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31일 월요일

함양기행 8 - 다볕

경남 함양은 신라때 속함군(速含郡), 고려때 함양군(含陽郡)으로 머금을 함(含)자를 쓰다가 조선에 와서 함양군(咸陽郡)으로 다 함(咸)자를 쓴다. 한양을 기준으로 남면할 때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이 있듯이 꼬장꼬장한 영남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중국의 진(秦)나라 도읍지도 같은 한자를 쓰는 함양(咸陽)이다. 서기전 247년 전국7웅 중 하나인 서쪽 변방의 진나라 함양에서 13살 소년 영정이 즉위했다. 그는 승상 여불위, 초나라 출신의 법가 이사, 한나라 출신 토목기술자 정국 등 인재를 기용하여 경쟁 국가들을 정복해 나갔다. 그리고 서기전 221년 마침내 수도 함양에서 화려한 등극식을 거행했다. 시황제의 탄생이다.

함양 이전에는 장안이 주요 도시였다가 진대에 함양을 수도로 삼았고, 전쟁 중에 많이 파괴되어 나중에 한고조 유방이 천하통일 이후 장안을 재건했다.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위수(渭水)를 기준으로 북쪽을 함양, 남쪽을 장안이라 생각하면 쉽다. 

진나라 함양에 위수(渭水)가 있듯이 경남 함양에는 낙동강 지류의 위천(渭川)이 흐른다.

함양의 우리말이 `다볕`이어서인지 이곳 백전면 중기 새터마을은 매화나무가 잘 자란다. 아침나절에 잠깐 채취한 매실이 꽤 된다. 매화의 아치고절을 머금은 매실로 술을 담근다.

2021년 5월 27일 목요일

평양 100배 즐기기… 제2기 평양탐구학교

엊그제 화요일엔 온종일 디지털역량강화 교육에 출석하고 저녁 7시에 동자동 서울비즈센터 4층으로 이동, 평양탐구학교 2기 첫 강좌에 출석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KSM)은 지난해 대학생 중심의 1기(평양여행학교)에서 올해 2기 과정에는 명칭을 변경하여 일반으로 확대해 모집했는데, 평양관광 때 접수우선권으로 사용된다는 수료증을 발급받을 목적으로 입학 신청(5만원)했다.

평양탐구학교는 평양의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 탈거리, 잘거리, 쉴거리, 듣거리, 느낄거리, 살거리에 대한 생생한 현지 정보를 소개하는 여덟개의 강의와 한차례의 1박2일 DMZ 평화여행으로 짜였다.

“평양탐구학교 그게 뭐야?”를 주제로 첫 강좌를 맡은 KSM 홍상영 사무총장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입국사증 신청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진행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민승준 위원장이 이끄는 개성관광재개운동본부 활동이나 북측 내륙을 가로질러 동파 코스로 백두산에 올라보자는 서울 평통사의 백두산기행모임에도 참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주변정세와 길어지는 남북대화 단절로 확실하게 이뤄지는 게 없는 요즘… 평양을 탐구하며 미래의 평양려행을 계획하는 또 하나의 꿈을 꾸어본다.

2021년 5월 26일 수요일

헤어스타일링이냐 미러링이냐… 미러로이드

스마트폰 화면을 PC나 노트북으로 투영하는 미러링 프로그램으로 삼성 플로우(Samsung Flow)를 사용해 왔다. 그런데 연결이 해제되는 문제가 적잖이 발생한다. 대체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모비즌(MOBIZEN) 앱은 서비스를 중지했다고 해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들어가 `미러로이드`를 검색했다. 제일 위쪽에 핑크 컬러의 미러로이드 아이콘이 보이길래 바로 설치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앱을 실행해 보니 스타일링이력, 카탈로그 등의 메뉴가 나오고 뭔가 이상하다. 살펴보니 2020년 7월29일 출시된 헤어스타일 이력을 관리하는 뷰티 앱이란다. 500회 이상 다운로드 된 걸로 조회된다.

