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 다크투어
지난 4월13일,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이 진행한 용산미군기지 담벼락을 따라 걷는 다크투어에 동행했다. 첫 포스트는 이태원광장에 있는 지하수 집수정이다. 상단부를 높인 철제 구조물에 알록달록 그라피티 작업을 해놓았는데, 뒤로 돌아가보니 기름냄새가 풍겨나왔다. 겉으로 보아서는 이것이 인근의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지하수를 모아놓는 시설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녹사평역 1번출구에서 전쟁기념관으로 향하는 철조망 담장길을 “라일락 꽃향기 맡으며(이문세)” 걸었다. 미군정청 자문관으로 근무하던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가 1948년 북한산 백운대에서 털개회나무 씨앗을 채집해 미국으로 돌아가 개량하였다. 그리곤 자문관 시절 자신의 사무보조원이었던 한국 여성의 성을 따 ‘미스킴 라일락(Miss Kim Lilac)’으로 이름 지었다. 구상나무처럼 우리나라 토종식물이 외국에서 교배되어 역수입된 안타까운 사례다.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를 잇는 구름다리 밑을 지나 전쟁기념관으로 향한다. 한강로1가 삼각지파출소 옆 골목부터는 적산가옥이 수십 미터 이어져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한진중공업 건물로 향하는 왼편 공사부지에서 또하나의 ‘킴(Kim)’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조선육군창고’로 조성한 곳에 2019년까지 캠프 킴(Camp Kim)이 자리했다.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한국노무단(KSC)에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미군이 운용한 지하저장탱크에서 기름이 새 지하수를 타고 퍼졌다. 토양에서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된 바 있다. 그런데 정화작업은 서울시가, 정화비용은 중앙정부가 떠맡고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구속력 없는 관련 규정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평택의 캠프 험프리(Camp Humphrey)로 이전해 간 후 미군위문협회(USO) 건물을 2020년 12월까지 ‘용산공원 갤러리’로 운영했었다. 이제 땅값만 4조원인 이곳 한강로1가 1-1번지 금싸라기 터에 초고층 빌딩숲이 들어설 전망이다.
투어팀은 완공 시한을 넘겨 아직도 공사중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확인하고 삼각지역으로 선회했다. 1939년 일제가 설치한 삼각지 로터리는 한강, 서울역, 이태원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배호의 히트곡 「돌아가는 삼각지」의 “삼각지 로터리를 헤매 도는 이 발길” 노랫말처럼 1967년 용산 방면이 추가되어 4방향의 타원형식 입체교차로 역할을 하다가 1994년 오히려 급증한 교통체증과 노후화로 철거되었다.
마무리 포스트는 2023년 5월4일 개방된 ‘용산어린이정원’이다. 이곳은 각자가 웹사이트에서 예약한 후 직접 방문해보길 권한다. 百聞不如一見. 직접 겪어봐야 한다. 왜군(임진왜란)과 청군(병자호란·임오군란)이 주둔했던 땅을 다시 일본군(청일전쟁·러일전쟁)이 장악하고 이어서 미군(해방·한국전쟁)이 들어와 차지했다. 용산의 중첩된 시·공간을 생각하매 가슴이 답답해온다.
Part 2. 미군기지와 도시산책
4월20일 어제는 아임스토리가 마련한 ‘저자와 함께 떠나는 용산 역사문화 산책길 투어’에 함께했다. 용산도시기억전시관 2층 세미나실에서 저자의 사전강의를 들은 후 아세아아파트 예정지(부영건설)부터 용산가족공원 태극기광장 북쪽까지 3㎞ 빗길을 걸었다.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지배와 대륙침략의 핵심 인프라로 건설한 용산역은 경의선(경성~신의주)과 경원선(경성~원산)의 출발지이자 경부선·경인선이 경유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용산역 주변에 일본군 사령부(1907), 통감부 철도관리국(1906), 철도관사, 철도병원, 철도학교 등이 설치된 이후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용산은 경성부의 일부로 편입하고 신흥도시로 변모했다. 원래의 용산을 밀어낸 신용산의 탄생이다.
공사장 높은 펜스가 늘어선 골목을 지나 용산세무소 마당에 섰다. 남쪽 뚝방선로 위로 이촌역을 향하는 경의중앙선 전동차가 마치 한 세기전 화륜거마냥 기묘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서빙고로 건너편 파크타워 아파트 106동 뒤편 벤치에서 10시 방향 1.2㎞ 전방까지 뻗은 서빙고근린공원 산책로를 조망할 수 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북면에서 미8군도로를 따라 좌우로 늘어선 사우스포스트와 메인포스트의 주요 건물과 멀리 남산서울타워까지 바라보았다.
「용산 미군기지와 도시산책」은 △용산기지 △한강대로 △남산자락 △독립의지 △시대전환 △마을부군 △서빙고로 등 7개 꼭지로 구성돼 있다. 김홍렬 저자는 ‘조선통신사 사행길’이 빠져있다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2018년 3월, 서울시 주무관 시절의 저자가 안내하는 팀에 합류하여 숭례문에서 이태원부군당까지 걸었었다. 그리고 2019년 6월에는 캠프 킴(Camp Kim) 자리의 ‘용산공원 갤러리’에서 대면했던 기억도 있다. 자칭 ‘용산김씨 시조’ 김홍렬 저자의 쉼 없는 열정과 다년간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과 지도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첫 투어를 마련해준 아임스토리 분들도 수고 많으셨다. 이번 신간이 대중에게 용산 공간을 바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용산 미군기지와 도시산책」 안쪽면에 ‘용산산책지도’가 인쇄돼 있다. 책 띠지가 이렇게나 유용하게 활용된다. |
아임스토리 남정인 대표와 용산김씨 김홍렬 저자. |
4월20일 오후, ‘저자와 함께 떠나는 용산 역사문화 산책길 투어’ 사전강의에서 김홍렬 저자가 자료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동편, 용산가족공원 내 태극기광장 북쪽에서 우중 단체촬영(사진=아임스토리 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