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30일 금요일

검정고시 프로그램 운영기관 화상연수

오후 2시, 2021년 검정고시 지원사업 기관 담당자 화상 직무연수에 접속했다. 올해 지원을 받는 전국 71개 검정고시 프로그램 운영기관은 야학, 배움터, 학습관, 실업학교, 지역사회학교, 시민학교, 문화학교, 청춘학교, 이주민학교, 장애인학교, 글사랑학교, 평생학교, 공민학교, 열린학교, 희망학교, 교육공동체, 복지관, 복지센터, 연구원, 교육원, 사회적협동조합 등 성격도 각양각색이다.

운영지침, 사업일정, 연차평가에 대한 얘기가 45분 동안 진행됐다.

검정고시 프로그램 개설보고는 해당양식 작성 후 공문으로 제출해야 하고, 내용이 변경(운영횟수·운영시간·교육수준)되면 역시 공문으로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늘 그렇듯 국고보조금은 체크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용도에 적합하게 지출해야 한다. 1일 2시간, 주 2회 강의하여 월 8회 수업한 강사에게는 원칙적으로 32만원(2시간×2만원×8회)의 강사비가 책정된다.

평가항목엔 기존의 ‘학습자 만족도’에 더하여 새로 ‘학습비 부담 경감률’ 지표가 추가됐다. 그리고 학습자 수, 응시자 수, 시험 합격자 수, 과목 합격자 수를 바탕으로 응시율과 합격률을 산정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아마도 비용 대비 성과라는 효율성 제고 항목이 강화된 것이겠지…

화상연수를 진행한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검정고시지원센터 담당자는 철저한 학사관리를 강조하며, 거점기관을 통한 중간점검 및 컨설팅에도 적극 참석·협조할 것을 당부한다.

요컨대 검정 프로그램 운영기관의 서류작업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연차평가를 거쳐 지원 연장 여부가 결정되니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4월 27일 화요일

종로마을N 주최 제3기 기자학교 개강

(협)마을대학종로(이사장 정숙연)가 주최하고 종로마을N(편집인 당현준)이 주관하는 제3기 주민기자 양성 아카데미가 열린다.

3회째를 맞는 이번 기자 아카데미는 주민이 직접 동네 소식과 구정 현황을 취재하여 기사로 작성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한 기초 교육 과정으로 마련됐다.

아카데미는 5월11일부터 6월15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5시부터 120분간 종로구 가회동 한옥협동조합 교육관(북촌로 50)에서 총 6회 진행된다. 교육은 코로나 대응단계에 따라 비대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수강 대상은 종로구에 거주하거나 직장 또는 단체를 두고 있으면서 주민기자로 활동할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선착순 20명을 모집한다.

기자 아카데미 교육 과정은 △마을미디어와 주민기자의 역할 △종로의 역사적 공간탐방과 스토리텔링화 △자료찾기와 기사작성 △인터뷰 방법론 △사진 촬영과 편집 △동영상 촬영과 편집으로 구성됐다.

강사진으로는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권기봉 여행문화 전문작가 △엄광용 소설가 △하동훈 사진작가 △정경혜 영상편집 전문강사가 나선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수강을 희망하는 주민은 구글 설문지 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총 6강 중 5강 이상 수강하고, 종로와 관련한 1건의 기사를 작성하면 수료증을 발급하고 주민기자로 위촉한다. 이후 종로마을N 기자로 활동하면서 송고하여 채택된 기사에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한다.

한편, (협)마을대학종로는 “마을이 곧 세상이다”라는 모토 아래 종로의 역사, 문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역량 있는 지역 주체의 형성을 목적으로 2016년 10월 결성한 교육협동조합이다. 조합은 함께 활동할 조합원을 연중 상시 모집하고 있다.

종로마을N은 (협)마을대학종로가 2019년 11월1일 창간한 종로의 풀뿌리 지역 언론으로 종로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양성과 마을공동체 참여 활성화를 지향하고 있다.

