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9일 일요일

곰팡이 핀 주거복지… 행촌동·무악동 주거 취약계층 실태조사 발표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무악동선교본당(무악동성당)은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21일 오후 3시, 무악동주민센터 4층 강당에서 100여 명의 참석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주거 취약계층(행촌동·무악동) 주거 실태조사 발표 및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무악동선교본당이 성당의 사목활동 지역인 종로구 행촌동, 무악동지역 주거 취약계층(옥탑, 지하셋방, 기타 비주거용 거주자) 주민들의 생활실태(주거환경)를 조사하여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이에 따른 주거정책(대책) 개선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됐다.
토론회 사전행사로 남해윤 신부(무악동선교본당 주임)와 나승구 신부(빈민사목위원장)의 환영사와 축사가 있었다. 이들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으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빈민사목위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목동·사당동·상계동 재개발 과정에서 강제철거를 당한 도시빈민들을 위해 1985년 창립된 천주교도시빈민회(천도빈)를 모태로 1987년 4월 28일 설립됐다. 빈민사목위는 1998년 9월 삼양동(북부)을 시작으로 이듬해 2월에는 봉천동(남부), 금호1가동(동부), 무악동(서부) 공소를 선교본당으로 개편하고, 2006년 11월 장위1동 지역에 선교본당을 추가 설립하였다. 빈민사목위는 지난 32년 동안 빈민사목 지역센터인 선교본당 다섯 곳과 평화의집, 자활센터, 상담센터, 공부방, 재활용매장 등 열세 곳의 부설시설을 차례로 세워 현장활동가를 양성하면서 지역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해오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 대상지인 종로구 행촌동과 무악동은 무허가 불량주택이 난립한 전형적인 달동네였는데, 현재 행촌동은 한양도성 성곽 구릉지에 다수의 다세대주택이 분포하고, 무악동은 90%가량이 재개발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 실태는 무악동선교본당 산하 독립문평화의집 활동가 등이 (반)지하 거주 298가구, 옥탑 거주 8가구를 직접 탐방 조사하여, 이중 각각 38가구와 5가구가 완료한 설문조사 자료(기타 1가구 포함 총 44가구)를 바탕으로 한국도시연구소 이원호 책임연구원이 검토하여 주제발표를 하였다.
발제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1인 가구 비율은 63.3%로 서울시(40.1%)나 종로구(49.3%) 평균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100만원 이하가 79.5%를 차지하고, 수급가구 비율이 서울시(3.9%), 종로구(3.8%)에 비해 월등히 높은 47.7%로 파악됐다. 이처럼 (반)지하나 옥탑에 거주하는 수급가구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주거급여를 받더라도 적정한 주거생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저렴한 주거비’는 지역의 (반)지하 거주민이 현 거처에 거주(79.5%)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앞으로도 이주 계획 없이 계속 거주(45.5%)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에도 불구하고 주거비 부담 때문에 식료품비를 줄인 경험이 가끔 그런 편(44%), 자주 그런 편(40%)으로 나타나 주거비에 대한 부담감(54.5%)은 다른 요인보다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주거비에 대한 부담은 공공임대주택을 ‘가장 필요한 주거복지 프로그램’으로 꼽은 설문 결과(42.9%)로도 이어져, 공공임대주택에 입주를 원하는 주요 사유(38.1%)가 됐는데,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의사가 있는 가구 비율은 75.9%로 높게 집계됐다.
주거 점유형태는 월세(59.1%)와 전세(27.3%), 자가(11.4%) 순이고, 월세의 경우 500만원 이하의 보증금(61.8%)에 월임차료는 30~40만원 미만(46.1%) 비중이 많았으며, 주거면적은 30~40㎡(9~12평)대가 다수를 차지(44%)하여 (반)지하 주택규모가 열악함을 드러냈다.
요컨대 (반)지하 거주민은 1인 가구, 기초생활수급가구, 저학력 가구주, 비경제활동 가구주, 고령자와 장애인 가구원의 비율이 일반에 비해 높으며, 이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여러 부정적 요소로 (반)지하를 선택하였음을 의미하므로 (반)지하 거주 대책이 복지대책과 연계됨을 보여준다.
주제발표에 이어진 토론은 서강대학교 박문수 재단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하였고, 네 명의 패널이 차례로 토론에 나섰다.
