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기나긴 밤이었거든

남도에서 Tractor 몰고 상경한 농민과 이에 합세한 응원봉 시민이 혹한의 겨울밤을 새워 차벽을 물러서게 하고, 남태령을 넘어 한남동 레지던스로 향하고 있다.

오랜만에 기타를 꺼내 민중가요를 읊조리며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치른다. 노래는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다. “다시 만날 세계”가 멀지 않았다.

악보는 노찾사 노래모음집(1989·도서출판 새길)에 수록된 「이 산하에」(문승현 사·곡)다.


1.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2.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삼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든 깃발이어든

목메인 그 함성소리 고요히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부는 묘지 위에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


3.기나긴 밤이었거든 투쟁의 밤이었거든

북만주 벌판에 울리던 거역의 밤이었거든

아아 모진 세월 모진 눈보라가 몰아친다 해도

붉은 이 산하에 이 한목숨 묻힌다 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폭정에 폭정에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한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에 횃불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김용월드 세계관 창시한 신필

무협 거장 「김용의 삶과 문학이야기」 학술행사 열려

탄생 100주년, 김용 문학의 평가와 한·중 교류방안 모색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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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웅문」 시리즈로 유명한 김용(金庸·진융·Jin Yong)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중국 저장(浙江)대학교 문학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김용, 그의 삶과 문학 이야기’ 행사가 30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고려대 문과대학(서관) 132호에서 계속됐다.

고려대 이상우 문과대학장의 개회사와 저장대학교 펑궈둥(馮國棟) 문학원장의 축사로 시작한 학술행사는 ‘나와 김용’, ‘김용의 문학세계’라는 2개의 꼭지를 가지고 1부와 2부로 나눠 좌담회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현구 저장대학교 교우회장이 사회를 맡은 1부는 학계와 재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장대학교 출신들이 나와 김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자리에는 김용의 유일한 박사생 제자인 루 둔지(卢敦基, Lu Dunji) 중국 저장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이 학자로서의 김용 선생을 소개했다. 이어서 첸보(陈博·Chen Bo) 네오리진(NEORIGIN) 대표이사가 김용의 문학이 온라인 게임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30일 열린 ‘김용 탄생 100주년 학술행사’에서 저장대학교 관계자들이 김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점복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진행한 2부에는 같은 과 조동매 교수와 유경철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중국학전공 교수가 나왔다. 이들은 △김용 무협소설의 특징과 연구현황 △한국내 인기 원인을 조명하고 △작품에 내재된 장자적 사유 △다양한 장르로의 확산 △한·중간 민간교류에서 차지하는 역할 등을 분석하며 청중의 호기심을 끌어냈다.

학술행사는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김용 무협 커뮤니티 회원은 간본에 따라 상이한 전개에 대한 호불호를, 고려대 중문학과 학생은 국내 인기 웹소설·웹툰의 기저를 장악하는 김용 소설의 경전으로써의 지위에 관해 문의했다. 

이진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장은 폐회사를 통해 “대학 시절에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서 읽었고, 소설의 내용과 무공을 가지고 격하게 논박하기도 했다”면서 “백면서생이 비급을 얻어 혼탁한 강호를 평정하는 권선징악형 보편성이 떠올라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용 작가는 1955년 「서검은구록」을 시작으로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천룡팔부」 「소오강호」 「녹정기」를 거쳐 1969년 「월녀검」까지 총 15편의 소설을 연재하며 신필(神筆)로 불렸다. 그는 1959년에 홍콩에서 일간지 명보(明報)를 창간한 언론인이기도 하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저장대학교 인문학원장을 역임한 후, 2018년 10월 30일 향년 94세로 생을 마감했다.

고려대 측은 김준엽 고려대 前 총장이 저장대(당시 항저우대) 한국연구소 설립에 기여한 것을 계기로 저장대와 교류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고려대 문과대와 저장대 문학원은 지속적인 학술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엽 총장과 김용 작가는 각각 1923년(~2011)과 1924년(~2018)생으로 한 살 차이가 난다.