종로마을N 당현준 편집인은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직접 뉴스제작에 참여해야 한다. 종로의 역사와 문화에 애정을 가진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문의: ☎02-6271-2900, E-mail. jongnomn@gmail.com


종로마을N 제3기 기자아카데미 포스터 (디자인=마을대학종로 윤재영 조합원)

2021년 4월 25일 일요일

일본 전범기 찢는 1만 국민행동

어제 오후엔 명동에서 수업을 마치고 걸어서 안국동行… 서린동 녹두장군 동상 근처 부스에서 학생 셋이 「4.24는 전범기 찢는 날! 1만 국민행동!」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쁜 아해들^^ 기꺼이 전범기를 찢는 퍼포먼스에 동참. 녹화를 한다면서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하기에 “방사성 오염수, 니들이 마셔라!”라고 응답했다. 아차, ‘방사능’이라고 해야 했나?

조계사 뒤편 길로 소녀상 앞까지 나아가보았다. 빨간색 메가폰을 잡고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며 인류를 위협하는 일본의 범죄행위와 이를 비호하는 미국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있는 여학생을 경찰이 빙 둘러 에워싸고 있었다. 학생들에 따르면 경찰은 계속해서 공동행동을 방해하고 있다. 발전기는 물론 한때는 음료 반입까지 불허하고, 인도 곳곳에 병력을 배치해 시민들의 통행을 막으면서 학생과 시민들을 갈라놓으려 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가림막과 펜스를 치고 이를 타이로 묶어 놓아 농성장은 마치 지붕 없는 온실처럼 보인다. 그리고 일본대사관이 입주해 있는 트윈트리타워(A동 8층)를 경찰버스로 호위하듯 둘러싸고 사람들을 채증하고 있다. 마치 2008년의 명박산성이 축소된 규모로 재현된 듯한 느낌이다.

학생들이 올린 영상을 보면 “(여러분 때문에) 지금 현재 일본대사관에서는 신변위협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고…”라는 종로서 경비과장의 발언이 나온다. 종로경찰은 아베, 스가 니폰의 경찰인가? 포졸들아, 일본의 방사능오염수 방류 발표로 우리나라 국민이 위협을 느끼며 불안해 하고 있는 거다. 이러니 짭새니 견찰이니 하는 비아냥을 듣는 거야. C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학생들을 보호해주지는 못할망정 도대체, 왜, 어째서, 오히려, 무슨 권한으로, 반성 없는 일본을 옹호하며 우리 학생들을 탄압하는 것인가. 가장 윗선은 바로 우리 국민이다. 바보 넘들아~

현 서울시장 오세훈은 뭐 그렇다 치고… 종로경찰서장 이규환은 물론 그 직속상관 서울경찰청장 장하연, 경찰청장 김창룡, 더하여 종로구청장 김영종, 행정안전부장관 전해철까지 줄줄이 직무유기 아닌가. 박원순 시장 시절이라면 아마도 있을 수 없는 반민족적 망동일 터인데 ㅉㅉ…



귀가길 안국역 승강장 안전 유리막에 새겨진 한국광복군 지청천 총사령의 어록을 읽어본다. “총이 없으면 두 주먹으로라도 한 놈 한 놈 때려눕히는 것이 조선 청년의 길이다.” 98년 전인 1923년 1월, 의로운 투탄으로 종로서를 발칵 뒤집어놓은 불령선인 김상옥 의사의 쾌거가 오버랩된다.

불의한 일본의 방사능오염수 방류를 저지하는 1만 국민행동은 다음 토요일에도 이어진다. 16방위로 뻗어나가는 문양의 일본 자위대기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와 같은 전범기다. 기꺼이 불령선인 되어 쫘악 찢어주마~


어제 현장에서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기에 오늘 인증한다. “방사능 오염수, 니뽄 니들이 마셔라!”


#방사능오염수 #일본옹호_미국_규탄한다 #오염수는_일본이_마셔라 #문재인정부_강력대처_촉구한다 #일본_방사능없는_깨끗한_우리_바다 #일본_방사능없는_깨끗한_우리_땅 #후쿠시마오염수그만 #NO_DISCHARGE_JAPAN #NO재팬 #NOJAPAN

2021년 4월 22일 목요일

우리 공동의 집(Our Common Home), 지구

4월22일 오늘은 51주년을 맞이한 지구의 날(Earth Day)… 1972년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World Environment Day, 6.5)과 달리 민간 차원에서 주도.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에서 발생한 해상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존 맥코넬이 제안. 1970년 4월22일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 주창, 하버드대생 데니스 헤이즈가 주도해 첫 「지구의 날」 행사. 1972년 113개국 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모여 ‘지구는 하나’라는 주제로 환경보전활동에 유기적인 협조 다짐하는 「인간환경선언」 채택.


