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8일 월요일

가톨릭기후행동, 생태적 회개 ‘기후위기 선포 피케팅’

가톨릭기후행동은 16일(토) 오후 5시, 명동대성당 들머리 일대에서 ‘기후위기 선포 피케팅’을 펼쳤다.

이날 피켓팅에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주말을 맞아 명동 거리를 방문한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참가자들은 달력 뒷면과 폐박스 안쪽 면을 이용해 피켓을 만들고 여기에 저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메시지를 적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기후위기 Climate Crisis △생태적 회개 Eco-Penance △지구가 아픕니다. 공동의 집을 지킵시다 △우리에게 집을 지킬 책임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기후위기!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입니다! △코로나19는 병든 지구의 경고! △우리에겐 집을 지킬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와 21대 국회는 기후위기 인정하고 비상선언을 선포하라! △지금 당장 전환의 시기 등 짧지만 강렬한 문구가 많았다.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소속 수녀와 가톨릭기후행동 활동가들이 기후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노래와 율동으로 만들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6일부터 24일까지 9일간을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정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한국 천주교회도 함께 했다.

16일 오후,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왼쪽 아래)와 수도자들이 “지구가 아픕니다. 공동의 집을 지킵시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지구를 위한 행동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피켓팅 참가자들은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한편, 한국 가톨릭기후행동(GCCM KOREA, 공동대표 김종화 신부, 임미정 수녀, 최경해, 이혜림)은 2015년 1월 조직된 세계 가톨릭기후행동(GCCM, 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을 모태로 지난 1월 20일 기후 문제 해결에 역할을 수행할 교회 내 조직으로 출범하여 가톨릭교회 안팎의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연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6월 18일에 반포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는 가톨릭교회 회칙 역사상 최초로 환경 문제, 특별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기를 다룬 문헌이다.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라는 회칙의 제목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의 후렴인 “나의 주님, 찬미받으소서”에서 비롯했다. 이 찬가는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가 우리의 삶을 나누는 누이와도 같고, 또 우리를 안아주기 위해 팔을 벌리는 어머니와도 같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회칙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생태계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새로운 삶으로 변화할 것을 촉구한다. 교황은 “이 세상에서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의 일과 모든 노력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구가 우리에게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환경에 대해서 성찰하도록 초대한다. 또한 여전히 인류는 힘을 합쳐 우리 공동의 보금자리를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출처=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 http://www.cbck.or.kr)

5월16일(토) 오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휴먼스쿨 김익완 사부님과 함께 1시간 동안 생태적 회개(Eco-Penance)를 위한 ‘기후위기 선포 피케팅’에 동참했다.

2020년 5월 11일 월요일

함양기행 6 - 영농보조인

2일(土) 오후 1시 45분…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킹 후 학사루길 도라지식당(☎055-963-8760)에서 유황오리탕으로 거한 점심.
김사부님의 그라인더 부속품을 사기 위해 길을 물어 동위천길 흥원종합상사(☎055-964-0945)에 찾아갔으나 2,7장날임에도 문을 닫아 중기마을로 회귀.


명상의집에 들어서니 작은 솜사탕 같은 갓털이 수북한 민들레 무리가 반겨준다. 이곳엔 우리 토종 민들레와 서양 민들레가 섞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민들레는 속씨식물이기 때문에 생식세포인 홀씨(포자)가 아니라 민들레 씨앗에 갓털이 붙어 바람을 타고 수십킬로미터 퍼져나가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1985년 제6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박미경이 불러 장려상을 수상한 ‘민들레 홀씨 되어’는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다.

토종 민들레는 노란 민들레와 흰 민들레가 있다. 토종 민들레 꽃은 얼핏 보면 쇠서나물처럼 생겼다.