이런ㅠㅠ 앱의 철자부터 달랐다. 헤어스타일링 앱은 `MirrorRoid`(62.43MB)이고, 내가 원했던 USD, Wi-Fi 연결 스마트폰 미러링 프로그램은 `Mirroid`(23.94MB)이다. 2020년 6월7일 출시됐다.

생각하는 갈대, 생각하는 사람, 코기토 에르고 숨,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파스칼, 로댕, 데카르트, 함석헌 선생님까지 소환하게 된다.

어이, 스테파노! 정신줄 좀 놓지 말자. 험난한 강호다.


2021년 5월 23일 일요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간 「역사 다시 읽기 ― 6월 민주항쟁」

5월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한 6월 민주항쟁 계기 교육자료 사전 알림을 신청했었는데, 선착순 100명 안에 들어 「역사 다시 읽기 ― 6월 민주항쟁」 책을 배송받았다.

계기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특정 주제에 대해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특정 기념일 또는 시사적인 의미를 가진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1.14) ▲제5공화국 대통령 전두환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거부하고, 일체의 개헌 논의를 중단시킨 4·13호헌 조치(1987.4.13)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대 정부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은 이한열 사망사건(1987.6.9)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일어난 범국민적 6월 민주항쟁(1987.6.10~29)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이 당시 국민들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여 발표한 시국수습책 6·29민주화선언(1987.6.29)은 1987년 그 해 여름의 뜨거웠던 민주화 열기를 드러내는 주요 사건들이다.

유시춘이 짓고, 정호기가 해설한 이 책은 ▲글머리에 ▲민주영령, 교정에서 부활하다 ▲아름다운 청년, 박종철 ▲4·13호헌선언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돛을 올리다 ▲찬연한 초여름, 써머타임 ▲명동, 승리의 징검다리 ▲이한열, 역사를 바꾼 한 장의 사진 ▲계엄령, 정말 미국이 막았나 ▲글을 마치며 등 10개 챕터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사료와 기사, 사진이 들어있어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과 헌신으로 결과를 이룬 6월 민주항쟁을 알아보는데 적합하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정의롭고 바른 세상을 위해선 누군가의 피와 땀이 있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을 들고 명동과 시청 등 6월 역사의 현장을 찾아볼 생각이다.


2021년 5월 21일 금요일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보는 종로 스토리텔링

18일(화) 오후 5시, 종로구 가회동 한옥협동조합 교육장(북촌로50 삼보빌딩 2층)에서 종로마을N(편집장 당현준) 제3기 기자아카데미 2회차 강좌가 진행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 탐구를 이어오고 있는 권기봉 여행작가(42)가 「종로 역사적 공간탐방과 스토리텔링화」를 주제로 2시간 동안 나를 둘러싼 세계를 낯설게 보는 힘에 대해 소개했다.

권 작가는 대학 시절인 1999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200만 원을 가지고 두 달간 유럽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경험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방을 대신하는 비닐봉지 하나만 달랑 들고서 숙박비를 아끼려고 야간열차를 이용해 쪽잠을 자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싸구려 식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반바지 외의 여벌 옷 없이 이른바 거지꼴로 낯선 유럽땅을 배회하고 왔다.”고 했다. “학창시절 두 차례의 후속 해외여행과 이후 수많은 국내여행을 다니면서, 현시점에서 가까운 우리 근·현대사 100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이야기에 수강생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권 작가의 종로 이야기는 길이 18.6㎞, 높이 5~8m의 한양도성 축조, 좌우 대칭으로 구성한 경복궁의 공간배치 철학으로 이어졌다.