Laudato Si: Care of Our Common Home

52번째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각종 캠페인에 등장하는 지구의 모습은 왼편에 남·북아메리카, 오른편에 아프리카·유럽을 거느린 대서양이 주류다. 공공기관, 시민단체 가릴 거 없이 대부분 이 모양새다. 하여 우리나라가 인접한 아시아·태평양이 가운데 오는 지구 모습을 그려봤다.

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환경문제에 가장 책임이 적은 어린이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잠시 후 8시부터는 10분간 소등, 디지털 OFF 이벤트에 동참한다. Restore Our Earth! #EarthDay

2021년 4월 21일 수요일

다마스쿠스의 그녀들

오늘로 페이스북에 재가입한 지 딱 두 달이 됐다. 지난해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각 지역 사업자와 함께 진행한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사업에 서포터즈로 활동한 이후 시니어층의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 배우기 과정에 대비하기 위해 다시 가입한 것인데, 대략 8~9년 만의 귀환이다.

타임라인·뉴스피드 같은 용어, 화면 구성과 설정, 공개 범위, 검색, 그룹 생성, 태그 방법을 익히고, 뉴스피드에 글과 사진을 게시해 보았다. 물론 친구를 팔로우하거나 추가하는 과정도 별 어려움 없이 수행했다. 덕분에 따뜻하고 정의로운 분들과 연을 맺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행운이다.

그런데 두 가지 복장, 즉 ①군복 ②요가복류를 갖춰 입고 카톡 아이디를 공개하며 친구 요청하는 몇몇 여성이 골칫거리다.

가장 많은 ①번 사례는 ‘(킴)카스트로’ 계열의 미군복을 착용한 아시아 여성이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으로 학교 졸업 후 U.S.ARMY에 입대했는데 현재 다마스쿠스에 배치되어 임무 수행中이라는 줄거리가 공통이다. Kim Castro가 대표 이름이다. 차단을 했더니 Castro 성(姓)을 Casto, Casro로 바꾸거나 이름을 Kiim으로 변경하는 식으로 집요하게 친구 요청을 해온다.

두 번째는 ‘(서)가든’ 계열이다. 역시 미군 복장에 한국인 얼굴이다. Seo Garden, Kim Garden, 현김가든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한다. 심지어는 평양특별시 출신에 평양특별시 거주면서 동시에 다마스쿠스 파견 미군으로 근무中인 가공할 축지법을 시전한다. 가든류의 특이한 점은 서로 다른 두 젊은 여성의 사진이 혼재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권)권’ 계열로, 동남아 외모의 여성 미군이다. Kwon Kwon 외에도 Kim Kwon, Brenda Kwon, Kwon Jong 등이 있다.


미군복 착용한 다마스쿠스 소재 여성들

야전복에 전투모 또는 베레모를 갖춰 쓴 이 여성들은 형제자매와 친척이 없고 그래서 강해지려고 군인이 되었다는 그럴듯한 안습 사연으로 무장하고 있다. 사복 입은 사진은 솔저 패션에 곁들인 양념일 터. 동일한 사진임에도 하나는 레이첼Rachel이고 다른 하나는 그레이스Grace, 한쪽은 린다Linda인데 다른 한쪽은 샤론Sharon이면서 출생연도와 출생지가 다른 걸 어찌 해석해야 할까. 우마이야 왕조의 유서 깊은 도읍 Damascus가 어쩌다가 불량 군인들 천지가 됐는지…

소수지만 금발 백인 여성군인, 중국인으로 보이는 장성도 등장하는데 위 경우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사진의 실제 주인들은 아마도 계정 해킹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바, 페북 측에서 모를 리 없으니 결정적인 피해가 입증되기 전까진 그냥 지켜보거나 방치하는 듯… 좌우간 이런 종류의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에 낚이면 금전적·정신적 낭패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오늘까지 두 달 동안 대략 57人의 군복녀를 차단했다.

전체 숫자로 보자면 ①번 군복녀보다 ②번 헐벗은 콘셉트의 성형 처자들이 훨씬 줄기차다. 상당량의 피륙이 필요한 60여 처자를 1차로 귀가 조처했다.