2024년 11월 24일 일요일

2024년 이곳만은 지키자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한 제22회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 함께했다. ⛏️태백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내셔널트러스트 대상을 수상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소중한문화유산상을 받았다. 전쟁과 분단이 빚은 여성들의 아픈 역사는 결코 철거돼야 할 잔재가 아님을 인정받은 것이다. “올겨울 소요산에서 썰매 타며 이기는 싸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수상소감이 인상적이다.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며 네티즌상을 수상한 산청주민대책위는 “환경부장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일갈했다.

대상지가 처한 훼손위험성과 시급성, 이를 지켜내려 하는 지역 사람들의 자발성과 열정에 연대의 박수를 보내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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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22회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 개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조직적 보전운동 돋보여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55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조명래)는 23일(토) 오후 3시,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을 열었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지하1층 모이다홀에서 열린 시상식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회원과 수상팀이 참석한 가운데 조명래 이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7개 수상작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이어서 △낙동강 하구 △동두천 △산청 △세종보 상류 △안양 △제주 함덕 △태백 등 수상팀이 가나다 순으로 나와 이그나이트 방식으로 수상작을 소개했다. 이그나이트(IGNITE)는 5분 동안 20장의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의 발표다. 각 슬라이드는 15초 동안 보이며, 자동으로 넘겨진다.

<>23일(토) 열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서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일원’이 이그나이트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임항 심사위원장이 수상작 선정에 대한 경과를 보고했다. 심사위원회는 1차 누리꾼 평가, 2차 서류심사, 3차 전문가 현장심사 등 엄정하고 꼼꼼한 심사를 통해 총 7개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선정했다.

<>23일(토) 열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서 재즈밴드 솔리트리오가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수상작과 수상단체, 선정취지는 아래와 같다.

수상작① 태백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한국탄광문화유산연구소) : 내셔널트러스트 대상

태백시 장성광업소는 일제강점기인 1935년, ‘삼척탄광’으로 채광을 시작했다. 조선인 강제동원으로 채굴된 석탄이 일제에 의해 전량 수탈되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1950년대 이후, 산업화에 따른 석탄의 수요 급증으로 태백은 ‘불의 도시’로 불리게 되었다.

장성광업소는 2024년 5월 말, 마지막 채굴을 마치고 89년 만에 폐광된 후 한국광업광해공단으로 이양되었다. 광해공단은 수만 여 미터에 이르는 지하 탄광갱도의 배수펌프 가동 중단을 예고했다. 석탄 채굴시설의 수몰과 태백 곳곳 산업유산의 훼손 및 방치가 우려되고 있다. 장성광업소는 자체로서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산업유산임과 동시에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현장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수상작② 제주 함덕 곶자왈 상장머체(제주참여환경연대) : 환경부장관상

‘상장’은 제주 함덕의 위쪽 지명이고, ‘머체’는 돌들이 많은 곶자왈 지대를 의미한다. 상장머체는 조천읍 교래리부터 함덕해수욕장에 이르는 제주도 최대 곶자왈의 일부이다. 곶자왈은 지하수 의존율이 98%에 이르는 제주에서 지하수 저장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상장머체는 경작, 목축 등으로 일부 훼손됐지만 여전히 중요한 지하수 저장고로 기능한다.

현재 제주시는 2030 제주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함덕 곶자왈 상장머체 지역을 ‘보전관리지역’에서 공장 등 각종 개발행위가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토지주들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하수에 의존하는 제주에서 상장머체의 보전과 기능 유지는 제주 전체의 문제다.

수상작③ 안양 (구)농림축산검역본부 본관동(김원영·김한별·이후성) : 근대문화유산상

(구)농림축산검역본부는 1942년 ‘가축위생사업소’라는 이름으로 안양에 터를 잡았다. 훗날 개칭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수입 축산물 검역과 위생검사 등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1962년 건립한 현재의 청사 본관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이광노 교수가 설계한 것이다. 본관은 2003년 ‘안양시 건축문화상’을 수상한 특색있는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검역본부의 김천 이전 후, 행정복합타운이 이곳에 추진되기도 했지만 2023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다.

수상팀은 본관동 동물 부조가 광화문 이순신 장군을 제작한 김세중 조각가의 도안임을 밝혀내었다. 현재 이 부지는 유휴지로 해당 부조들은 정기적 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어 손상이 계속되고 있다.