1968년 1월21일 벌어진 ‘1.21 사태’와 이틀 후에 발생한 ‘미해군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같은해 10월30일부터 12월25일까지 터져 나온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과 베트남전(1960~1975) 조기 종식을 내걸고 동년 11월5일 미 37대 대통령에 당선된 리처드 닉슨의 군사 불개입 독트린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당시 박정희 정권은 국가안보 우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그렇게 해서 영화 「실미도」의 모티브가 된 북파공작원 684부대를 창설하고, 민간인의 전투훈련을 위해 예비군제도를 강화한다. 또한, 장교 양성을 위해 육군 제2사관학교와 제3사관학교를 개교하고, 고등학교 이상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련(교육훈련) 과목을 편성하게 된다.

박 정권은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추어 각각 15만 명씩 수용 가능한 남산 1·2호 터널, 유사시 행정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시청역에서 을지로6가까지 뚫은 지하상가, 한강 수면에 최대한 가깝게 설치하여 북한공군에 쉽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잠수교, 경기 북부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상에 설치한 대전차 장애물, 유사시 통일로를 이용한 북한군의 남침 속도를 늦추기 위한 유진상가 등 ‘서울 요새화’를 위한 도시개발도 계획을 세워 추진했다. 모두가 남북갈등(전쟁)의 아픈 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으로 기억해야 할 유산들이다.

“근·현대 100여 년의 공간들은 주로 도시 안에 있다. 근·현대사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우리는 어두운 시대의 역사를 보듬어 안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왔고, 그 연장선에서 철근 콘크리트로 축조된 도심 속 근·현대 구조물에 대한 보존 의지까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도심 속 근·현대 유산은 개발 압력이 크고, 빨리 사라진다.”는 권 작가의 논지에 수강생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문학에서 ‘낯설게하기(Defamiliarization)’는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이미 일상화되었기에 자동적이며 습관화된 인식의 틀을 깨고 낯설게 (변형·치환)하여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한 수강생은 “곁에 있기에 무심코 흘려보내는 익숙한 것들에 대해 비틀어 보고 새롭게 보는 안목을 갖게 해준 강의로 기억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은 2천 년 전 한성백제 이래 시공간적 확장과 변용을 거듭해온 깊고도 넓은 도시이며, 그 중심 층위에 종로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역사와 인문이 다르게 보인다.

2021년 종로마을N 기자아카데미는 오는 25일 3회차 강좌로 이어진다.

18일(화) 오후, 종로마을N 2021 기자아카데미에서 권기봉 여행작가가 「종로 역사적 공간탐방과 스토리텔링화」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트는 종로마을N에도 실렸습니다.

2021년 5월 13일 목요일

종로마을N 제3기 기자아카데미 개강

11일(화) 오후 5시부터 종로구 가회동 한옥협동조합 교육장(북촌로50 삼보빌딩 2층)에서 종로마을N(편집장 당현준) 제3기 기자아카데미가 열렸다. 종로구에 거주하거나 연고가 있는 15명이 등록한 이번 기자아카데미는 오는 6월15일까지 매주 화요일 총 6강좌로 방역수칙에 따라 제한된 인원으로 운영한다.

첫날 강의는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이 「지역미디어와 주민기자의 역할」을 주제로 △마을미디어의 개념 △말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 △지역 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 △계수조정 및 재정분권과 참여예산제도 △ABC협회와 계도지 △바른지역언론연대 소개 △미디어 리터러시 등의 세부주제를 짚으며 2시간 동안 지역언론으로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전달했다.

특히, 은평구청의 은평시민신문에 대한 언론중재위 제소와 민사소송 제기 내용은 수강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2월23일 보도한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 가능할까」를 통해, ‘강남에 사는 부구청장의 출퇴근을 위해 구청 운전원이 새벽 5시30분 은평을 출발하여 강남에서 모셔오고 다시 강남까지 모셔다드리는 저녁 9시까지 하루 16시간을 근무하는 기록과 구청 운전직 공무원의 운전이라는 통상업무에 대해 출장비를 지급하는 것은 과잉의전이고 행정력 낭비’라는 취지의 기사를 낸 바 있다.