내친김에 기독교로 포장한 유사종교 신봉자, 독후와 토왜, 노골적인 国民の力 성향자, 외로우니 연락 달라는 유혹자, 노출 처자들의 유입 경로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살피고 대충이라도 정리하니 좀 개운한 느낌이다. 보다 상세히 검토해야 할 요청이 100여 개로 확 줄었다.

다른 이의 타임라인에 글을 쓴다든가 콕 찔러보기, 메신저 같은 건 어지간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특정인의 페북에 들어갔는데, 친구 명단이나 좋아요 목록에 헐벗은 처자들이 눈에 띄면… 아름다운 교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2021년 4월 19일 월요일

죽음 속에 피어난 영원한 사랑… 김태년-서현무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 1묘역 B-99묘는 중앙대 동문 김태년-서현무 부부의 합장묘다.

신랑 김태년(22세)은 4·19혁명 당일 오전 11시에 학우들과 함께 세종로 치안국 무기고 근처에서 시위 상황을 녹음하다 오후 2시경 경찰의 소총 직격탄을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을 거뒀다.

신부 서현무(23세)는 을지로2가 내무부 앞에서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다 중부서로 연행돼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혁명의 성공으로 풀려나긴 했으나,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7월2일, 혜화동의 수도의과대학 부속병원 공동실 58호에서 짧은 생을 마쳤다.

양가 부모는 두 청춘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같은해 11월11일 영혼결혼식을 올려주었다. 35년 후인 1995년 정부는 비록 사후이긴 하지만 부부의 연을 맺었음에도 그때까지 따로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의 묘(김태년 B-99, 서현무 B-44)를 김태년의 묘에 합장(11월19일)하고, 이름과 사진을 함께 넣은 비석도 새로 세웠다.


사후 영혼결혼으로 夫婦의 연을 맺은 김태년-서현무 학생의 묘비 내용 ―
夫 김태년(金泰年). 1939년 10월26일, 충북 음성 출생. 중앙대학교 약학과 3년 재학. 1960년 4월19일 세종로 시위 도중 총상, 같은날 서울대학병원에서 사망.
婦 서현무(徐鉉茂). 1938년 3월15일, 경기 용인 출생. 중앙대학교 법학과 2년 재학. 1960년 4월19일 내무부앞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 1960년 7월2일 사망.
1960년 11월11일 영혼결혼. 1995년 11월19일 합장.


그런데, 답사를 하면서 발견한 것이 있다. 신부 쪽이 한살 많은 연상연하 커플인데… 신부 서현무는 4·19혁명의 한 도화선이 됐던 3·15부정선거일과 같은 3월15일(1938)에 태어났다. 한 살 적은 신랑 김태년의 출생일은 또다른 독재자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을 맞고 쓰러진 10월26일(1939)이다. 자유당정권과 유신체제를 사실상 끝장낸 날짜가 두 학생의 출생일이다. 참으로 오묘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두 학생의 모교 중앙대학교에서는 모두 여섯명의 의로운 4·19희생자가 나왔다. 영면하소서~

2021년 4월 18일 일요일

“어머니,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유서(遺書)가 된 메모

국립4·19민주묘지에 다녀왔다. 1묘역 D-185에는 당시 한성여중(성북구 삼선동2가) 2학년이었던 진영숙(陳英淑, 1946.5.15~1960.4.19) 학생이 영면하고 있다. 마산에서 김주열의 시신이 떠올랐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공산당 나쁘다더니 공산당 같은 짓을 한다(동아일보 1975년 6월2일).”며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진영숙 학생은 19일 오후 4시 하교한 후 시위에 나가기에 앞서 홀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집으로 갔다. 그러나 동대문시장에 옷장사하러 나간 어머니(김명옥)는 집에 없었다. 진영숙은 어머니께 보일 메모를 썼다. 그리곤 하얗게 풀이 빳빳한 새 교복깃으로 바꿔 달고 집을 나섰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 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지금 저와 저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어머니,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구가 데모를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잘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의 모든 학우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간 것입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가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어머닌,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 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습니다. 너무도 조급하여 손이 잘 놀려지지 않는군요.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은 이미 바치려고 결심하였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상 이만 그치겠습니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를 위해 불가불 시위에 나서면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씀씀이… 문득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이 연상된다.


