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그림이 신명이다

일요일(11.19) 오후, 남인사마당…

시민 한 분이 바닥에 앉더니 스케치북을 꺼내 슥~슥~ 펜을 놀린다.

관객과 연희자가 함께 어울리는 대동놀이의 신명이 그림 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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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강산국악예술단, 2023년 「전통을 잇다, 풍류가 있다」 공연 성료

풍물·타령, 단소·해금, 한국무용… 다채로운 우리가락 선봬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31


19일(日), 팔도강산국악예술단(대표단장 이춘화)이 2023년 종로구 ‘돈화문로 활성화 주민공모사업’ 「전통을 잇다, 풍류가 있다」를 마무리하는 4번째 거리 공연을 펼쳤다.


오후1시, 창덕궁 돈화문 앞에 도열한 취타대는 힘찬 출발과 함께 율곡로를 건너 돈화문로 왕의길을 행진했다. ‘아리랑’ ‘풍년가’ 곡조를 연주하는 대취타 행렬이 모습을 드러내자 길가의 시민과 관광객이 연신 셔터를 누르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취타대는 종로3가 지하철역을 돌아 낙원악기상가 밑 삼일대로를 경유해 남인사마당 무대에 올라 연주를 이어갔다.


2부 첫 순서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이생강 선생의 지도를 받은 단원들이 단소 곡조를 선보였다. 이어서 △풍물(앉은반) △만담(장소희·심일웅) △부채춤(이춘화·유연일·김지현·이정희·홍경옥) △해금(전미선) △한량무(전일남·한석원·이경호) △안성아리랑과 장기타령 등 민요메들리가 펼쳐졌다.


주말을 맞아 인사동을 찾은 시민들은 이어지는 △변검(신현철) △방아타령 △진도북 △겨울천사 선녀춤 △각설이타령 △평북농요를 관람하며 나들이 기분을 만끽했다.


종로구 운니동에 소재한 팔도강산국악예술단은 종로구의 ‘돈화문로 활성화 주민공모사업’에 2019년부터 4년 연속으로 선정되면서 관광지역인 돈화문로 일대에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전통국악교육에 힘써오고 있다.

※입회 및 교육 문의 : 팔도강산국악예술단 이춘화 대표단장 ☎010-2338-5711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낙척공자들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서 개설한 종합16기 전수교육 과정을 마쳤다.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총 23회차 강의 중 19개를 들었는데, 마음에 흡족한 강의는 4개 정도로 꼽는다. 많이 아는 것은 물론 잘 전달하고 나누는 것도 좋은 강사의 요건일진대, 내부 강사진의 상당한 스킬업이 필요해 보인다.

대략 50명 정도의 출석인원이었는데, 다음주에 가보면 66명 전원이 출석체크되어 있곤 했다. 노후화된 장비, 부실한 교재, 불친절한 사무국에 세심한 배려 결여, 일부 수강생의 학습태도까지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지 않다. 종묘와 사직, 환구, 왕릉 제향과 관련한 내용들을 마스터해 볼 요량으로 등록하고 수료는 했지만, 본전 생각이 난다. 종강일엔 그 흔한 피드백 절차조차 없으니, 추후 개선의 여지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파종회에서 활동하는 전준이씨 분들이라면 수강을 고려해 볼 만하다. 소속 파종회에서 40만원 수강료와 플러스알파까지 지원해 주더라. 외부에 비치는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면 종약원은 타성 사람에게도 신경쓸 필요가 있다. 8개월간 애써준 이민주 반장께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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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이씨대동종약원, 종합16기 전수교육 수료식 성료
8개월간 23강 운영… 1361명 수료생 전국 네트워크 구축

http://www.jongno-mn.com/news/articleView.html?idxno=3437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사장 이귀남)은 18일 오정, 종합16기 전수교육 수료식을 열고 8개월 교육과정을 마무리했다.