수상작④ 낙동강 하구 백조의호수와 하늘연못(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 한국환경기자클럽상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교량의 수는 현재까지 무려 27개나 된다. 그런데 부산시는 에코델타시티 개발을 이유로 16개의 신규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대저대교는 멸종위기종 큰고니(백조)와 대모잠자리의 서식지인 국가유산보호구역 핵심지역을 관통한다.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파괴하는 부산시의 거짓 환경영향 평가가 드러나고 2021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안 노선을 고려해 부산시에 재협의를 요구했지만 2024년, 기존 노선을 통과시키면서 대저대교가 착공되었다.

수상작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 소중한문화유산상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여성에 대한 성 착취는 일제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해방 이후, 한국정부는 주한미군을 상대하는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를 허가한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미군기지 주변 성매매를 허가하고 위안부 여성의 성병을 관리해 안정적인 미군 주둔과 달러벌이를 위해 운영되던 기지촌 성병환자 수용시설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쟁유산이자 전쟁과 분단으로 발생한 여성들의 피해와 인권유린 역사의 현장이다. 1973년 건립된 이래, 창살 안에 감금된 여성들의 모습을 빗대 ‘몽키 하우스’로 불렸다.

2022년 대법원은 기지촌 여성들의 불법 성매매와 인권유린은 국가 책임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두천시는 성병관리소가 ‘불행한 역사의 흔적’이라며 소요산 일대 개발사업 추진을 이유로 철거를 밀어붙이고 있다.

<>23일(토) 열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서 동두천성병관리소 철거저지공동대책위원회 최희신 공동집행위원장이 성병관리소의 보존 당위를 설명하고 있다.

수상작⑥ 세종보 상류의 금강(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 심사위원특별상

수상단체인 ‘보철거를위한시민행동’의 200일 넘는 천막농성은, 수문개방에 이은 보 철거가 오염된 강을 되살리는 유일한 대안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4대강 살리기’를 명분으로 2012년 완공된 세종보는 금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다. 오염된 강물에 녹조가 창궐하고 4급수 지표생물인 붉은깔따구 등이 번식했다.

2017년 11월, 결국 정부는 보 가동 6년 만에 담수를 중단하고 세종보와 공주보를 개방했다. 그러자 금강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흰수마자, 미호종개 그리고 겨울 철새들이 돌아왔다. 썩은 강바닥이 모래와 자갈톱으로 회복되고, 시민들이 금강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2021년 정부가 세종보 철거와 재자연화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보 처리방안이 번복되었다. 세종보 철거의 백지화, 댐 추가 건설 등이 추진되고 있다.

수상작⑦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일원(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 : 네티즌상

전국적으로 난립한 케이블카는 수익 감소로 지방재정 악화의 요인이기도 하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건설한 케이블카는 이제 국립공원 지리산까지 침범하고 있다. 산청군이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 예정구간인 지리산 중산리에서 장터목까지 3.15㎞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서식지다.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그리고 구상나무 집단군락지 등이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케이블카 설치 예산은 1,177억으로, 30년 동안 흑자로 운영해야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산청군은 케이블카 설치로 등산객에 의한 탐방로 훼손을 감소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10개의 지주 설치와 헬기야적장, 가설삭도(모노레일) 등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하는 「이곳만은 지키자!」 공모전은 보존가치가 높고 훼손될 위험이 있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지역주민, NGO 단체들이 직접 제안하여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키는 시민공모전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보존 가치가 높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공모해 시상하고 있다.

2024년 올해는 지난 5월 1일(수)부터 6월 15일까지 신청을 받아 각각의 응모작이 처한 ‘훼손 위험성’과 ‘시급성’을 판단하고,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보전 운동의 추진 여부를 고려하여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23일(토) 열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22회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팀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년 11월 19일 화요일

恩光衍世(은광연세)… 은혜의 빛이 온세상에 퍼지다

우리 역사 속 이름을 남긴 여성들 ②김만덕

양인에서 기녀로, 존경받는 만덕할망으로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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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문해 중학과정 사회 3학년 교과서는 ‘Ⅳ-3. 역사 속 여성들의 생활’ 단원에서 우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성 4人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이 단원은 역사를 빛낸 여성들의 삶이 우리와 무엇이 달랐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두번째 인물은 신사임당이다.