은평시민신문에 따르면 신문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은평구청은 ‘하는 일이 많은 부구청장을 코로나19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출퇴근을 도운 것이고, 운전원도 본인이 원해서 나선 것이며 초과 근무에 따른 수당을 지급받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 관련 보도로 인해 출장여비 지급이 위법한 것처럼 여겨지고 공무원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며 주민들의 정보공개청구와 문의가 이어져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항변하며 지난달 관련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왔다는 것이다.

박은미 편집장은 “이번 일과 같은 어려움도 있지만, 지역신문을 만들면서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면서 “종로는 오랫동안 서울의 중심지여서 오히려 사각지대인 측면이 있다. 여러분의 마을신문에 담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자신감을 가지고 취재하라.”라는 당부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2회차 기자아카데미는 오는 18일 진행된다.

종로마을N 제3기 기자아카데미 첫번째 강좌가 열린 11일 오후,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이 「지역미디어와 주민기자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트는 종로마을N에도 실렸습니다.

전영선의 통일인문학

저녁 7시, AOK의 2021 평화통일교육 첫 강좌에 접속… 「통일을 자유케하라 : 인문학에서 바라보는 북한 이해」를 주제로 한 전영선(건국대 통일일문학연구단) 연구교수의 강의를 청강. 종로2가 현장과 줌 화상강의가 병행됐는데 충분한 예행연습이 부족해서인지 시간이 많이 지연되고, 화면이나 소리가 자주 끊기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지만 뭐 내용이 좋으니 다 좋다.

전영선 교수에 따르면 인문학은 정치·경제·법·제도와 같은 구조적이고 제도적 장치들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가치·정서·문화를 구체적인 삶의 조건과 배경 속에서 이해하는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통일은 단순한 두 체제의 통합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통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국가에 대한 象은 단지 제도를 실시하고, 화폐를 단일화하는 등 정치경제적 통합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날 수 없으며,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재편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는 제시될 수 없다.

이러한 인문학의 문제의식을 통일과 접목한 통일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오랜 기간 다른 체제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것인가? 어떻게 적대와 대결(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것인가? 어떻게 공통의 미래를 모색하고 통합해갈 것인가? 탐색해나가는 장기간의 ‘과정의로서의 통일’을 지향한다.

남북한의 주민들은 스스로가 문화적응의 대상이기에 상대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문화적 이질성에 대한 포용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과거 이야기를 통해 상호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공동체의식과 시민의식의 고취를 지향하며, 동·서독이 공동으로 추구할 목표를 정하는 통일독일의 동서생애교환(Ost-West-Biografien)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강의 내용 : 인문학은 인간학 - 언어·문화 차이, 분단의 굴레, 소통을 위하여

통일디자이너, 통일문화번역가를 자처하는 전영선 교수는 며칠 전 입학 접수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평양탐구학교 6강을 통해서 다시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협동조합 해산·청산절차 온라인 교육 수강

어제 오후엔 2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https://15445077.net)의 2021년 협동조합 해산·청산절차 온라인 교육을 수강했는데…  일단 관련 용어부터 막힌다.

‘해산’이란 협동조합이 본래의 활동을 정지하고, 청산절차로 들어가는 것이고, ‘청산’이란 파산 이외의 사유로 인하여 협동조합이 해산한 경우에 그 재산관계 등 법률관계를 원만하게 처리하고 그 재산을 분배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법인격을 상실시키는 절차를 뜻한다.

보통의 경우와 달리 청산인이 이사장이 아닌 경우 해산의결 총회에서 청산인을 선임해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이 완전히 청산되기 전(3년 이내)에는 ‘계속등기’를 통해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음도 알게 됐다. 협동조합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한 건 말 그대로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박양수 법무사가 △해산의 사유(정관규정, 총회의결, 합병·분할·파산) △해산신고 △해산 및 청산 절차 △해산의결 총회 및 청산인 선임 △해산의결 총회 및 청산인 선임과 등기 △재산처분에 관한 조합원총회의결 △해산신고, 해산등기 △청산 사무 종결 △결산보고서 의결 총회 △청산종결등기 △해산과 청산 관련 준용사항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서 사회적협동조합과 휴면협동조합의 해산 및 청산간주 절차에 대한 내용을 공부했다.

