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뒤적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이재을 사도요한 신부님..
경향신문(2010년 3월 10일 수요일) 1면에 실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사제선언」 명단에서다.
신부님의 사제 서품 후 첫 부임지가 혜화동성당이었다.
살짝 곱슬머리에 인자한 미소가 매력적이던 신부님의 온화한 성품과 `조급성 마귀`라는 멘토링도 스크린처럼 생생하다.
청담동성당으로 옮겨가시면서 끝내 눈물을 내보이던 다감한 분이셨지만, 외유내강.... 세례명처럼 성령쇄신과 노동사목에 투신할만큼 사제로서의 소명의식도 확고한 분이셨다.
고척동에서 사목하실 때는 녹지보존 운동으로 개발업자들에게 손찌검까지 당하셨다는 민망한 소식도 전해들었지만, 이후엔 근황을 모르고 있던 터다.
종교의 사회참여는 우리 역사에서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내 비록 주일미사에도 매주 참례하지 못하는 날라리 신자지만..
아무쪼록 신부님의 앞길에 그리스도의 인자하심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린다.
하여간 이명박한테는 달가울 리 없는 폭탄선언이겠지만..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한다” 는 신부님들의 선언은 백번 옳다.
공동선을 추구해야 하는 교회의 사명과 사제적 양심에 충실한 이분들을 지지한다.
빅 이슈들.... 세종시, 무상급식, 4대강사업, MB의 독도발언...... 그리고 낙선운동....
문득,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매니페스토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해진다.
이하는 신문에 게재된 선언문의 전문이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사제선언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저희 사제들은 우리 시대의 죄를 뉘우치는 마음으로 국민들 앞에 선언합니다.
분명 저희 사제들이 느끼고 있는 오늘날 이 시대의 모습은 죄의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걱정하고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자 젖줄인 4대강을 파헤치는 죄.
그 죄를 덮기 위해 실정법도 어겨가며 무리하게 진행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
그리고 그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토건업자들의 죄.
국민들의 뜻은 외면하고 죽음의 사업을 마치 살림의 사업으로 이야기하고 동참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죄.
강을 죽이며 벌어지는 생태계, 문화재 등의 파괴 상황을 외면하고 도리어 돕고 있는 전문가들의 죄.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의 상황을 철저히 외면하고 보도하지 않고 있는 언론의 죄.
그리고 오늘 우리는 말 못하는 어머니 젖줄 4대강의 죽어감이 바로 우리 모두의 무관심에서 비롯되었음을, 그리고 이것이 자연에 대한 우리 모두의 죄였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생명임을 고백합니다.
이제 죽음의 상황을 끊어야 합니다.
우리가 상처 입힌 강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제들이 강의 위로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다짐합니다.
첫째, 우리 사제들은 개발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는 강으로 나갈 것입니다.
둘째, 우리 사제들은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한 '국민서명운동'에 함께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사제들은 올 6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자 하는 후보들을 지지할 것입니다.
넷째, 오늘 우리 사제들의 선언은 4대강 사업이 멈출 때까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참여단체: 서울대교구환경사목위원회, 서울대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의정부교구환경농촌사목위원회, 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인천교구환경사목위원회, 인천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인천교구가톨릭환경연대, 수원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가톨릭농민회수원교구연합회, 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부산교구환경사목위원회, 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대구교구평화연대, 안동교구생명환경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수원교구공동선실현사제연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