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6일 화요일

제가 떠나겠습니다, 신부님.

신부님, 나라가 이 지경입니다. 하 수선하고 시끄러운 소리만 자꾸 들려오는데, 이 나라 백성으로 어찌 눈 감고 귀 닫고 입 닫고 모른 척 지낼 수 있겠습니까?
종교적인 문제에 있어선 얼마든 신부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허나, 국가와 애국심에 관한 문제라면 신부님은 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집이 아닙니다. 숙명입니다. 이 산하에 사는 자의 운명입니다.
신부님, 제 정치적 언사가 신부님의 성무에 어떤 방해를 끼친답니까? … 죄송합니다. 신부님께 염려를, 신부님 성무에 방해를 드려서요. 하지만 저는 분명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그것을 눈감고 귀 닫고 모른 척 지낼 수 없습니다. 제가 떠나겠습니다, 신부님.

3년 전 안도마는 그렇게 부모와 두 형제를 데리고 떠났다. 그 이후 거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 음악극 「안중근의 고백」, 국립극장 달오름, 2023.10.6(금) PM 7:30


2024년 3월 8일 금요일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Women Who Read Are Dangerous)

표지의 그림은 스페인 화가 라몬 카사스(Ramon Casas i Carbo, 1866~1932)의 「Jove decadent (Despres del ball)」(무도회가 끝난 뒤l)이다. 무도회가 끝나고 난 뒤 지친 몸을 그대로 초록 소파에 던져 놓은 검은 옷차림의 여인이 오른손에 든 노란색 책을 응시하고 있다.

[상] Stefan Bollmann, 「Women Who Read Are Dangerous」
[하] Ramon Casas i Carbo(1866~1932), 「Jove decadent (despres del ball)」, 1899. Oil on canvas, 46.5×56㎝. Donation from J. Sala Ardiz. Museum of Montserrat.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의 저자 슈테판 볼만(Stefan Bollmann)은 “책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을 얻게 된 순간부터 여자들은 가정에 대한 순종을 벗어 던지고 독립적 자존심을 얻게 되었으며, 현실과 꿈을 오가는 그녀들의 시선은 예술가를 유혹하는 은밀한 위험이 되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을 하는 사람은 독립적으로 되며, 독립적인 사람은 대열을 벗어나 적(敵)이 된다”고도 했다.
엘케 하이덴라이히(Elke Heidenreich)는 추천사에서 “통제될 수 없는 모든 것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권력을 가진 사람(신, 남편, 행정부, 교회!)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신은 어쩌면 독서에 대해서만큼은 한 눈을 감고 못 본 체할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요컨대 책을 통해 자기 세계를 갖는 것, 그래서 의견이 생기고 자기주장을 하는 여자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 싸움을 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내 주변엔 이른바 위험한 여자들이 많다. 빵과 장미와 책이 늘 그대들과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