2년마다 실시하는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고·인가(설립)된 국내 협동조합 수는 1만4,526개다. 하지만 실제 운영되는 곳은 절반 정도(54.2%)에 머물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조합도 많지만, 절반은 빈약한 내실에 창립 초기의 초심을 잃어버리고 문을 닫았다는 통계다. 공부하지 않는 협동조합, 협동 없는 협동조합의 미래는 뻔~하다. 그런데 안에 있으면 이걸 알아채지 못한다.ㅠㅠ

2021년 5월 6일 목요일

호랑 나비 옆에 호동그란 나비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어제 어머니들과 함께 공부한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시인은 고양이의 털, 눈, 입술, 수염을 각각 봄의 향기, 불길(생명력·정열), 졸음(포근함), 생기(생동감)에 빗대어 감각적으로 묘사해냈다. 촉각·후각·청각·시각적 심상에 포착한 직관력, 정적인 이미지와 동적인 이미지를 대조적으로 배치한 점도 인상적이다. 우리 어머님들, 이제 직유법과 은유법 정도는 껌으로 잘 맞히신다.

고월(古月) 이장희(1900~1929)는 빙허 현진건, 상화 이상화와 함께 대구가 낳은 3대 문인으로 꼽힌다. 친일파인 부친(이병학, 중추원 참의)과의 불화와 특유의 예민하고 비사교적인 성향으로 29살의 젊은 나이에 음독하여 생을 마감했다. 그가 노래한 봄날의 기운, 봄의 생명력과는 상반되는 파괴적인 마침이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 金之助)의 장편소설 吾輩は猫である(와가하이 와 네코 데 아루)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번역한 것은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영감을 받아 작명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insta_@my_lulu_cat_ 님의 감각적인 사진이다. 콧등에 내려앉은 호랑나비에 당황한 듯 호동그래진 고양이의 눈이 잘 포착돼 있다. Butterfly Cat… 나비 옆에 나비를 담아낸 수작이다.


2021년 5월 5일 수요일

당근 스트레스 해소 볼

어린이날 오후… 오래간만에 동묘앞역 6번 출구, 동대문 문구완구시장에 다녀왔다.

7살 조카아이가 꼭 짚어서 당근 모양의 ‘말랑이’를 갖고 싶다고 요구했기 때문인데… 혼자서 태블릿을 이용해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낸 것이 신통방통하다. 물론 내겐 생소한 이름이다.

당근 스트레스볼 주물럭공 말랑이 만두 쫀득 몰랑이 스퀴즈 촉감놀이 부드러운 클레이가 쏙~이라는 긴 광고 문구가 이 제품의 성격을 말해준다.

보통 ‘스트레스볼(stressball)’로 알려져 있는 듯한데… 이름이 잘못됐다. 의미상 ‘스트레스 해소 공’ 또는 ‘스퀴즈 스트레스 볼(squeeze stressball)’이라고 해야 맞다.

동글동글한 모양의 자그마한 스퀴즈 스트레스 볼을 손에 쥐고 누르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꼬마숙녀의 주문대로 볼의 입술 모양이 이렇게 ɛ 엡실론 문자처럼 생긴 말랑이(당근 스트레스볼)를 찾아 나섰다. 큰 사이즈(7×11㎝)가 1천5백원이다. 다른 가게에서 몸통 색깔과 입술 모양이 각기 다른 작은 놈들(5×8㎝)로 3개를 더 담았다. 얘네는 1천원씩이다.

큰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준 조카딸아이가 말랑말랑한 촉감을 느끼며 훗날 오늘을 추억하는 이야기를 써나가길 바라본다. 적어도 아이들의 꿈을 재단하는 어른은 되지 말자 되놰 본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에게 축복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