100여 년 전 유입된 노란색 서양 민들레는 환경이 여의치 않으면 자가수분도 하기 때문에 번식력이 강하다.
토종 민들레는 타가수분으로 수정하기에 상대적으로 번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노란색 토종 민들레가 서양 민들레의 꽃가루로 수정할 경우 그 2세는 서양 민들레화하기 때문에 노란 토종 민들레는 상당히 귀하다. 하얀 토종 민들레는 하얀 민들레 꽃가루만 받아 수정하기 때문에 번식률은 높지 않지만 100% 순수혈통을 유지할 수 있다.
서양 민들레는 총포(꽃의 밑동을 감싸고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가 아래로 처져 있지만, 토종 민들레는 총포가 위로 향해 있다. 또한 서양 민들레는 자잘한 꽃잎 200개가 촘촘하지만 토종은 60~80개 정도에 머문다.
한방에서 민들레는 해열, 소염, 이뇨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위)큰개불알풀,  (아래)애기똥풀

네이버 스마트렌즈를 통해 이름을 알아낸 조그만 두해살이 꽃이다. 꽃잎이 4장이면 얘도 십자화(十字花)과일까. 지름 1㎝ 정도의 파란색 꽃이 예쁘기만 한데, 왜 ‘큰개불알풀’이란 요상한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봄까치풀’이란 이칭이 더 어울린다. 큰개불알풀과 큰개불알꽃은 전혀 다른 종이다.
노란 애기똥풀(까치다리)… 줄기를 자르면 노란 액체가 뭉쳐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이 아이도 두해살이다. 봄까치풀, 까치다리… 둘 다 별칭에 ‘까치’가 들어가 있다.
사부님은 이곳 휴먼스쿨 명상의집은 3~4년마다 꽃과 풀의 종류가 자연스레 바뀐다고 하시는데 곰곰 헤아려보니 맞는 말씀 같다. 정말이지 오묘한 현상이다.


쌉싸름한 머위잎은 훌륭한 쌈채소가 되고, 머위줄기는 고구마줄기처럼 껍질을 길게 벗겨 들깨가루, 들기름에 볶아낸다.
비가 개인 4일(月) 오전, 앞마당 비탈 우편엔 아침바람에 춤을 추듯 흔들거리는 작약이 이슬을 머금고 활짝 피었다.


고구마는 뿌리식물이고, 감자는 줄기식물이다. 미니멀한 알감자가 딱 방울토마토 만한 사이즈다.
…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는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 감고 한 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나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뿌리는 고구마, 땅속줄기는 감자, 땅위줄기는 토마토가 열리는 하이브리드 식물을 상상해봤다.
가마솥 가득 물부은 아궁이 빠알간 장작불에 은박호일에 싸서 꺼멓게 숯을 바른 군고구마 만들어 먹는 재미도 쏠쏠~


3일(日)에는 예보대로 2시간 내리고 1시간 쉬고 하는 식으로 하루 종일 꽤 많은 양의 봄비가 내렸다. 1일(金) 발생한 고성군 토성면 산불의 잔불을 확실하게 진화하는 고마운 봄비님이다. 자연은 때를 알고, 적절하게 일을 한다. 씨를 심기에는 오히려 좋은 조건이다.
괭이질을 하다가 부러진 괭이자루를 김사부님이 훌륭하게 새것으로 뚝딱 수선해주셨다. 쑥쑥 자라고 있는 부추 옆으로 괭이질, 쇠스랑질로 기다랗게 밭고랑과 밭이랑을 다시 내고 아욱, 비트, 강낭콩, 완두콩, 머루콩, 고추, 감자, 생강 등속을 심었다. 컨테이너 쪽으론 호박과 고수, 수세미도 심었다. 봄비의 기운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주길 바란다. 지난해 가을 미처 다 줍지 못한 은행열매를 통에 담았다.

