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5일 월요일

태후지몽

아이들 교과서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절창(?) 한 편…
비상교육 중등 국어5 (한철우 외 17)에 소개된 오은 시인의 <미니 시리즈>…


느닷없이 접촉 사고
느닷없이 삼각관계
느닷없이 시기 질투
느닷없이 풍전등화
느닷없이 수호천사
느닷없이 재벌 2세
느닷없이 신데렐라
느닷없이 승승장구
느닷없이 이복형제
느닷없이 행방불명
느닷없이 폐암 진단
느닷없이 양심 고백
느닷없이 눈물바다
느닷없이 무사 귀환
느닷없이 갈등 해소
느닷없이 해피 엔딩

16부작이 끝났습니다. 꿈 깰 시간입니다.


1연에 16부작 미니시리즈(miniseries)의 내용을 16행으로 행렬 배치하고, 2연에서 여운을 남기며 끝맺는 4언절구의 변형이라고나 할까.
드라마 속 작위적 상황에 대한 30대 젊은 시인의 유니크한 비꼼과 사실적인 언어유희가 통쾌하다. 재미있다.
지난주엔가 종영한 KBS 16부작 <태양의 후예>가 떠오른다.
태후지몽(太後之夢)… 저격당했다는 여심들은 꿈에서 깨어나시길…

2016년 4월 17일 일요일

잊지 않을게

세월호 참사 2주기인 어제 저녁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다.
작년 1주기 때도 그러더만… 하늘도 슬퍼 우는 춘야우중(春夜雨中)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희생된 넋들의 아우성인지 밤새 세찬 바람이 끊이지 않았다.
2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바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 윤민석의 ‘잊지 않을께’를 불러 본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6년 4월 14일 목요일

채움과 나눔

얼마전 종영한 SBS 사극 「육룡이 나르샤」에 등장한 잔트가르 정도전(김명민)의 일갈이다.

“정치! 정치가 무엇이오. 정치란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단순한 것이오. 정치란 나눔이요, 분배요! 정치의 문제란 결국 누구에게 거두어서 누구에게 주는가, 누구에게 빼앗아 누구에게 채워 주는가요. 당신들은 누구에게 빼앗아 왔고, 누구의 배를 채웠소!”

토지개혁의 지지부진을 한탄하면서 내뱉은 개혁가의 흉심이 드러나는 명장면이다.

“결국 그 문제만을 풀지 못했다. 국가를 구성하고 고민했지만, 백성들과의 소통은 그건 풀지 못했어. 진정 백성이 근본인 것은, 정치를 하려는 사대부의 마음속에 오로지 백성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허나 백성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근본이 되는 것은 먼 훗날이겠지. 어째서냐면, 백성은 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백성은 시간도 여유도 없다. 깨어나기에는 너무 바쁜 것이야. 물론 몇몇 백성들은 얼마간의 글을 깨우치기도 한다. 허나 만 백성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김영현·박상연 콤비는 이전의 뿌리깊은 나무(SBS), 선덕여왕(MBC)에서도 세종과 미실과 덕만의 입을 빌려 의미있는 대사를 쏟아내곤  했다.

“생생지락(生生之樂)… 백성들이 매일매일 살아가는 즐거움 느낄 수 있게, 그런 훌륭한 왕족이 되셔서, 좋은 정치… 해주세요.”

분이(신세경)의 바람은 우리 민초들의 그것이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긴 시간이 흐르고 글을 깨우치기도 했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성 스스로 각성하여 나아가야 하는데… 너무나 요원해 보인다.