김만덕(金萬德, 1739∼1812)은 영조 때 아버지 김응열과 어머니 고씨의 2남1녀 중 막내딸로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양가집 출생이었지만, 12세가 되던 1750년(영조26)에 전국을 휩쓴 기근과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제주목 기녀의 수양딸로 맡겨졌다. 교방에서 노래와 춤, 거문고를 배우고 18세 때 기적에 올라 나중에는 기녀의 우두머리인 행수기녀가 되었다.

이후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김만덕은 22세 무렵 “본래 양가 출신으로 부모를 잃고 가난으로 부득이 기녀가 되었으니 다시 양녀(良女)로 환원시켜 달라”고 탄원하였으나 거부당했다.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고, 제주목사 신광익과 제주판관 한유추를 찾아가 거듭 호소하여 24세(영조38)에 기어코 양인 신분을 회복하였다.

결혼하지 않고 제주목 동문 밖에 객주를 차린 김만덕은 말총·미역·전복·양태·우황 등 제주의 특산물을 육지에 내다 팔고 육지에서는 제주도의 수요품을 사들여 되파는 뛰어난 상술로 50대에 들어서 육지의 대부호 못지않은 거상으로 성장하였다.

김만덕이 50대 초·중반이던 1790년(정조14)부터 1794년(정조18)까지 수년간 계속된 흉년으로 수천 명의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만덕은 제주 관덕정에 큰 솥을 걸고 손수 죽을 쑤어 많은 사람들을 구제했다. 1795년, 조정에서 구호미를 보냈지만, 바다를 건너 오는 도중 수송선이 침몰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만덕은 자신이 모은 전 재산 1천금을 털어 육지에서 쌀과 곡식 500여 석을 사들였다. 이중 십분의 일은 자신의 친족을 살리고, 450여 석은 제주목 관아에 진휼미로 기부하였다. 관아에 쌀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굶주린 사람들이 김만덕을 칭송하며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채제공은 「만덕전」에서 “정조 20년 6월 6일 만덕이 천금을 내어 쌀을 육지에서 사들였다. 모든 고을의 사공들이 때맞춰 이르면 만덕은 그중 십분의 일을 취하여 그의 가족을 살리고 그 나머지는 모두 관가에 실어 날랐다.”고 기록했다. 정부의 공식기록인 「일성록」에도 “노기 만덕은 스스로 원하여 쌀 3백 석을 바쳤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제주목사의 보고로 만덕의 선행이 조정에 알려지자, 정조는 기특하게 여겨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전하였다. 이에 김만덕은 한양에 올라가 궁궐을 보고, 금강산을 유람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아뢰었다. 당시에는 출륙금지령으로 제주 사람은 섬 밖으로 함부로 나갈 수 없었다. 또한 평민 신분의 만덕이 임금을 알현할 수 없었기에 벼슬을 받아야 했다. 만덕은 내명부나 외명부 어디에도 속한 여인이 아니었기에 정조는 내의원의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명예직을 제수하고 예궐을 허락하였다. 1796년 58세의 만덕은 한양으로 올라가 정조에게 직접 벼슬을 받고, 효의왕후에게 상을 받은 뒤 정조의 배려를 받아 이듬해 봄 금강산에 들어가 1만2천봉의 장관을 돌아보았다.

김만덕은 이 과정에서 반년가량 한양에 머물면서 채제공, 이가환, 박제가, 정약용 등 많은 문인을 만나 교류하였는데, 만덕을 송별하며 지은 시문이 한 권의 첩으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금강산 관광 후 만덕은 벼슬을 내놓고 제주도로 돌아갔다. 김만덕은 평생 독신으로 자선사업을 계속하여 온 도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만덕할망”이라 불리다가 1812년(순조12) 73세의 나이로 운명하였다. 김만덕은 고으니모루(현 국립제주박물관 정문 앞 부근)에 묻혔다가, 일주도로 확장에 따라 1977년 정월 제주시 건입동 소재 모충사 경내의 묘탑 아래에 이묘되었다.