먼저 종로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이 주제발표에 인용된 <표>자료를 분석하는 것으로 서두를 열었다. 발제에 제시된 <표>들 간의 일부 상충된 수치와 오독의 여지가 있는 행간의 의미를 언급한 김 센터장의 지적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몇 가지 조사항목에서 연관된 문항들 사이의 응답 결과에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태조사는 보다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최근 센터에 습기나 곰팡이 문제를 호소하는 문의가 10여 건 있었다.”면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담아낸 현장조사의 유의미성을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발제자가 제언한 △기초자치단체의 주거복지 조례 제정의 필요성 △습기와 곰팡이, 악취, 비위생, 채광 등 (반)지하 주거의 문제가 드러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최저주거기준의 구체화에 동의한다면서 △주거비 지원대책으로서 주거급여의 기준과 수준의 현실화 △지불가능하고 이행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의 적극적 공급 등의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SH공사 서종균 주거복지처장 역시 종로구의 주거복지 조례 제정에 찬동했다.
서 처장은 “저소득 취약계층은 역량 부족이나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선제적 상담서비스를 통해 적어도 10% 이상의 사람들에게 정책적 지원을 연결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역의 비수급가구 중 34.7%는 수급신청 경험이 있으나 수급을 받지 못했고, 62.5%는 ‘자격기준이 안될 것 같아서’ 등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아예 수급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발제 자료를 봤을 때 유효한 시나리오로 해석된다. 아울러 습기나 곰팡이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집주인이나 기초자치단체가 문제해결에 대한 책무를 회피할 수 없음을 언급하며 절박한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행정서비스’가 제공돼야 함을 힘주어 말했다. 서 처장의 발언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행정서비스의 실행 주체 중 하나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 역시 임대주택사업, 주거복지사업, 도시재생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서 처장이 언급한 찾아가는 행정서비스 영역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어서 종로구청 김지호 자활주거팀장이 세 번째 토론자로 마이크를 잡았는데, 김 팀장은 자료집에 포함된 5쪽 분량의 ‘종로구 주거복지 현황’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것으로 일관했다. 기자가 가장 선호하지 않는 패널 유형이다. 사업이나 실적에 대한 법령과 수치는 배부된 자료집에 다 나와 있다. 문제는 지원의 대상이 되는 상당수의 취약계층 사람들이 이것들을 올바로 해석하고 적용해 낼 문해력(文解力)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각종 지원 내용이나 신청자격 등을 토론회 현장 분위기에 맞추면서 패널 자신만의 구어체로 바꾸어 비전문가인 취약계층과 지역주민이 보다 알아듣기 쉽게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학원에 등록할 돈이 없는 가난한 수험생이 교재의 내용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거나 교재에 나오지 않은 숨은 노하우를 얻고자 어렵게 비용을 들여 인터넷 강의에 접수하여 수강했다. 그런데 강사가 부연 설명 없이 교재 내용을 그대로 읽기만 하면 수험생 심정은 어떨까(실제 인터넷 학점은행제나 자격증 관련 평생교육원 웹사이트에서 일부 강의 교수들이 교재를 읽기만 한다). 사실 지원 대상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토론은 세 번째 토론 내용이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여러 내용을 발표해야 하는 패널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문어체 투로 낭독만 하는 스타일은 화자의 능력이나 열정과 무관하게 청중이나 상대에게는 ‘진성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지정 토론자로 나선 무악동선교본당 류지현 복음화위원장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개발하고 운영하는 자조프로그램(협동조합 등)을 지원하고 연대”한다는 선교본당 운영지침과, “지역사회의 문제와 주민의 욕구를 파악하여 지원”한다는 평화의집 운영목표를 소개하며 지역의 자조적인 공동체 만들기를 위해 진력해온 선교본당의 지난 20여 년을 회고했다. 또한 2015년 말 결성된 ‘인왕마을넷’과 같은 지역 연대모임의 안정된 지속을 위해서는 관의 도움과 지역주민의 협조도 절실하다면서 평화의집 실무자들의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합당한 임금과 적정선의 활동비용이 확보돼야 함도 언급했다. 류 위원장은 “객체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지연주민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에 대한 ‘막연함’을 해소하는 계기가 된 이번 실태조사가 지역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방청객 토론은 애당초 2~3분 정도만 배정됐는데, 폐회시간에 쫓기는 짧은 동안에도 3가지 질의가 쏟아졌다.