2016년 4월 10일 일요일

맞춤법 민감

다른 사람의 오타에 민감할수록 까칠하고 내향적 성향을 보인다는 기사를 읽었다. 미시간대학의 연구 결과(성격과 언어해석의 상관관계?)라는데… 이에 따르면 나 같은 경우는 ‘덜 친절한’ 편이 된다.
오래 전에 이지연이 ‘닭’을 ‘닦’으로 써서 웃음을 산 적이 있고, 최근에도 공현주가 ‘바닥’을 ‘바닦’으로 표기하여 실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가방끈 길어 보이는 정치인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이명박은 현충원 방명록을 쓰면서 ‘바치겠습니다’를 ‘받치겠읍니다’로, 안철수도 ‘꿈꿉니다’를 ‘꿈꿈니다’로 오기했으며, 박근혜는 문장 번역기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
개인 SNS도 아니고 지상파 등 공적인 상황에서도 맞춤법과 발음법을 혼동하는 장면이 가감없이 중계되고, 어법에 어긋나는 문장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받아쓰기 못해도 어법에 맞지 않아도, 돈 많이 벌고 권력 잡고 떵떵거리면서 잘만 살더라~ 한다면 뭐라 대꾸할 요량이 없지만, 종결어미 ‘요’를 ‘여’나 ‘염’으로 적는 것 등은 여전히 못 봐주겠으니… 쇠가 긁히는 소리를 듣는 것마냥 심히 불편해진다.
‘등굣길’이나 ‘장맛비’ 처럼 과도하게 사이시옷을 남발하는 국립국어원의 어문정책도 못마땅하기는 매한가지다.
글쎄… 고매한 문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데… 이리도 순화가 어려운 걸까.

2016년 4월 4일 월요일

If I can change the world

선거인명부 등재번호와 투표소 위치, 후보자 홍보물이 포함된 투표안내문이 날아왔다. 요며칠 사이 20대 총선이 임박했음을 실감한다. 이번 413 총선거는 선거구에도 변화가 많았고, 무엇보다 야권이 분열하여 현 시점에서는 새누리의 압승이 점쳐지고 있다.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으로, 9개 선거구가 통폐합되고 16곳의 지역구는 분구가 되었으며 전국구가 기존의 54석에서 7석이나 감소했다. 선거구(constituency)는 일정 인구수에 따라 획정되기 때문에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지역민의 의견수렴이 어렵다는 맹점도 있고, 때문에 일부에서는 게리맨더링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게리(Elbridge Gerry) 지사가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구획했는데, 그 모양이 샐러맨더(salamander)라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과 비슷했기 때문에 상대당에서 샐러 대신에 게리의 이름을 합성하여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비난한 이후, 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획정을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보수성향의 유권자 10명과 진보성향의 유권자 10명이 소재한 지역(총 20명)을 4개의 소선거구로 편성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수당의 구분을 따르면 3:1로 보수당이 이기고, 진보당의 구분을 좇으면 역시 3:1로 진보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즉 상대편의 지지자를 하나의 선거구로 묶어버리면 전체적인 판세에서는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맨더링이든 뭐든 간에 선거구가 획정됐으니 이제 유권자의 제대로 된 선택만이 남았을 뿐이다. 비민주적인 권력의 압제와 소시민들의 안이한 대응 태도는 ‘아우를 위하여(황석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같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선관위의 불공정 룰 논란은 차치하고, 생업에 지장이 없는 부류 중 “정치에 관심 없다.” 면서 어렵사리 쟁취해 온 소중한 민주주의, 투표권을 마다하는 아몰랑 또라이는 사라져주길 소망한다.
일단 부자감세부터 철회하게 만들면 부족한 재원문제는 물꼬가 터지게 된다. 담배값 인상 때처럼 왜 밀어붙이지 않는지 심판이 필요하지 않겠나.

2016년 4월 1일 금요일

높은 그림자

새로운 단어를 하나 배웠다. 내신국어·수능언어 대비 「마더텅 1등급 어휘력」에도 없는 고급 단어이다.

존영(尊影)
다음 어학사전 : 남의 화상(畵像)이나 사진을 높여 이르는 말
네이버 어학사전 : 남의 사진이나 화상 따위를 높여 이르는 말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최근까지 한 식구였던 유승민 등 무소속 출마자들에게 박근혜의 ‘존영(尊影)’을 반납하라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뭐~ 덕분에 어휘력 늘게 됐지.


공화정 체제의 시민(市民)이 왕정 체제의 신민(臣民)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김무성이조차도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란다. 무슨 만우절 장난질도 아니고…
북은 (최고)존엄, 남은 존영… 남누리 북누리~ 아주 죽이 척척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