종로구 와룡동(돈화문로 89) 이화회관 지하강당에서 열린 수료식에는 대동종약원 이사진, 파종회장, 기수임원, 강사진 등이 참석해 64명 수료자를 축하했다.

수료식은 국민의례와 종묘의례, 이사장 축사, 수료증서 수여, 우수·모범 수료생 표창,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이귀남 이사장은 이석동 부이사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긴 시간동안 열정을 불사른 노고를 치하하며, 전수교육 수료를 발판삼아 심도있는 연구에 매진하여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과 알림에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료생 중 이광진, 이세연, 이홍주, 이희창, 이민주氏가 우수·모범 표창을 받았고, 충주지씨 수료생 4인은 종약원 발전기금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수강생 66명 중 64명(여성 4인 포함)이 수료한 16기 회원은 친목회(한울타리회)를 구성하고 본인의 희망에 따라 문화부, 전례부, 조직부, 청년부, 여성부 등 종약원 기구에 자원해 제향 관련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한편, 종친부는 고려 때 제군부(帝君府)를 세종 12년(1430)에 고친 이름이다. 국왕의 족보 관련 기록을 담당하며 어보와 영정을 받들고 왕가·종실·제군의 인사와 갈등 조정 등의 사무를 맡아보던 정1품 아문이다. 종친부(宗親府)―종정부(宗正府)―종정사(宗正司)―종정원(宗正院)―종부사(宗簿司)를 거쳐 1907년 한일신협약(정미7조약) 이후 일제의 차관정치로 폐지되고, 1910년 경술국치 후 종약소(宗約所)로 재설립되었다. 1955년 전주이씨 대동화수회가 결성되어 1957년 ‘사단법인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으로 문교부장관 인가를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동종약원은 종묘제례 전수교육(2000), 사직대제 전수교육(2004), 전통예절교육(2012), 왕릉제향 전문과정(2014)을 병행하며 올해까지 23년간(종합16기) 전수교육을 운영해왔다.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18일 종합16기 전수교육 수료식을 열었다. 16기에는 66명 등록생 중 64명이 수료했다. 현재 1361명 수료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2023년 11월 17일 금요일

수파희어로

11월17일은 을사늑약이 강제된 날(1905)이자 우당 이회영 선생 순국일(1932)이다.
2019년 여름, 군산 원도심의 장미동과 영화동을 답사했다. 구영7길의 ‘다호’ 게스트하우스 벽면에 윤봉길, 김구, 안중근의 얼굴과 함께 秀波喜語路(수파희어로) 다섯 글자가 선명했다.
빼어날 秀수, 물결 波파, 기쁠 喜희, 말씀 語어, 길 路로… 한인애국단원 윤봉길, 임정주석 김구, 대한의군참모중장 안중근… 이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슈퍼히어로Superhero로 손색없는 지사들이다. 흉상 철거니 독립영웅실 철수니 하면서 닛뽄 리쿠군시칸갓코 태릉캠퍼스 따위가 어찌해 볼 수 있는 분들이 아니란 말이다.

秀波喜語路 수파희어로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소설을 통해 이어진 종로와 작가

혜화동과 명륜동을 걸었다. 혜화동은 1914년에, 명륜동은 1936년에 일제가 생산한 동명이다. 흥덕동, 송동, 잣골, 흙다리골, 앵두나무골, 박우물골, 피맛골, 궁안골, 박석고개 같은 우리 지명은 잊혔다. 60여 년간 혜화동을 지켜온 문화이용원의 텅 빈 공간에 마음이 애잔하다.
북묘터에서 명성황후 민씨의 진령군, 엄귀비의 현령군, 박ㄹ혜의 최태민·최순실, 굥본부장의 天公을 떠올렸다. 어디까지가 믿을 수 있는 얘기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받들 대戴(18획 戈변), 실을 재載(13획 車변)… 무심히 읽어온 성균관 노복들의 공간은 재학당(載學堂)이 아니라 대학당(戴學堂)이다.