독재 막아내며 산화한 15살 소녀 진영숙의 묘비 내용 ― 1946년 5월15일 경기 수원 출생(여). 1960년 4월19일 미아리 고개에서 총상, 같은날 수도의대병원에서 사망. 모 김명옥

진영숙은 저녁 7시경 성북서앞 데모대에 합류하여 버스를 타고 이동中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구호를 외치다 북선파출소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았고, 8시경 미아리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단장(斷腸)의 미아리 고개… 열다섯 꽃다운 소녀의 비장한 메모는 그대로 유서가 되었다. 생때같은 딸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심사는 또 어떠했을까.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려 섧게 울은 한평생이 아니었을까.

2021년 4월 9일 금요일

《나의 아내와 시어머니》 + 《오리와 토끼》

서사갈래에서 서술자는 작가를 대신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허구적 존재다. 서술자는 작품 안에 등장하거나(1인칭) 작품 밖에 존재하면서(3인칭) 특정 관점에 따라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작품 속의 사건을 전달하는 서술자의 위치와 관점을 ‘시점’이라 한다.

성인문해 교과서 중학과정 국어 2단계 1단원의 두번째 중단원은 주요섭 작가의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공부한다. 단원 도입부에 심리학에서 고전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는 착시 이미지 2개가 소개돼 있다.

보링의 인물(Boring Figure), 제스트로 환상(Jastrow illusion)

10쪽 첫번째 그림은 영국 만화가 윌리엄 엘리 힐의 《나의 아내와 시어머니》(1915)이다. 옆에서 보면 늙은 여성으로 뒤에서 보면 젋은 여성으로 보이는데, 늙은 여성의 큰 콧등은 젊은 여성의 갸름한 볼과 턱선이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플린더스 대학교의 두 심리학자가 18~68세의 393명에게 이 그림을 0.5초 동안 보여준 뒤 그림 속 인물의 나이와 성별을 물어보는 실험을 했는데, 보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답변이 갈리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젊은층은 젊은 여자를, 노인층은 노파를 먼저 발견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4월7일 보궐선거일에도 수업을 했다. 학기 초 진단평가와 병행하면서 학습자 분들께 뭐가 보이는지 질문을 드렸다. 투표를 마치고 국어수업에 참석한 일곱 분(60대 후반~80대 초반) 중 세 분에게는 젊은 여자, 네 분에게는 40~50대 중년 여성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ㅎㅎ이거 재밌다. 연구 결과로 보면 일곱 분 모두 노파가 보여야 하는데… 표본이 부족하긴 하지만, 적어도 이분들에겐 “자신의 연령대에 편향된 잠재의식이 이미지의 초기 해석에 미치는 영향 어쩌고저쩌고” 하는 연구팀의 또래편향 가설은 헛소리가 돼버린다.

비트겐슈타인이나 곰브리치 도형이라고 부른다는 두 번째 그림은 왼쪽 방향으로 보면 오리가 되고 오른쪽 방향으로 보면 토끼가 된다. 어머니들의 답변은 여섯 분이 오리(‘새’ 포함), 한 분만 토끼였다.

수업 PPT에 삽입하려고 핀터레스트를 뒤적이다가 오리와 토끼 실사 이미지를 발견했다. 2017년 4월7일(오묘하게도 날짜가 같다) 쿠리오시타스닷컴이라는 곳에서 내건 30장의 사진 중 하나다. 두 귀와 눈을 둘러싼 부위만 갈색인 토끼가 청바지 위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90도 돌려놓으니 감쪽같이 오리로 보인다.

30 Photos that will Make you Look Twice (kuriositas.com)

하나의 현상을 편향적으로 받아들이는 문제를 철학자 노우드 러셀 핸슨은 ‘관찰의 이론의존성’으로 정의하고 사회일반과 과학 영역으로 확대 적용했다.

한 가지 진실, 두 가지 견해! 같은 시국, 같은 사회현상인데… 투표를 한 과반수의 유권자가 国民の力을 선택했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참으로 대단한 집단적 인지착각(Cognitive illusions)이다. 우리가 서사갈래를 감상할 때 작가가 서술자를 설정한 의도와 효과 등을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정치 영역을 대할 때도 See와 Look, Watch를 구분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그림들엔 정답이 없지만, 선택적·차별적 정의는 정답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4.7보궐선거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도 상실감에 허덕이고 있다. 길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