“전화문의를 했더니 사직동은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어요. 지어진지 100년 된 낡은 한옥에 살고 있는데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요?(여, 사직동 주민)” “단순히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관에서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행할 생각이 정말 있는 것입니까?(여, 빈민사목위 직원)” “선교본당 등 도움이 되고자 하는 곳에서 제도권 밖 사람들을 찾아가려 해도 기관에서 자료를 주지 않아요. 이분들을 도울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유해주면 좋겠어요.(장위1동 선교본당 복음화위원)”
패널들의 답변을 듣고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어서 좌장인 박문수 신부가 토론회 종료 후 개별 상담할 것으로 마무리하여 질의응답을 마쳤다.
발제자인 이원호 연구원은 쪽방촌의 안타까운 화재사건과 관련하여 “얼마 전에 ‘집이 사람을 삼킨다.’는 표현을 봤다.”면서 “지역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언을 드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 그러나 비가시적으로 존재하는 취약계층에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실태조사와 토론회에 함께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그간의 소감을 전했다.
폐회에 앞서 독립문 평화의집 강경규 국장은 “평화의집 활동의 대상자를 찾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의 우선 목표였다. 1년 6개월 동안 가가호호 직접 발품을 팔고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빈민자 분포와 생활수준, 의식수준을 파악해 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 100개 정도의 샘플링을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설문 응답을 거절했고, 응답한 가구에서도 급여지원 등 설문 문항 자체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졌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국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빈자가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찾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며 “관과 민이 협력하고 주거복지센터 등과 연대해서 다양한 사업을 함께 구상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는 소회를 밝혔다.
강 국장과 선교본당 신자들의 안내에 따라 토론회에 참석한 100여 명 중 80여 명이 걸어서 5분 거리인 무악동선교본당으로 이동하여 잔치국수와 족발, 막걸리 등을 곁들인 저녁 만찬에 함께했다.
토론회는 끝났지만 무악동 선교본당이나 독립문 평화의집에는 앞으로 갈고 닦아 수행해야 할 과제가 놓여졌다. 실태조사에서는 표본을 늘리고 응답률을 높여 객관성과 동시에 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연속적인 조사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기초자료가 산출되고 이를 의제로 구체화하여 우선순위를 정해 활동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더하여 심층 인터뷰에 대한 전문스킬도 갖추어야 한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활동가들 스스로 이를 인식하고 더욱 분발할 것으로 믿는다.
토론회에서 축사가 예정돼 있던 고병국 서울시의원(종로1)이 해외출자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지역의 기초의원이나 지자체 공무원은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 주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례와 같은 제도를 마련해내야 한다.
옥탑방에는 차고 넘치는 햇볕이 (반)지하방에는 너무나 인색하다. 이번 현장 실태조사와 조사 결과의 공유를 바탕으로 곰팡이 핀 취약계층의 주거권에 햇볕이 비추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트는 한국여성연합신문 크와뉴스에도 실렸습니다.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우리 안의 국뽕