혜화동우체국 앞에서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청마의 「행복」을 읊조린다.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그러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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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통해 이어진 종로 공간과 작가의 관계
소설 속 종로 걸어보기④ 한무숙 장편 「역사는 흐른다」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24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단풍의 향연이 한창인 계절의 일요일 오전, 추억의 밴드 동물원의 「혜화동」을 흥얼거리며 4호선 혜화역에서 내린다.
(협)마을대학종로가 2023년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소설 속 종로 걸어보기’ 마지막 4차시 탐방지는 혜화동과 명륜동 일부 지역이다.

덕수궁 옆 정동교회와 이화여고의 경계 보도에 ‘보구녀관(普救女館)’ 표석이 있다. 미국 감리교 메리 스크랜튼(Mary F. Scranton) 선교사가 이화학당 인근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여성병원을 세운 자리다(1887). 보구녀관의 로제타 홀(Rosetta S. Hall) 의사는 내외(內外)의 구별이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여성 환자의 진료를 전담하는 여의사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혜화동 아남아파트 자리에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마련했다(1928).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의학교육기관의 탄생이다.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서울여자의과대학, 수도의과대학 부속병원, 우석대학병원, 고려대학병원 등을 거쳐 발전하며 의료계를 이끌었다.
아남아파트 입구에 물이 많이 나서 바가지로 물을 푼 큰 우물이 있었다고 해서 이곳 동네 이름을 박우물골, 박정동(朴井洞)이라 불렀다. 맞은편은 궁안우물골 궁내정동(宮內井洞)이라 불렀다. 조선 20대 경종(景宗)의 계비 선의왕후(宣懿王后) 어씨의 친정에 큰 우물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23년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 ‘소설 속 종로 걸어보기’ 참가자들이 혜화동로터리에서 장욱진 화백의 관어당, 부인 이순경氏의 동양서림에 얽힌 내력을 알아보고 있다.

