는 밤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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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생활연구원, 독립기념관·청남대 나들이

참가자 “독립의 의미, 삼권분립의 가치 되새겨 뜻깊다”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61


한국여성생활연구원(교장 정찬남)이 현장에서 우리나라 현대사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여성생활연구원 문해 학습자와 교·강사는 지난 12월 20일(금) 천안 독립기념관과 청주 청남대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전 10시경, 천안시 목천읍 독립기념관에 입장한 학습자들은 해설사의 전시 설명을 들으며 교과서에서 배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되새겼다.

이어서 유관순 열사가 활동했던 아우내장터 인근의 순대국 전문점에서 점심을 나눴다. 아우내는 “2개의 내가 아울러 합쳐지는 곳”이란 우리말이다. 현재는 아우를 병(竝)에 내 천(川)자를 쓴 병천(竝川)이란 지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20일 현장 체험학습에 나선 한국여성생활연구원 학습자들이 천안 독립기념관 들머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오후에는 청주시 상당구의 청남대로 이동하여 본관동을 견학하고 대청호변을 산책했다. 청남대는 1983년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의 영춘재(迎春齋)로 준공됐다가 1986년에 현재의 청남대(靑南臺·남쪽 청와대)로 개칭되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일반에 개방한 것을 기준으로 권력의 공간으로 20년(1983~2003)을 보내다가 시민의 공간으로 21년(2003~2024)을 지내왔다.

나들이에 함께한 한 학습자는 “대통령이란 말이 일본 사무라이 용어에서 온 말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면서 “포근한 날씨에 알찬 공부가 된 보람찬 나들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4년 12월 29일 일요일

이태석 신부의 묵상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오-오-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수단의 오지 마을 톤즈에서 헌신하다 숨진 故 이태석(세례자 요한) 신부가 1980년 고3 시절 대입학력고사를 본 뒤 작사 작곡한 성가 ‘묵상’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