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30일 화요일

공민왕… 개혁추진세력의 미약

지난 토요일(27일) 고졸 검정고시 대비반 한국사 시간에는 고려후기 대몽항쟁의 전개와 반원개혁운동에 대해 공부했다.

670여년 전의 反元을 지금의 反美 또는 反中, 그리고 反日이나 反露 등 기를 쓰고 우리나라에 간섭하려는 외세에 맞서는 것(反외세)으로 치환할 수 있을 터…

고려 제31대 공민왕 왕전(王顓, 재위 1351~1374)은 밖으로는 원의 세력과 싸워야 했고, 안으로는 권문세족을 누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개혁의 추진세력이 결집되지 못한 상태에서 홍건적의 침략을 받았고 신돈은 제거되었으며, 무엇보다 반원자주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권문세족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서 결국 개혁정치는 중단되고 만다.

공민왕의 개혁정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개혁추진세력의 미약’… 개혁은 임금 혼자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폐청산…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 주권자인 국민·시민이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수십년을 축적해온 견고한 기득권 카르텔에 금을 그어주어야만 비로소 달성할 수 있다.

기호로 포장되는 현행 제도권 선거는 어차피 ①최선 ②차선 ③차악 ④최악… 이중에 틀린 것을 찾아내 소거해나가는 4지선다형 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 최선의 선택지가 보이지 않고 차선마저 희미하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더민주는 더민주고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현 시점에서 공민왕 당대의 권문세족으로 치환할 수 있는 세력에 표를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2021년 3월 28일 일요일

한국여성생활연구원, 「행복한 인생 만들기」 20강좌 운영

디지털문화, 자산설계, 동화독법 등 고급문해 특성화 프로그램

한국여성생활연구원(원장 정찬남)은 오는 4월1일(목)부터 11월25일(목)까지 8개월 동안 격주로 총 20회의 ‘행복한 인생 만들기’ 강좌를 운영한다.

이번 강좌는 지난 1월 서울시가 공고한 ‘2021년 문해교육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는 문해교육 특성화 프로그램(고급문해·생활문해)이다.

강좌는 △디지털문화와 디지털도구 △기대수명과 자산설계 △동화다시읽기 △역사문화탐방 △교통문화와 교통안전 △건강과 보건 등을 주제로 아름다운 인생설계의 필요성과 함께 관련 내용을 탐색한다.

모집대상은 행복한 인생설계에 관심과 열의가 있는 고급문해 학습자 15명으로 31일(수)까지 선착순 마감한다.

강좌·워크숍 장소는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522호이며,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철저한 방역수칙 하에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온라인 화상앱(ZOOM)을 통해 비대면 강좌로 운영한다.

문의: 한국여성생활연구원(☎02-727-2471)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트는 한국여성연합신문 크와뉴스에도 실렸습니다.

2021년 3월 24일 수요일

기후위기에 맞서는 헌법 제1조(프랑스) 수정안

프랑스 하원이 자국 헌법 1조에 “공화국은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삽입하는 법안을 391대 47로 통과시켰다는 소식(http://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231)이다. 이후 상원까지 통과하면 국민투표로 최종 개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법안에서 제시하는 문장은 2018년 11월의 노란조끼(Gilets Jaunes) 시위를 계기로 설립된 ‘기후에 관한 시민의회(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가 제안했다. 그런데 프랑스 우익 야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헌법 조항 추가 법안이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아래 이미지는 2018년 1월1일(월)자 경향신문 A02면에 게재(김의래·윤여경)된 주요 국가의 헌법 제1조 내용이다. 우리 헌법은 제35조에서 환경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1조의 상징성과 정체성은 차원이 다르다.

한편, 프랑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다수 국가의 헌법 1조 첫 문장은 ‘나라이름’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독일은 ‘인간’으로, 미국과 덴마크는 ‘헌법’으로 시작한다. 멕시코와 네덜란드, 스위스는 ‘인민’이 주어이다. 특이한 건 일본이다. 충직한 신민(臣民)답게 그들의 헌법 1조는 덴노 ‘천황’으로 시작한다.

새삼 ‘지금 다시 헌법’이다.


2021년 3월 19일 금요일

솔리시투도 레이 소시알리스(Sollicitudo Rei Socialis, 사회적 관심)

사순(四旬)이다.

히에로니무스(Hieronymus, 347~420) 교부에 따르면 피를 흘리지는 않지만,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반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며 순교의 영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백색순교이다.

무고하게 해코지당한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해한 세력에 항거하는 것, 한 주 내내 볼썽사납게 살다가 주일날 미사시간에만 “오, 주여!” 하지 않는 것, 공동선에 기반한 생태적 회개에 겸허히 나서는 것, 하루를 기억하기보다는 순간을 기억하는 것, 혼자만의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것, 나이가 들수록 독선에 거리를 두고 너그러워지는 것, 페어플레이와 봉사활동에 힘쓰는 것, 눌린 이의 호소에 응답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순교자들의 적색순교(Red Martyrdom) 영성을 이어가는 백색순교(White Martyrdom)의 실천이 아닐까 나름대로 헤아려 본다.

♬먼 훗날 당신 앞에 나설 때 저를 안아주소서.♪

「노숙자 예수 Homeless Jesus」, 티모시 슈말츠, 2013



2021년 3월 8일 월요일

밥과 장미 Bap and Roses

1908년 3월 8일, 129명의 여성노동자가 미국 뉴욕의 한 섬유의류 공장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건을 추모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파업이 이어졌다.

파업에서 나온 주된 내용은 △근무시간을 10시간으로 단축하고 △동일한 노동에 대해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생존권과 참정권 요구였다.

영화 「빵과 장미」(Bread and Roses)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빵’이 필요하지만, ‘장미’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인생의 아름다움 말입니다. (We want bread but roses too 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저기 플래카드 보이죠? 1912년 메사추세츠에서 처음 쓰였죠. 1만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열악한 급여에 대항해 싸웠습니다. 길고도 험한 싸움이었지만 그들은 결국 승리했죠. 누구도 ‘장미’를 거저 주지 않습니다. 절대로! 어떻게 하면 ‘장미’를 얻을 수 있을까요? 비굴함을 떨쳐버리고 함께 뭉쳐야 해요. 모두 함께 힘을 합쳐서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일어섭시다!

그들이 외쳤던 구호 “We want bread, but roses, too”에서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인권(인간 존엄성)을 상징한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은 여성의 손에 사탕이나 쥐여주는 화이트데이가 아닐 터이다.

‘인간적인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시작한 초창기의 여성인권에 대한 물음이 오늘날엔 과연 얼마만큼의 진전을 이루어내었는지 성찰해 볼 일이다.
인류의 절반을 점유하며 역사 발전에 공헌해왔지만, 여전히 절반의 지분은 나눠 갖지 못하고 있는 이갈리아의 딸들(Egalia's Daughters)을 위하여 빨간 장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