혜화동로터리 좌변으로 금문(金門), 블링크안경, 동양서림, 성진약국, 혜화동우체국이 연속하여 보인다. 동양서림은 지난해 102세로 작고한 이순경氏가 1953년 설립한 서울미래유산 인증 서점이다. 이氏는 식민사학의 태두로 알려진 두계 이병도의 맏딸로 1941년 일본 유학 중이던 장욱진과 혼례를 올렸다. 그림과 술밖에 모르는 남편을 만난 ‘업보’로 살림과 아이들 교육을 떠맡아야 했다. 학자 집안인 친정의 체면을 생각하여 고심 끝에 선택한 업종이 서점이었다. ‘동양서림’ 상호는 부친이 지어주었다.
생업을 책임진 아내 덕분에 장욱진 화백은 종로구 명륜동과 남양주 덕소, 충주 수안보, 용인 신갈을 오가며 화작에 몰두할 수 있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여인상>과 <진진묘(眞眞妙)> 3점으로 담아냈다. 내년 2월(2024.2.12)까지 장욱진의 회화, 드로잉, 판화 등 250여점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으로 관람객과 만난다.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로 불리는 기농 정세권은 1920년대 익선동·가회동·혜화동 등 사대문 안쪽 좁은 땅에 방과 마루, 부엌, 마당과 화장실이 응집된 ㄱ자, ㄷ자, ㅁ자 형태의 근대 도시형 개량한옥을 선개발해 후분양했다. 1930년대에는 성북동·창신동·서대문 등 사대문 외곽지역, 1940년대에는 왕십리와 행당동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일제의 도시개발계획에 맞섰다.
혜화동에는 실내 공간을 넓히려 방의 벽이 담장 역할을 하면서 짧아진 처마에 함석을 덧대 햇빛을 확보하고 빗물을 방지한 정세권식 근대한옥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혜화동주민센터로 변모한 한소제의 한옥이나 향정한무숙기념관은 이러한 근대한옥의 호사로운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영산대학교를 설립한 부봉환·박용숙 부부의 옛집으로 추정되는 기와집과, ‘만우기념관’ 현판을 달고 있는 효성그룹 조홍제 창업주의 옛집은 거대한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성균관의 동북쪽 땅은 연꽃과 앵두꽃으로 유명한 한양도성 내 명승이었다. 상왕으로 물러난 이성계가 살던 집을 희사해서 지은 교종(敎宗)의 교종소(敎宗所) 흥덕사(興德寺)에서 흥덕동이란 동명이 생겼다. 연산군의 폐불정책으로 사라진 흥덕사 터에 회덕사람 송시열이 살면서 송동(宋洞)으로 회자됐다. 송시열은 바위에 曾朱壁立(증주벽립), 今古一般(금고일반) 글자를 새겼다. ‘증자와 주자의 (사상을 계승하여) 벽을 세우겠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신념은) 한결같다’는 송자의 대의명분론을 압축한 표현이다.
1883년, 고종은 흥덕사터 송동에 북관왕묘를 지었다. 이는 임오군란(1882)으로 충주까지 피신한 왕후에게 환궁 시기를 예언해 준 이씨무녀(진령군)의 주청에 따른 것이다. 1884년 12월7일(음10월20일) 갑신정변 마지막날, 좌의정 홍영식은 고종 부처를 수행해 진령군이 거처하는 북묘까지 갔다가 청군에 피살됐다. 북묘터에 진령군 대감의 권위를 나타내는 하마비가 서 있다. 고종은 북묘의 내력을 북묘비(北廟碑)를 제작해 기록하고, 관왕을 관제로 높여 올렸다.
동묘에 합사된 북묘 자리에 1915년 불교계 중앙학림이 개교하여 3·1운동에 참여하고 광복 후에는 동국대학교로 학맥을 이었다. 1927년에 수송동에서 중앙학림의 동쪽으로 옮겨온 보성학교는 간송 전형필 가문이 운영을 맡았는데, 1989년 송파구 방이동으로 이전했다. 혜화동의 옛 보성중학교 자리에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보성고등학교 자리에 서울과학고등학교가 들어서 있다.

2023년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 ‘소설 속 종로 걸어보기’ 참가자들이 우암 송시열의 증주벽립(曾朱壁立) 각자를 살펴보고 있다.

경술국치 이전인 1910년 1월25일에 개교한 숭정의숙은 경제력을 갖추고 신분상승을 꾀한 반민(泮民) 교육열의 산물이다. 조선의 최고학부 성균관의 다른 이름은 반궁(泮宮)이다. 천자국인 고대 주(周)나라의 국학 벽옹(辟雍)은 사방이 물에 둘러싸인 반면에 제후국의 학교 옆은 반쪽만 물이 흐르도록 하여 반수(泮水)라 불렀다. 소를 도축하여 성균관에 독점으로 납품하는 반인(泮人)층이 반촌(泮村)을 형성하며 부를 축적하였다.
서울 문묘와 성균관(사적 제143호)은 문선왕 공자를 모시는 사당이자 교육기관이다. 전묘후학(前廟後學)의 배치를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59호로 지정된 수령 약 500년의 서울문묘 은행나무들은 1519년(중종14)에 대사성을 지낸 윤탁(尹倬)이 심었다고 전한다. 대개 은행나무는 암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지만, 이 은행나무는 수나무라고 한다. 성균관대학교의 교목도 은행나무고, 심볼마크도 은행잎을 형상화한 것이다. 남자 하인들이 거처하던 대학당(戴學堂) 앞 주목이 이채롭다.
성대 불문과 김귀정 학생이 1991년 5월 당시 노태우정권의 신공안정책에 반대하는 범국민대회(3차)에 나섰다가 충무로역 진양상가 부근에서 26세로 압사했다. 6월12일, 성현들의 위패가 모셔진 곳을 지날 수 없다는 유림의 반대에 부딪혀 장례행렬은 정문을 피해 도서관 옆문으로 교내로 들어가 유해를 빈소에 안치할 수 있었다.