카톡이나 밴드를 통해 잊어 먹을 만하면 전송되는 단골 콘텐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가히 SNS 메시지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인데요. 일본과 관련한 내용들이 중복해서 많이 들어옵니다. 두 가지 정도만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소개할 내용은 아베(Abe Shinzo)에 관한 것들입니다. 그는 일본국의 제90대, 96·97·98대 내각총리대신이죠. 그런데 그의 조부가 일제강점기 제9대 조선총독인 아베 노부유키(Abe Nobuyuki, 1875~1953)라는 겁니다. 메시지는 이렇게 시작하죠.

“조선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손자, 아베가 경제침략을 감행했다.
조선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를 아시나요?
이름이 익숙하죠. 맞습니다. 현 일본총리 아베는 아베 노부유키의 친손자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내용은 ‘진짜뉴스’가 아닙니다.
같은 발음이라도 묘금도 유(劉)씨와 버들 류(柳)씨는 별개의 가문이죠. 정나라 정(鄭)씨와 고무래 정(丁)씨도 다른 혈통이고요. 아베 신조는 한자로 안배진삼(安倍晋三)이고, 그의 조부로 전파된 아베 노부유키는 한자가 아부신행(阿部信行)입니다. 우리한테는 같은 ‘Abe’지만 지금의 일본 총리는 ‘안배’씨고 마지막 조선총독은 ‘아부’씨기 때문에 조손관계가 성립할 수 없지요.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아베 노부유키의 ‘예언’ 또는 ‘저주’로 알려진 위의 글도 출전이 분명하지 않아 사실성을 확보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Kishi Nobusuke) 즉 안신개(岸信介, 1896~1987)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으로 기소되었다가 풀려난 뒤 제56·57대 총리까지 지낸 인물로 지금의 아베에게 사상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에 따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독도 얘기입니다. 기자가 아래 메시지를 처음 접한 것은 2015년 4월경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춤추던 시기입니다.

★조금전 美國에서 온 문서입니다.
우리 國民 들에게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4분 11초 영상입니다) 
★ 韓·日 외교당국이 펼친 인터넷 독도 동영상 홍보전에서 우리 측이 일본에 완패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國民으로서 약 4분가량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國土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함께 합시다!! 
★ 80프로 이상 보셔야 조회수로 포함된다고 하니 주변 지인들님께 널리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당시 일본에 완패했다는 소식에 기자도 의기롭게 재생 버튼을 눌렀었죠. 그런데 두어 달 뒤부터는 ‘완패’란 말이 ‘완승’으로 바뀌어 퍼 날라지더군요. 애국심 충만한 국민들의 손가락 운동 덕분에 전세가 역전된 걸까요. 아니면 모종의 정치적 술수가 개입된 걸까요. 이미 완승(완전하게 또는 여유 있게 이김)을 거뒀는데 2019년 지금까지도 이 메시지는 계속 퍼져 나오고 있어요.

‘국뽕’이란 말이 있습니다. 국가와 히로뽕(philopon)의 합성어죠. 타민족·타국가에 극도로 배타적이며 자국의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되어 맹목적으로 한국만을 찬양하고 떠받드는 자뻑 태도를 비꼬는 새말입니다. 적당한 국뽕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은 역사 왜곡에 조작까지 예사로 일삼는데, 우리는 있는 역사도 올바로 찾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부지기수니까요. 그래요. 다소의 과장은 용인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대망상은 금물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개인과 집단에 대적하여 이기려면 무엇보다 정의로워야 합니다.

최근 신일본제철(구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삼릉)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13년 만에 강제징용 피해자가 승소하면서 아베 일본의 경제도발이 시작됐습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의 근저는 역사전쟁이거든요.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으라는 저들의 요구는 명백한 내정간섭입니다. 일본의 아베 우익정권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험한 적입니다. 반성 없는 저들의 작태에 식민지 시기의 치유되지 못한 분노와 아픔이 더해져 우리 안의 국뽕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흥분하거나 무조건 ‘우리는 위대한 민족’임을 내세우면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로 포장하는 것은 아베 일본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소인배의 ‘정신적 승리’에 불과합니다.

나름대로의 정의감에 불타는 평범한 시민들은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하는 아베 일본에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을 지속하면서도 문화교류는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이러니죠. 아베 일본의 망상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우리는 쉽사리 국가주의로 변질될 수 있는 설익은 애국심을 경계해야 합니다. 진정한 애국심은 우리의 땅과 자연을 아끼고, 모든 구성원의 행복과 안녕을 지키며, 가장 가난하고 무력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협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기해왜란(己亥倭亂)으로 불리는 2019년 가을 문턱입니다.
2040년 쯤 되는 훗날, 일본이 “2019년 당시 우리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는데,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국이 지금처럼 세계 초인류국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시기심 짙은 토설을 내뱉는 상상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여성연합신문 크와뉴스(Kwanews)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