노랑 민들레와 하양 나비. 하얀 갓털이 수북한 민들레꽃씨가 날아갈 준비를 마치고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번처럼 함목사님이 기꺼이 취사반을 이끌어주셨고, 크레센시아 선생님은 달달한 식혜에 막걸리까지 담그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부엌의 고장난 대형 냉장고를 들어내고, 컨테이너에서 오래된 금성 브라운관 TV도 어영차 빼내왔다. 모니카원장님이 애써 구입한 흰색 시트지가 토방벽에 붙질 않아 밀가루풀을 쑤어 장롱에서 찾아낸 누런 종이를 발랐더니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농업을 경영하는 사람을 영농인(營農人)이라 한다면 그에 대해 보조하는 역할이 영농보조인(營農補助人)일 것이다. 업무에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간호사(看護師, Nurse)와 간호조무사(看護助務士)와의 관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도 함양땅 520고지 중기마을의 짧은 영농생활… 부족하지만 이만하면 밥값은 한 영농보조인이었노라 자뻑한다.

2020년 5월 1일 금요일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4가지 계급

원격 노동자, 필수 노동자, 임금 미지급 노동자, 잊힌 노동자

Covid-19 pandemic shines a light on a new kind of class divide and its inequalities.
A disproportionate number of Americans fall into the three groups who aren’t getting what they need to survive this crisis.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진보적 사회경제학자 로버트 B. 라이시(Robert B. Reich)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紙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에서 ‘코비드-19 팬데믹(pandemic)이 새로운 종류의 계급 분열과 그 안의 불평등을 조명한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라이시 교수에 따르면 ①원격, ②필수, ③무급, ④잊힌 노동자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새롭게 출현한 계급들이다.

첫 번째 계급은 원격 근무 노동자(The Remotes)들이다. 노동 인구의 35%를 점유하는 전문·관리·기술 인력은 랩톱(laptop)을 이용해 장시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화상회의·전자문서 등을 잘 다룰 수 있다. 이들은 코로나 위기 이전과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다소 지루하고 불안하겠지만 다른 세 계급에 비해 위기를 잘 버틸 수 있다.

두 번째 계급은 필수적 노동자(The Essentials)들이다. 노동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간호사, 돌봄노동자, 농부, 푸드 프로세서, 트럭운전사, 창고 근로자, 택배기사, 약사,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이다. 이들은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을 계속 하므로 일자리는 유지할 수 있지만 감염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보호장비 부족에 시달리고, 유급 병가가 어렵고, 휴교 때문에 자녀 돌봄 공백에 놓인다. 라이시 교수는 “이들이 위험 수당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세 번째 계급은 임금 미지급 노동자(The Unpaid)들이다. 코로나 위기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다. 퓨 리서치 센터(PRC,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 성인의 43%가 자신이나 가족 중 누군가가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을 잃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약 920만명이 고용주가 제공한 건강보험을 잃었다. 소매점, 식당 및 접객업과 같이 원격으로 할 수 없는 개인 서비스 업종에서 기술 회사, 소비재 제조업체까지 정리해고가 확산되고 있다.
라이시 교수는 “이 계급은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고 집세를 내려면 현금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PRC가 이번 달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개월의 생활비를 충당할만큼 충분한 비상 자금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 미만이다.

마지막 네 번째 계급은 잊혀진 노동자(The Forgotten)들이다. 이들은 미국인 대부분이 볼 수 없는 곳(감옥, 서류 미비 이민자 수용소, 이주민 농장 노동자 캠프,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 노숙인 쉼터)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공간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가장 높다. 이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의료와 격리가 갖춰진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라이시 교수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들을 제외한 필수적 노동자, 무임금 노동자, 잊힌 노동자들은 놀랍게도 가난하고 흑인이고 라틴계이며, 불균형적으로 감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흑인 인구는 전체의 14%지만, Covid-19로 사망한 흑인 인구는 33%에 달한다. 또한 미국에서 바이러스의 핫스팟 10곳 중 4곳은 교정시설로 나타났다.
라이시 교수는 이 3개 그룹은 워싱턴이나 주 수도에 압력을 행사할 로비스트와 정치 행동위원회가 없기 때문에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시 교수는 “우리 사이의 격차를 걱정해야 한다”면서 “필수적 노동자들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면, 임금 미지급 노동자들이 안전보다 조기에 강제로 일터로 복귀한다면, 잊혀진 노동자들이 그대로 잊혀진다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