성균관5길을 따라 걸으며 명륜동 우물터와 이가원(李家源) 가옥을 둘러보고, 동궐 후원의 옥류천에서 흘러나온 물줄기의 명륜동 빨래터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봄을 모은다’는 뜻의 집춘문(集春門)은 임금이 창경궁을 나와 문묘나 성균관으로 거둥할 때 이용하던 전용문이었다. 집춘문 밖에는 개인주택들이 들어서 있어 출입이 불가능하다. 심산 김창숙 선생의 집터에서 나라 잃은 선비의 비장한 결의를 생각하며 머리를 숙였다.

(협)마을대학종로는 2023년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 ‘소설 속 종로 걸어보기’를 진행하면서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창작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김동인·박태원·박완서·한무숙)이 종로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에 관심을 가져보았다. 시인이나 소설가의 눈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같은 시공간에 있었지만, 보통의 사람들과는 분명하게 다른 것을 보고 느끼며 결국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였고, 이러한 시각이 우리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종로 공간과 우리의 현실 종로 공간을 교차 비교해보고 등장인물들이 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고찰하면서 참여자 각자의 삶에 시사점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2023년 「종로구 주민소통 공모사업」 ‘소설 속 종로 걸어보기’ 참가자들이 성균관 명륜당 은행나무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사비의 눈물

부소산 낙화암 아래 고란초(皐蘭草)의 부드러운 이슬과 바위틈에서 스며 나오는 고란정(皐蘭井) 약수물을 2잔 마셨다. 이로써 6년이 젊어진 셈인가.
고란사(皐蘭寺) 법당 뒤편 벽면에는 700년 백제의 마지막날이 그려져 있다. 그림멍… 한참을 바라다보았다. 오른편 소정방 침략군은 병장기를 번뜩이며 노도와 같이 쳐들어온다. 가운데 사비도성은 화염에 휩싸여 있다. 왼편 바위 위에는 애달픈 비빈 궁녀들이 서로 부둥켜안아 울면서 치마를 뒤집어 얼굴을 가리고 차디찬 백마강에 몸을 던지고 있다. 일연은 성이 함락되던 날 궁녀들이 왕포암(王浦巖)에 올라가 물로 뛰어들어 삶을 놓았다며 이 바위를 타사암(墮死巖)이라고 적었다.

660년 7월 12일… 남부여는 평제(平)당했다. 약탈자는 당군(굴기국)이자, 벨기에 레오파드2세이고, 일본제국, 아라사, 이스라엘, 천조국이다. 눌린 이는 백제이자, 손목 잃은 콩고인이고, 조선 민초,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여윈 한반도와 다름아니다.

♬반월성 넘어 사자수 보니, 바람은 나불나불 물빛은 칠백 년. 물어보자 물어봐, 삼천홍(三千紅) 간 곳 어데냐. 옛 꿈은 바람결에 살랑거리고, 고란사 저문 날엔 물새만 운다. ♪


2023년 11월 6일 월요일

2023 종묘추향대제 참관

11월 첫째주 토요일 오전, 2023 종묘추향대제를 참관하면서 △환구 △종묘 △영녕전 △사직까지 올해의 모든 대사(大祀)를 현장에서 지켜본 셈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1995)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을 친견하는 것은 호화롭다.
조상의 신령이 생시에 듣던 향악으로 연주하고 춤추는 보태평(保太平)과 정대업(定大業)의 문무 조화가 이채롭다. 나는 문무(文舞)보다 무무(武舞)가 좋다. 이제야 비로소 제례의 진행순서인 홀기(笏記)나 이를 읽는 창홀(唱笏)이 귀에 들어온다.