1840년(헌종6) 제주에 유배를 온 추사 김정희는 김만덕의 선행에 큰 감명을 받아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지다)’라는 편액을 써서 칭송하였다. 제주도는 1980년부터 매년 김만덕의 기일(10월 22일)에 가까운 일요일, 건입동 사라봉 모충사에서 ‘만덕제’를 봉행하고 ‘김만덕상’을 시상해 오고 있다. 또한, 김만덕의 나눔과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5년 5월, 김만덕기념관을 건립하였다.

김만덕은 2007년 5만원 위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KBS 1TV의 특별기획 드라마 「거상 김만덕」에서 배우 이미연(아역 심은경)이 시대의 한계를 극복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열연했다.


2024년 11월 17일 일요일

처벌의 평등

제가 예전에 이영준 신부님께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어요. “신부님께서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입니까?” 그랬더니 신부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하느님을 찾지 않는 세상이라고요.” 그 속뜻이 뭐냐면 약자들이 약자임을 깨닫지 않고 하느님을 찾지 않는 세상, 결국 세상의 모든 성직자들이 실업자가 되길 바라신 거더라고요. 이런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세상이 되려면 우리 모두가 평등해야겠죠. 평등의 종류는 매우 많은데 그중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등은 바로 ‘처벌의 평등’이에요. 힘이 있는 사람이든 힘이 없는 사람이든 똑같은 죄를 지었으면 똑같이 처벌을 받아야지 왜 힘에 따라 처벌의 양이 다르냐고~!

―김해일(미카엘) 신부 강론, 「열혈사제Ⅱ」 중에서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서울트립: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 공유워크숍

「서울트립: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 공유워크숍 개최

동대문문화재단-종로문화재단, 지역문화자원 교류·연계사업 확장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47


동대문구와 종로구가 협력하여 추진해 온 「서울트립: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이하 서울트립)의 사업결과를 공유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동대문문화재단(대표이사 김경욱)과 종로문화재단(대표이사 김승모)은 서울시자치구문화재단연합회의 ‘교류·연계콘텐츠 특성화사업’에 선정되어 두 지역의 사회적·문화적 자원을 발굴해 지역문화사업으로 연계하는 「서울트립: 돈의문에서 청량리까지」를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기획·운영했다.

14일(목) 오후, 서울한방진흥센터 3층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공유워크숍은 1,2,3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동대문문화재단이 「서울트립」 사업을 소개하고 협력과정 및 협력구조와 추진배경, 사업범위 등을 발표했다. 동대문문화재단은 올해 구축한 협력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개발한 콘텐츠를 확장·지속해 나가면서 다양한 연계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14일 오후, 동대문문화재단 사업담당자가 「서울트립」 공유워크숍에서 동대문-종로의 역사적·문화적 연결성 발견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협력 과정을 발표하고 있다.

2부 순서에는 모씨네사회적협동조합(대표 전철원)이 동대문과 종로가 과거부터 교통망과 전통시장 등으로 연결되며 형성된 공동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했다.

이어서 종로문화재단이 「서울트립」 사업을 통해 발견한 동대문과의 교류 콘텐츠를 소개하고, 전차노선을 기반으로 형성된 전통시장(광장시장 및 경동·약령·청량리시장) 상인 10명의 구술채록 내용을 상영했다. 재단은 상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웹스토리북(종로편/동대문편)을 제작할 예정이다.

3부에서는 연극창작집단 아트프로젝트BE가 연극배우를 통해 듣는 시장 이야기 ‘오늘을 담다’를 타이틀로 낭독극을 선보였다.

<> 14일 오후, 종로문화재단의 사업담당자가 「서울트립」 공유워크숍에서 종로-동대문과의 공유콘텐츠 발견과 교류 과정을 발표하고 있다.

1899년, 서울의 동서축을 연결하는 교통망으로 돈의문(서대문)에서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전차 노선이 개통되면서 동대문구와 종로구는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 전차 노선을 중심으로 전통시장이 발전하며 두 지역은 지역적으로 밀접하게 교류하며 근대문화와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

동대문문화재단과 종로문화재단은 「서울트립」 사업을 통해 발굴한 공동의 자료를 축적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는 콘텐츠를 활성화하여 시민들이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사업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