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으로 의인화된 자유(Liberté)가 오른손에 프랑스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삼색기와 왼손에 총을 들고, 뒤따르는 민중을 뒤돌아보며 전진을 독려하는 유명한 그림…
많은 사람이 프랑스혁명을 얘기하면서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Liberty Leading the People)을 삽입하곤 한다. 하지만 이 그림은 1789년 바스티유감옥 습격(7.14)으로 촉발된 프랑스혁명이 아니라 1830년 7월혁명(7.27~29)을 그린 것이다.
1814년, 루이16세의 동생인 루이18세가 빈 회의를 통해 부르봉 왕가의 통치를 재건한다. 1824년, 뒤를 이은 또다른 동생 샤를10세가 보수적 반동정치를 실시(의회 해산, 언론과 출판의 자유 억압 등)하자 파리에서는 41년만에 다시 혁명이 일어나게 되었다. 1830년 7월 27일,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국왕군과 시가전을 벌였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혁명 이틀째인 7월 28일의 파리 거리를 묘사하고 있다. 29일에는 시민들이 왕궁으로 진입하며 영광의 3일(Trois Glorieuses)로 불리는 혁명이 성공한다. 1884년 조선의 三日天下(12.4~6)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혁명은 불합리한 세상을 바라보는 정신의 각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