4일 봉행된 종묘추향대제에서 종합16기 전수교육 수강생들이 이원 황사손(중앙)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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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종묘추향대제 봉행
영녕전(永寧殿)은 정전에서 옮겨온 신주를 모신 별묘

http://www.k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22

2023 종묘추향대제가 4일 오전 10시 종묘 영녕전에서 친향례로 봉행됐다.

영녕전(永寧殿, 보물 제821호)은 세종대인 1421년에 정전의 신실이 부족하게 되어 정전 서쪽에 새로 지었다. 정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규모만 작을 뿐 내부 구조와 외부 장식 등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 건립된 중앙 4칸은 높게, 좌우 협실 6칸은 한단계 낮게 하였다. 동월랑은 삼면이 개방된 누각 형태로 제례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서월랑은 창고 형태로 지어졌다.

영녕(永寧)은 ‘왕가의 조상과 자손이 함께 길이 평안하라’’는 뜻이다.
중앙 신실에는 태조의 4대조인 △목조(1실) △익조(2실) △도조(3실) △환조(4실) 순으로 모셨다. 서익실에는 5실부터 10실까지 △정종 △문종 △단종 △추존 덕종(의경태자) △예종 △인종을, 동익실에는 11실부터 16실에 △명종 △추존 원종(정원군) △경종 △추존 진종소황제(효장세자) △추존 장조의황제(장헌세자) △의민황태자 영왕을 모시면서 왕 16위와 왕비 18위 등 총 34위가 봉안되어 있다.

조선왕국과 대한제국의 법통을 이은 이원(李源) 황사손(皇嗣孫)의 친향례(親享禮)로 거행된 이날 종묘추향대제는 사회자 역할의 집례(執禮)와 안내자 역할의 찬의(贊儀)가 먼저 절하고 봉무 위치로 나아가는 취위(就位)를 시작으로 △신관례(晨祼禮) △궤식례(饋食禮) △초헌례(初獻禮) △아헌례(亞獻禮) △종헌례(終獻禮) △음복례(飮福禮) △망료례(望僚禮) 순으로 진행됐다.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는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과 11월 첫째주 토요일에 모셔진다.

[상]4일 봉행된 종묘추향대제 신관례에서 상월대 등가 악원들이 조종(祖宗)의 문덕(文德)을 기리는 보태평(保太平)을 연주하는 동안 하월대 일무원이 문무(文舞)를 추고 있다.  [하]종묘추향대제 종헌례에서 하월대 헌가 악원들이 조상의 무공(武功)을 찬양하는 정대업(定大業)을 연주하는 동안 일무원이 무무(武舞)를 추고 있다.

4일 봉행된 종묘추향대제에서 이원 황사손이 폐백과 축문을 태우는 망료례를 행하고 있다.


2023년 11월 5일 일요일

‘친일 문인과 문학,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

오늘(11.4)은 종묘추향대제를 참관하고 바로 서울글로벌센터로 이동해 ‘친일문인 기념문학상 비판’ 세미나에 참석했다.
다수의 작가가 동인문학상을 비판하면서도, 본인이 수상자로 선정되면 “김동인의 친일 행각과 작품성은 별개”라는 식으로 대개는 상을 받아왔다는 평가가 있다.
(협)마을대학종로는 올해 종로구 주민소통공모사업 ‘소설 속 종로 걸어보기’를 진행하면서 한 꼭지
로 김동인 장편 「운현궁의 봄」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답사하며 지역의 변화상을 추체험했다.
국가의 운영을 위임받은 위정자들이 앞장서 친일을 두둔하고 있는 이때… 우리의 발걸음이 혹시나 이른바 ‘고상한 도시산책자’ 정도에 머무는 건 아닌지 돌아보고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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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문인과 문학,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 열려
마지막 친일문인기념문학상… 동인문학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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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문인을 기념하는 문학상을 비판하는 세미나가 4일(토) 오후 1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친일문인기념문학상 비판과 민족문학운동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최강민 교수(우석대)의 사회로 4시간가량 진행됐다.

임헌영 소장(민족문제연구소)은 격려사에서 “오랜 시간 줄기차게 노력해온 끝에 중앙일보의 미당문학상(서정주)과 한국일보의 팔봉비평문학상(김기진)을 중단시켰고, 이제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김동인) 하나만 남았다”면서 “친일 전력을 상세히 살피며 현미경 역할을 다한 1기 활동이 목표를 달성한 만큼 2기 운동은 민족사 전체를 조망하는 망원경 역할로 확대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위상 연대활동위원장(한국작가회의)은 “차라리 ‘조선일보문학상’으로 이름을 바꾸어달라는 요청에도 조선일보는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이제는 소설가들도 독자의 눈치를 보면서 동인문학상을 꺼리는 모양새가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서 강민숙 시인과 박이정 시인이 자작시 「우리는 붉은 혓바닥을 기억한다」 「문학의 권위와 작가의 위상을 위하여」를 직접 낭송하며 세미나의 분위기를 띄웠다.

첫 발제는 이성혁 문학평론가가 ‘김동인의 소설 「백마강」에 나타난 내선일체의 논리’에 대해 발표했다. 이 평론가는 “소설 「백마강」은 백제가 (고대) 일본의 문화개화를 도와주었고, 일본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백제가 위험에 빠졌을 때 군사적으로 도와주었다(백강전투)는 상호호혜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내선일체가 조선인과 일본인이 평등하게 합체되는 것이라는 환상을 유포하는 효과를 심어준다”고 진단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박수빈 시인은 △소설 「백마강」의 연재본과 단행본의 차이에 대한 분석 △소설의 1차 사료인 일본서기와 삼국사기의 비교 △이성(봉니수-소가) 간의 애정보다 여성인물(봉니수-오리메) 간의 우정을 부각하는 의외성 등을 거론했다.

두번째 발제자 노은희 소설가는 ‘한 급수 낮게, 스스로를 팔다’를 통해 “친일행적이 뚜렷한 문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은 현역작가의 역량을 증명하는 주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현실에 굴복한 ‘한 급수’ 낮은 김동인과 대비해 친일정신에 오염되지 않은 김영랑·이육사·윤동주 등 ‘1급수’의 시대정신을 계승하여 후대에 본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국현 시인은 △친일문학에 동조하는 작가들의 이기적 행위의 속내 △김동인 수필 「감격과 긴장」의 해석문제 △발제문이 표명하는 주제의 명확성 등을 제언했다.

세번째 발제자인 한명환 문학평론가는 ‘근대 강박과 괴물 주인공들 ― 김동인 문학의 정체성’을 주제로 △김동인의 근대성 비판 △김동인 문예의 출발점 △여성주인공과 인형조종술 △강박적 근대 욕망과 파시즘적 경향 △김동인 소설이 남긴 폐단들을 정리하였다. 한 평론가는 “김동인이 펼치고자 했던 근대 문예 선구자로서의 모색은 인생의 실패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시작된 문학의 근대 미에 대한 개념 착오와 그러한 근대 선구자적 강박이 빚어낸 비극의 경로”로 해석했다.

안상원 교수(이화여대)는 지정토론을 통해 △김동인이 출판 과정에서 독자들을 동원하는 방식 △환경결정론과 인형조종술의 어설픈 결합 △이광수를 강하게 의식한 김동인식 역사인물들의 유형화 실패 분석 등이 흥미로웠다고 언급했다.

맹문재 교수(안양대)가 마이크를 잡은 3부 종합토론은 앞선 발제와 토론에 대한 부가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와 한국작가회의 연대활동위원회는 친일문인을 기념하는 문학상의 폐지를 위한 운동을 꾸준히 수행해오고 있다.

4일 오후,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동인문학상 비판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